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물질이 시대를 지칭하던 시대
직립 보행을 시작했으며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유인원(類人猿)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하빌리스라는 최초의 호모(Homo) 속(屬)이 분화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호모 속은 기초적인 도구를 제작한 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그렇지 못했다는 가설” [p. 30]이 유력하지만, 이 가설은 도전1)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인류의 시작이 도구의 제작과 함께했다고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배우는 시대 구분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석기(구석기,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는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물질이 큰 역할을 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라 생각한다.
석기 시대라고 하면 돌을 물리적으로 쪼개는 것만 떠올리기 쉬운데,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의 필리페 나탈리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금의 중동 및 지중해 연안인 레반트 지역에서 전기 구석기 말기(약42만~20만년 전)에 석영의 일종인 수석(燧石)으로 체계적인 석기가 제작되었다고 보고2)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석기 시대 도구는 재료의 형태를 바꾸는 정도에 그쳤다. 따라서 물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첫 번째 큰 변화는 재료의 물리적 성질을 바꾼, 점토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초기 인류는 수석과 규질암에 열을 가하면 쉽게 쪼개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점토는 인류가 물성을 처음으로 변화시킨 물질은 아니다. 하지만, 재료의 특성을 완전히 바꿔 중요한 기술 발전을 이끈 첫 사례이므로, 그런 면에서 보자면 최초의 인공 물질이다.” [p. 35]
다 알고 있겠지만, 석기시대라고 해서 석기만 쓰인 것이 아니라 뼈를 사용하는 골각기(骨角器)나 점토를 이용한 토기나 상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도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청동기 시대에도 반달 돌칼 같은 농기구 등에 석기는 여전히 사용되었던 것처럼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라고 해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존 물질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물질이 추가되어 보다 다양한 물질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문명의 발달은 물질의 다양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귀중품에서 일상품으로
“철을 일컬어 수메르인은 “천국의 금속”이라 부르고, 이집트인은 “천국에서 온 검은 구리”라고 부른 것을 보면, 이들은 철이 하늘에서 내려온 물질임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근동 지역의 고대인은 철이 신의 거주지인 천국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해서 철을 금보다 더 귀하게 여겼다.” [p. 108] 하지만 철이 철광석 제련법의 발견으로, 유리가 가마 성능의 개선과 유리불기법의 등장으로 각각 진귀한 재료에서 상용 재료로 변하면서 인류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대장장이 등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가며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해당 재료의 가격은 곤두박질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도 “재료는 채취에서부터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까지의 경제성에 비례해서 인류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p. 152]고 말한 것이 아닐까
‘돌’에서 ‘실리콘’까지, 세상을 바꾼 물질들의 역사
저자는 이 책, <문명과 물질>에서 ‘돌’에서 ‘실리콘’까지 다양한 재료를 역사가 발전해온 순서대로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물질에 대한 단순한 고찰이 아니라 물질의 관점에서 본 세계의 역사인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속이 분화되어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천연자원에 만족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혹은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우연히 발견한 물질, 그리고 이미 알려진 물질들을 가공하고 응용하면서 문명을 형성하고 이끌어왔다. 물질이 문명을 형성하고, 그 문명이 다시 물질을 만들었다고 할까? 이 책을 읽다 보니, 건축가 이상현 교수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의 말을 변형하여 “그들이 건물을 빚어내고, 건물은 우리를 빚어낸다3)”고 말한 것이 절로 떠오른다. 묘하게 건축과 인간의 관계가 떠오르는 물질과 문명의 관계였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
인류가 열을 가해 최초로 만든 물질은 무엇일까? 바로 '점토'다. 이 책은 돌, 점토, 구리, 청동과 같이 고대에 발견한 물질부터 시멘트, 실리콘, 폴리머 등 비교적 현대에 발견한 물질까지 문명과 물질이 함께 진화해온 역사를 이야기한다.
저자 스티븐 L. 사스는 미국 재료공학자다. 그는 뉴욕시립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소재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7년부터 2008년까지 코넬대에서 재료공학을 가르쳤다. 그의 유일한 원서 〈The Substance of Civilization〉은 1998년에 나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질은 국가의 운명 뿐만 아니라 국가가 번성하고 몰락하는 시기도 규정한다. 가령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처럼 특정 시대를 지칭하는 용어에 물질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보라. 이는 인류의 문명사에서 물질이 밀접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책은 “물질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왔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저자에 의하면 초기 인류는 모두 어쩔 수 재료공학자가 되어 근처에서 발견한 물건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개선해야 했다. 초기 인류가 사용했던 도구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를 비교해보면, 특정 물질을 사용하지 못할 때 우리 삶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를 알 수 있다.
