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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수령받고서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을 의심했다. 저 올드한 디자인이란- 초판일을 확인해보아도 틀림없는 신간인 것을. 도무지 마음이 동하지 않아 저 한구석으로 치워놓았던 책을 울며 겨자먹기로 꺼내보았다. 그런데 이 흥미진진함은 뭐지? 처음이 어려웠지, 책장을 넘기고 나니 이틀이면 충분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잠이 안 올 지경. 수혜, 또는 수애 여느 이야기가 그렇듯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주인공. 포스트 몽실언니랄까. 하지만 그 애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 함께 욕하고 눈물지으며 읽다보면 어느 순간 머리를 내려친 듯한 충격이 오는데 저 고리타분해 보이는 표지 속에 숨어있던 그 반전들이 도무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표지로 인해 평가 절하됨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또 이 특유의 촌스러움과 뻣뻣함이 주인공 수혜와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지. 정말 오랜만에 눈물콧물 쏟아냈던 책. 한동안 울고나니 마음 속 응어리가 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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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제목에서의 첫 느낌은 아버지의 외도였다. 아버지를 호칭할 때 동네 이름을 앞에 붙인다는 것은 같이 살지 않는다는 뜻이고, 둘 이상의 아버지가 있는 경우에나 해당될 것이다. 호칭이자 제목인 이 소설은 처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평범한 가정은 아닌 듯하다. 흔히 소설의 주제로 많이 쓰이는 남자의 외도가 낳은 일로 인한 복잡한 가족사, 출생의 비밀 등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 역시 가족소설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족소설이며 한편으론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세상과 화해함으로써 인간애와 가족애를 모두 품에 안은 한 단계 높은 인간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고모의 연락을 받고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게 된 수혜는 애써 지워내고자 했고, 까맣게 잊은 줄로 알았던 지난 세월의 기억과, 아프고 서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수혜는 여섯 살 때까지 장애가 있는 엄마와 강원도 사북에서 살았다. 가난과 이웃들의 멸시 속에서 어렵게 홀로 딸을 키우던 애란은 호적이 없는 수혜의 학교 문제로 결심을 하고, 낯선 집 대문 앞에 수혜를 버려두고 떠났다. 엄마에게 버려진 낯선 집은 고모의 집이었으며 갑자기 나타난 수혜로 고모와 식구들은 놀랐지만, 식구들은 어린 수혜를 따뜻하게 대했다. 얼마 후 처음 만난 아버지를 따라간 성북동 집에는 성북동 어머니와 갓 태어난 동생이 살고 있었다. 어린 수혜는 자신을 대하는 성북동 어머니의 불편한 태도를 보면서 이곳에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 낯선 곳, 낯선 대문 앞에 엄마에게 버려진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혼자 서 있는 일은 참으로 막막하고 두렵고도 서러운 일이었다. 한 번씩 고개를 빼고 혹시나 엄마가 다시 나를 찾아올까,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곁에 두고 울고 서 있는 내가 이상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흘깃거렸다. 부끄러워진 나는 대문 옆 담벼락 쪽으로 몸을 돌려 쪼그려 앉았다.(p. 38)
아득한 기억 저편에 있던 일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과거를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 수혜는 차분히 그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하나의 사건 속에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진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저자 장은아는 ‘이 소설을 쓰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크게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혜는 성북동에서 살지 못하고 다시 시골 고모 집으로 돌아왔다. 수혜의 의심스러운 출생을 두고 소문이 무성한 탓에 시골에서도 항상 외톨이였다. 특히 태완의 엄마 무실 댁의 수혜를 향한 증오는 그녀의 무의식중에 수혜를 혼외자로 낳은 애란과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간 첩실을 동일시했기 때문이었다. 수혜는 그런 무실 댁의 아들 태완을 좋아하게 되고 슬픔을 안고 사는 태완을 향한 동질의식이 사랑의 감정으로 변했다. 사춘기 시절 마을 뒷산에서 마주친 수혜와 태완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게 되고, 태완이 집에 불을 지르는 방화 사건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재확인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도 끊을 수 없는 운명의 끈이 단단하게 이어져 있다고 믿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로 거처를 옮긴 수혜는 태완과 비밀스러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온전한 자유와 행복이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햇살처럼 밝은 성격의 세아가 나타났다. 수혜의 유일한 친구인 세아는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수혜는 세아의 그런 재주가 부러웠다. 그로 인해 태완이 흔들리는 것이 불안하지만 수혜는 단짝 친구인 세아에게 태완과의 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자신과 태완의 관계가 무실 댁 앞에서 비밀스러워야 했던 탓도 있었지만, 태완은 세상에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자신에게 간절하고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전에 내가 말했지. 그건 너를 잃게 될까 두려워서였어.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간절히 원하는 건 모두 나를 떠났어. 그게 무엇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우리 엄마도 나를 버렸고, 나를 지켜주겠다던 성북동 아버지도 나를 지켜주지 못했어. 내 동생들 정혜와 신혜에게는 여전히 아버지이면서, 내게는 언제나 먼데 있는 타인 같았어. 그렇게 간절히 빌었는데. 그렇게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랐는데. 내가 좋아하던 머리핀, 예쁜 지우개, 연필.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건 모두 잃어버렸어.(p. 157)
