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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손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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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나올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나갈 수가 없다고.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구직 활동을 하고 첫 합격 전화 비슷한 거였는데. 비슷한 거라고 쓴 이유는 누구누구 씨, 당신은 합격입니다도 아니고 대뜸 내일부터 나올 수 있냐는 질문으로 통보해온 거라 그렇게 썼다. 면접 볼 때도 느꼈지만 예의가 없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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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나올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나갈 수가 없다고.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구직 활동을 하고 첫 합격 전화 비슷한 거였는데. 비슷한 거라고 쓴 이유는 누구누구 씨, 당신은 합격입니다도 아니고 대뜸 내일부터 나올 수 있냐는 질문으로 통보해온 거라 그렇게 썼다. 면접 볼 때도 느꼈지만 예의가 없었다. 그 예의 없음을 전화로도 뽐내고 있었다.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어디라도 불러주면 네, 네 가야 할 판이다,

 

일주일이 흐르고서도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곳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었는데 그때 그 전화 이후로 면접 보라고 연락조차 오지 않아 더 그렇다. 가야 했을까. 아니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나는 느꼈으니까. 상대를 향한 무시와 조롱, 떠 본다는 식의 질문을 듣는 내내 나는 '훼손' 되었다고 그래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 김금희의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어가며 내가 취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의 이유를 알았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 담긴 일곱 편의 소설 중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소설이 없었다. 현재의 '나'가 기억하는 과거 속 '나'의 병신 같음 때문에 그걸 고통스럽게 기억하는 모습 때문에. 소설을 읽는 현실의 나의 더 병신 같은 행동 때문에. 김금희의 인물들은 과거 안에서 살아간다. 과거 보다 아주 조금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딱히 행복하다고도 할 수 없는 지금에서 과거는 어떻게든 치유해 줘야 할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치유가 될까. 상황을 나아지게 할 여력조차 없는 과거 속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건 '훼손' 당하는 것 밖에는 없었는데.

 

미숙한 시간 안에서 그보다 더한 미숙한 자신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던 김금희의 주인공들은 행복이라는 사치조차 부릴 수 없었다. 다만 고통스럽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나의 상처를 떠넘기고 홀가분해 하는 자신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다. 삼수생과 적응 못하는 의대생의 한 시절을 담아낸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을 읽으며 내가 면접에서 느꼈던 기분은 수모와 모멸이라는 구체성이 확실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그 짧은 시간 동안 훼손 당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나는 그곳에 가지 못하겠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현실의 내가 당하고 느꼈던 수치와 모욕은 나라도 그걸 나 자신에게 느끼게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의 소설들이 말해준다. 앞으로 어떤 일이 찾아올지 알 수 없으며 바닥을 친 이상 조금씩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라고 다독여 준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면접을 보는 동안 경험하지 않아도 좋을 일들을 겪으면서(실물과 사진이 다르다. 그 소리를 굳이 두 번, 세 번 해댔다. 마스크를 내려 보라는 사람도 있었다. 얼굴이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며. 다르긴 뭐가 다를까. 얼굴 보고 뽑는다는 걸까. 그래봐야 마스크를 내내 쓰고 있어야 하는데.) 좋아질 일이 남아 있을까 내내 의문했는데.

 

김금희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생각해 봐. 너에게는 지금보다 더한 혹독한 과거가 있지 않느냐고. 그런 식이 폭력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너의 과거는. 미숙하고 실수가 많았지만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도달하지 않았냐고 최대한의 부드러움으로 위무해 준다. 시련이 시련이지 않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별하고 상실하고 실수하는 내내 도망치지 않고 살아왔다는 일에 어깨를 다독여준다. 3개월 동안 고택에 틀어박혀 족보 정리를 한 과거를 회상하는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어찌할 수 없음의 연속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발생했다고 믿었지만 그걸 또 부정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면접의 시간은 당신의 과거는 어디에서 왔습니까의 지루한 질문과 답을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단 몇 줄로 요약된 과거는 현재의 나를 판단하는 근거로써 효력이 있을까. 지금까지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무얼 했냐는 질문에 무서워서라는 멍청한 답을 들려주는 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당연히 모면은 안됐다. 「초아」에서 나는 단어 하나를 배웠다. 바로 '빠손'. 빠른 손절이라는 줄임말로 과거든 현재든 부정적인 상황과는 빠손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이 찾아오게 만든 말이었다.

