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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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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세 】 |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_얼 C. 엘리스 / 교유서가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크뤼천은 자신의 동료들이 현시대를 여전히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는 점에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홀로세는 지질시대의 최후 시대(1만 년 전에서 현재까지)를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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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_C. 엘리스 / 교유서가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크뤼천은 자신의 동료들이 현시대를 여전히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는 점에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홀로세는 지질시대의 최후 시대(1만 년 전에서 현재까지)를 말한다. 충적세, 전신세 또는 현세라고도 한다.

 

다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는 2011년 미국 지질학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관련학자들은 최근 들어 미래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그대로 바라볼 수 없기에, 최근에 일어난 환경 변화 기록을 복원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확히 언제 인간이 지구환경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2013, 고고학자 브루스 스미스와 멜린다 제더는 학술지인류세에서 이렇게 질문했다. 크뤼천이 인류세 개념을 제안하고 10년이 더 지난 후, 고고학자들도 처음으로 인류세를 정의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지구를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과학자들 사이에서 인류세 개념이 최초로 생겨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인간이 지구 시스템의 작동을 변화시켜왔다는 점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 뒤에 있는 인과적 기제들을 증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근본적인 구성요소, 그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지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변화시키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시스템으로서의 지구에 대해서 탄탄히 이해하지 못하면, 지구 시스템의 변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용어들 중에 처음 들어보는, 또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정의되는 단어들을 만난다. 안트로포스(Anthropos), 오이코스(Oikos), 폴리티코스(Politicos),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등이다.

 

어느 장소로 이동하건 간에 인간 사회는 자신들이 도착한 흔적을 숯, 도구, 공예품, 인간 혹은 사냥감의 뼈 등을 통해 고고학적 증거로 남겼다. 플라이스토세 후기와 홀로세 전기 동안 수렵채집민은 거대 동물의 절반 정도,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서식하던 다수의 대형 조류를 멸종시켰다. 수렵채집민이 거대동물의 대멸종에 끼친 영향의 수준은 여전히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다. 인간이 불을 사용함으로써 여러 대륙의 식생이 크게 달라지고 지구적 기후변화로까지 이어졌다는 증거에 주목한다.

 

인간에 의한 생태계 변화는 인류세로의 이행을 가져오는 주요한 동력이었다. 대멸종, 외래종 침입, 온실가스 배출, 기후변화, 토양변질, 물 순환 체계의 변형, 자연 서식지의 거대한 인공 경관으로의 전환 등은 모두 인간에 의한 생태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생태과학과 환경과학은 이러한 변화의 특징을 포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얼 C. 엘리스 교수는 대학에서 지리 및 환경시스템학을 담당하고 있다. 인류세 생물권 안에서의 지속 가능한 관리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류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아울러 독자들이 저자와 마찬가지로 영감을 받고 좀 더 의식적이고 주도적으로 더 나은 인간의 시대를 만들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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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락 s******5 2021.04.2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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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논의의 바람직한 사례를 만나다
"인류세 논의의 바람직한 사례를 만나다" 내용보기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인간종이 지배하는 시대를 말한다. 다른 말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1922년 구소련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가 인류세란 말을 처음 사용했지만 그것은 구소련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 미국 출신의 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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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인간종이 지배하는 시대를 말한다. 다른 말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1922년 구소련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가 인류세란 말을 처음 사용했지만 그것은 구소련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 미국 출신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1934 - 2012)도 사용했다. 2000년 이후 네덜란드 출신 대기화학자로 오존층 파괴 원인을 밝혀 노벨화학상을 수상(1995년)한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 1933 - 2021)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파울 크뤼천은 ‘핵겨울'이라는 개념도 처음 쓴 분이다.

 

핵전쟁이 불러올 기후재앙을 경고했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도시와 산림, 농경지, 석유 및 가스전으로 불이 번지면서 엄청난 연기가 대기로 날아가 햇빛을 차단하는데 이로써 지구 표면이 냉각되어 전 세계 농업생산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 전체 역사(46억년)를 하루로 환산할 경우 인류의 등장은 12월 31일 자정을 몇 시간 남겨둔 시각에 이루어졌다. 지질시대는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루어졌다. 인류세는 신생대 제3기(팔레오세, 에오세, 올리고세, 마이오세, 플라이오세)와 신생대 제4기(플라이스토세, 홀로세)에 이은 시대다. 현재는 지질시대 중 가장 최근에 해당하는 시기인 260만년전에 시작된 제4기로 그 가운데 홀로세(완전히 최근이란 의미)다.

