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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 지역의 풍광이 가장 우선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언어에 담아 각자의 여행에 안주로 삼는다. 목적이 관람이든지, 여가 즐기기든지 그것은 상관이 없다. 자신이 만족을 하고, 보람을 느끼며 또 하나의 삶의 가치를 찾으면 되는 일이다. 이 글은 저자를 통해 미국의 도시들을 색깔을 넣으면서 읽을 수 있는 글이다. 기행은 언제 보아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디모인, 이상한 마력을 지닌 공간이다. 이곳을 뜨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것은 디모인이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최면 능력을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디모인이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쓰레기 같은 곳이라고 주인공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그의 삶은 시작되고 있다. 유년을 그곳에서 보냈으며 그곳을 늘 떠나고 싶어 하는 삶이었다. 부모님들과 함께 어울려 성장했던 곳이고, 많이 답답함을 느낀 곳이다.
그런데 가족끼리 할아버지 댁을 찾았던 기억은 저자의 기억 속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저자가 길을 떠나지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할아버지 집이고 아버지의 운전으로 함께 찾았던 기억이다. 그 기억의 장소를 언제나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의 마음의 길이 되어 있었을 것이니까
나는 떠날 만큼 나이를 먹자마자 고향을 떴다. 디모인과 아이오와와 미국과 베트남 전쟁과 워트게이트 사건을 떠나 지구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제 고향에 돌아왔더니 이곳은 연쇄 살인범과 엉뚱한 지역 이름을 단 스포츠(인디애나폴리스 콜츠는 뭐고 피닉스 카디널스는 뭐란 말인가) 따위가 판을 치고, 얼굴만 반반한 어수룩한 노친네가 대통령인 낮선 나라가 되어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그 자가 디모인 WHO 라디오에서 더치 레이건이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캐스터를 할 때 그를 알고 지냈다. 어머니는 말했다. “레이건은 착하고 친절하고 좀 둔해 보이는 사람이었어.”
저자는 떠날 수 있을 만큼의,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을 때 미련 없이 답답한 유년의 고향을 떠났다. 그곳은 아이오와라고 이름 붙여진 디모인이란 곳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엉뚱하고 답답하고 무기력한 곳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저자에게는 매력이 없는 곳이었지만 타인들에겐 매력 있는 곳으로 인식되기도 했던 곳이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저자는 아버지가 죽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구 반대편에 멀리 떠나서 살고 있던, 고향을 영원히 떠나고자 했던 사람으로선 의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가 고향에 돌아와 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고향에 대해, 나라에 대해 부정적인가 살펴볼 수 있다.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고, 엉뚱한 색깔의 이름들이 난무하는 곳이다. 레이건이 이 지역에서 반반한 얼굴로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되어 있다. 어머니의 말을 빌려 ‘좀 둔해 보이는 사람’이었다고 하고 있다. 나라에 대한 지역에 대한 자극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 달 드러난다. 이것이 제목 ‘발칙한’이란 말과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된다. 저자는 고향을 떠나보기로 한다. 먼저 아버지와 어질 적 같이 갔던 할아버지 집을 목표로 삼고 차를 몰기로 한다.
내 계획은 아버지가 윈필드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갈 때 늘 이용했던 경로를 되짚는 것이었다. 프레이리시티에서 펠라, 오스카루사, 헤드릭, 브라이튼, 캐폭, 웨이랜드, 올즈 순으로, 이 길은 내 기억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때는 실려만 다니는 입장이어서 도로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지금 자꾸만 길이 이상한 곳에서 구부러지고 갑자기 T자 교차로가 나타나 적잖이 놀랐다.
저자는 지도를 가지고 연구를 하면서 길을 떠났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의 차에 얹혀 있으면 되었는데 지금은 길을 찾아야 한다, 길을 찾는데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가는 길 내내 가족끼리 어울렸던 흔적들을 떠올린다. 자신이 차에서 쫓겨난 곳, 누나가 속이 좋지 않아 먹은 것을 올린 곳 등 곳곳의 기억들을 새김질한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 중의 단면적인 풍경이다. 네덜란드 인이 세운 펠라라는 도시를 지나간다. 듈립 축제도 기억하고, 흥겨웠던 자리도 떠올린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의 집에 이른다.
할아버지 댁은 타운 외곽, 바다처럼 광활한 들판 한가운데에 나무가 많아 섬처럼 보이는 대지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방에 작은 싸구려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들러보니 충격적이게도 축사마저 없어졌다. 어떤 머저리가 내 축사를 뜯어내 버렸다! 게다가 집은 오두막으로 변해 있었다. 페인트는 모조리 벗겨져 집은 색깔 없는 형체뿐이었다. 관목은 이유 없이 뽑히고, 나무는 잘라낸 후였다. 주변은 잡초가 우거지고 집에서 흘러나온 오물로 지저분했다. 나는 집 앞 도로에 차를 멈추고 그저 입을 못 다물고 망연히 있었다. 그 상실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내 추억의 절반은 저 집 안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분홍색 반바지를 입은 엄청나게 과체중인 여자가 끝이 없는 게 분명한 전화선이 달린 수화기를 들고 문간에 나와 통화를 하면서, 내가 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나 싶은지 나를 노려보았다.
할아버지의 집 현재의 모습이다. 지금은 중년이 훨씬 지난 저자의 어린 시절이 그대도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저자는 너무나 변해진 할아버지 집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곳, 이 공간이 그렇게 변해 버렸을 줄이야. 더구나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짐승들, 그들의 집 축사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집이라고 할 수 없는 옛 기억의 공간을 만나면서 저자는 상실감에 쌓인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덩치 큰 아줌마의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받으며 그곳을 떠난다. 그곳에는 다시는 가지 않으리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그곳을 떠난 저자는 미국 전체를 여행하는 길을 떠난다. 차는 굴러가고 저자는 다양한 경험을 지니게 된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느낀다.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기억들을 가진다.
