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38%
  • 리뷰 총점8 62%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3)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이상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부대끼며... 생의 실루엣
"이상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부대끼며... 생의 실루엣" 내용보기
“인간도 생물도 곤충도 모두 생명이며, 돌멩이 하나조차 생명으로 보일 수 있다. 바람에서도 대기에서도 비에서도 구름에서도 생명의 모습을 느낀다. 생명보다 더 이상한 것은 없다.” (p.217)   책의 후기에서 미야모토 테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생의 실루엣‘이라는 책의 제목을 ’살아 있는 것들의 실루엣‘이라고 바꿔서 불러 보았다. 그렇게 읽어도 무방하겠다고 여긴다.
"이상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부대끼며... 생의 실루엣" 내용보기

  “인간도 생물도 곤충도 모두 생명이며, 돌멩이 하나조차 생명으로 보일 수 있다. 바람에서도 대기에서도 비에서도 구름에서도 생명의 모습을 느낀다. 생명보다 더 이상한 것은 없다.” (p.217)


  책의 후기에서 미야모토 테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생의 실루엣‘이라는 책의 제목을 ’살아 있는 것들의 실루엣‘이라고 바꿔서 불러 보았다. 그렇게 읽어도 무방하겠다고 여긴다. 비가 오기 전, 두 시간 산길을 걸었다. 오르막에서는 고관절이 부담스러워져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내리막에서는 그 부담이 사라져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제멋대로 살다보니 여기까지 와버렸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서점 통로에 선 채로 읽기를 끝마친 뒤, 나라면 이 글들보다 백배는 더 재밌는 소설을 하룻밤 만에 쓸 수 있겠다 생각하며 그 문예지를 책장에 되돌려놓았다. 그 순간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소설가가 되면 전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 매일 집에서 일할 수 있다. 북적이는 곳을 걷지 않아도 된다. 이제 이것 말고는 내가 처자식을 먹여 살릴 길은 없다, 하고.” (p.82)


  《생의 실루엣》은 교토의 한 요릿집에서 만든 고급스러운(?) 에세이 잡지에, 일 년에 두 편씩 자신의 글을 실었던 작가가, 그 글들을 모아 만든 산문집이다. 대부분의 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작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또 나머지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간해서는 그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내가 대체 소설을 몇 편이나 썼는지 세어봤다... 단편소설이 서른아홉 편, 장편소설이 서른세 편이었다. 그 장편 가운데는 상하권으로 한 편인 것이 많다. 거기에 소설 이외의 에세이와 대담집, 그리고 전집 열네 권을 더하면 저작은 백 권이 넘는다. 하지만 백 권도 넘는 이 단행본들을 세워서 늘어놓아 봤더니 뭐야, 겨우 이것뿐인가 싶어 맥이 탁 풀렸다.” (p.55)


  작가가 1947년 생이니 책에 실린 글들은 아마도 작가가 육십 세를 넘어 쓴 글들일 것이다. 아직 생을 정리할만한 시기에 도달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자꾸 회상에 이끌리는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기에는 충분한 나이였을 것이다. 그런 회상의 장면 중 작가가 열한살 때 고모에게 맡겨져 일 년여를 살았던 ’터널 연립주택‘이 인상 깊다. 나는 <환상의 빛>에 나오는 ’터널 나가야‘를 아래의 문장을 통해 떠올릴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노리의 집에 놀러 간다. 그 집 벽장의 판자벽을 치우고 나사 공장에서 일하는 C 씨의 집을 통해 복도로 나가, 불법 사채업자 류 씨의 집에서 전화 당번을 선다. 그런 다음 또다시 좁은 복도로 나가 하루 종일 재봉틀 페달을 밟고 있는 박 씨의 집에 놀러 가서
  “애들은 밖에서 놀아.”
  하며 혼나고, 공동 화장실 옆의 계단을 내려가 마키의 집에 갔다가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역 앞 카바레에서 일하는 노구치 씨네로 숨어들어 늘 혼자서 집을 보는 아케미와 논다. 아케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놀러 오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pp.169~170)


  <환상의 빛>을 읽는 동안에도, 영화 <환상의 빛>을 보는 동안에도 온전히 떠올릴 수 없었는데, 이번 산문집의 문장을 통해 다시 한 번 복기하는 과정을 거쳤다. 작가가 보여주는 텍스트로 만든 이미지들을 떠올리는 일을 나는 무척 좋아하는데, 아래의 문장과 같은 경우에서는 더욱 그렇다. 작가가 여행 중 마주친 장면을, 인간과 자연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이어가는데, 읽는 이의 정서를 크게 환기시켰다.


  “일을 마친 누나가 호텔 뒷문 쪽에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웃으며 손등으로 여동생의 눈물을 닦아줬고, 그 손으로 남동생의 등을 쓰다듬었다. 세 사람은 강아지들처럼 서로 장난치며 길 막다른 곳의 무너진 돌담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밤에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아 스웨터 세 장을 겹쳐 입고 창을 연 뒤, 몸을 살짝 내밀어 땅끝 마을을 뒤덮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미 안개가 아니라 구름이었다.” (p.21)


  다시 한 번 떠올리는 ’생의 실루엣‘ 혹은 ’살아 있는 것들의 실루엣‘... 사실 책 안의 내용은 인간 미야모토 테루의 생에 한정되어 있다. 사실 발췌한 첫 번재 문장에서 떠올려야 할 것은 모든 ’생명‘이 아니라 ’생명 보다 더 이상한 것은 없다.‘는 부분일 수 있다. 우리 모두가는 그렇게 이상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종래에는 떠나가고 마는데, 그러고 나면 실루엣으로만 기억되는 것 아닐까.

 

미야모토 테루 / 이지수 역 / 생의 실루엣 / 봄날의책 / 223쪽 / 2021 (2014, 2017)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1.07.0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솔직한 작가의 생활 에세이
"솔직한 작가의 생활 에세이" 내용보기
생의 실루엣   일본 교토에 있는 유명 요릿집 ‘고다이지 와구텐’의 여주인이 일 년에 두 번 발행했던 에세이 잡지 ‘소유’에 창간호부터 연재했던 에세이 열네 편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가장 솔직한 일상의 이야기 흑백의 책표지가 어떤 편안함을 준다. 한 남자의 고독이 느껴진다.   크기도 작고해서 휴대하고 다니며 카페, 공원 등 어디서나 쉽게 펼
"솔직한 작가의 생활 에세이" 내용보기

생의 실루엣

 

일본 교토에 있는 유명 요릿집 ‘고다이지 와구텐’의 여주인이 일 년에 두 번 발행했던 에세이 잡지 ‘소유’에 창간호부터 연재했던 에세이 열네 편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가장 솔직한 일상의 이야기

흑백의 책표지가 어떤 편안함을 준다.

한 남자의 고독이 느껴진다.

 

크기도 작고해서 휴대하고 다니며 카페, 공원 등 어디서나 쉽게 펼쳐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가정사, 작가의 엄청난 공황장애 이야기, 일상의 체험, 가난한 어린 시절의 추억, 타클라마칸 여행 등 작가는 어쩜 그리도 세세하게 자신의 일상을 끄집어내 쓸 수 있었을까.

 

작가는 대학 졸업 후 회사생활도 했지만, 공황장애라는 엄청난 병 때문에 회사를 사직하고 소설가의 길을 가게 된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책 속에 나오는 지명, 역사, 문화 등이 생소해서 그런 지 읽는데 약간의 지루함도 있었다.

a****7 2022.10.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