 

빠손 하면서 살자.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그렇게 말하는 책이다. 다들 실수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일이 더 꼬이지 않게 만들면서 그러려면 미안하다고 내가 이상한 식으로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사과는 꼭 하자라고 이야기한다. 오늘 아침에 본 《인간극장》 〈열두 살 건호, 손끝으로 세상을 보다〉 편에서 건호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했던 질문 미래에 어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이유였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에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현재는 무섭지 않고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열두 살 건호는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슬픈 건 자꾸만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의 주인공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낸다. 김금희는 그들에게 미래를 주지 않는다. 다만 현재 취해야 할 행동, 말 한마디를 남겨 놓고 끝을 맺는다. 그것만이 최선이라는 식이다.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벽 두, 세시가 넘는 야근과 박봉, 업무 스트레스를 3년만 버티면 경력자가 되어 선택이 폭이 넓어지고 좋아진다고 했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할게요, 하겠습니다 같은 무책임한 말을 하며 일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안다. 누군가들이 호언장담하는 미래는 결코 도래하지 않을 공산이 크며 현재가 무너지면 미래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불확실한 낙관의 미래를 기대하기 보다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어가는 동안 훼손된 나 자신을 일부 복구할 수 있었다. 김금희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의 훼손됨을 무방비하게 놔두지 않는다.

 

 

s*****m 2021.06.17. 신고 공감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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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내용보기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감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단편집입니다.등장인물들의 작은 행동이나 대화 하나가 마음 속에 오래 남아 일상 속 관계들을 가만히 생각하게 만들어요.김금희 작가님의 책은 언제나 옳습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내용보기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감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단편집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작은 행동이나 대화 하나가 마음 속에 오래 남아 일상 속 관계들을 가만히 생각하게 만들어요.
김금희 작가님의 책은 언제나 옳습니다.  

d******1 2026.03.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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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내용보기
그러는 동안 여러번 괘안타,라고 말했지만 정말 괜찮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는 것.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이상 부인하지 않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172쪽,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페퍼로니? 페페로니 아니고 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내용보기

그러는 동안 여러번 괘안타,라고 말했지만 정말 괜찮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는 것.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이상 부인하지 않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172쪽,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페퍼로니? 페페로니 아니고 페퍼로니. 책을 한참 읽을 때까지도 '페퍼로니'를 '페페로니'로 잘못 알고 있었다. 한번 뇌에 박힌 것은 그것의 제대로 된 표현을 봐도 뇌에 새겨진 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다시 한번,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글쎄.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여기에서, 나로 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 뱃속을 거쳐 10대 20대 30대를 지나 40대를 살고 있고 50대 60대 그 이상의 삶은 아직 미지수다. 여러 시절을 통과하며 40대에도 계속 '성장'이란 걸 하고 있다(있겠지?, 그러길). 인간은 평생 성장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 아닐까. 인생의 시절마다 겪게 되는 성장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김금희 작가의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으며 여러번 등장한 단어가 있는데 '조금 흰 듯하고 부옇다'라는 뜻을 지닌 '희부윰'이라는 단어다. 자주 접해본 단어가 아니라서 소설 속에서 '희부윰'을 만날 때마다 눈에 띄었고 여러번 등장한 만큼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관통하는 중요한 단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며 그 부옇게 생긴 단어를 뇌 속에 선명하고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나'는 어느 날 대학시절 한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기오성'을 인터뷰해달라는 이메일을 받는다. 당시 종택에는 교수의 손녀 '강선'이 머물고 있었고 '나'와 '기오성'과 '강선'은 함께하며 가까워진다. 그 시간 동안 '나'와 '기오성' 사이에 무언가 '발생'했고 그 발생했던 것들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발생이 이해도 가고. 