이렇듯 물질과 문명사는 서로 맞물려 있다. 어떤 물질은 농업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대제국을 건설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또한 불가사의한 건축물을 지었는가 하면, 과학혁명을 촉발하기도 했다.
가령 그리스는 아테네 은광 덕분에 페르시아의 에게해 진출을 막았고 알렉산더 대왕은 트리키아에서 추출한 금으로 전대미문의 대제국을 건설했다. 중국이 발명한 종이·나침반·화약은 무역과 탐험 같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외 책은 항공기나 테니스 라켓, 낚싯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을 구성하는 물질을 기술 발전의 역사와 함께 설명한다.
비록 저자는 금속과 세라믹에 관심이 많은 재료공학자이지만, 고고학과 역사학에 관해 공부하고 참고문헌을 찾아 물질과 역사를 하나로 묶어 큰 흐름을 서술했다. 책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물질을 둘러싼 인문학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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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라는 것을 얘기할 때 정신적 구조와 물질적 구조를 모두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상부구조, 하부구조라는 말로 달리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분명히 나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물질적 배경이 없이 정신적 발달이 가능한지부터 의문이다. 어떤 사상의 배경에는 분명 그 시대가 달성한 물질적 수준이 있었고, 그것에 대한 반영, 혹은 반성이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문명의 수준을 밝혀내는 데는 그 시대의 물질적 성취를 바탕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물질적 구조, 내지는 물질적 성취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물질(substances)’가 존재해야 한다. 어떤 물질, 재료를 이용하여 그 문명을 일구었냐가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와 같이 구분하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우리의 문명은 재료의 발달과 함께 해왔다.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티븐 L. 사스의 《문명과 물질》은 바로 그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낸 물질, 재료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돌과 점토의 시대부터 실리콘의 시대까지 역사를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재료들이 어떤 성질을 갖는 이유와 기술적 혁신을 통해 그러한 재료를 개발해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 설명에는 다분히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이 적지 않아서 해당 분야에 익숙하지 않으며 다소 따분하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냥 쉽게 쉽게,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다양한 독자의 수준에 맞추어 그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로는 전공의 수준에서는 훨씬 더 어렵게 설명해야 하는 것을,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애를 쓴 흔적이 다분하다. 그래서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인류 문명의 바탕이 되어온 재료들의 변천은 단선적인 것은 아니었다. 최초의 재료로 여겨지는 게 돌과 점토였고, 그 이후로 구리와 청동의 시대, 철의 시대가 왔고, 강철이 등장하고, 유리가 만들어져 이용되고, 콘크리트가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알루미늄과 백금이 등장하고, 고무와 플라스틱이 현대 문명의 모습을 일신하고, 실리콘이 첨단 현대 문명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돌과 점토(세라믹)를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으며, 강철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구리를 이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러고 보면, 문명의 발달은 물질이나 정신의 대체가 아니라 다양한 물질을 이용할 수 있고, 더 다양한 사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티븐 L. 사스는 다양한 물질(재료)에 대한 기술 혁신을 다루면서 “발명이 시대의 요구와 기술자들의 창의성이 서로 활발하게 맞물리면서 나타난다”고 쓰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티븐 L. 사스는 이 과정과 결과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철기와 강철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철광석이 발견되었음에도 인류는 오랫동안 철을 이용하지 못했다. 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탄소를 넣어 주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온도를 달성하기가 힘들었으며, 또 다른 필요한 과정을 알아내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옛날의 기술혁신자, 즉 대장장이들은 자신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철을 장시간 가열하는 동안 탄소가 철에 흡수되는 것이 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도(그들은 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 과정을 훌륭해 해냈다. 또한 현대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강철이 개발되는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실패와 성공이 반복되면서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고, 그 용도가 다양해졌다.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이 혼합되면서 활용도가 높아졌고, 그것들이 우리의 문명이 지탱하고 있다.