무실 댁이 수혜와 태완의 관계를 알게 되고, 태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실 댁은 목을 매어 죽겠다고 협박했다. 태완은 그 일로 더는 수혜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태완은 수혜의 눈빛에 감도는 슬픔 속에서 엄마 무실 댁의 슬픔이 보여서 괴롭고 심신이 지쳐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구김살 없이 밝고 환한 세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태완은 수혜를 버리고 세아와 결혼하여 독일로 떠났다. 더는 세상을 살아낼 의욕을 잃어버린 수혜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탈진하여 의식을 잃게 되지만, 삶의 마지막 끈을 놓고 멀어지려는 수혜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희망의 빛줄기가 되어주는 정섭과 만나게 되었다. 늘 따뜻하게 감싸주고 수혜의 모든 상처도 함께 품어줄 수 있는 정섭의 사랑을 받아들인 수혜는 정섭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떠났다.
수혜는 마흔을 훌쩍 넘겨 고국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예전의 상처를 하나씩 되짚어갔다.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았던 여섯 살 ‘수혜’는 그녀가 기억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여자였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기억을 모두 지우는 것이었다. 그녀가 지나간 시간의 기억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할 즈음, 그녀는 되돌리고 싶지 않았던 고통스러운 기억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동안 그녀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실들을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성북동 어머니의 마음을 중년이 된 수혜는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의 옷을 정리하던 수혜는 아버지가 마지막 입었던 옷 속에 자신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함께 찍은 사진을 지니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수혜는 자신이 결코 버려진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돌아본 자신의 삶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한 번도 버려진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삶인 줄만 알았는데, 보이지 않은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과 사랑으로 지켜진 삶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사랑은 없다.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능력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사랑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갈구할 뿐이다. 문학에서도 사랑은 소멸된 채, 건조하고 척박한 광야만이, 잘려나간 흑백필름처럼 뒹굴고 있다. 『성북동 아버지』에서, 억울할 수 있는 세상의 지탄과 불명예를 평생 소리 없이 감내하면서, 은밀하게 사랑을 실천해 나간 ‘성북동 아버지’는 사랑 없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에게 감동과 감사를 보낸다. 아울러 그의 딸로 성장하여 온갖 역경을 버텨가며 떳떳한 사회인의 자리에 앉은 주인공 수혜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고난 속에서 은혜와 사랑을 깨닫는 장면 또한 감동적이다. 사랑은 주어짐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 김주연(문학평론가)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세상에 버려진 모든 ‘수혜’들에게 당신은 버려지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쩌면 당신이 사는 그 힘겨운 나날들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눈물 흘리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누군가의 사랑으로 지켜진 날들이라는 것을. 이제는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을 세상에 실천해야 할 때라는 것을. ‘사람’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장은아
196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0년 미국에 와서 현재 뉴저지에 있는 Import & distribution company 회계부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2002년 [뉴욕 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미주한국일보]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습니다. 2003년 재외동포 재단, 제5회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2004년 국제 펜클럽, 제1회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되었다. 2015년 [한국산문]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였.