나는 이 소설에서 '강선'이라는 인물을 파악하기 조금 어려웠는데 언제나 그렇듯 나는 둘 사이에 낀 인물의 캐릭터를 알아채는 데 애를 먹는 편이다. 출판사 리뷰에는 강선이 '둘의 관계를 교묘하게 훼손'했다고 나와 있다. 아, 그런 것이었나?  하지만 인물과 관계를 맺는 건 독자와 해당 인물 1:1의 관계이므로. 흐. 다시 읽게 된다면 나는 강선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그것도 궁금하다. 


나는 강선이 누군가에게_'나'든 '기오성'이든_자신의 삶이 겪고 있는 불확실성과 답답함을 누구에게든 털어놓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더랬다.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강선이 그들과의 대화 중 예전에 애들이 외국에 살다 한국에 들어온 자신에게 자꾸 넌 어디서 왔냐고 묻는 통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페퍼로니 피자가 떠올라 그냥 "페퍼로니에서 왔어"라고 대답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강선은 진짜 궁금했을 것이다. 자신은 어디에서 왔고, 누구인지.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건지. 그건 '나'와 '기오성'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하여 발생했다 사라지는 것들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 시절을 통과하며 성장해나갔을 것이다.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 죄의식이 밀려올 때마다 강하게 부정해왔지만 아이의 부탁으로 그 말(안녕)을 적어보던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이라는 말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 비록 이제는 맞은편에 앉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물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48쪽,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나'는 남편과 함께 일산에 갔다 자신이 삼수하며 보낸 시절을 떠올린다. 그곳엔 의대에 들어간 '장의사'가 있고 오랜 세월 입시를 준비하며 독서실에서 보낸 자신이 있다. 그리고 '장의사'와 '나'가 보낸 여름이 있다. 장의사는 의대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가 '좋은 사람'이라 말하는 '조교 형'이 있는데 조교 형은 사람을 교묘히 조종하며 자신의 뜻대로 만드는 악질 중 악질이다. 집에서도 대학에서도 숨막히는 시절을 보내왔을 장의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들의 여름을 회상하며 자신이 좀 더 손 내밀지 못했던 그 시간들을 애도한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고 돌아보고 안녕하냐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는 일이 현재의 '나'와 '장의사'와 '청춘'들이 조금이라도 현재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는 일임을 소설은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임도.


책을 읽으며 모르는 것투성이, 불확실하고 희부윰한 것투성이의 삶을 지나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나는 그때 어떻게 살았나 돌아보기도 했다. 저 멀리서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밀려온다. 작가가 건네준 '안녕'이라는 글자들을 나도 따라서 써본다. 안녕, 오늘도 잘 지내.


"잘 지내."

(중략)

타종 행사를 기다리다 눈을 감았는데 바로 오늘밤 영도의 묘박지에서 묵직한 뱃고동 소리를 내며 우주적으로 협연할 배들이 떠올랐다. 고래나 코끼리 같은 커다란 포유류들이 서로를 부르고 찾는 듯 들릴 그 소리를.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92,93쪽 / 「크리스마스에는」>


아무것도 심지 않아도 저 숲에서 자라는 것들이 날아와 여기에 자리 잡는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흘에 한번씩 뒤엎고 갈아가며 필요 이상의 개간 작업을 한 공간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언가들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 날아와서, 행로와 목적도 없이 날아와서 여기에. <123쪽, 「마지막 이기성」>