 

인류세가 인정된다면 홀로세 다음의 인류세가 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20만년전(’전곡선사박물관‘ 자료)이다. 지질시대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우리 행성을 형성하는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암석에 물리적인 흔적이 남아야만 지질학적 연대표를 직접 구성해낸다고 밝힌다. 지질학자 중 층서(層序) 기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층서학자라고 한다.

 

그들이 지질학적 시간을 뚜렷하게 구분되는 단위로 나누는 것은 지구의 역학이 불연속적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그런 방식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243 페이지) 층서학(stratigraphy)은 지층의 기원, 구성, 분포를 다루는 학문이다. 지층의 수직면은 시간 차원, 수평면은 공간 차원을 나타낸다. 지질시대 구분은 층서학자들의 소관이다.

 

지질시대로 등록되려면 지구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절한 종류의 층서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층서학자들이 연구하는 물질적 기록의 특징은 복잡하고 혼합적이며 통시적이다. 한 사회, 한 가구가 흔적을 남긴다고 해도 다음 세대 샤람들은 같은 곳에 도랑을 치고 터를 닦고 무덤을 파며 건물을 짓고 쓰레기를 버리고 잔해를 남기면서 퇴적물을 변화시킨다.

 

이후에 홍수를 비롯한 자연현상 때문에 흙이 덮이기도 하고 새로운 공사를 위해 퇴적층의 상당 부분이 제거되기도 한다. 지층의 어떤 부분은 지하 묘지, 깊은 우물, 지하터널 등으로 뚫려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부분은 경작한 토양, 인공 습지, 매립지, 수천년 동안 여러 겹의 정착지의 흔적이 만들어진 언덕(중동에서 흔히 발견되는 ’텔; tel’이라 부르는 고고학적 지층)으로 덮여 있을 수 있다.(163 페이지)

 

17세기 후반 덴마크의 해부학자 니콜라스 스테노(니콜라우스 스테노; 1638 - 1686)에 의해 층서학이 시작되었다. 층서학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새로운 층은 오래된 층 위에 형성된다. 이를 누중법칙(law of superposition)이라 한다. 또한 퇴적암은 원래 수평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연속적인 층으로 형성된다.

 

스테노는 후원자인 메디치가의 페르디난도 2세의 부탁을 받고 ’글로소페트라(Glossopetrae; 혀 돌; 설석; 舌石)’라는 1,270kg의 화석화된 상어 이빨을 절개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법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 물질이다. 당시 그 물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고 몰타 섬에서 독사에 물리고도 해를 입지 않은 사도 바울의 기적(사도행전 28장 3, 4, 5절)으로 인해 독사 이빨 모양으로 자라게 되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스테노는 글로소페트라와 상어 이빨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둘이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층위 안의 물리적 특성(광물 구성, 질감, 색상)과 화석 내용물을 통해 층위를 변별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지역의 다양한 암석 형성물과도 그 층위의 상관 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

 

스테노 이후 한 세기가 지나 광산 측량사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 1769 ? 1839)에 의해 층서학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윌리엄 스미스는 화석 천이(遷移) 법칙을 밝혀냈다. 최근에 생성된 지층일수록 진화된 화석이 나옴을 의미하는 법칙이다. 전 지구적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지질 기록이 보존된 곳을 표준층서구역(GSSP,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이라 표시한다.

 

표식의 모양과 형태가 황금색 못을 박은 것과 비슷해 '황금못'(Golden Spike)이라 부른다. 그곳을 조사하면 특정 지질연대의 경계를 가늠할 수 있다. 고고학자 메슈 에지워스 등은 고고학과 지질학은 연결되어 있고 동일한 층서학적 원리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고고학적 시대 체계는 일반적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된다.

 

플라이스토세와 함께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홀로세와 함께 중석기와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에디아카라기는 6억3000만~5억4200만 년 전 신원생대 시기다. 생물이 대거 나타난 고생대 캄브리아기 직전에 해당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디아카라다. 생물체가 대거 출현한 ‘캄브리아 폭발’ 이전에 완벽한 상태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에디아카라군이 주목된다.

