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라다 마하의 소설집 중에서도 평이 좋은 작품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수록된 7편의 단편소설은 약간 레트로 풍의 애틋한 이야기들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각 편의 주인공들이 풀어놓는 소박한 염원은 나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읽고 있노라면 어쩐지 눈물이 핑 도는 부분이 있다. 그다지 슬프거나 가슴 아픈 에피소드도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했더니, 이건 대부분 엄마와 딸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재미와 감동을 떠나서 가슴 깊은 곳에 감춰져있던 스위치가 눌린 듯한 기분이랄까, 감성을 건드리는 섬세한 표현에 한편을 읽고 나면 다음 편으로 넘어갈 때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한 묘한 여운이 감돈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나름대로의 위안을 받을 법한 소설집이다.
시대가 어떤 먹구름으로 덮여도, 당신이라는 별은 변함없이 빛난다-
時代がどんな暗雲におおわれようとも、あなたという星は輝きつづける――
■ 춘희 椿姬 La traviata
광고대리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20대의 디자이너 카스미. 뜻하지 않은 임신을 알리자 거래처 임원인 불륜상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술비를 건네고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라는 냉랭한 반응뿐이다. 문득 산부인과에서 마주친 10대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한다.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친구인 듯한 소년의 손에는 빨간 동백꽃이 쥐어져 있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기를. 아무튼 건강하다면 그걸로 됐으니까.
あんまり無理しすぎないように。とにかく元氣なら、それでいいから。
■ 동이 틀 때까지 夜明けまで Before the Daybreak Comes
30세가 된 히카루는 유명한 여배우를 엄마로 둔 덕분에 아빠를 몰라도 학창시절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으나 성인이 된 이후로는 누구의 딸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를 원해 아프리카 봉사단체에서 일한다. 갑자기 날아든 엄마의 부고. 마지막 유언에 따라 엄마의 고향이라고 생각되는 큐슈의 작은 마을 ‘요아케夜明‘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먼동이 터올 때 엄마는 길을 떠나셨다. 이제 오직 혼자서, 히카루도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
夜明けとともに、母は旅立っていったのだ。今たったひとり、ひかるも旅立とうとしている。
■ 별 하나 바라는 기도 星がひとつほしいとの祈り Pray for a Star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35세의 후미카는 일 핑계로 출장을 간 마쓰야마에서 애인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 싶었지만, 처자가 있는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결국 혼자 도고온천으로 향한다. 여관에서 느긋하게 마사지를 받기로 하는데 맹인 할머니 안마사는 뭔가 기품이 느껴지고, 그녀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전쟁은 일본인의 삶에도 참담한 아픔을 안겨주었으니...
단지 한 가지만은 갖고 싶었다. 닿을 수가 없었던, 바로 그 별.
たったひとつ、ほしかった。屆くはずのなかった、星。
손과 손을 잡으면 모두가 행복해
手と手をつなげばみんな幸せ
■ 샛길 寄り道 On Her Way Home
하구와 나가라는 40대를 바라보는 독신의 커리어우먼으로, 항상 함께 여행을 다니는 친구사이다. 이번의 여행지는 아키타현의 오가반도男鹿半島. 박력 넘치는 간토 마츠리를 보고, 다음날은 시라카미 산지白神山地 투어를 신청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아오모리현에서 아키타현에 걸친 산악 지대로 일본 최대의 원생적인 너도밤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홀로 투어버스에 오른 검은 슈트의 젊은 여성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혼자서 열심히 힘을 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가끔은 돌아가는 길도 좋은 거야.
ひとりでがんばって、やれることやって、ときどき寄り道するのもいいもんだよ。
길을 잃어도 괜찮아. 그것이 인생인걸.
迷ってもいいじゃない。それが人生だもん。
■ 제창 齊唱 The Harmony
싱글맘으로 외동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40대 여성 아즈사. 딸 유이는 철들기 시작한 후 벽을 쌓기 시작했다. 마음을 주지 않는 유이가 갑자기 중학교 자유학습을 위해 여행을 가자고 먼저 제안해 온다. 다른 곳을 마다하고 니가타현의 낙도 사도가시마佐渡島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곳에 따오기(도키)가 있기 때문. 어렸을 때 새를 키웠던 유이가 유일하게 관심을 표명한 것이니만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섬주민의 아들 료타의 도키를 부르는 소리가 야생의 넓은 부지에 울려 퍼지고, 유이의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이 섬 어딘가에, 살그머니 불을 밝히고 있는 생명의 불빛이 있다.
この島のどこかに、ひっそり点り續ける命のともしびがある。
■ 나가라가와 長良川 River Runs Through It
50대에 접어든 다카코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반년 후, 딸과 예비 사위와 함께 기후현의 나가라가와長良川로 여행을 왔다. 일찍이 남편과 신혼여행으로 방문했던 곳, 남편이 죽기 전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만 이곳. 대학에서 하천과 다리를 연구하는 강사였던 남편이 제일 좋아하던 곳. 특별한 추억이 담긴 강변에서 어느덧 자신이 결혼했던 나이로 자란 딸과 사람 좋은 사윗감과 보내는 여름밤은 쓸쓸하면서도 다정한 시간이 흐른다.
허전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했으면 좋겠어.
寂しくなるかもしれないけれど。第二の人生、始めてほしいんだ。
■ 잠수교 沈下橋 Lorelei
고치현 시만토가와四万十川 근처의 식당에서 일하는 59세 독신녀 다에는 유명한 가수 아토 유메가 대마로 경찰에 쫓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한다. 사실 유메는 다에의 의붓딸이었다. 재혼으로 얻게 된 딸 열세살 소녀는 싹싹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키우는 5년간 다에에게 행복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그저 남편과 아내와 딸이 함께 이루는 평범한 가정을 원했던 다에.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할 때는 고등학생이 된 유메가 등을 밀어주었다. 헤어질 때 불러준 유메의 노래는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이 다리가 되면 돼. 폭풍우 땐 물에 잠긴 채 꾹 참고 견디는 다리. 하늘이 맑게 개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잠수교가.
この橋になればいい。嵐のときには水に沈み、じっと耐える橋。空が晴れ渡れば、再び姿を現す沈下橋に。
누구나 가슴 속에 별 하나를 품고 산다. 어떤 이는 사랑을, 누군가는 행복을, 평화를, 또는 일의 성공을 꿈꾼다. 저마다 각자가 원하는 별에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손에 넣고 싶은 별이 하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실한 삶이 되지 않을까.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인류의 역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이어져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강물에 비친 별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기도가 담겨있다. 나 역시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을 별님을 찾으며 오늘도 착실하게 시간을 쌓아가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