우리의 문명은 현재 전환기에 있다. 숯이 고갈되면서 석탄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지만, 이제 우리는 그 석탄과 석유가 고갈될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재료가 필요해질 것이고, 그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물론 그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역사 속의 문명은 그 모습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것 같지만, 실은 그 안에서 무수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문명은 수명을 다하고 다음 문명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현대 문명도 그렇다. 우리가 이용해온 물질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가 거쳐 온 문명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현대 문명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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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에 나온 저서를 이제야 번역출간한 이유는 책을 읽어 가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출간된게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물질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왔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이는 러시아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계속적인 질문과 답을 요구한다. 우리의 역사는 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 등 물질(돌,금속)에 따라 구분한다.이것의 의미는 물질이 역사의 흐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시대를 바뀌게 하는 큰 흐름에 물질이 존재하고 관여했다는 것이다. 즉 물질은 시대와 국가의 운명뿐 아니라 국가가 번성하고 몰락하는 시기를 규정한다는 것이 다.성경에도 물질과 인간의 운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책에는 여러 물질이 등장한다.돌,석기,청동,철,강철,알미늄,금,은,유리,다이아몬드,실리콘,고무 등등.이중에서 본인은 철과 강철이 참 매력적인 금속이라 생각하게 되었다.철이 금보다 비싼 시절이 있었다하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 강철을 의미하는 단어 '스틸still'은 '단단하다'는 뜻의 고대 게르만어 `스타stah' 혹은 `스테그 steg`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지금도 철이나 강철은 힘을 상징한다.나치는 선전 활동을 펼 때면 `철권`이라든가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와 아돌프히틀러 Adolf Hitler가 파시스트 국가의 힘을 보여주려 맺은 강철 조약을 자주 들먹였다.미국의 위대한 야구선수 루 게릭Lou Gehrig은 꾸준함의 대명사였기에 `철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리고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주가슈빌리Iosif Vissarionovich Dzhugashvili는 자신의 이름을 `강철`이라는 뜻의 `스탈린Stalin`으로 바꾸고 소련을 그 이름에 걸맞은 방식으로 통치했다. (본문 122p) ... 철보다 더 강하고 단단한 강철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대장장이들이 기울였던 노력은 처절하 리만치 고되고 힘들 시간의 연속이었다.비로소 탄소와의 적절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었을때 강철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냈을 때 그들이 기뻐했을 모습이 상상이된다. 고대부터 사용되어 온 다양한 물질이 진화하여 새로운 물질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시대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결국 물질과 문명은 하나이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한 다. 세상의 지배를 위해서,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으로서,그리고 때로는 인간탐욕의 물질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결국 인류의 진화를 위한 긍정적인 의미가 더 크게 발휘된 물질에 감사를 표한다. 문과생인 본인에게 간혹 이해하기 낯선 부분도 있었지만, 문명과 물질이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한껏 편안하게 배려된 저자의 속깊은 물질의 설명을 이해하게 될거고, 주변의 다양한 물질에 흥미는 물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새로운 물질들이 우리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더 알아보는 노력도 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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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공학자인 저자는 "물질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왔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썻다고 한다. 이 책은 물질을 발견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문명이 얼마나 찬란하게 발전했고 이는 한 국가의 세계정복내지는 세계흐름을 지배할 수 있었는가를 알려준다. 그저 물질에 대한 단순한 고찰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사의 역사이야기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세계역사의 큰 축인 도구를 이용한 사피언스들이 어떻게 성장, 발전하고 미래를 계획하는지 물질을 중심축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다. 