YES마니아 : 로얄 m*****3 2026.0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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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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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김금희 작가님 작품을 많이 좋아했는데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 단편집은 이제서야 읽었네요. 김금희 작가님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농담같은 대화를 좋아하는데 이번 단편집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삶의 애환이랄까 그런 게 잘 느껴져서 좋았고, 사실 최근 읽은 장편소설이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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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김금희 작가님 작품을 많이 좋아했는데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 단편집은 이제서야 읽었네요. 김금희 작가님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농담같은 대화를 좋아하는데 이번 단편집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삶의 애환이랄까 그런 게 잘 느껴져서 좋았고, 사실 최근 읽은 장편소설이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이 단편집을 읽으니까 제가 김금희 작가님의 단편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여러 작품이 있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기괴의 탄생이고, 이 작품 속의 내용도 좋지만 어떤 소중한 사람에 대한... 소중한 사람을 아끼면서도 그 사람이 완전한 타인이라는 것을 느껴가는 과정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있어요 . 

d****i 2021.09.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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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저 너머의 기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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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쓴 기억이 없다. 책을 여러권 샀고 읽었지만 뭔가 후기를 쓴다는 것이 망설여졌다. 책이 독자에게 하는 말을 다 못받아서였는지 아니면 오히려 내가 할 말이 더 많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책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단편 모음집이다. 뜬금없이 제목에 페퍼로니가 등장하더니 표지는 무지개빛깔이다. 뭔가 SF적(?) 느낌을 주는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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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쓴 기억이 없다.

책을 여러권 샀고 읽었지만 뭔가 후기를 쓴다는 것이 망설여졌다.

책이 독자에게 하는 말을 다 못받아서였는지

아니면 오히려 내가 할 말이 더 많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책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단편 모음집이다.

뜬금없이 제목에 페퍼로니가 등장하더니 표지는 무지개빛깔이다.

뭔가 SF(?) 느낌을 주는 표지와는 달리 이야기들은 어떤 일관성이 있다.

어렸을때, 20대 초반까지 알던 사람을 한참 지나 다시 만난, 떠올려낸 이야기들이다.

계속 만나고 알아왔던 사람들은 사실 별 이야기거리가 없다.

내가 알던 한 사람이 세월을 타고 변하는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곤 씁쓸해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매우 폭이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던 나는 그나마 있던 친구들을 하나둘 떨궈내고

막말로 이제 나에게 경조사가 생겨도 찾아와줄 사람은 안면이 떙기는 직장동료 정도가 되어버렸다.

남들은 길을 가다 우연히 동창을 잘도 만난다는데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그런가 그런 일도 없다.

하긴 그런 상황이 되어도 너무 당황할 것 같다.

우선, 많은 기억을 잊어버렸고,

둘째, 건너뛴 시간이 너무 길어서 서로 알아볼까 싶어서이다.

 

먹고사는 일을 하다 뜬금없이 옛사랑에게 방송출연 청탁을 해야한다든지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을 엉뚱한 장소에서 해후한다든지,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의 옛모습을 떠올리는 일들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고

과거와 연결짓지 않으려 해도 결국 그 이야기가 나오고 만다.

옛일은 서로에게 다르게 기억되고 그 기억은 오해를 불러온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내 이야기가 소환되는 느낌이라 묘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각색되어 들어가면서

현실감을 더 부여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는데,

워낙 요즘 이런 부분이 민감하다보니 작품에 위험부담을 주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최은영, 김금희, 정세랑, 김초엽과 같은 작가들이 부지런히 책을 써내고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참 반갑다.

한때 한국소설이 너무 어렵고 관념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멀리 했었는데

요즘 또 한국소설을 읽는 재미가 생겼다.

 

20대 저 너머의 기억을 떠올려주었던 김금희 작가의 신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이다.