구중중한 비를 뚫고 클리브랜드 외곽을 통과하여 운전하자니 지명이 온통 무슨 하이츠였다. 리치먼드 하이츠, 메이플 하이츠 등. 그런데 희한하게도, 하이츠라는 이름과는 동떨어지게도, 주변 경관은 고고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클리블랜드에서 고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중간도 못 가는 것들이었다. 어쩐지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90번 주간고속도로는 얼마 후 클리브랜드 메모리얼 호반도로로 변해, 나는 만의 굴곡을 따라갔다. 슈베트의 오이퍼는 최면을 걸 듯 오락가락하고, 다른 차들이 쌩 자나가면서 물을 튀겼다. 창밖에는 호수가 어둡고 광대하게 펼쳐져 호안은 아득한 물안개로 흐려졌다. 눈앞에는 클리브랜드 도심의 고층건물이 나타났다가 옆으로 미끄러져 갔다. 슈퍼마켓 계산대의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물건처럼.
비가 오는 클리브랜드를 지나는 얘기를 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를 돌아다니고 있는 저자의 길 앞에 비가 있고 소도시가 있다. 그곳을 찾고 만나고 싶은 것을 만난다. 유적지도 찾고, 아름다운 풍광도 기억한다. 도시의 특징들도 살피고, 주어지는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그것을 유희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이 우리들에게는 무척이나 흥겹게 다가온다. 꼭 희극을 보는 듯한 착각에 쌓여 저자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거침없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그가 라스베가스에 들린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하자 불편한 마음도 사라졌다. 아니, 나는 매혹되었다. 그러지 않기란 불가능했다. 늦은 오후였고, 태양은 낮게 걸려 있고, 기온은 27도를 훌쩍 넘었으며, 스트립 지역 일대는 이미 붐볐다. 깨끗하게 차려입고 주머니에는 두둑하게 준비해 온 돈이 두드러져 보이는 행복한 휴가 인파가 공항 청사만 한 카지노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모든 게 재미있어 보이고 이상하리만치 건전해 보였다. 나는 베이거스에는 창녀들과 기다란 캐딜락을 타고 하얀 가죽 구두를 신고 재킷을 어께에 걸린 도박꾼들뿐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독자 여러분이니 나처럼 모두 나일론 옷과 찍찍이를 즐겨 착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라스베가스를 무척이나 좋게 보고 있다. 선입견에는 휘황한 불빛과 이상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보면서 완전히 다른 인상을 받는다. 신사들이 많이 거닐고 있었고,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넉넉함과 아름다운 품성을 소유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에 저자는 많이 놀란 듯하다. 도박과 밤 여인들의 환락의 거리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본 바를 비교적 세밀하게 그리면서 소도시의 의미를 심어나간다. 저자가 바라본 도시 풍경들이 우리 눈에 새겨진다.
갑자기 이 여행은 끝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지금 다시 차에 타면 한 두 시간이면 마지막 언덕에 오를 것이고, 마지막 모퉁이를 돌면 미국을 돌아보는 일이 어쩌면 영영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 지갑을 꺼내 들여다봤다. 거의 75달러나 남아 있었다. 미니에폴리스까지 가서 미네소타 트윈스 팀의 야구 경기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끝이 나 가자 저자가 한 말이다. 계획된 전 도시들을 돌면서 무한히 펼쳐진 평원을 달리면서 저자가 만난 미국은 그렇게 그의 뇌리에 재생되고 있다. 언제 다시 이들과 만날까 생각하는 마음에는 기약이 없다 아니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는 진한 아쉬움이 들어 있다. 그것을 프로야구를 관람하면서 마무리를 하려는 아주 현실적인 이벤트를 본다. 결국 그렇게 한다. 저자의 미국 여행, 곳곳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읽은 사람에 따라 달리 채색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미국이라는 광활한 나라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략 이것이 나의 여행이었다. 48개 주 가운데 남부 10개주를 제외하고 모두를 방문했고, 2만 2,495킬로미터를 뛰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을 거의 다 보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많이 보았다. 감사한 일이 많았다. 총을 맞지도, 강도를 만나지도 않았다. 차가 고장 나지도 않았고, 여호와의 증인이 다가온 적도 없었다. 아직 68 달러와 깨끗한 속옷도 한 벌 남았다. 이 정도면 여행에서 더 바랄 게 없다. 디모인으로 들어갔더니 디모인이 오후 햇살에 거대하고 아름답게 빛났다. 이방인들이 왜 여기에서 눌러 살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여기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차를 집으로 몰았다.
저자의 여행기 정리하고 있는 글을 옮겨 놓는다. 그것은 이 글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가장 간명하게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여행은 길고도 다양했고, 힘들면서도 유쾌했던 여정이었다. 결국 고향을 찾는 여행이 되었다. 저자는 고향 다모인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곳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행복하게 저자를 따라갈 수 있어서 즐겁다. 저자의 까칠한 언어가 양념이 되어 글 전체가 훨씬 맛이 있는 글이 되고 있다. 미국을, 미국인을, 미국의 소도시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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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관찰력과 재기발랄한 문체로 ‘현존하는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라는 빌 브라이슨에 대한 평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책 중 하나가 바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일 것이다. 미국 아이오와 주 다모인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출신의 아내와 결혼한 이후 영국에서 20년동안 거주하다가 미국으로 돌아와 잠시 거주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던 그의 행적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미국에서 영국으로 떠난 뒤 일정 부분 시간이 지난 뒤에 홀로 미국을 여행하면서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여느 여행 서적과 달리 빌브라이슨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위트있는 표현과 더불어 과거 그가 어렸을 때의 아버지와 함께 미국 곳곳을 여행했던 기억과 비교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옛날에는 소도시 외곽에 가면 주유소 하나, 데어리 퀸 아이스크림 집 하나, 모텔 한두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타운에, 타운이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까운 곳이라 해도 패스트푸드점 ,자동차모텔, 월마트 디스카운트시티, 쇼핑몰 등이 1.5킬로미터 가까이 죽 펼쳐져 있다. (중략) 쇼핑몰들이 타운을 먹어치운 것이다! - p. 69 中에서 -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책 표지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라는 문구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황당한'은 결코 평범치 않은 빌 브라이슨의 행적과 그의 특유의 문체를 대변하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미국 소도시 여행기'는 빌 브라이슨의 여행지가 솔직히 미국인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미국 곳곳의 중소 도시가 주요 목적지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과 LA, 시애틀, 하와이와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관광 명소가 아니라 빌 브라이슨의 고향인 아이오와 주의 다모인을 시작으로 "남쪽 -> 동쪽 -> 다시 다모인 -> 서쪽"으로 향하는 여정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에서의 그의 경험담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명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된다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다. 나야 사는 집 근처의 산책만으로도 금세 여행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이니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미국의 지도를 검색해 놓고 저자의 여행 경로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은 오로지 글로만 되어 있다. 저자의 여행 경로라든지 미국의 지도도 함께 수록되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손님 쫌 둔하죠, 맞죠?" 그녀가 명랑하게 쳐다보았다. 여행 도중 피자 전문점에서 메뉴판에서의 수많은 피자와 토핑을 보고 어떻게 주문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빌 브라이슨을 다그치는 종업원에 대한 그의 대응만 보더라도 이 책이 기존의 여행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확연이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영국에 거주한 이후로 미국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그 상황을 재치있게 넘기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기존의 여행기의 형식과는 다르다. 