 

인류세 시작점은 18세기 중반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보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했다. 그는“산업혁명의 아버지“다. 세계 첫 증기기관차는 1804년 트레비딕의 페니다렌호다. 선로 궤도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1740년 이후 유럽은 소빙하기를 겪었다. 아일랜드에 7주간 서리가 내렸다. 아일랜드 인구의 20퍼센트 이상 굶어죽었다. 추위를 피하려고 목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용량이 급증했다. 가격이 급등하자 사람들은 새로운 연료를 찾아나섰다. 석탄은 지질시대에 식물이 퇴적되어 매몰된 후 열과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광물이다. 고생대 석탄기는 3억 6700만년전 - 2억 8900만년전에 이르는 시기다.

 

수요 급증에 따라 노천 탄광뿐 아니라 땅속 탄광에서도 석탄을 채굴하게 되었다. 광산으로 스며드는 지하수를 퍼올리는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증기기관이다. 20세기 중반(1950년 이후) 인간활동 및 환경변화의 속도가 극적으로 증가한 것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며 그것을 거대한 가속으로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심할 바 없이 지난 50년 동안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인간이 촉발한 변화의 규모, 공간적 변화, 속도는 인류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으며 아마 지구 역사의 차원에서 보아도 그럴 것이다. 지구 시스템은 이제 기존 자연계에서 나타나던 변이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미에서 유사체 없는 상태로 작동하고 있다.”(미국 기후학자 윌 스테판)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육지 생물권의 3/ 4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토지 사용 때문에 변화했다. 직접적인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육지 생물권의 1/ 4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춥고 건조하며 척박한 곳들이다. 인간이 땅을 사용해서 환경에 미치는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토양침식, 자연 서식지 소실, 생물 멸종, 외래종 도입 등 다양하다.

 

인류세 실무단은 인간 활동이 남긴 층서적 증거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45년에 시작해 1963년, 1964년에 정점을 찍은 핵무기 실험 과정의 부산물(방사능 낙진 퇴적층), 플라스틱 퇴적층, 화석 연료의 불완전한 연소 때문에 생기는 블랙 카본 등이 유력 증거다. 인간의 시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고학계 내부에서 먼저 나왔을 법도 하다.

 

불을 이용해서 땅을 정리하는 능력에서부터 다른 생물종을 길들이고 땅을 경작하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생물도 인간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환경을 바꾸지는 못한다. 인류세는 멸종과 관련된다. 지금껏 11번의 멸종이 있었다. 그 가운데 5번은 대멸종이었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이상 고생대),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이상 중생대) 등에 있었던 일이다.

 

인류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류세의 시작 시기로 볼 곳들이 많다. 거대동물이 멸종한 플라이스토세(홀로세가 가장 최근을 의미한다면 플라이스토세는 대부분 새로운이란 의미다.) 후기, 농업이 시작되고 퍼져나가면서 특히 쌀 생산으로 인해 대기 중 메탄이 증가한 5000년전, 인위적 토양이 확산된 2000년전, 글로벌 체계가 확립된 약 500년전, 산업혁명이 시작된 약 200년전...

 

굳이 새로운 GSSP를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단지 이름을 바꾸어 부르면 된다는 것이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은 결코 최근의 현상도 아니고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인간 세계는 언제나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변화시켰다.

 

지구 역사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 사회는 자신의 선조들이 이미 변화시켜놓은 환경 속에서 살아갔다. 과거의 인간이 토양에 남긴 흔적은 수백년, 심지어 수백만년이 지나도 남아 종의 구성이나 식물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은 인류의 영향이 미치기 이전의 생태라는 믿음이 현재의 생태 패턴이나 생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179 페이지) 호수에서 추출된 오래된 퇴적물 코어는 장기간의 생태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기록들은 인류가 생태계에 일으킨 교란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말해준다.

 

저자는 멸종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종의 99퍼센트는 멸종했다. 현재 척추동물의 멸종률은 기본 멸종률보다 적어도 열 배, 많게는 천 배 정도 높다. 멸종을 확인하는 일은 특정 종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보다 어렵다. 존재 확인은 한 번에도 가능할 수 있지만 멸종 확인은 마지막 개체까지 해야 한다. 물론 멸종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 확인보다 멸종 확인은 어렵다.