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눈물 속에 핀 꽃』, 『성북동 아버지』, 산문집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공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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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이야기가 소설일까.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 수혜는 장애인 아빠도 모른 채 장애인 엄마 밑에서 자랐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성치 않았으니 그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수혜가 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아 도시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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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질게도 수혜를 자신의 언니네 집앞에 두고 떠난다. 백밤자면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고모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성북동 아버지는 수혜를 처음 만났고 아버지집이 있는 성북동에서 지내게 되지만 성북동어머니의 충격으로 결국 다시 고모네 집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성장한다. 수혜는 누구에게도 환영받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를 임신하고 집을 떠나 타향을 떠돌던 엄마. 이종사촌 동생을 범했다는 오명으로 평생 불명예로 살아야 했던 성북동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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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서 자랐던 태완은 수혜에게 첫사랑이었다. 아버지가 시장통에 있던 첩에게 정신을 뺏겨 자신의 어머니를 버리고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사랑하지 못한 태완. 극악스럽고 무지한 엄마의 집착과 억지스러움에 질린 태완은 묘하게 수혜의 삶과 닮았었다. 둘은 운명처럼 끌렸고 당연히 남은 시간들을 함께 할 것이라 믿었다. 먼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태완을 따라 서울로 올라온 수혜는 태완과 함께하기 위해 성북동이 아닌 자취집을 선택한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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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곤 사귀어본적도 없었던 수혜에게 다가온 세아는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천진하고 맑았던 세아의 웃음은 태완에게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했고. 태완과 세아는 결혼을 하고 독일로 떠난다. 남겨진 수혜의 몸에는 태완의 아이가 잉태되었고. 그런 수혜에게 다가온 남자 정섭. 모든 걸 알고도 수혜를 사랑해준 남자 정섭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던 수혜는 성북동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2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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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떠난다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그랬고, 태완이가 그랬고...그래서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간곡한 고모의 부름을 물리치지 못하고 돌아온 수혜는 그동안 감춰졌던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천형이라고 여겼던 지난날속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자신을 딸처럼 키워주었던 고모와고모부, 더러운 핏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사랑과 용서로 맺어진 인연이었다는 것도.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하게 되면서 대학입학금도 결혼자금도 대주지 못했던 고모부가 통장을 내미는 장면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이런 좋은 분들이 수혜를 키워주셨구나. 너는 결코 외로운 아이가 아니었어. 평생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야 했던 아버지가 정말 어떤 존재였는지도 알게 되었고. 너는 잊혀진 아이가 아니었다.
지난 시간 자신이 등을 돌렸던 사람들과, 시간들과 화해하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비로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였는지를 알아가는 여정은 감동이었다. 소설이 아니라면....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면...정말 이런 소설같은 삶도 다 있구나 싶었다. 조금 늦었지만 더 늦기전에 용서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가슴아팠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수혜야 많이 힘들었고 외로웠지만 잘 살아와서 고맙다. 하늘에 계신 성북동 아버지도 분명 흐믓해하실거라고...그러니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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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그에게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 젊은 날의 흔적, 회한.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던 나(수혜)는 20여년 만에 한국으로 들어온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그리고 잊고 살았던 고국에서의 일들을 떠올린다. 어머니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성북동 아버지에게 맡길 때 어떤 심정으로 나를 그리로 데려갔을까? '수애'에서 '수혜'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끝내 찾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잘 살고 있을까.