역사의 흐름을 읽을 때 지리가 중요한 이유도 있지만 그 곳에 특정한 물질로 인해 없어질 뻔한 국가가 다시 힘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반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물질에 관심가는 사람도, 역사에 관심이 가는 사람도 읽으면 좋겠지만 논술과 토론의 뒷배경지식을 넓히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총,균,쇠에도 나오듯 호모족들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는 여기에도 나온다. 도구 제작 능력 덕분에 사피엔스들이 살아남았고 현재에 우리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석기시대의 돌제작의 시작부터 실리콘이나 고온초전도체등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물질들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또 변화시킬것인가! 2만 6천년전 충적토를 화덕에 구운 세라믹인 토기가 발견되어 지금까지도 진화되어 사용된다. 이는 인류가 재료의 특성을 완전히 바꿔 중요한 기술발전을 이끈 최초의 인공물질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게다가 지금도 사용되고 있으니 우린 과거와 연결된 끈을 잊고 살았지만 연결되어 지속되고 있는것이다. 토기에 이런 놀라운 역사라니!! 저자가 재료공학전문가라 물질의 형태 및 특징을 자세하게 써 놓았으나 책을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물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눈여겨 보면 나중에 써 먹을일이 있을듯 하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저자가 동양의 역사에 대하여 많이 알지 못한 점과 방대한 역사를 책속에 많이 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동양의 역사가 미비한 세계사의 물질로 본 문명사라고 보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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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무엇일까? 무정형 고체, 비결정질 고체 등으로 말할 수 있다. 스티븐 사스는 얼어붙은 액체에 가깝다고 말한다. 사스는 흑요석은 검은 색을 내는 먼지와 다른 원자들이 섞여 있(어서 검)다는 말을 한다. 차탈회위크는 주변에 활화산이 있어서 흑요석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기원전 6000년대에 이르러 차탈회위크는 기술혁신의 중심지 자리를 잃었고 그 자리는 대도시 문명을 일으킨 메소포타미아로 넘어갔다. 점토(粘土)는 인간이 열을 가해 물성을 바꾼 최초의 물질이다. 돌, 나무, 뼈 등의 재료로 도구나 무기를 만드는 것은 재료의 형태를 바꾸는 일이지만 점토를 구워 그릇을 만드는 것은 재료의 특성을 바꾸는 일이었다. 원자구조가 변하면 물성도 변한다. 현대 도시는 콘크리트, 유리, 세라믹, 금속과 같은 다양한 재료의 놀라운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기념비나 다름없다. 금속은 여러 면에서 돌이나 점토와는 전혀 다르다. 금속은 돌이나 점토보다 전기와 열을 훨씬 잘 흘려보낸다. 금과 은은 도구나 무기를 만들기에는 강도가 너무 약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인간의 탐욕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었다. 금과 은에 무심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다지 쓸모도 없는 금속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음모를 꾸미고 전쟁을 치르고 목숨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기이하기만 할 것이다. 수천 년의 세월 속에서 금과 은이 인류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이라고는 화폐의 역할을 해줬다는 점뿐이다. 하지만 몇 세기가 지나고 전기와 사진 장치가 발달하면서 이 아름답고 희귀한 물질은 새로운 역할을 하였다. 철은 지각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는 하지만 순수한 형태로 발견하기가 아주 어려워 한때는 금보다 값진 금속으로 대접받았다. 철은 석탄과 더불어 근대 세계를 산업화로 접어들게 한 원동력이었다. 산업혁명을 촉발한 발명품은 단연코 증기기관이었다. 증기기관은 처음에는 황동으로 만들어졌지만 철로 주조할 수 있게 된 이후 대량 생산되었다. 고대의 대장장이들은 철을 장시간 가열하는 동안 탄소가 철에 흡수 되는 것이 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이 철에서 불순물을 제거한다고 생각했다. 탄소가 철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맡는 역할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쯤에 밝혀졌다. 유리는 판유리 상태로는 강도가 약하지만 머리카락 만큼 가느다란 상태에서는 강철 만큼 강하다. 이와 달리 금속은 굵기가 긁든 얇든 항복 강도와 파괴 강도가 똑같이 유지된다. 순금속은 산산조각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 법하다. 유리는 왜 크기에 따라 이토록 다른 특성을 보이는 걸까? 그리고 왜 그렇게 약할까? 사실 유리는 물과 비슷한데 물보다 점성이 훨씬 높은 액체가 과냉각 즉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실제로 유리는 결정이 아닌 비결정성 구조를 이루고 있다. 유리를 이루는 재료는 실리카(이산화규소)다. 실리카의 구조는 산소 원자 네 개가 실리콘 원자 하나를 감싸는 형태의 규산사면체다. 흑요석은 실리카가 땅속 깊은 곳에서 녹아 있다가 화산 활동으로 지표로 올라온 뒤 냉각, 경화된 것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반투명의 검은 유리다. 유리의 장점은 투명하다는 것이지만 초창기 유리는 불투명했다. 유리 속에 들어간 기포나 조그만 입자가 빛을 강하게 산란시켰기 때문이다. 유리는 철과 같은 불순물이 섞여 들어가면 색상을 띤다. 