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의 소설은 딱 이 한 권뿐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므로. 그래서 사실 '왜 이렇게 썼냐'를 물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책 안에 포함된 비평가들의 말(그 중에는 브리스와 시공간을 함께 한 이들도 포함된다)은 말 그대로 그들의 해석일 뿐이다. 그러니 100% 의존하지는 말자. 그의 소설은 황량하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어쩌면 목가적으로 보일만한) 풍경들은 그의 손끝에서 위태롭고 불안정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떠난 사람들, 남은 사람들, 그리고 돌아왔지만 희망은 꿈꾸기 어려운 사람들까지.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리볼버를 만지작거리며 방황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브리스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되었을뿐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스러져가는 세월 속에서 영문도 모른채 함께 스러져갈 뿐이다.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 앞에서 간신히 버티고 선 그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동시에 처절하다. 그래서 더욱 위태롭다. 요즘 같다. 그래서 공감이 이끌려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인상깊었던 문구들을 옮겨 본다. 나는 내가 삼엽충으로 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 - 삼엽충 화석이네. 오래전에 죽은 거야. 모으고 있어요. 오래전에 죽은 걸 모아서 뭐 하게? 아이는 밑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 골짜기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곳에서 달아나거나 술로 벗어나거나 죽어도 그곳을 지워버릴 수 없음을 안다. - 영원한 밤 나는 나팔을 쥔, 비누를 쥔 내 손을 내려다본다. (중략)나는 다른 손으로 다섯 손가락을 하나하나 세고 손가락은 썩어 문드러질 만큼 오래오래 거기 붙어 있을 거라고 혼잣말한다. - 명예로운 죽음
|
|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라는 이름을 듣는다면 그의 작품은 활기찰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의 독특한 이름은 독일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 같다..)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는 26세에 엽총으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우울하고 쓸쓸한 인생사가 작품에도 반영되어 있다. 작품을 읽기도 전에 서문에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쓸쓸하지만 어딘가 애정도 느껴진다. |
|
처음엔 책의 이름을 보고 눈길이 가서 찾아보게 되었다. 팬케이크? 정말 실명이란 말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그는 엽총으로 자살을 했다. 그것도 이십대에.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는지는 남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서문을 읽으면 추측 정도가 나오는데 소설만큼 좋은 글이다. 단편들 모두 좋았지만 거기서도 삼엽충은 듣던대로 수작이다. 작가가 자살한것을 알고 읽어서 그런가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황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신기한게 그와중에 따뜻함을 느꼈다는 것. 좋은 작가를 발견함과 동시에 단 한권뿐인 소설책이라 하여 슬펐다. 그가 쓴 다른 장편은 어땠을지 궁금한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