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더디. 어떻게보면 어머니와 나의 삶은 이상하게 닮았다. 내가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은 분명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사랑에 굶주렸으면서도 표현하지 못했고, 사랑받고 있으면서도 알 지 못했다. 핏줄이라.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지 않고 맨 나중을 읽었다면 분명 대단한 반전이라 평가받을 만 했다. '수혜'의 삶. 그가 성장하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보면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을 찾았지만, 인연이 아니었고, 그를 놓아주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운명이라 믿었지만 엇나간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일을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척 한 제3자가 희생되었다. 이 책에는 희생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수혜는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고모부'가 아니었을까. 제목이 '성북동 아버지'인 것에 의아했으나,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그가 했던 행동들이, 회한이 비로소 설명이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연을 들려주고서 눈을 감았다. '핏줄'이라. 세상에는 '핏줄'을 뛰어넘어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두고 비로서 화해의 손길을 청한 '성북동 어머니' '수혜'와 그녀의 딸을 품어준 남편과 시어머니. 그녀와 시어머니가 나눈 이야기들이 좋았다. 고국에서의 20여년과 타국에서의 20여년을 이어주는 느낌이랄까. 이제 '수혜'는, 그녀의 딸은 다른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적어도 그녀의 딸이 본인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핏줄과 정. 상처의 치유. 화해를 그린 소설이었다. * 이 글은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느낌과 의견을 적은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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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와 수애의 이야기 : 성북동 아버지 - 장은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수애는 다리를 저는 어머니와 둘이 살다가 6살에 고모의 집으로 맡겨진다. 엄마와 사는 동안데도 엄마가 여차하면 너를 떠날꺼라고 얘기해서 마음속에 사람에 대한 갈증이 있는 상태다. 생전 처음 만난 아버지를 이후 ‘성북동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다. 아버지는 새로 결혼한 어머니와의 사이에 정혜라는 딸이 있어서 이름을 돌림자로 “수혜”로 바꿔버린다. 아버지는 같이 살아야 한다며 성북동 어머니와 동생 정혜가 있는 성북동 집에 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북동 어머니의 자살 시도로 다시 고모네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성북동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이 총각시절 낳아온 혼외자가 어느날 갑자기 같이 살자고 하면 산후우울증이 아니더라도 기함할 터이다. 이후 현재 수혜는 고모집에서 자라면서 동네의 무실댁에게는 엄청 험한말을 들으며 소심하게 자라게 된다. 최대한 대학은 현재 집에서 독립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무실댁의 아들인 태완과는 기저에 깔린 가족에의 슬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태완과는 연결된 끈이 있어서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이 무실댁이라는 사람이 수혜에게 많은 압박을 일삼음으로써 트라우마를 심어주게 되는데, 성장기에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지대함을 알 수 있다. 그다지 자기랑 상관도 없는 일인데, 자신의 처지와 투사시켜서, 혼외자에 대한 적대감을 그다지도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다 천차만별이니까. 대학은 서울로 진학하게 된 수혜는 바로 태완과 애인사이가 되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 세아와 셋이 잘 어울리게 된다. 태완과는 사귀는 사이지만, 왠지 세아에게 밝히지 못하고 만다. 수혜의 마음속에서는 사랑하는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가 숨기기 였던 것이다. 내것으로 소중하게 여기기만 하면 삶에서 한번도 허락되지 않고 다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측은했다. 하지만, 이것또한 잘못된 만남으로 이어진다. 친절하고 부잣집 딸인 세아와 태완이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둘 사이의 기류가 변화하게 된다. 그 사이 무실댁이 올라와 수혜와 드잡이를 하고나서부터 태완과는 멀어지게 되고, 무실댁도 자살시도를 하며 태완도 수혜와의 사이를 정리하게 된다. 그사이 고학생으로 고군분투하던 수혜에게 아르바이트 하던 출판사의 홍대리가 고백을 해온다. 만나는 사람이 있었기에 거절하려던 그녀에게는 소나무 같은 소중한 사람이다. 태완과 헤어지고 나서 그 사이에 임신사실을 알았던 수혜는 이것도 다 보듬어줄 홍대리와 결혼하고 미국으로 간다. 20년 후 아버지의 위독사실을 알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듣게되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사실들을 다시 고쳐서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된다. 나를 낳아놓고 왜 버렸을까 생각했던 어머니, 같이 살자고 해놓고 또 멀리했던 아버지, 그리고 냉담한 새어머니, 등등이다. 늘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생각한 그녀가 실은 사람들의 따스함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모질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평생 돌보기도 하고, 피가 섞인 사이도 반평생을 안보고 살기도 한다. 