 

YES마니아 : 골드 s****b 2021.07.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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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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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말이 많았던 개인간의 사생활이 아무런 가공없이 그대로 소설에 등장하는 경우가 최근에도 일어났는 데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2005년의 황우석 사태와 한 의과대학 인터넷 게시판 글에서 해부학 실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가져왔고, (마지막 이기성)은 2006년의 도쿄를,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는 2004년 이라크의 상황을 담고 있고 사진만으로 맛집 상호를 맞혀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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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말이 많았던 개인간의 사생활이 아무런 가공없이 그대로 소설에 등장하는 경우가 최근에도 일어났는 데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2005년의 황우석 사태와 한 의과대학 인터넷 게시판 글에서 해부학 실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가져왔고, (마지막 이기성)은 2006년의 도쿄를,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는 2004년 이라크의 상황을 담고 있고 사진만으로 맛집 상호를 맞혀버리는 (크리스마스에는) 알파고는 트위터에 있던 한 게시물에 착안, (기괴의 탄생)에서 진은파선생님의 자작곡의 제목과 어깨춤 동작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7년 공연 「댄서 하우스」에서 착안, (깊이와 기울기)에서 등장하는 손해보는 것을 싫어하는 작가 ‘인부1‘은 유하의 동명 노래에서 왔을 뿐 그외에는 모두 허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b*******2 2021.07.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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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김금희, 창비)를 읽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김금희, 창비)를 읽다" 내용보기
나중에 운전을 해서 이 도시를, 꽉 막힌 강변도로를, 한강의 대교들을, 교차로를 여러번 지나고 나서 나는 혹시 지금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럴 자격이 내게는 없는 것이 아닐까. - p47   그러니 그날의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살아 있는 것들의 이동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 p123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연락이 완전히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김금희, 창비)를 읽다" 내용보기

나중에 운전을 해서 이 도시를, 꽉 막힌 강변도로를, 한강의 대교들을, 교차로를 여러번 지나고 나서 나는 혹시 지금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럴 자격이 내게는 없는 것이 아닐까.

- p47

 

그러니 그날의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살아 있는 것들의 이동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 p123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연락이 완전히 끊긴 다음에도 변함없이 계속되었을 유키코의 일상이 무겁게 마음을 눌렀다. 어쩌면 그와 유키코가 재회하는 것은 그렇게 그들이 일상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이별하고 나서도 꽤 이기적으로 살아냈다는 현실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지 않을까.

- p124

 

새벽에 문득 깨서 강선을 바라보면 걔는 아주 무방비로 잠이 들어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나는 저 몸에 무엇이 찾아들면 강선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창호를 바른 문으로 어느 순간 들어선 빛에 아침이 시작되듯, 찬 공기에 콧속이 열리고 창공이 높아지면 불현듯 여름이 종료되듯 사람에게도 그가 사람이게 하는 시작점이 있을까.

- p157

 

그러는 동안 여러번 괘안타,라고 말했지만 정말 괜찮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는 것.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이상 부인하지 않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 p172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안의 이야기에는 만남과 상실이 얽혀 있다. 그 누군가에게 안녕을 묻고 안녕을 되짚어보는 시간들이 늦은 오후의 무기력함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사람 사이에는 이도 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여서, 김금희 작가의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묘한 공감을 느낀다. 만남의 시작과 끝이 선명하지 않은, 혹은 선명하지 않게 되어버리는 사람들. 그 속에는 어린 시절의 나도 있다.

 

이야기 속 그들은 열심히 산다. 주어진 삶을 감내하면서 사는 그들의 과거에는 한 때 일상을 공유했던 타인들이 있다. 시간을, 장소를, 마음을 공유했던 타인은 더 이상 그들의 일상 속에 없다. 즐거웠건 즐겁지 않았건, 편안했건 편안하지 않았건 간에 잠깐이라도 나와 무언가를 공유했던 타인은 미래의 내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남자와 여자 사이, 친구 사이, 동성 간의 사이에서 훗날 생각했을 때 정말 찌질했다 싶은 과거였더라도 김금희 작가의 문장은 쿨하게 '찌질함'을 인정한다. 누구나 그랬을 때가 있었을 거야, 라는.