전반적으로 그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이나 경치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여행 과정에서 겪은 일이나 과거와의 비교와 회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일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했다. 극장 관리자가 실업고등학교를 중퇴한 악독한 여자 안내원들을 고용해서 감시하기 때문이었다. 히틀러 시대의 독일에 태어나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인 이 악랄한 여자들은 초강력 손전등을 비추며 복도를 순찰하다가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잡아내는 게 일이었다. 미국 조지아 주의 사바나(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국에 이런 지명이 존재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라는 도시의 매혹적인 부분에 감탄하면서도 1959년 이후로 쇠퇴한 사바나의 상업지역에서의 '바이시스'라는 근사한 옛날 영화관이 문을 닫았음을 애통하게 생각하던 빌 브라이슨은 그 감정을 과거의 영화관에서 어렸을 때, 벌였던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인용 문구에서의 '이 일'은 '닙'이라는 감초 맛이 나는 사탕을 빨다가 그걸 스크린에 던져서 붙이는 고약한(?) 장난이었다.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그런 장난이 통용되었고, 극장 입장에서는 그걸 막기 위하여 아이들에게는 악독하게 보이던 여자 안내원들을 고용하였던 것으로 점점 쇼핑몰의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대체되는 예전 극장에 대한 추억을 호출하는 장면은 '역시 빌 브라이슨 답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여행서와 다른 이 책의 특징은 적어도 내가 읽은 바로는 시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언제 여행이 시작되어 중간중간 날짜와 시간으로 그 여정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에는 그러한 부분이 없다. 마치 백화점과 카지노 매장에서 시계와 밖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거의 없는 것처럼. 그래서, 그가 묘사한 부분들이 도대체 미국의 어느 시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없다. 다행히 나는 그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의 기록을 통하여 대략 그의 여행 시점을 예측할 수 있었다. 워싱턴에서 그는 우연히 일본 수상인 나카소네 야스히로의 미국 방문을 목격하였으며 그 환영 인파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1987년 미국을 방문하였으니 책의 중반으로 향하는 지점에서야 이 여행의 시간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이 맞다면 이 책에서 빌 브라이슨에 의하여 묘사된 미국의 모습은 1980년대 중반의 것이 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리커버 에디션으로서 동일한 출판사에서 2009년에 출간된 이력이 있다.)
공원 안에는 어떠한 상업행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공원 밖에서는 자연 경관이 공원 내부만큼이나 훌륭하더라도 무제한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다. 꼭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곳을 흉하게 만들어야만 그곳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국립공원이 무슨 자연을 가둬 놓는 동물원도 아니고 아름다움은 반드시 울타리 안에 가둬 놓고 그 안에서 끝낼 필요가 없다는 걸, 미국은 깨닫지 못했다.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인 국립공원에 대한 이 대목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역시 깨닫지 못하는 부분이라 공감이 가는 부분 중 하나였다. 솔직히 미국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콜로라도의 덴버 근처에 있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광활한 부지의 국립공원이 자연 그대로 잘 관리가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빌 브라이슨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물론 그가 방문한 1980년대의 국립공원과 2000년대에 내가 방문한 국립공원이 규모나 관리라는 부분에서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오히려 빌 브라이슨이 언급한 국립공원에 대한 관리와 개발 문제는 한국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공원이라 설정된 지역은 보호되고 있지만, 그 경계를 벗어나면 무분별한 상업적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극과극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들은 하나같이 문 앞까지 가서야 거의 강도 수준인 고액의 입장료를 알려주는 게 정말 싫다. 이런 곳들은 도로변에 미리미리 표지판을 세워 두어야 한다.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4.8킬로미터. 수표책을 준비하세요!"라든지,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1.6킬로미터. 볼 만하지만 더럽게 비싸요!"라든지.(중략) 말이야 바른 말이지 복원된 옛 마을을 두어 시간 걸어 다니는 대가로 24.50달러면 좀 심하지 않나? - p. 151 中에서 - 미국 버지니아 주의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라는 예전 마을의 모습을 복원한 이 곳의 값비싼 입장료에 대한 그의 불만도 위트있게 표현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가 유명 여행지로 쉽게 검색이 되는 것을 보면 인기가 있는 곳임은 확실한 것 같다. 현재 입장료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1980년대의 24.50 달러면 제법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구두쇠인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최대한 아끼려는 아버지 때문에 싸구려 숙소와 공짜 관람지만을 본 것에 대한 그의 불만이 자주 등장하지만, 빌 브라이슨 역시 이렇게 요금이 꽤 비싸다고 생각되면 그는 입장하지 않고 곧바로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우리가 저곳에 간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해외여행이니 아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겠지만, 빌 브라이슨은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국내 여행지의 관람료는 저 가격에 비한다면 대부분 싼 편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쯤되면 이 책이 순수 여행기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의외의 성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내용 역시 빌 브라이슨이 우연히 자신의 친척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데, 이를 읽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접할 수가 있다. 외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은 사실 상당히 쉽다. 카운티 병원에 가면 된다. 별로 유쾌한 곳은 아니지만, 아니, 실은 상당히 우울한 곳이지만 NHS(영국 보건의료체계) 병원보다 더 나쁘지는 않다. 무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미국에는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보험이 없는 인구가 40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 p. 258 中에서 -
아이오와 주의 다모인에서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빌 브라이슨은 '나를 찾는 여행'을 표방하면서 그의 마음에 맞는 완벽한 소도시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특유한 독설로 봤을 때,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도시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기준으로는 필라델피아의 '페어마운트 공원'이 아마도 그의 극찬을 받은 곳이라 생각된다. 심지어 남부 지방에 대해서는 속 터질 정도로 느린 그들의 사투리와 더불어서 아예 여행을 포기할 정도였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소도시는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는 보통의 여행서로 접근하는 것보다 직설적이면서 위트있는 빌 브라이슨의 글을 통하여 그 시기(아마도 1980년대 중반)의 미국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읽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또한 빌 브라이슨의 여정에 등장하는 모든 소도시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도에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파악하게 된다면 유명 관광지 정도로 미국을 바라보던 때와는 달리 지리적으로도 속속들이 미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 시리즈의 문을 연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이 시리즈의 다른 여행기 역시 찾아서 읽게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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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자마자 짧았던 미국 여행이 떠올랐다.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가장 인상깊게 느낀 점은 하늘이 너무 넓다는 점이었다. 오밀 조밀 산도 많고 좁은 땅에 건물도 많아서 하늘 한번 바라보려면 여기 저기 산등성이나 지붕들로 가려지던 좁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광활한 땅 만큼 하늘도 넓었다. 바로 옆 주에 가려면 차로 일곱시간(!!)이나 달려야 했던 나라, 그곳 하늘을 보면서 나는 멀미가 났다.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구불구불 나즈막한 산등성이와 하늘이 어우러지는 우리 나라가 그립던 순간이었다.