수애로 태어나 수혜로 살았지만, 성북동 아버지의 딸이었던 수혜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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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때 잘 해~~! 라고 우리는 흔히 결핍이나 부재 전의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데, 그 때 당시에는 뭐 내게 무슨 일 있겠어? 라는 치기어린 생각으로 그 상황을 넘겨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성북동 아버지" 는 흡사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많은 불완전 가족의 전형을 보는듯 한 느낌과 가족이라도 당사자와 다른 사람과의 느낌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휠씬 강렬하게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 그런 갈등의 표상을 소설의 화자 즉 당사자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결국 사랑을 갈구하다 사랑을 채우지 못해 떠났다 돌아와 지금껏 지속된 사랑이 존재했음을 깨닫는 삶에대한 생각을 많이 해 보게 하는 책이다. 수혜의 삶이 버려진 삶이라 생각했기에 더이상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존재하는 모두의 관심을 차단하고 만 상황은 아닐까? 그런 생각은 피해 의식으로 점철되어 스스로를 옭아매어 이 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된다. 성북동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국땅을 밟은 수혜는 훌쩍 커버려 그 옛날 6살 수애와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넌, 내가 아무리 잘 해 보려고 해도 네가 받아주질 않는걸 난들 어쩌겠니?" 로 이해하면 관계에서 파생하는 삶의 파편 쯤으로 기억될듯 하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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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 장은아 / 문이당 아버지에 관한 소설이여서 그런지 마음이 끌렸다. 내가 지금 아버지가 되었고 훌쩍 나이가 많은 아버지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이신 장은아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책의 주인공인 수혜 역시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다. 책의 시작은 미국에서 살고 있던 수혜가 고국에 있는 아버지의 위독한 상황을 전해듣고 비행기에 몸을 실고 떠나면서 눈을 감고 과거를 되돌아보며 시작한다. 소설이여서 그런지 책장을 펼치고 몇시간 만에 한숨에 다 읽었다. 한 여자가의 삶이 이토록 기구할수 있는지 생각하며 때로는 안타깝게 계속해서 수혜의 감정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읽어내렸갔다. 한 여인의 삶의 전 인생을 본것 같은 느낌이었고 읽으면 읽으수록 다음 장면이 궁금했다. 읽을때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덮지 못하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간 여주의 삶이 이렇게 비극적으로 마치지 말아야 한다는 한줄기 소망을 가지고 뒷장면을 기대하면서 읽어 나갔다. 20년간 한번도 고국에 돌아오지 않은 수혜 그녀는 이 땅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들이 그렇게 많았던것 같다. 한쪽 다리를 절며 남편없이 6살 아이를 키우는 여인,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몰라서 매일 매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살아가는 아이, 어쩔수 없이 6살난 아이를 어느 곳에 놔두고 훌쩍 떠나버린 엄마, 처음보는 고모네 가족들과 처음으로 만난 아버지와의 만남, 아버지를 만나서 희망에 부풀었지만 아버지의 집에서 불편한 시선을 마주한 어린수혜, 그러고 나서 다시 고모네집으로 와서 어색한 관계로 계속 지내야 했던 일, 이런 기구한 시절을 보낸 불쌍한 수혜에게 사사건건 욕하며 괴롭히는 무실댁, 참 어처구니 없게도 이런 무실댁의 아들을 사랑한 수혜, 책의 전반부는 참으로 한 여인이 이토록 기구한 인생을 살았음에 마음이 안타깝고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도 20살이 넘어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서로를 아껴주며 하나의 운명의 끈이라고 생각했던 태완이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출판사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을 도와주는 홍대리를 만나서는 그래도 수혜의 인생에 희망이 보였다. 책을 읽는 나도 수혜를 바라보면서 기뻤다. 한번 사람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던 그녀, 자신의 존재가 다른사람에게 불편하다고 생각해온 그녀에게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전개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수혜가 대학와서 사귄 하나뿐인 단짝친구인 세아와 자신보다 더 의지했던 남자친구 태완의 만난 그리고 결혼. 소설에서 수혜도 이미 그전에 눈치챘지만 나역시도 태완과의 이별후에 홍대리인 정섭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듯 하였다. 시간이 흘러 정섭과 결혼후 그들은 미국으로 떠나서 20년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는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었음을 듣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서 떠나기전 아버지와의 대화가 중심을 이룬다. 그 대화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진실들을 밝히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은 따뜻하고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항상 외롭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수혜에게 그들 곁에 있었던 고모, 고모부, 성북동 아버지, 성북동 어머니와 너무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 나가며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서로 감사와 배려와 행복이 느껴져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하였다. 