 

동질세란 개념도 있다. 지구의 생물종이 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 사회는 자연계를 교란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시스템은 지구 시스템 내에서 이미 행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부상하였다.(203 페이지) 인구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는 있지만 부유한 인구 집단이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함에 따라 식량, 물, 에너지 등 자연 자원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사회학자 아일린 크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인간 지배의 시대를 인정하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유권과 파괴를 정당화하게 되고 자연을 더욱 변형시키고자 하는 미래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터를 닦아줄 뿐이라고 주장했다.(213, 214 페이지) 인간은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다, 인간에 의한 지구 변형을 제한하려는 노력은 구시대적이다 등의 말이 있을 수 있다.

 

자연보전주의자들은 인류세 개념에 반대한다. 지구 생태계가 인간에 의해 전적으로 변형되었다고 선언하는 일은 과장이고 자연보전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급격한 지구적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222 페이지)

 

저자는 2005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이 산업 발전을 위해 대규모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로 미국은 이미 한 세기 이전에, 영국은 미국보다 수십 년전에 현재의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도달해 있었다고 말한다.

 

자본세는 인류세의 대안으로 많이 거론되는 개념이다. 툴루세란 개념도 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단 한 가지만 존재할 수 없다. 기술화석이라는 말이 있다. 강철 대들보, 전기 전선, 플라스틱 등의 인공 물질이 호수나 해양 침전물, 매립지 등 층서 퇴적층에 남아 화석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기술화석이라 한다.

 

이미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다음 빙하기가 10만년 정도 늦춰졌다는 증거가 있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식량 체계 파괴, 가뭄 증가, 극심한 폭염, 해수면 상승, 혹독한 폭풍, 각종 사회적 피해가 나타나고 그에 대처하는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공학적 전략들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저장하기, 나무 심기, 토지 경작 줄이기, 토양에 숯 묻기, 해양 비옥화하기, 여타 생물학적 탄소 흡수량 및 저장량 증대시키기 등이다.

 

파울 크뤼천은 성층권에 빛을 반사하는 미세한 황산염 에어로졸 입자를 주입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방법은 부작용 우려도 크다. 인류세란 단어는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브뤼노 라투르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저지른 잘못은 그가 오만하게도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존재(괴물)를 창조한 데에 있지 않고 그 피조물을 방치한 데 있다고 말했다.

이달의 사락 m******1 2022.10.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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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시대는 희망일까? 절망일까?
"인류의 시대는 희망일까? 절망일까?" 내용보기
1. 학교 다닐 때 '기후 온난화'가 심각한 전세계적인 문제이고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야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교토 의정서와 같은 국제협약, 지속가능한개발 개념 등도 같이 배웠지만 크게 실감이 크게 나지 았다. 최근 본격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이 몇 년 안에 금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탄소세, 탄소저감, 탄소배출권 등의 이슈와 함께 ESG (Environment, Social,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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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 다닐 때 '기후 온난화'가 심각한 전세계적인 문제이고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야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교토 의정서와 같은 국제협약, 지속가능한개발 개념 등도 같이 배웠지만 크게 실감이 크게 나지 았다. 최근 본격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이 몇 년 안에 금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탄소세, 탄소저감, 탄소배출권 등의 이슈와 함께 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기후 온난화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 인류세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생긴 논의로, 지질학에서 시대를 나눌 때 누대(eon) - 대(era) - 기(period) - 세(epoch)로 나누는데 ㅡ 선캄브리아기(라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선캄브리아 누대), 쥐라기, 백악기 등 학교때 익히 들었던 것들 ㅡ 현재는 제 4기, 홀로세에 해당한다(역사시대가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홀로세, 선사시대는 제 4기, 플라이스토세에 해당함)

 

 

3. 인류세는 홀로세였던 기간을 나눠서 홀로세/인류세로 나누든가 홀로세를 플라이스토세 하위로 보낸 뒤 인류세로 대체하는 용어이다. 논의의 배경은 인류의 등장 이래로 지구환경의 변화(기온의 상승, 해양산성화, 토지 구성 변화-인, 질소 등, 생물다양성 감소)가 급속히 일어나 전의 지질시대와 다른 특징을 가졌고 인류가 해왔던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4. 어떻게 보면 쉽게 납득이 가는 이야기지만 책에서는 여러 비판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지질학적 시대 구분에는 화석 등 땅에 축적된 증거가 이전 시대와 특징적인 차이를 보여야하는데 인류세는 다소 구분점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 비판은 주로 층서학자(지질학의 층적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다. 둘째, 별도의 시대 구분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인류'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경각심을 가지자는 취지와 상반되게 인류의 오만함이 드러나고 그 오만함이 긍정될 수 있으니 다른 이름(탄소세 등)으로 바꿔야된다거나, 인간을 중심으로 두지 않고 다른 생명종들과 상호작용을 강조한 이름(툴루세 등)으로 바꿔야한다고 하는 주장이 있다. 셋째, 인류세의 배경이 환경 파괴의 원인을 잘못 파악했다고 비판하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인류 모두가 이러한 자연환경파괴를 야기한 것이 아니라 주로 산업선진국이었던 나라들이 주도했고 이러한 불평등한 탄소 배출 상황의 근본적 원인에는 자본이 있기 때문에 '자본세'라고 불러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5. 또한 인류세를 인정하더라도 어느 시기를 기준으로 할지, 기존의 지질시대의 분류를 어느 정도 고쳐야할지 다양한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대략 '산업혁명' 시기를 기준으로 러프하게 인류세를 구분하자는 의견이 많다고는 한다.