빌 브라이슨은 자신의 해박한 지식과 그 만의 독특한 유머를 앞세워서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앞장서서 인도한다. 그것이 때로는 '유럽'이기도 하고, 과학을 탐구하던 '먼 옛날'이기도 하고 때로는 '인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이라는 광대한 땅을, 낡은 시보레 차를 타고 달리며 우리를 그 시절 미국의 작은 소도시들로 이끌고 간다. 그의 책으로는 네번째, 여행기로는 유럽과 영국을 지나 세번째이므로 그의 유머코드는 진작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유머는 웃기고, 그의 해박함과 촌철살인은 인상적이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어머니가 빌려주신 고물 시보레를 타고 미국 48개주 가운데 남부 10개주를 제외하고 모두를 방문하며 2만2495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쓴 글이다. 아이오와주 다모인 출신인 그가 20대 이후의 삶을 보내던 영국에서 중년을 맞이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묘한 향수에 휩싸여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던 곳을 포함해서 미국을 보고싶다는, 미국의 작은 마을들을 여행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여 시작한 여행이었다. 여행 초반의 그의 계획은 할아버지댁에 갈때 늘 이용하던 경로를 되짚는 것이었고, 거기서 그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는 지도를 따라 자신의 추억이 담긴 도시들과, 그간 가보고 싶었던 미국의 소도시,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절대 가보지 않을 것 같은 관광지들을 두루 들러보면서 자신이 머리 속으로 기억하는 미국, 상상하던 미국의 모습들을 체험한다. 가족들과 휴가를 떠나면서 휴가철 행복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하며 다녀도 스몰타운의 이상을 실현하는 소도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하며 이번 여행에서는 이 도시 저 도시의 이상적인 것을 모아 모아서 만든 '모아빌'을 찾아 내리라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빌 브라이슨은 이상적이라고까지는 못해도 썩 괜찮은 도시들도 찾아내고, 흥미로운 것이라고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지루한 도시들도 지난다.
여행을 하면서 그는 예의 그의 블랙 유머를 마음껏 사용하며 자기가 지나는 길들을 묘사하고, 들른 마을들을 소개한다. 반어법과 과장된 유머로 그는 미국의 소도시들이 발전적이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또한 군데 군데 지나게 되는 가난한 마을들을 언급함으로써 부유한 미국이 감추고 있는 속살을 드러내보여준다. 그레이트스모키 산맥과 같은 곳을 지날 때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울타리에 가둬놓는 미국의 국립공원의 구획화와 주변의 무차별적인 개발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미국 대륙이 워낙 광활하다보니 그의 여행의 많은 시간은 고속도로에서 보내게 되는데, 자동차로 미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가도 가도 차한대 만날 수 없는 쭉 뻗은 고속도로를 몇시간씩 혼자 주행하게 될 수도 있고, 모처럼 만난 소도시가 싸구려 기념품들만 가득 찬 기념품가게와 터무니없는 가격을 뻔뻔하게 부르는 모텔이 마을 유일의 숙소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쇠락한 시골 도시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미국이 헐리웃과 디즈니랜드, 라스베거스와 그랜드캐년과 같이 흥미롭고 볼거리 넘치는 관광지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런 관광지들을 가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도시였지만 지금은 오래되고 쇠락하여 중심 상권도 죽어가는 작은 도시들을 지나쳐 가야하고, 유명 작가의 생가가 있어서 힘들게 찾아가보면 도시 전체가 작가에 기댄 흥미로울 것 없는 지루한 관광지들도 지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곳들이 정말로 '미국적'인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라면 적어도 미국의 속살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도, 미국 역사의 한 일부를 담당했던 곳들, 미국인들에게는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곳일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인이 아닌 우리가 이런 곳들에 대한 추억이나 지식, 향수 등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미국만이 아니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내밀한 미국을 보고 싶다면, 고속도로를 좀 벗어나서, 빌 브라이슨을 따라 좁은 국도로 들어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국도를 따라 구불 구불 가다보면, 어쩌면 치열했던 게티스버그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벌판을, 혹은 핸리 포드가 노년에 소일거리로 닥치는 대로 모아놓은 갖가지 풍물이 가득한 핸리 포드 박물관을 만날 지도 모른다. 빌 브라이슨은 끊임없이 투덜거리지만, 그의 모든 행보 속에는 미국의 소도시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0년 전 책이라 이제는 없어진 곳들도 있을 수 있고, 많은 것들이 변했을 수 있지만 빌 브라이슨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여행사가 결코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국, 여전히 옛 모습을 지니고 있는 숨어 있는 미국의 소도시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구글 지도를 찾아보며 이 마을은 어디쯤 위치하는지, 이 도로는 어디랑 이어지는지 찾아보았다. 이만한 방구석 미국여행이 또 없다. 또, 이 책을 손에 들고, 흙냄새 폴폴 풍기며 여기 저기 길도 잃어 가면서 미국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그런 여행도 한번쯤 해볼 일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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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는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역자 후기부터 펼쳤다. 음.. 역자가 캐나다 교포. 그리고 놀랄 일은 원저가 98년작, 80년대말 여행기란다. 이런, 30년전의 미국 풍경, 사람도 분명 엄청 바뀌었을텐데.. 아무튼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첫 문단부터 기대 이상으로 활력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번역도 참 센스있고 찰지게 잘했다. 분명 7080세대의 아날로그 감성 여행기다. 종이 지도로 미리 갈 길을 외워서 집을 나서야하고, 종이 신문을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이 요즘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90년생이나 MZ세대들에게 공감이 갈지 모르겠다. 아니,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는 걸로 보아 종이 지도, 종이 신문을 찾는 젊은 친구도 있을런지 모르겠다. 요즘은 네비게이션에, 인터넷 뉴스에, 테슬라같은 반자율주행 자동차가 유행, 아니, 일반화된 세상에서는 뭔가 다른 세계의 느낌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일들을 까칠하게 예민하게 그리고 통통튀는 감각으로 단어를 잡아 낸다. 