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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치자마자 든 생각은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보편적인 책들과는 달리 세 인물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다루는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은 가네코 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이다. 모두 젊은 여성들이며, 어려서부터 '독특한' 아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1. 가네코 후미코 가네코 후미코는 우리가 흔히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로 알고있는 인물이다. 영화나 소설, 또는 방송에서 꽤나 접해봤을 인물이다. 나도 얼마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꼬꼬무)'를 통해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후미코의 이야기는 박열의 여자친구, 와이프로서의 삶이지 일본에서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후미코는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안티크리스트, 아나키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던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박열의 '개새끼'를 접하게 된다. 이 시를 읽고 후미코는 '어떤 강한 감동이 온 생명을 높이 들어올렸다'고 표현했는데,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후미코는 지인 '정'을 통해 박열을 만나게 되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심지어 먼저 사귀자고 말하면서 솔로인지, 일본인도 괜찮은지, 혹시 독립운동가인지 물어본다. 그리고서 둘의 독립운동이 시작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고 흥미롭다. 근데 그리고서 서로 사랑(로맨스)이라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히 육체관계는 갖되,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으면서 동료로서 같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이 정말 특이하다. 2. 에밀리 데이비슨 에밀리 데이비슨은 서프러제트 활동에 앞장섰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이다. 아마 초등학교 때 쯤 교과서에서 배웠던 인물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였지만, 그녀의 투쟁은 그저 히스테릭한 행동으로 폄하되곤 했다. 모 교수는 '여성의 운동은 여러 정신질환과 뒤섞여 있다'고 말할 만큼 당시 여성의 권리는 매우 참혹한 수준이었다. 뭐랄까, 조금만 목소리를 내도 '너 혹시 페미야?'라고 물으며 -페미니스트 뜻도 모르면서 페미냐고 묻는게 꼴사납지만- 겸열하려는 요즘 세대와도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달까. 에밀리는 요즘 말로 '어그로 끌어서', '노이즈 마케팅'으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소동을 만들어 어떤 식으로든지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에밀리는 감옥에서도 비슷한 작전을 사용한다. 계단 난간에서 무려 세번을 뛰어내린다. 그녀의 이런 과격한 자기희생적 투쟁은 같은 서프러제트 사이에서도 '미친개'라고 불릴만큼 고독한 투쟁이었다. 3. 마거릿 스키니더 스키니더의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인물은 '아일랜드의 여성'이라는 독특한 잡지를 편찬한 헬레나 몰로니이다. 젊은 남성들이 사는 여성 신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적인 투쟁과 제빵 레시피 등을 함께 다룬 잡지였다고 한다. 이 잡지가 아일랜드의 젊은 남성들을 선동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고, 영국 드라마 '브리저튼'의 '레이디 휘슬다운'이 얼핏 떠올랐다. 아무튼, 이 몰로니가 후에 아일랜드 시민군의 리더를 맡은 제임스 커널리를 아일랜드로 불러오게 된다. 코널리는 부활절 봉기를 결행하다 실패하여 처형당하였다. 여기에 부활절 봉기를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인 마키에비치 백작부인까지 합세하여 아일랜드의 독립과 사회주의적인 노동운동을 계속하게 된다. 부활절 봉기 기간 중 마거릿을 저격수로 쓰자는 제안은 마담이 했다. 뭘 좀 해보려고 해도 여돕여(..)여야 가능했다는 게 또 씁쓸하다. 처절한 삶을 살아온 세 여성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그려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들은 제 몸을 아끼지 않고 투쟁하였는데, 과연 그 투쟁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억하는가? 그들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다시 예전으로 돌려놓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세대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그녀들의 뜻을 전할 용기는 있는가 반성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