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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 여행에세이와 인문학적 관점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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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방콕에서 잠시 멈춤]인가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며 여행을 가곤 한다. 그래서 저자의 내 첫 번째 방콕 행은 도망이 이유였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 말이다. 지금이야 꿈을 위해 살겠다며 커리어고 뭐고 다 내팽개친 대책 없는 사람이지만, 소싯적에는 바짝 엎드려 살아온 소시민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쫄보, 항상 속해 있던 조직에 순응했으며 반항 한 번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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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방콕에서 잠시 멈춤]인가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며 여행을 가곤 한다. 그래서 저자의

내 첫 번째 방콕 행은 도망이 이유였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 말이다. 지금이야 꿈을 위해 살겠다며 커리어고 뭐고 다 내팽개친 대책 없는 사람이지만, 소싯적에는 바짝 엎드려 살아온 소시민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쫄보, 항상 속해 있던 조직에 순응했으며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에서 낙오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현실에 얽매여 살았는데, 여행을 가면 그 스트레스가 풀렸다. [p. 16]

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굳이 이 책을 봐야 할 이유가 없다. 같은 장소를 비슷한 감성으로 바라보는 단기 여행자의 천편일률적인 에세이라면 시중에 널려 있으니까.

 

여기서 출판사는 이 책이 “여행자 혹은 거주자의 시선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는 인문 여행서 ‘두 번째 티켓’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현지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체험에서 오는 ‘거주자의 시선’과 ‘인문 여행서’라는 수식이 새로움과 끌림을 안겨준다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그래서 저자도

방콕을 방문한 단기 여행자는 예쁜 모습만 기억하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교민의 시선은 다르다. 방콕에서 평생 지낼 수는 없을까 싶어 이민도 알아봤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방콕도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다시 떠날 생각을 하는 도시였다. 그렇다 보니 고작 두어 달 정도 방콕에 머무른 내가 방콕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능 한 여행자와 현지인, 그 중간의 시선에서 방콕을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p. 8]

라고 얘기한 것이 아닐까? 앞부분만 읽고 단기 여행자와 현지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境界人)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자의 시선이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왜 태국, 그리고 방콕인가

 

태국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무에타이(Muay Thai), 트렌스젠더들의 쇼, 의료관광의 대명사, 한번도 식민지가 되지 않는 나라. 국왕이 현인신(現人神) 취급을 받는 나라, 심심하면 쿠데타가 일어나는 나라 등.

이 책에서도 태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인문학적 사실을 포함한 정보를 열거하고 있다. 물론 태국의 수도 ‘방콕’하면 떠오르는 배낭여행자의 성지라 불리는 카오산 로드, 태국의 3대 트렌스젠더 쇼인 ‘칼리소 쇼’나 서울 뺨치는 방콕의 교통 체증도 함께.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 잘 모른다. 영화 <왕과 나>에서 보여지는 것이나 신문 기사로 쓰여진 한 줄의 글로 인한 막연한 인상 외에 태국은 물론이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하고, 또 관심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태국에 대한 이미지가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그렇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태국과 미얀마(=버마)와의 관계를 보면,

아유타야 시기 타이 민족은 미얀마와 수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 비유되곤 한다. 지난한 전쟁과 미얀마가 아유타야를 철저히 파괴한 일로 오늘날까지 태국과 미얀마의 국민감정은 좋지 않다. 태국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100만에 이르는데 이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p. 34]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태국 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미얀마인이다. 태국과 영토가 붙어 있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교류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미얀마의 노동자들이 태국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3D업종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 중략 ~

태국 친구들은 악덕 업주들이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갑질하는 일이 가끔 뉴스에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불법 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 놓여도 하소연할 곳이 없고, 불법 노동자의 수가 많아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가능하니 갑질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p. 174~176]

 

우리에게는 낯선 강대국 태국 이야기와 그들의 자존심 얘기도 신선했다. 자존심과 요리를 엮어 생각하다니…….