돌멩이 미사일이란 단어에 한참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추억과 작은 도시마다 묻혀있던 스토리를 끄집어내어 구수한, 호기심 불러일으키는 진행에 흠뻑 빠진다. 모든 일이 사건처럼. 늘 같은 일일 것 같은 하루가 늘 새로운 하루인 것처럼. 삐딱하게 처신하면 그럴까? 책 제목처럼 발칙한 생각을 하면 그럴까? 읽는 내내 삐끗거리는 사건이나 시각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폭소도 터진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빌 브라이슨같은 친구하고 여행을 하면 재미난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올 것 같다. 미국인들이 보면 미국인이면서 미국에 대해서 불편할 정도로 까발라놨다. 그래서 제목이 '발칙한'이 붙었구나 싶다. 이즘되면 다른 '발칙한' 책도 궁금해진다. 만일 자율주행 자동차로 여행을 한다면 보이는게 많아서 브라이슨은 이 책의 몇 배 두께의 발칙한 소리를 쓰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미대륙 횡단 계획이 있다든지, 없더라도 지도를 펼쳐놓고 대리체험 여행도 멋질 것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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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미국은 약간은 꿈같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재작년에 동생 부부 덕분에 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덕분에 더 꿈같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동생 부부가 살던 부유하지만 심심한 중소도시, 번화한 도시이지만 따뜻한 느낌이 나던 마이애미, 그리고 결혼 전 다녀왔던 패키지 여행에서 들렸던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화려한 뉴욕, 아이들 어릴 때 놀러갔다 온 괌, 신문을 펼치면 항상 등장하는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 할리우드 스타들의 화려한 삶.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이자, 빈부격차가 심하고 총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서운 나라라는 이중적 이미지도 함께 따라온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미국의 소도시들의 삶은 어떨까?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에 붙은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라는 부제를 보니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미국의 소도시의 삶이 궁금했다.
빌 브라이슨은 아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도시 출신이다. 그래서 그는 성인이 되자마자 생기가 있는 곳(런던)으로 떠났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돌아온 고향에서 그는 어머니의 낡은 차를 빌려 어릴 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미국 소도시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 극도로 저렴하게 다녔던 여행에 대한 안 좋은 추억들과 함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도시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내가 봤던 미국의 화려함과는 전혀 반대의 소도시들의 모습에 살짝 충격도 받았다.
그러나 중반부부터는 빌 브라이슨이 묘사하는 소도시의 모습이 조금씩 경쾌해진다. 실제 만난 도시들의 모습이 처음에 만났던 도시들보다 나아서인지, 아니면 여행을 하며 빌 브라이슨의 기억 속에 감춰져있던 어린 시절의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들이 조금씩 해제되어 흘러나왔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지루한 소도시들을 다니며 빌 브라이슨은 '모아빌'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상적인 소도시를 찾으려 한다. 거의 '모아빌'이라고 생각되는 도시를 몇 군데 만났지만, 저자는 자신이 찾던 '모아빌'을 찾았다고 확언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여행의 끝자락, 디모인에 돌아가기 직전 갑자기 이 여행이 끝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자가 찾고 있었던 '모아빌'은 자신이 고향 디모인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여행기를 읽으며 그렇게 추억할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리고 힘든 여행이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에 온 가족이 미국 전역으로 휴가를 떠났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 그가 여행을 하며 살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빌 브라이슨의 추억 여행 덕분에, 나도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아이들에게 더 많은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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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소개
빌 브라이슨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타임스』와 『인디펜던트』의 기자로 일했다. 유럽을 여행하다 영국의 매력에 빠져 스무 살부터 20년을 거주, 미국으로 돌아가 15년을 살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제2의 국적을 갖게 됐다. 그는 2005-2011년 더럼 대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왕립협회 명예 회원이기도 하다.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다 [예스24 제공]
#여행에세이 #빌브라이슨발칙한미국횡당기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
까칠함을 따라올 자 없는 독보적인 브라이슨 아저씨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 때문인지 뭔가에 홀린듯 흡입력있게 빨려들게 만드는 그의 여행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미국 48개 주 중에서 10개를 제외한 나머지 주를 자동차로 일주하며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가며 미국 소도시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미국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자동차 일주이기도 하다.
저질 체력에 배낭여행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서부 시애틀에서 시작해 남부 동부로 이동해 뉴욕까지 자동차를 렌트해 여행을 다녀보고 싶었다.
사막과 협곡, 벌판의 드넓게 펼쳐진 서부보다 동부로의 여행이 제법 재밌게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건 나쁘지 않아보인다.
세인트루이스 도심을 지날 땐 왠지 모를 위협적인 위험 요소가 있어보이나 소도시로 들어가면 좀 더 컨트리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만 같다.
그리고 낯선 이방인의 느낌이 더 물씬 풍겨져오는게 썩 나쁘지 않아 이마저도 즐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구글맴을 참고해 관심가는 소도시들의 풍경을 살폈다.