석탄이 없었다면 기계화된 산업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산업화의 발전 과정에서 영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주요 이유는 영국에 석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200년간 세계 최대의 석탄 공급국이었으며 19세기 말에는 미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산업혁명 이전 시대에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럿 있었다. 석탄 채취가 용이한 광맥에서 석탄이 바닥남에 따라 더 아래로 파고 내려가야 했다. 홍수가 곤란한 문제로 떠올랐다. 탄광 소유주는 양수(揚水) 작업에 사용할 새로운 동력원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증기가 내뿜는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 이후에 수력을 대신하여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연결된 기술 혁신은 대개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 등장했다. 스페인과 같은 가톨릭 국가에서는 오랜 동안 탐구 행위를 억압했다. 가톨릭 교회가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을 때 프로테스탄트 종파는 탐구 활동을 장려했다. 대장장이들은 기원전 수백년 젼에 강철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탄소를 철 속에 녹여 넣기가 어려운 문제 등의 이유로 강철로는 검, 단검과 같이 얇은 도구밖에 만들지 못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의 상징인 증기기관, 기관차, 기관차 선로, 선박, 교량은 모두 강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연철이나 주철로 제작되었다. 18세기 말에 이를 때까지도 대장장이들은 철에 탄소를 넣어야 강철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이아몬드는 최상급이란 수식어가 들어맞는 광물이다. 연마 작업에 사용되는 산업용 다이아몬드 가격은 보석용 다이아몬드 가격의 1/100이다. 숯은 유리처럼 비결정성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연필 심인 흑연은 육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다이아몬드는 입방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사면체의 꼭짓점에 놓인 탄소 원자 네 개가 중앙에 있는 탄소 원자 하나를 감싸고 있고 이러한 구조가 3차원으로 쌓여서 탄탄한 결정을 이룬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며 모든 물질 중에서 가장 높은 탄성계수를 자랑한다.(그 어느 물질보다 거의 두 배 이상 높다.) 다이아몬드는 열 전도성은 아주 높고 전기 전도성은 아주 낮다. 대개의 금속은 열 전도성과 전기 전도성이 모두 높다. 열역학은 탄소가 흑연으로 존재할 때 상온, 대기압 조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다이아몬드는 땅속 깊은 곳에서 탄소에 고온, 고압을 가해야만 생성된다. 전문가들은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돌아가려면 수십 억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열역학은 땅속 160km 아래에서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는 조건대로 흑연에 대기압의 5만배에 달하는 압력과 2,000도의 열을 가하면 다이아몬드가 형된다고 설명하지만 이제껏 다이아몬드를 얻으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문명과 물질은 돌부터 실리콘까지 세상을 바꾼 차가운 것들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다양한 물질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본문에 이런 글이 있다. “사실 강철이 대량 생산되는 과정은 내가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보다 더 복잡하다.”(251 페이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잘 설명했으나 한계 때문이겠지만 전체적으로 책이 어렵다. 저자가 가진 관점 또는 관심사가 독자인 나의 기대와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른 책을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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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 시기를 구분할 때 돌과 쇠를 기준점으로 삼는데 익숙하다. 사실 아무런 의구심 없이 돌과 쇠를 이용한 시대구분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연도와 사건을 암기하다보니 돌과 쇠가 갖는 의미를 망각하기 일수다. 신석기시대에 농사를 시작하고, 청동기시대에 국가체제가 갖춰지며, 철기시대에 이르러 진정한 역사가 시작된다고 배우지만 석기, 청동기, 철기가 갖는 각각의 총체적인 의미에는 무감각하다. 우리 역사교육은 큰 허점이다.
물질은 문명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문명은 새로운 물질을 발명해내기도 한다. 인류역사의 전반부에는 물질이 문명을 이끌었다면, 후반부는 인류의 지혜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거나 탄생시키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인류역사와 물질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인류는 돌을 쪼개서 쓰는 순간부터 비행선을 우주로 보내는 지금까지 물질과 떨어져 살아갈 수 없었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역사를 물질의 역사로 환원시켜보고자 하는 시각과 저술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여러 역사 서술의 갈래에서 가장 인기없는 지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영웅과 전쟁과 큰 사건을 좋아한다.