타이족은 13세기부터 크메르를 몰아내고 독립한 후 숱한 전쟁을 거치면서도 이 축복 받은 땅을 지켜왔다. 심지어 제국주의 시대에도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이어왔다. 지금까지도 태국은 하드파워에서, 소프트파워에서도 동남아시아의 강대국이다. 오늘날 태국의 다채롭고 맛있는 음식은 부유하게 살아온 그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천 년 가까이 강대국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태국인의 자존심은 매우 세다. 특히 국가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지인 친구와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태국인 특유의 강한 자존심을 경험했다. 방콕에 머물면서 이상했던 점은, 훌륭한 태국 요리보다 외국 음식의 맛이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방콕에서 일식과 피자, 파스타 등 가장 대중적인 외국음식을 먹어봤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 중략 ~

아무리 외국인이 많이 살아도, 외국 음식을 판다고 하더라도 주 고객은 현지 태국인이다. 색이 강한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외국 요리가 태국화 되는 과정을 거쳤고, 그걸 맛본 우리 외국인에겐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나는 것이다. 어쩌면 외국 음식마저도 자신들의 강한 입맛에 맞춰버리는 태국인의 맛부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pp. 76~77]

 

국기(國技)로 꼽히지만 일반적인 태국인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무에타이 경기는 비슷한 입장의 태권도가 떠올라 씁쓸했다.

무에타이가 태국의 전통 스포츠이며, 왕실과 시민 모두 무에타이에 열광하고 신성시한다는 것은, 겉보기에만 그렇다.

~ 중략 ~

일반적인 태국인들은 무에타이 경기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 무에타이에 열광하는 이들은 아마 도박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그래도 무에타이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물론 자랑스럽지만, 그것이 국가로부터 세뇌를 당해서 그럴지 모른다고 그는 솔직히 답했다. [p. 94]

 

내가 2006년 태국을 방문했을 당시 태국의 군주였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라마 9세, 재위 1946~2016]이 서거한 후, 국민의 왕실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 사방에 걸려있던 왕의 사진과 초상화를 떠올리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인데, 현재 태국의 군주인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라마 10세, 재위 2016~ ]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왕실모독죄가 여전히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데도 왕을 대놓고 험담할 정도라니……

2020년 8월, 방콕의 인문사회과학 명문대인 탐마삿대 학생들이 먼저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다. 여기서 그간 금기시되었던 왕실 개혁 요구가 나왔다. 진정한 입헌군주로서 왕실이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위대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 개헌, 군주제 개혁,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동조한 시민들이 힘을 보탰고, 시위는 전 방콕으로 퍼져 2021년 초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중략 ~

이제는 사람들이 하이쏘의 정점에 있는 왕을 대놓고 험담한다. 이들이 권위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pp. 152~154]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사색하며 들여다 본 방콕 이모저모’라는 부제로 사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감상적인 것을 원하는 이에게는 다소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어서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기획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쨌든 새로운 기획이 있어야 동일한 것을 다르게 볼 수 있기에, 이런 방식의 여행 책을 읽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w******f 2022.01.07. 신고 공감 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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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잠시 멈춥....
"방콕에서 잠시 멈춥...." 내용보기
여행자 혹은 거주자의 시선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는 인문 여행서 ‘두 번째 티켓’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배낭여행자의 성지로 불리는 도시이자 태국의 수도인 방콕을 들여다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장소가 있다. 그 장소는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 되기도 하고 떠나온 고향일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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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혹은 거주자의 시선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는 인문 여행서 ‘두 번째 티켓’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배낭여행자의 성지로 불리는 도시이자 태국의 수도인 방콕을 들여다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장소가 있다. 그 장소는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 되기도 하고 떠나온 고향일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하고많은 장소 중에서도 방콕을 품었다. 일주일 휴가로 다녀온 이후로도 두 번째 세 번째 방콕행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방콕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이다. 이유가 사라지면 그만 좋아할 것도 아니니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겠냐고 되묻는다. 이러한 애정과 믿음을 바탕으로 방콕의 이모저모를 떠올리며 책을 써 내려갔다

o*******2 2021.05.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