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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른바 '시트콤 소설'이다. (표지의 책 제목 앞에 그렇게 적혀있다.) 이 소설이 일종의 코믹 엽기물이란 점을 생각하면, 출판사에서 '시트콤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시트콤 용으로 쓰여진 대본도 아닌데 '시트콤 소설'이라니... 왠지 두 개의 단어가 조합되면서 뒷쪽의 단어 '소설'이 무시 당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영 찝찝하다. ('소설'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없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가?!)
이 소설은 <사무라이 픽션>의 시나리오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라도 영화나 드라마로 (어쩌면 시트콤으로) 극화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에 속도감이 있고, 영상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강조되어 있으며, 캐릭터들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집요하게 한 집만을 침입하는 도둑과, 가족들을 결사적으로 지키려는 집주인의 대결 구도도 간결하면서 명료하다. 만일에 영화화 된다면 외양은 <에드워드 가위손>의 형태를 갖춘, 그런대로 재미있는 코믹영화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런 까닭에, 읽는 동안만은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게 다다. '고개숙인 남자'였던 집주인이 서서히 부권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 가정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책을 읽는 동안에나 잠시 생각해 볼까... 책장을 덮은 다음에도 곰곰히 곱씹어 볼 만큼의 심각한 주제는 아니다. 읽는 순간만은 재미있고, 책을 덮고 나서는 별로 남는 것은 없는... 그런 소설이다. 하지만, 그런 의도로 쓰여졌으면서 '재미도 없는' 소설이 많은 걸 생각하면, 이만큼 재미있으면 다행이지 싶다.
이 책에서 인상적으로 남는 건, 책 자체를 좀 다르게 꾸며보려는 출판사의 시도이다. 접는 표지에 칼라 삽화가 들어가 있는 것도 그렇고, 간간히 인상적인 장면에서는 책장 전체는 까맣게 활자부분은 하얗게 인쇄한 것도 그렇고, 실험적인 시도가 곳곳에 엿보인다. 엽기적인 삽화들도 소설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외국 서적들을 보면 책 외관 상의 미학적인 측면도 많이 신경쓰는 데 비해, 우리나라 책들은 스타일면에서 너무 보수적이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던 중에 이렇게 실험적인 시도를 만나게 되니, 무척 신선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인상깊은구절] 사랑하는 건 둘째치고, 날 남편으로, 이 집 가장으로, 아이들의 아버지로 존중하기는 할까? 내 존재는 그녀에게 뭐지? 우리가 함께 살아온 10여 년의 세월은 또 뭐였단 말인가! 갑자기 실의와 번민과 회의와 슬픔이 밀려든다. 사는 게 이런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아파한다 해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은 때론 고통스러운 법. 그래. 참자. 화내 봤자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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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타로. 그는 일본의 가장이다. 직업은 공무원이고 집도 있다. 2억엔짜리, 그에 돈은 거의 들기 않고도 처가에서 집을 지어주었다. 거실보다 더 큰 부엌과 방5개와 화장실. 이층으로 지어진 고급주택이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평생가도 살수없는 집이지만 처가의 도움으로 집을 얻을수가있었고
집 뒤로는 후지산이 보인다. 그의 가족은 아내 유리코, 중학생인 딸 리카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유카가 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별다른 애정도 존경심도 갖고있지 않은 애들이다.
자신의 아내도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돈을 쥐고있는 아내의 말이 더 잘 먹힌다.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고 저녁이면 거실에 있는 텔레비젼을 볼려고 모여있고 자신의 인생에 더이상 부족한것도 없고 바랄것도 없기때문이다. 그러다 도둑이 들면서 사정이 바뀐다. 도둑은 밤이면 도둑질을 하고 낮이면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게일프로그래머이다. 그는 광적으로 결벽증증세에 도벽까지 있고 구속이 싫어서 혼자사는것을 즐기는 남자이다. 일명 도로보이다. 도로보는 외딴집인 이치타로의 집에 잠입한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음식도 먹고 현금 2만엔을 훔친다. 하지만 자신이 왔다갔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 주 다시한번 그 집에 도전한다. 그리고 2만엔을 또 훔치고 자신이 왔다갔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치타로는 도둑을 잡기위해 점점 변해가고 도둑역시 훔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들의 대결이 볼만하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어이없는 상황이 우리를 즐겁게한다. [인상깊은구절] "전혀 난 단지 도둑일뿐이오. 그냥 즐기는 거지." 이치타로는 우뚝 선 채로 망연자실해졌다. 그대로 냉동된 것 같았다. "여보! 뭐해요? 빨리 잡아야지!" 유리코가 이치타로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나 이치타로는 이미 공포로 덜덜 떨고 있었다. 아내의 촉에 도러보에게로 다가갔 지만, 동작은 건전지가 거의 다 소모된 장남감 로봇처럼느리기만 했다. 그는 공포로 몸이 얼어붙었다, 덜덜 떨며 걷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공포영황에 나오는, 얼어서 새하얗게 굳은 시체, 좀비에 가까웠다. 도로보는 그런 이치타로를 비웃었다. 아주 도전적인 자세로 그를 기다렸다. 드디어 이치타로는 도로보앞에 도달했다. 그렇다 맞서야 할 대상 앞에 도달한 것이다. 기차가 느리게 역에 도착헤 기염을 토하듯이 뻣뻣해진 팔을 들어 도로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