나를 평생 아프게 한 사람, 나와 엄마를 버린 사람, 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지켜주지 않았던 사람, 성북동 아버지를 용서하며 그당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제 진심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장면, 아버지를 떠나기전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여주의 마음이 이제는 사람을 향한 원망과 어색함과 증오가 아닌 사랑과 감사와 기쁨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어머니 저는 왜 여태 그런 걸 몰랐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무서웠어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를 버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야 알았어요. 저는 한 번도 버려진 적이 없었어요. 그들은 하나같이 저를 지켜주고 있었어요. 여기 이렇게 제가 살아있는 것은 그들 모두가 저를 붙들어 주고 지켜주었기 때문이에요. 이책을 다 읽고 나서 한편의 드라마를 정주행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떤 기구한 인생에도 희망이 있고 행복의 반전으로 끝맺을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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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는 6살, 엄마와 함께 지내다가 학교 다닐 즈음 늘 불안했던 이별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갔지만 고모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고모집 뒷산 중턱쯤에 늘 가는 키가 작고 못생긴 소나무가 그녀에게 안식처였다. 심하게 휘어져 볼품없는 그 나무는 볼 때마다 절름발이였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나무 밑동에 등을 기대고 앉아 엄마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곤 했다. 어느 날인가 그 소나무에서 울고 있던 태완이가 그런다. 대학 입학후 첫 자취방에 들른 아버지, 늘 그렇듯 쓸쓸하고 미안한 눈빛이다. 하지만 모두가 가고 혼자 남은 방에서 그녀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간지러웠다. 방 안에 사지를 대자로 뻗고 누워서 온몸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간지러움에 오랫동안 키들거렸다."(p103) 엄마를 떠난 후 경계선에 놓여있는 삶을 살아오다가 오래 꿈꾸어오던 온전한 독립을 이룬 것에 가슴 벅차올랐다. 그녀의 자취방을 모를텐데 태완이 찾아왔다. 대학생때 단짝 친구, 현세아에게서 받은 첫 인상이랄까, 평가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 그냥 잔잔한 강물 흐르듯한 스토리 전개가 편안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모가 난다든지 감정의 폭이 심한 내용이 아닌지라 가까운 친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이해가 안되는 사람은 간혹 성자일지 모른다. 성북동 아버지가 그랬고 홍대리가 그런 것 같다. 성북동 아버지는 죽기 전에 묻힐뻔한 과거가 입에서 흘러나왔지만 홍대리 마음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쉽지만 그도 충분히 고귀한 품성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홍대리의 1인칭 시점의 내용도 있었으면 바라지만 어쩌면 싱거울수 있을려나. 아무튼 감동적인 소설은 먹먹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긴다. "그땐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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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려진 모든 수혜들에게 당신은 버려지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문이당에서 출판한 장은아 작가님의 <성북동 아버지>는 안구건조증으로 눈이 건조해진 나의 눈물샘을 터트렸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뉴저지에서 회사 회계부서 매니저로 근무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데, 너무 생생한 경험에 허구인지 실화인지 상당히 모호했다.
아마 상당 부분 작가님이나 주변인의 경험이 녹아있을 거라 추측해본다.
소설을 읽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우리를 외면하고 세상은 나 홀로 오롯이 생활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보내는 힘이 나를 온전히 일어서고 살아가도록 일으켜 세우는 것 같다. 평온하게 누리는 일상도 누군가의 사랑이 얽히고설키어 내 삶의 밑바탕을 지탱하는 그물의 씨실과 날실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 후 20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던 수혜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고모의 연락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한국 소식은 알고 싶지도 않았고, 한국에 있는 수혜를 아는 지인의 소식도 모두 무시하고 지냈는데, 그 무심함에는 또 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혜는 모두에게 버림받고 그녀를 지켜주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배신했지만, 그 모든 사건은 또 다른 진실을 품고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역촌 인근에서 작은 가게를 차려 생활한다. 동네 여자들에게 드잡이를 당하며 지내는 어머니 애란은 수혜는 호적도 없고 학교 가야 할 나이가 다가오자 마침내 여섯 살인 수혜를 고모에게 맡긴다. 그곳은 한 번도 지내본 적이 없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집 앞이었다.