30년도 훌쩍 지난 미국의 소도시 여행을 새삼스럽지만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상적인 소도시의 풍경을 나도 쫓게 된다.
집은 전체적으로 허름했는데, 그 집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이 지역 문단의 소유이고, 그 가난한 문인들이 최선을 다한 게 그 정도라면 썩 불만은 없겠다. 그런데 실은 이 집은 한니발 시청 소유이며, 매년 13만 5000명이나 되는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한니발의 작은 금광인 셈이다. p54
남쪽 한니발 방향으로 약 65킬로미터를 달리면 마크 트웨인의 소년 시절 집을 볼 수 있다.
입장료 2달러가 아까울 정도로 실망스러워 어안이 벙벙해진다.
방마다 전선과 스프링클러가 어정쩡하게 불거져 보이며, 누나 방의 합판으로 된 파티션도 눈에 거슬리며 창문에 붙어 있는 녹음된 설명이 흘러나오는 게 어설픔을 더해주는 듯 보인다.
이름부터 기대를 주는 스프링필드는 또한 어떻고..
시적이고 푸른 초원과 시원한 물을 떠올리는 이름과는 달리 온통 주차장과 높은 빌딩, 쇼핑몰과 주유소로 둘러쌓여 그리 매혹적이지 못하다는 그의 투덜거림이 이어진다.
이쯤되면 그가 찾는 완벽한 소도시가 과연 어디에 존재할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다행히 무성한 녹음이 길게 뻗어 있는 사바나의 경치를 보며 도심 한가운데 우림을 만족해 한다.
스패니시 모스로 녹음이 짙은 나무에 라파예트 광장에 서 있으면 고딕 양식의 첨탑을 자랑하는 성당이 서 있고, 200년도 더 된 빛바랜 벽돌 주택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을 보며 완벽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에 나도 함께 안도해 했다.
모범적인 커뮤니티가 정갈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체스터타운은 나도 굉장히 궁금했던 곳이었다.
잘 가꾼 공원과 도서관, 영화관도 영업중이고 한적하면서도 평온하고 매혹적인 요소들로 근사함을 이루고 있을 것 같아 한달 살이 정도로 살아봐도 좋을 법 해 보인다.
나는 아직도 뉵욕이 무서웠다. 타임 스퀘어로 걸어가는데 이런 위협이 느껴졌다. 뉴옥이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 살인사건과 거리의 범죄에 대해 너무 많이 읽어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사람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었따. p194
부랑자가 3만 6천명인 뉴욕에서 강도를 당하지 않아 기쁘고, 살해 당하지 않아 더 기쁜 마음인 그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 그 곳을 무사히 여행할 수 있길 함께 바래고 있었다.
번쩍이는 불빛과 번잡함 속에 광고로 번쩍이는 물결이 건물 벽면에 가득하고 진기하고 예측불가능한 이 곳에서 신나고 자극적인 뉴욕의 풍경을 단 하루만이라도 보고 느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무섭지만 가히 매력적인 도시 아닌가 싶다.
좋았다. 다락방과 고물상의 만남이랄까. 마치 보물찾기의 달인이 전국의 수집할 만한 유품들을 죄다 뒤져서, 훌륭하고 근사하여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미국적 삶의 모든 것을 이 한 곳에 결집한 것 같았다. p242
둘째 아이가 좋아할 만한 헨리 포드 박물관.
수집가로서의 그의 만목에 대해 존경심을 느끼게 하는 이 박물관의 기념품들을 살펴보고도 싶고 미국인 80인의 집들을 모아놓은 타운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싶다.
이런 집들을 보며 당시 미국의 상업적 혁신이나 풍요를 가져다 준 이들과 현대 생활의 편리와 기쁨이 중서부 소도시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빌 브라이슨이 말한 대로 깨닫게 될 수 있는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도로변 도랑의 풀을 베고 남은 자리에는 깨진 병조각들이 반짝였고, 길을 따라 늘어선 도로 표지판은 총탄 자국으로 숭숭 구멍이 나 있었다. 존 덴버가 그토록 노래하던 콜로라도는 전혀 아니다. p289
산이 전부일 줄 알았던 콜로라도는 평평한 대지와 후줄근한 작은 시골 마을들이 이어져 있는 풍경이다.
가난한 사람과 개들은 왜 그리도 득시글거리는지.
덥고 먼지만 뿌연 마을들, 앙상한 개들이 우글거리는 극장가, 싸구려 식당과 허름한 주유소일 뿐이라는 아저씨의 말이 제발 실제와 달랐으면 좋으련만.
미국의 어딘가에는 있을 단정하고 햇살이 찬란한 작은 도시들.
가로수가 늘어선 상점 주인들이 인사하고 우아한 녹음이 잠자는 근사한 집들.
나무가 우거진 주택가가 있는 그런 곳.
빌 브라이슨 그가 찾는 완벽한 소도시를 나도 같이 찾고 있었다.
투덜거림과 시비가 난무하는 책 너머의 그의 모습이 가까이 보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그의 까탈스런 여행을 간파하고 예상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빌 형님의 여행기를 찾아 읽게 되는 묘한 매력에 끌릴 것이 분명하다.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칭호에 걸맞는 그의 감성이 담긴 여행 이야기를 말없이 쫓아가다보면 까대는 모습 또한 익숙해지고 낯선 미국의 소도시가 눈 앞에 펼쳐지니 꽤 근사한 여행을 한참이나 떠난 기분이 든다.
그와 함께 적당히 까대면서 완벽한 소도시를 찾기 위한 여정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보시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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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지원 도서입니다
세상만사 이렇게나 불만이 많은데 어떻게 집 안에 안틀어박혔을까? 영국에, 미국에, 애팔레치아 산맥 여기저기, 그 밖의 여행책은 안봐서 모르지만 이미 읽은 세 권만으로도 엄청나다.
개고생 여행을 참말 쏠쏠하게도 다닌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유전(?)이었던 것인가. 아주 어려서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강제 동행해야만 했던 빌 브라이슨의 초년 휴가 얘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대공황의 아들인(우리로 치면 6.25 세대 같은 느낌일까??) 빌 브라이슨의 아버지는 주머니 쌈짓돈 가득 모아두고도 여름만 되면 빈털털이 흉내를 내며 여행을 강제한다.