 

 

6. 과연 '인류세' 도입이 필요할까? 어떤 시기가 '인류세'에 해당할까? 책을 읽고나서도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 우리들이 환경에 변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좀 더 디테일하게 아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몬트리올 의정서, 교토 의정서, 파리기후협약 등의 국제 협약들에 대해서 리마인딩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러한 협약들이 생각보다 느슨하고 (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거나, 환경보호적이거나, 민주적 성격을 갖기보다는 경제적 성격을 많이 갖는다는 것 또한 알게되었다.

'인류세' 개념을 도입한 사람들은 이전의 기후협약들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만큼 고민할 지점이 많은 것 같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변화할 수 있는 희망을 줄지, 묵시록적인 절망을 줄 지는 앞으로 우리 세대가 선택해나가야될 문제다.

 

*본 서평은 교유서가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교유서가 #인류세 #첫단추시리즈 #옥스퍼드 #기후협약 #탄소 #ESG경영

r******3 2021.05.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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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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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의 지리 및 환경시스템학 담당 교수인 저자는  인공 경관의 생태학을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지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있으며, 인류세 생물권 안에서의 지속 가능한 관리라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층서위원회 제4기층서소위원회 산하 인류세실무단의 위원이며,  국제지권생물권계획을 계승한 퓨처 어스(Future Earth)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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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의 지리 및 환경시스템학 담당 교수인 저자는 

인공 경관의 생태학을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지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있으며, 인류세 생물권 안에서의 지속 가능한 관리라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층서위원회 제4기층서소위원회 산하 인류세실무단의 위원이며, 

국제지권생물권계획을 계승한 퓨처 어스(Future Earth)에서 

지구적 토지 프로그램의 과학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저자가 쓴 <인류세>를 보겠습니다.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소수의 학자끼리만 사용하는 지질학적 용어가 

전 세계적인 학술 토론의 발화점이자 대중적 현상이 되었을까요? 

<인류세>에서 그 시작부터 지구 시스템 과학, 지질학, 환경과학, 

고고학, 생태과학, 역사학 등에서 따져봅니다.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은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쫓아냈고, 

티코 브라헤,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 

궁극적으로는 아이작 뉴턴의 연구에 의해 계승되었습니다. 

17세기 말에 이르면 서구 과학계의 지식인 사이에서는 

지구가 더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고 

지구와 우주에 대한 새로운 기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1871년 발행된 "인간의 유래"에서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새로운 기원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변화하고 있는 행성인 지구 속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방향성 없이 진화해가는 하나의 종에 불과합니다.

 

1958년 3월 찰스 데이비드 킬링은 생물권의 숨쉬기를 관찰해, 

장기간에 걸친 측정 결과 해가 지날수록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1960년 자신의 연구를 논문으로 출간했고, 

이 논문은 대규모의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지구 대기권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킬링 곡선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 대기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며, 

잠재적으로는 지구 시스템 전체의 작동까지 변화시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인간활동은 이산화탄소, 염화불화 탄소, 에어로졸 및 여타 미량가스를 방출해 

대기권을 채우고, 오존층을 위협하고 지구적 기후변화를 초래합니다. 

인간은 토지를 사용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비옥한 토양을 침식시켰으며, 

농장과 도시에서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물의 흐름도 바꿔놓았습니다. 

또한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심지어 여러 생물종을 급속도로 멸종시키고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활동의 증가가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구 시스템 과학에서 나온 증거만으로 지질시대에 변화를 줄 수 없습니다. 