스티븐L.사스가 쓴 이 책은 인류역사를 단지 왕조의 교체와 정복으로만 보지 말라고 대중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세상을 바꾼 건 위대한 영웅일 수도, 종교일 수도, 제국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물질'이 있다고 주장한다.(저자가 직접 이런 문구를 쓰진 않았다.) 그는 인류가 점토에 새겨 남긴 지식, 청동과 강철을 만들어낸 지혜가 문명의 시작이자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역사가가 아닌 과학자의 입장에서 본 문명사는 곧 물질사인 것이다. 그가 쓴 물질사는 그렇게 만년의 세월을 천천히, 하지만 반전을 거듭하면서 흘러간다.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인류의 역사를 모두 다루다 보니 시기는 길고, 분량은 한계가 있고, 정보의 난이도는 높낮이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철저히 '서구', '과학자'의 시각으로 치우쳐 있다. 실제 그가 바라본 문명은 (현재 기준으로) 중동과 유럽의 문명이다. 인쇄술과 제지술을 다루면서 한국과 중국이 잠시 거론되기도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다. 향후에는 후학들이 좀더 광범위한 전세계적인 물질사를 연구하면 어떨까? 세계 각 지역과 각 나라들의 물질문명이 어떻게 변해가고 전파되는지 체계적인 연구를 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저자는 일생동안 딱 이 한 권의 책만 썼다. 실험실 과학자이지만 젊은 학생들의 이해와 흥미를 위해 말년에 펜을 들었다고 한다. 과학자도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연구실 학문을 쉽게 풀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이런 글쓰기가 계속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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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물질》 : 물질이 만든 문명, 문명이 발견한 물질 스티븐 사스(Stephen L. Sass) 지음 | 배상규 옮김 | [위즈덤하우스]
‘역사 및 문학과 함께 아들에게 들려주는 물질의 문화사’
이 책은 재료공학을 공부한 저자가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대상인 각종 재료에 관해 아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책이다. 아쉽게도 이 한 권이 그의 첫 책이자 유일한 결과물로 남게 되었지만, 독자는 이 책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세심한 공부의 결과물임을 곧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구할 수 있었던 최초의 자연물인 돌과 흙에서 시작하여, 여러 금속 및 복합 소재의 발견과 활용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져 왔는지 꼼꼼하게 짚어주는 책이다. 재료의 구조와 같은 과학적 설명을 자세히 일러주는 부분에서는 다소 건조할 수도 있지만, 곧이어 재료와 관련한 역사와 종교, 호메로스와 같은 고전 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는 동안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인 ‘실리콘의 시대’에 이른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의 성격이 인간과 환경, 특히 물질적 환경과 상호작용한 문명사, 인간이 물질과 관계를 맺으며 공진화해온 문명의 역사로 읽힌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나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같은 책들에는 금속 무기와 제기 등에 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청동기와 철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데, 저자는 금속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이러한 에피소드를 잊지 않고 들려주어 다소 지루할 것 같은 부분에서 줄곧 흥미로운 지점을 만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했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만 해도, 언제나 창과 칼, 화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투가 끝나면 전사들은 언제나 적국의 전리품 수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사망한 장수들의 금속갑옷과 투구를 잊지 않는데, 이러한 전통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당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에 비해 상당히 조잡했던 제련기술과 부족했던 채굴기술로 금속자원이 매우 귀했던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시대와 문명에 따른 인류의 행동양식을 보다 더 현실감 있게 바라보고 깊은 이해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재료의 종류에 따라 나누어 책을 구성했다. 따라서 각 소재의 특성에 따라 이것이 문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조망한다. 인간 사회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정복의 역사는 금속의 출현(특히 구리와 청동)으로 가능해졌다는 설명도 가능하겠다. 나아가 금과 은을 발견한 사건은 철의 제련 및 무기 제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제국주의시대를 견인한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지적해볼 수 있겠다. 역사 분야에서 흔히 어떤 현상의 ‘궁극적 원인’과 ‘근접 요인’을 제시할 때, 인류 역사에서 분명히 새로운 재료의 발견과 활용은 강력한 ‘근접 요인’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재료들이 지구인들에게 더 빈번하고 강도가 높은 ‘충돌’ 혹은 ‘작용과 반작용’의 역사를 일구어 냈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듯싶다. 중국에서 먼저 발달했던 화약 기술, 종이, 인쇄술을 보면 중세 이전까지는 서양보다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지역이 더 앞서 있던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의 문명을 규정하다시피 하는 콘크리트나 폴리머 등의 인공합성소재, 기존의 원소들로 이루어졌지만 오히려 극한 조건에서 유용한 복합재료 등은 사실 재료에 대한 성질을 잘 모르면서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반면 유리나 다이아몬드는 재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어보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유리는 비결정 상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놓아두면 탈유리화가 진행되어 내부에 결정이 생긴다’(130)는 설명은 상상하기도 힘든 특성들이다. 