"호텔 가요, 맛있는 거 먹고 깨끗한데서 자요, 돈도 팍팍 쓰고 좋은 거 구경해요!"
자식들이 사정사정을 해도 무시하는 아버지, 얌전한 어머니는 지도를 펼쳐 조용히 거들 뿐. 엥간히 길치인 아버지 덕분에 빌 브라이슨은 멀미하는 누나와 영재지만 살짝 추잡스런 형님과 함께 사서 고생을 한다. 고단하게 미국 여지저기를 헤매고 다닌 그 시절이 지긋지긋하고 고향이 지루해서 성년이 되자마자 집을 떠났던 그. 중년의 초입에서 말할 수 없는 향수를 느껴 고향을 찾는다.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지금 다 늦게 그때 그 시절 여행길을 반추해 보고 싶어지는 건 매키낙 섬, 로키 산맥, 게티즈버그 등지를 둘러 보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는 건 그러니까 "재발견 여행"이라 불리는 모든 작가들의 고질병에 빌 브라이슨이 전염된 탓이란다.
"여행하고 싶었다. 미국을 보고 싶었다. 집에 오고 싶었다."(p22)
아이오와 주 디모인의 아들은 지나치게 길었던 영국 생활을 뒤로한 채 미국 38개 주 2만 2495킬로미터를 뛴다. 물론 본인 다리로 뛴 것은 아니고 어머니가 빌려주신 고물 시보레 슈베트로 뛴다. 빌 브라이슨이 서른 여덟이던 해였고 자그마치 80년 대 말의 미국이었다. 가이드로서 이 책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그런 얘기가 되겠지만 애시당초 빌 브라이슨을 가이드 삼아 여행하겠다는 독자는 없을테니 아무 상관없겠지?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가 되기 전의 빌 브라이슨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 더 젊은만큼 더 패기 넘치는 불평불만으로 독자를 웃긴다고 장담한다. 당시 만연했던 남부의 인종차별이 (대학생 아이들이 흑인차별 반대하다 살해 당하던 시절ㅠ.ㅠ) 피부색을 달리해 여전한 것이 떠올라 씁씁해지더라는 감상을 마지막으로 아니 참!!!!!! 닙이라는 말린 감초 맛이 나는 사탕에서 한국전쟁 얘기가 뜬금 등장하는데 이걸 반가워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헷갈리더라는 감상을 마지막으로 리뷰 종료 땡땡땡~ . . . . 은 아니고 추가 감상 ㅋㅋㅋㅋ
빌브라이슨의 투덜투덜은 웃기다. 안심각하게, 미간을 찌푸리는 일도 없이, 상당히 싱거우면서 별 뜻 없이 웃기다. 피식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몇 페이지 더 넘기다 문득 깨닫기 전까지는.
호옥시 별 뜻이 있었나??
노인, 빈곤층, 소수인종 혹은 다수인종, 지역 격차, 그밖의 갈등. 과연.. 심각한 내용을 지나치게 후딱 지나쳐버렸다는 느낌이다. 페이지가 멈칫하고 앞장으로 넘어갈까 말까 잠시 고민도 한다. 그 순간 다시 한번 드는 생각, 어쩔 이 장면에서 웃은 거 나 좀 실례였던 것 같애;; 그러니까 빌 브라이슨이 콕 집어 비꼬는 사람이나 상황이나 장소나 시간 같은 대상들에게 말이다. 친구랑 뒷담화 하다가 순간 찾아온 정적마냥 잠깐 어색하고 잠깐 머쓱하다.
근데 아시다시피 뒷담화라는 게 또 상당한 매력이라;;; 그리고 이 책은 무진장하게 앞담화기도 해서;;; 뭣보다 악의라곤 한톨도 안느껴지니까 쥐톨만한 독자의 양심쯤 살포시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아,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 그리고 다시 웃음폭발 호옥시? 에라 전진 줄기찬 반복. 빌 브라이슨의 책은 내내 이런 식으로 읽히고 실은 그게 가장 큰 매력 같다. 길티플레져 같은 책이라는 게 제일 정확한 표현일 듯. 하여튼, 그래서, 이번에도 무진장 재미있었다는 거 ㅎㅎㅎ 나를 부르는 숲도 얼른 완독해야 하는데, 이 얘기 저번 발칙한 영국 산책 때도 했던 것 같은데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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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1951~ )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 살며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런던 타임스와 디 인디펜던트의 기자로 일했다. 시니컬하고 말 많은 아저씨다. 이 책은 그의 여행기 시리즈의 첫 책인데, 원작은 <The Lost Continent>이다. 1989년 저자가 38세에 발행되었다. 30년이 훌쩍 지나 지금은 저자도 70세가 다 되었으니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1980년대 미국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겠다.
여행은 저자의 고향인 아이오와 주의 디모인에서 동부로 한 바퀴 돌고, 다시 서부로 한 바퀴 도는 코스이다. 동으로는 미시시피강을 따라 남으로 향하였다가 동쪽에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갔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서쪽으로는 디모인에서 출발해 네브라스카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서쪽 끝까지 간 후에 다시 북으로 올라가 디모인으로 돌아온다.
어릴 적 아버지가 운전하며 식구들과 함께 여행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어가는 여행이다. 아버지가 말이 많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시시콜콜하게 시비를 거는 빌 브라이슨 역시 만만치 않다. 부전자전이다. 어찌 그렇게 사소한 것 까지 관찰하는지 놀랍다. 사람들 말투, 옷 차림새, 인상, 태도 모두 세세히 관찰하고 시비를 건다. 사람뿐 아니라 도로변에 있는 표지판, 사적지 안내문에서 띄어 쓰기가 틀리거나 스펠링이 틀린 것을 보면 매우 시니컬해진다. 함께 여행했더라면 굉장히 피곤했거나 굉장히 즐거웠거나 하겠다.
툴툴거림의 연속이지만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감동한다. 디어본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은 포드가 말년에 온갖 것을 수집해 모아둔 곳이라는데 까다로운 저자가 매료되었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소품부터 에디슨, 파이어스톤, 라이트 형제의 주택과 작업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고하니 그 규모도 엄청날 것 같다.