박봉에 여자가 있는 술집이 부담스러웠을 사내들은 막걸리와 찌갯거리값에 잔돈푼이나 조금 얹어주면 되는 우리 집이 만만하고도 편했을 것이다. 엄마는 그들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두부찌개건 김치찌개건 보글보글 끓여 막걸리 상을 봐주었고, 그들이 손목을 잡아끌면 못 이기는 척 젓가락 장단을 치며 노래를 한 번씩 불러주었다. (…) 하지만 동네 여자들은 그런 엄마와 나를 싫어했다. [ 30~31쪽, 기억의 첫 장 중]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 낯선 곳, 낯선 대문 앞에 엄마에게 버려진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혼자 서 있는 일은 참으로 막막하고 두렵고도 서러운 일이었다. 한 번씩 고개를 빼고 혹시나 엄마가 다시 나를 찾아올까,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 38쪽, 두렵고도 서러운 일 중]
고모네도 나를 키우기에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고모는 마침내 성북동 아버지 댁에 나를 맡기고, 나의 존재는 평화로운 성북동 가정에 폭탄이 돼버린다. 식모살이하던 복순이 언니는 나와 언니가 같은 처지인 양 나를 챙겨준다. 아무 곳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성북동 어머니의 태도는 그녀가 오래 머물지 못할 거라고 예감하게 된다.
“위선자! 당신은 나에게 아무 할 말이 없어!” “당신도 나를 용서하기로 했잖아. 그래놓고 매번 이러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견딜 수가 없어. 저 애를 볼 때마다 참을 수가 없어. 차라리 죽는게 낳을 것 같아.” “정혜를 생각해야지. 이 칼을 놓으라고, 제발.” “날 죽게 내버려둬. 죽어 버릴 테야.” [ 58쪽~59쪽, 두렵고도 서러운 일 중]
다시 고모집으로 돌아온 수혜는 동네 사람들의 지분거리는 소리에 점점 상처받는다. 태완의 어머니 무실 댁이 수혜를 대하는 태도는 가학적이고 자신의 결혼 생활이 실패한 게 수혜 때문인 것처럼 그녀를 대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무실 댁의 아들 태완과의 사랑은 점차 커지고, 수혜를 대하는 어머니 무실 댁의 태도로 태완은 집에 불을 지르고 만다.
서울로 대학을 다니게 된 수혜는 태완과의 자유로운 사랑에 잠시 행복하지만, 자신의 친구 세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이 깃들어 있지 않다. 수혜와는 다른 세아의 모습에 태완의 마음은 어는 순간 수혜 대신 세아가 자리 잡는다. 수혜는 다시 한번 사랑에 버림받고 마는데….
장은아 작가님의 <성북동 아버지>는 사람과 환경, 살아가는 이유, 사람이 주고받는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의 사랑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늘은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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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늘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고무줄을 넣은 월남치마를 입고 기차역에 앉아 있다가 석탄을 잔뜩 실은 기차가 지나가고 난 뒤 빈 철길 위를 절룩거리는 몸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철길에 떨어진 석탄 덩이들을 양동이에 주워 담던 모습이었다. 엄마는 그것들을 모아서 장에 내다 팔기도 했고, 겨울에는 우리 집 난로에 넣고 불을 때기도 했다. 역장님과 역무원 아저씨는 기차가 지나간 후 엄마가 빈 선로 위에서 석탄을 주워 모으는 걸 눔감아 주었다. 그들은 큰 선심을 베푼다는 듯이 엄마 앞에서 거들먹 거렸고 엄마는 묵직해진 석탄 양동이를 들고 자라목으로 굽신굽신 인사를 했다.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