여기에 더하여 ‘모든 유리창은 결국 뿌옇게 변하고 산산조각이 나게 되어 있다’(130)는 언급은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식이나 풍화작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이러한 운명을 맞게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물론 상온에서 결정이 생기는 데 수천 년이 걸린다고 하니, 지금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 유리와 달리 분명한 결정 구조를 갖지만 다이아몬드에 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이 물질은 숯이나 우리가 학창시절에 쓰던 연필심(흑연),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모두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임을 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식이지만,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 각각 다른 결정 상태를 갖게 되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다이아몬드)이 되거나, 연료가 되어 에너지를 방출하기도하고(숯), 혹은 그림 또는 글씨는 쓸 수 있는 연필 재료(흑연)가 된다는 사실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 사실이 나에게만 놀랍고 흥미로웠던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100여 년 전 어느 철학자도 자신의 책에 이렇게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단단한가?” 언젠가 숯이 다이아몬드에게 말했다. “우리는 가까운 친척이 아닌가?” 왜 그렇게 연약한가? 오,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이렇게 묻는다. 그대들은 나의 형제가 아니던가
이 대목은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사상을 집약한 철학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 홍성광 옮김)에서 써놓은 부분으로, 숯과 다이아몬드와 나누는 상상의 대화일 뿐이다. 내가 이 대목을 떠올렸던 이유는 니체 역시 당시에 이미 숯과 다이아몬드가 같은 성분으로 되어 있다는 지식과 다이아몬드의 경도에 관한 지식을 잘 알고 활용했다는 점이다.
《물질과 문명》의 저자 스티븐 사스는 여기에 같은 성분의 물질이 이렇게 다르게 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숯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흑연과 달리, 유리처럼 뚜렷한 결정구조가 없는 상태의 물질이다. 반면 흑연은 뚜렷한 결정구조를 갖지만, ‘육각결정구조’(290)가 평면처럼 형태를 이루어 쌓여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이아몬드는 ‘입방결정구조’를 통해 3차원 망구조(290)를 이룬다고 한다. 이 미묘한 차이가 강도 및 탄성계수 특성을 비롯하여 물질 사이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신기하기만 하다. 또 다이아몬드에 대해 몰랐던 사실 중 흥미로운 점은 금속이 열전도성과 전기전도성이 모두 좋은 반면, 다이아몬드는 열전도성이 매우 높지만 전기전도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열전도성과 전기전도성은 그 경향을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내기 때문에 내게는 이 점도 눈여겨보게 되는 지점이었다.
저자가 15장에서 실리콘의 시대를 언급할 때, 이 흑연이 갖는 구조의 탄소체가 최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에 큰 관심을 모으는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해주었으면 더 흥미로웠을 듯하다. 다만 마지막 장이 재료의 높은 활용도와 현대 문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반도체 산업의 초기 역사에 집중된 느낌이라 다소 아쉬운 점이다. 이처럼 저자는 재료 고유의 특성 및 제약과 관련하여 재료가 인간 사회와 상호작용 해온 장면을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역사와 문학을 곁들여 재료 변천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묘사한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강의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수업 중에 그는 재료에 대한 건조한 지식을 전달하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고 교과서를 덮는다. 그리고 당시에 설명하던 재료가 우리의 문명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아왔는지, 그 재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자가 설명하는 지식은 학생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이제 ‘살아있는’ 지식이 되었다. 재료에 관한 사실들이 학생 각자의 관심사 그리고 나아가 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연결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는 물질에 관한 지식을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의 맥락 속으로 가져다 놓았다. 이 책은 저자가 무미건조해 보이는 물질의 문명사를 담은 그릇이지만, 현재 우리가 있기까지 인류의 조상이 세상과 상호작용 속에 형성해온 수많은 연결고리들의 역사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저자가 평생 만들어온 지식의 연결고리를 두 아들에게도 들려주고자 했다고 한다. 이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공부가 훨씬 흥미롭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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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한 번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책은 조금씩 챕터별로 나눠서 읽어야 되는 책이 있다. 소설책은 단숨에 읽어야 인물 간의 관계도 놓치지 않고 작품 속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듯이 읽게 된다. 그에 비해 백과사전 식으로 정보가 많은 책은 소제목 별로 나눠서 두고두고 읽고 있다. 자료가 많은 백과사전 식의 책은 공들여 쓴 저자의 노고도 생각하며 정보를 확인해 가며 읽는 편이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고 실려 있는 정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문명과 물질』 은 야금야금 흥미 있는 곳부터 읽기 시작했다. 자료가 방대한 데다가 전문적인 내용도 눈에 띄어 중간중간 멈춰가며 읽었다. 재료 공학자 저자답게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문명과 물질의 관계를 정밀하게 살피고 있기에 다른 책에 비해 속도가 나지 않았다.