이 까다로운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으나 대체로 동네는 예전 모습을 갖추고 있거나, 그 동네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곳을 선호하는 듯하다. 쇼핑몰이 즐비한 곳은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번역이 압도적이다. 모든 폭소의 근원은 잘 된 번역에 있지 않을까한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생가로 가는 길을 묻자 관광 안내소 여자가 하는 사투리다. "광장에 주차했어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 사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강장에 두차해쓰?" "네." "조아, 검 차 타구 강장을 빠져. 대핵교 바냥으루 반대루 빼. 셰 코슈가믄, 쉬노등셔 언쪽 돌구, 언더글 내뎌가믄 어가 어이다, 알쓰?(88)" 이런 센스있는 번역은 처음이다. 미국인들만의 유머에 코드가 맞지 않으면 하나도 웃기지 않을텐데 우리말로 엄청 웃기게 번역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번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도 한 장 없고 사진 한장 없는 여행기를 상상이나 했을까마는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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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빌브라이슨의 미국산책>, <빌브라이슨의 미국학>을 통해 그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비꼬기 문체의 매력을 알고 있는 터라 기대감을 갖고 < 빌브라이슨 발칙한미국횡단기> 개정판을 만났다. 1989년에 첫 출간된 책이 절판되지 않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건 그만큼 꾸준히 찾는 독자가 있다는 것일테고 역시나 기대에 부응할만큼 재미있어서 마치 투덜거리는 빌브라이슨의 낡은 차에 얻어타고 먼지 풀풀 날리며 수십 개의 주를 지나며 함께 미국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빌브라이슨은 스포츠 칼럼니스트였던 아버지의 일을 구실로 또 가족 여행으로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다녔던 미국 여행의 기억을 가지고 미국의 여러 주와 도시들을 방문하며 지난 기억에 비추어 회상하기도 하며 중년이 된 그의 눈에 비친 미국 도시들의 시시함을 포장없이 토로하기도 한다. 미국에 일말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던가 이미 그 주의 소박한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해당 도시들을 너무 냉소적으로 까발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인이었던 그가 나중에 영국 국적을 취득해 영국에서 작가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방식이 고상한 척 하는 영국인들의 눈에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장시간 운전하는 아버지 뒷자리에서 삶은계란에 성냥을 꽂아 던지며 불꽃을 일으키며 차들을 위협하는 장난을 치는 그와 형누나, 제일 싸구려 숙소를 선택하며 나쁜 소풍 장소를 고르는데 탁월한 본능을 갖고 있다는 그의 아버지와 바람이 세차게 불어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종이접시를 쫒아다니는 어머니, 지루할 정도의 장시간의 운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 마녀의 집이나 꼬마 유령 캐스퍼 모양의 도깨비 동굴이라는 광고판에 혹해 고속도로에서 차를 돌려 기대감을 갖고 일부러 방문한 동굴이 실제로는 광고와 달리 시시하고 뻔한 종유석과 석순 모양이라 바닥에 주저 앉아 울던 자신과 누나의 기억이라던가 완벽하게 아름답거나 행복하지는 못했지만 자꾸 그가 꺼내는 과거의 이야기는 그 내용과 달리 따뜻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현재 중년이 된 그가 홀로 방문하는 그 도시들은 과거와 비추어 크게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38개 주를 운전으로 도는 동안 미치도록 지루한 장시간의 운전으로 별의별 생각에 빠지고 10초 전 광고를 잊어버렸을까봐 똑같은 광고를 또 틀어대 미치게 본인의 엄마 집에 깔린 바닥과 동일한 걸 깔아둔 특색없는 마트코웨인 생가를 방문해 영혼없이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도시의 유사한 몰 형태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버지가 어릴 적 데려갔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헨리포드 박물관은 여전히 그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안개에 쌓여 며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랜드캐니언 때문에 실망한 신혼 부부 앞에서 30초 정도 걷힌 안개 사이로 그랜드캐니언을 보는 행운을 누리며 세상에는 너보다 더 못한 사람이 있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빌브라이슨은 어릴적 TV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았던 완벽하게 평화롭고 여유로웠던 그 도시가 실제로 있는지 찾았지만 여행 내내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실망하며 그 도시를 찾지는 못하고 투덜거리며 시니컬했다. 그런데 여행을 거의 마칠 무렵 자기 고향 아이오와 주 디모인 근방의 스톰레이크에 와서 그는 그 완벽한 도시를 찾은 것 같은 분위기에 감격해 한다. 책 처음에는 특색없고 뻔하며 지루한 도시인양 소개했던 고향이 긴 미국 여행을 마치고 다시 보니 아름다웠음을 새삼 알아차린 것처럼 보인다. 파랑새를 찾아 힘들게 헤맸으나 파랑새가 사실 집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 혼자 여행하면서 마주치는 도시에서 실망하고 투덜거리는 가운데 튀어나오는 능청스러운 유머가 사실은 돌아갈 수 없는 어린시절 그 시간에 대한 아쉬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만 같아서 새삼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웃다가 아련하게 마음이 사르르해졌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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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마음에 든다. 디자인과 오렌지색이 정말 찰떡으로 잘 어울린다!
미국하면 떠오르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느낌과 달리 첫 시작부터 나오는 아이오와는 어떤 특징도 없이 드넓은 옥수수밭이 펼쳐진 그야말로 지루함의 연속인 광경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예전에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았던 황량한 옥수수밭이 떠오르면서 이곳을 떠나고 싶어했을 작가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본격적으로 빌 브라이슨의 미국 소도시 여행기가 시작된다.
책 처음 시작할때 작가가 보였던 무심한듯 불만있는 태도가 책을 덮을때쯤 좀 더 따뜻하게 변해있는 걸 보니 괜히 뭉클하기도 했다. 여행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여행기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정들을 이 책에서는 많이 느낄 수 있는 것도 매력이겠다. 코로나가 길어져 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행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몇 년동안 해외여행은 어려울 거 같아 더 답답한 마음이다. 국내로 조심히 가볍게 여행을 다니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렇게 여행관련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보고만 있어도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과 이야기가 가득 실린 책은 이미 많다. 사진도 없고 좋은 이야기로만 가득한 여행기는 아니지만 이런 시기에 옆에 두고 빌 브라이슨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보는 건 분명 재밌는 일이 될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