 

그래서 읽으면서 왜 저래 싶다가도 저럴 수 밖에 없었을 거야 싶고, 꺼내기 싫었던, 깊이 묵혀두었던 꼬릿꼬릿한 내 감정까지 들춰내보게 된다.

s*****5 2021.07.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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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 김금희 작가님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리뷰입니다.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집은 처음으로 구매해본 건데 다양한 상을 받는 작가님인만큼 정말 글을 잘 쓰시더라고요. 매 소설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상황도 입체적이고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갈리는 인생에 대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그렇게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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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 김금희 작가님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리뷰입니다.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집은 처음으로 구매해본 건데 다양한 상을 받는 작가님인만큼 정말 글을 잘 쓰시더라고요. 매 소설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상황도 입체적이고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갈리는 인생에 대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그렇게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취향과는 별개로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어봐서 좋았어요^^

n******i 2021.05.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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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짐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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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처럼 읽고 있다. 읽는 행위 그리고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은 작은 성취로 이어지고 만족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성취가 주는 위무와 고양감에 감사하고 그렇게 이야기에서 찾는 교훈을 삶의 나침반 삼아 시나브로 집적되는 변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봄 볕에 움을 틔우는 이파리마냥 욕심도 함께 차오른다.   김금희 작가의 책, 기괴의 탄생 외에는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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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처럼 읽고 있다. 읽는 행위 그리고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은 작은 성취로 이어지고 만족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성취가 주는 위무와 고양감에 감사하고 그렇게 이야기에서 찾는 교훈을 삶의 나침반 삼아 시나브로 집적되는 변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봄 볕에 움을 틔우는 이파리마냥 욕심도 함께 차오른다.

 

김금희 작가의 책, 기괴의 탄생 외에는 새롭게 접하는 단편들

 

요즘 시기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낸 초아,

 

무모하고 저열하지만 신념이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 그리고 애틋한 진심을 마주하며 느껴지는 아릿함이 탁월한 마지막 이기성

 

깊이와 기울기에서는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로서 예술과 진심을 표현하려는 과정과 결과로서 얻게되는 예술성을 은유하여 삶과 관계의 허영과 본질을 비평하는 시도가 유독 마음에 닿았다.

 

 

나는 읽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탐닉한다. 이야기가 주는 위안은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기라는 메타포가 선사하는 안심이고, 그런 와중에서도 다양한 사연과 사정에 따른 개별성에 기인한 새로움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헤어진 이후 재회하는 과정들이 담겨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했는데, 

 

나는 헤어지는 이야기들로 인식했다. 

 

분명히 재회가 있었지만, 그리고 그 재회의 방식과 확인과정에서 인간사를 관통하고 보편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감정선들이 있었지만, 헤어지는 이야기로서 상처와 보잘것 없는 치졸한 이유등을 통해 관계의 유한성과 가벼움을 새삼 깨우치며 슬프고 아팠다.

 

읽을 것들이 많이 남아 있고 내 감상은 가치 없는 것일지언정 나는 꾸준히 느끼고 꼴리는대고 해석하고 평가하며 또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는 먼지만큼의 의미가 없더라도 주관적 성취가 나의 세계안에 존재할테니

s*****g 2022.04.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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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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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창비에서 독특한 제목으로 시선이 갔던 기억을 더듬어 구매한 책이다. 사실 읽으면서 큰 교훈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는 책이였다. 하지만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통분모를 얘기하면서 누구나 한 번 정도는 겪어보았을 일들을 차례로 서술한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를 읽으며 절제된 감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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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창비에서 독특한 제목으로 시선이 갔던 기억을 더듬어 구매한 책이다.

사실 읽으면서 큰 교훈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는 책이였다.

하지만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통분모를 얘기하면서 누구나 한 번 정도는 겪어보았을 일들을 차례로 서술한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를 읽으며 절제된 감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내가 되려 찝찝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절제하며 살고 그것을 그대로 녹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

YES마니아 : 골드 d******7 2021.09.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