지질시대는 지구의 46억 년 역사를 지질학적 누대(累代), 대(代), 기(紀), 세(世)로 

세분화하는 국제적인 협의가 이뤄진 정리 방식입니다. 

새로운 지질시대를 선언하기 위해서, 

인간이 암석 안에도 표시를 남겼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인류세는 지구를 변화시킬 정도로 거대해진 인간 능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학자들 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은 

최근의 현상도, 특별한 현상도 아닙니다. 

인간 세계는 언제나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변화시킨 것입니다. 

지구 역사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 사회는 

자신의 선조들이 이미 변화시켜놓은 환경 속에서 살아갔습니다. 

초기 인류도 오늘날보다 규모도 작고 속도도 느렸지만 

지구를 변화시키면서 퇴적층에 증거를 남겼습니다. 

단지 그런 증거가 더 깊숙한 층서에 박혀 있고, 시간에 따라 널리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인간 사회가 지구적으로 발생시킨 유해한 환경 변화의 규모, 비율, 다양성을 고려하면, 

인류세를 재앙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세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며, 

단지 관측 가능한 현상일 뿐입니다.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간 사회가 현재와 미래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인류세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 지구의 종말 혹은 인간 역사의 종말은 아닙니다. 

우리가 파악하는 방식대로 세계를 바꿔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 자체도 바꾸어야 합니다. 

인류세는 개개인의 삶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하라고 요구합니다. 

인류세가 말해주는 것은 집합체로서의 인간이 자연의 힘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앞에는 더 나은 인류세와 더 나쁜 인류세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합니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만들 시간이 아직 남았습니다. 

지구의 역사를 기록할 암석 안에 인류세에 사는 우리 인류가 

어떻게 남길지는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옥스포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문자를 위해 쓴 교양개론서,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교양을 더하길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e***4 2022.03.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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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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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이 있다. 1만전 전에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는 지질시대를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르는데, 홀로세 이후 인류가 지구 전반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인간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지구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 아울러 지구 역사에서의 인간 중심의 관점을 수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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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이 있다. 1만전 전에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는 지질시대를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르는데, 홀로세 이후 인류가 지구 전반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인간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지구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 아울러 지구 역사에서의 인간 중심의 관점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최초 용어 사용은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책에서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새로운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는 파울 크뤼천 박사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주장하면서부터였다. 오존층 파괴 원인을 밝힌 공로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크뤼천 박사는 인류가 초래한 심대한 변화를 자각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홀로세가 끝났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새롭게 주창한 인류세 개념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이와 같은 논쟁적인 개념을 남겨두고 크뤼천 박사는 2021년 1월 별세했다.

 


 

워낙 논쟁적인 개념이기도 하고 또 공식적으로 확정된 개념이 아니다보니, 인류세의 시작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얼마나 관점이 다양한가 하면, 방사능 낙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4년을 시작점으로 보는 견해부터 농업이 시작된 1만 년 전까지 거슬러가는 견해도 있다. 크뤼천 박사는 인류세를 언급한 최초의 출판물에서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초점을 맞춰, 인류세가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했다고 보았다. 2018년 영국과 남아공 연구팀은 재밌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즉 ‘닭 뼈’가 인류세를 증명하는 화석으로 발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매년 500억~600억 마리의 닭을 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콘크리트 따위도 인류세 지층에 뚜렷하게 남을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지금의 기후변화와 해양 산성화, 광범위한 오염, 플라스틱과 비닐의 축적, 대규모 생물멸종 등은 새로운 지질시대로서 인류세를 인정할 근거가 된다.

 


 

한편, 법학분야에서는 ‘지구법학’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인류세 개념과 언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구법학이 2001년 한 컨퍼런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아마도 인류세 논쟁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지구법학 개념은 수도승이자 철학자, 문화사학자인 토마스 베리가 “지구는 새로운 법철학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한 데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류세 개념이 지구에 대한 인간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면, 지구법학 개념은 지구공동체를 위한 인간의 법철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는 지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존재할 권리’와 ‘서식지에 대한 권리’, ‘지구 공동체가 부단히 새로워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면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습관이 있는데, 군복무 시절 뭐든 항상 부족했던 중대 환경 덕분이다. 지금도 강의실이나 행정실 등에서 나뒹구는 이면지를 모두 수거해서 메모지나 연습장 따위로 활용한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재활용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자연을 위한 개인의 작은 노력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류세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개념이라기 보다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문제의식을 갖추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인류세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세금의 일종인가 싶었다. 지구가 인류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으니 인류가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부담해야 하는 세금 말이다. 이처럼 이 개념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되겠다.