들어가는 말에도 밝혔듯이 이 책은 “물질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왔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일반 역사서처럼 시간에 흐름에 따라 어떤 물질이 탄생하고 각광을 받았는지 통사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질은 인류가 발명하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한다. 또 어떤 물질은 오랫동안 사용되고 변용되기도 한다. 물질들도 사람처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하다못해 선사 시대의 유물인 돌도끼와 돌화살촉도 자기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면 근동 지역에 살던 고대인들과 인디언들은 조각조각 날카롭게 쪼개지는 흑요석으로 도끼와 화살촉 같은 무기를 만들어냈다.
호모 속屬의 생존 이유가 ‘협동’이라는 단어를 보며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가 떠올랐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정교한 언어와 협업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오늘과 같은 문명을 이룩했다”라고 언급한다. 언어와 협업과 관련된 참고 자료는 중앙일보 [윤석만의 인간 혁명]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고고학자 윌 로브로크 교수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도 사피엔스 못지않게 지능이 발달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전 공학에 힘 입어 DNA 지도를 그려보니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 지능은 비슷했을지언정 사피엔스는 언어와 사회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했다. 언어와 사회성은 사냥 방식에도 차이가 났다.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언어로 소통하고 협업했기 때문이었다. 집단에서의 협력의 힘이 다른 종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게 했다. 문명과 물질은 샴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에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 공부할 때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의 특징과 문물들을 무던히도 외웠다. 물질의 이름을 넣어 시대의 명칭을 붙인 것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암기를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인류의 문명사는 물질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보들이 마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커다란 인형 속에 작은 인형들이 계속 포개져 있었다. 꺼내도 인형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정보들이 많았다. 배경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물질에 대한 내용이 다소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애써가며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12쪽에 있는 내용이다. 물질이 역사의 흐름을 이끌기도 한다며 철의 공로를 이야기한다.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왕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데 철이 공헌을 했다. 기원전 6C에 예루살렘의 파괴되고 그들은 바빌론으로 끌려가게 됐다.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가 바빌론을 포위하게 되자 끌려갔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사건은 가마의 온도를 더 높이는 기술 개발의 촉매가 되었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랑 가마의 온도를 높이는 기술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무튼 높아진 가마의 온도 덕분에 유리 불기 기술이 등장해 유리병이 일상용품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곧이어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창문이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물질과 관련해서는 “항상 각 물질의 특성에서 시작해 다시 그 주제로 되돌아온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딱딱했나 보다. 물론 중간중간 재미난 얘기가 없는 건 아니다. 라부아지에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주 흥미로웠다.
라부아지에에게 호기심을 지핀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겸 성직자인 조지프 프리스틀리이다. 그는 산소를 처음으로 분리해 낸 사람이다. 프리스틀리의 실험 소식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바다 건너 프랑스에 있는 앙투안 로랑 라부아지에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라부아지에, 그는 샐리던트였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일에는 왕실 세무사로 일했던 라부아지에의 삶은 저녁과 주말에 불타올랐다. 개인 연구실에서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했다. 라부아지에의 실험은 아주 의미가 있었다. 재료에 플로지톤이라는 가연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그동안의 연소 이론을 잠재웠다. 화학을 새로운 과학 분야의 토대가 되도록 한 입지전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밤이 늦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실험을 했을 라부아지에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굴곡진 삶이 따라오게 마련이었다. 개인적인 명성은 쌓았지만 왕실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참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프랑스 공포정치는 그가 죽은 지 불과 몇 달 지나 끝이 나고 말았다. 오죽하면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프랑스 수학자인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과학자였다고 평했을까. 맺음말의 말미에 있는 글로 마무리를 할까 한다.
본 서평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았지만 서평은 저의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독서모임성장판 #책추천 #책소개?#독서기록 #지금읽고있는책 #위즈덤출판사 #문명과물질 #스티븐L사스#신간 #인문 #역사#과학 |
지리학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풀어쓴 총균쇠에 이어 문명과 물질은 우리에게 물질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과 돌로부터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고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기술들이 다 물질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고 그러한 물질들 흙에서 부타 시작됬다고 한다면? 너무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개인 서평 주소 남깁니다 https://m.blog.naver.com/tkfkd2496/2223799152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