 

 

s*****w 2021.05.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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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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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년이 넘는 장대한 지구의 시간 속에서 인류가 출현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그중에서 우리의 조상인 현생 인류가 등장한 것은 극히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지구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아서  지구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은 상호작용하고, 지구에 몸담고 있는 생물들 역시 복잡한 먹이사슬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인간도 명백히 이 중 일부였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 하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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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억년이 넘는 장대한 지구의 시간 속에서 인류가 출현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그중에서 우리의 조상인 현생 인류가 등장한 것은 극히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지구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아서  지구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은 상호작용하고, 지구에 몸담고 있는 생물들 역시 복잡한 먹이사슬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인간도 명백히 이 중 일부였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 하나인 인간의 역사는 다른 생물에 비해 몹시 짧지만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생태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력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식생의 분포가 바뀌고, 플라스틱 같은 전에 없던 물질이 온 지구를 뒤덮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아지는 등 전례없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는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고려해서 현재의 지질시대 명칭을 인류세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는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치켜세우는 인간중심주의의 맥락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이를 경계하자는 입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질학에서의 연대 구분은 객관적인 증거를 근거로 요한다. 지질학자들이 어떠한 시대를 구분하기 위해선 지층에 기준으로 삼을 변화점이 명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질학의 다른 시대 구분과는 달리 인류세는 그 시점을 어디서부터 보아야할지 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논쟁이 분분하다. 다시 말해 언제부터 인간이 본격적으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느냐가 아직 논쟁의 대상인데 농업혁명,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최초의 핵실험 등 저마다 다른 기준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의 홀로세(Holocene)와 구분되는 지층 흔적을 남기기엔 아직 조금씩 부족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인류세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활동이 급속도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의 시간이라는 큰 흐름에서 볼 때 지금껏 지층에 축적된 데이터는 극히 미미하고 이것이 훗날 어떻게 평가받을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인류세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만큼이나 반론도 만만치 않기에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학 연대 구분의 하위 항목에 포함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인류세 논의의 진정한 의미는 '경각심'에 있다. 지질학적 연대 구분을 재정의해야 할 정도로 우리는  인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자각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인류세 공인 찬반 여부와는 상관없이) 동의할 것이다.

 

    이를 고려해볼 때 인류세가 정말로 지질학의 한 시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1장 기원들, 2장 지구 시스템, 3장 지질시대에서 학계에서 정설로 자리잡은 개념들을 소개하고, 4장 거대한 가속에서 인간의 출현 이후 어떤 변화의 징조가 나타났는지 알려주고, 이를 5장 안트로포스(Anthropos), 6장 오이코스(Oikos), 7장 폴리티코스(Politikos)에서 각각 인류학, 생태학, 정치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하고, 마지막 8장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를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이 책의 구조는 아직 정립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인 인류세라는 복잡한 개념을 다층적으로 알려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 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사했다. 그 이후 인간은 비로소 야생을 벗어날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아는 자'라는 그의 이름처럼 미래를 꿰뚫어보는 '선각자'였다. 인류세 논의가 바라건대 우리의 미래를 조망하는 창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미래는 다름 아닌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t****3 2021.05.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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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으로 오늘날은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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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헤아림이 불가능한 시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늘날에 갇힌 사고로는 도무지 상상조차 버거운 생김새를 한 생명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의 존재에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들을 마냥 신기하게 여기지 싶다. 그들의 거대한 몸집, 날카로운 발톱 등에 놀란 나머지 왜 우린 이토록 연약하고도 여리여리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를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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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헤아림이 불가능한 시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늘날에 갇힌 사고로는 도무지 상상조차 버거운 생김새를 한 생명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의 존재에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들을 마냥 신기하게 여기지 싶다. 그들의 거대한 몸집, 날카로운 발톱 등에 놀란 나머지 왜 우린 이토록 연약하고도 여리여리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를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어찌하여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종들이 멸종의 길을 걷게 됐는지 의문이다. 지층에 새겨진 각종 흔적을 세심한 시선으로 연구하는 이들 덕에 조금이나마 나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 기온이 오르내렸고, 극심한 변화가 하나의 시대를 마무리짓고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대의 출범을 가능케 만들었다. 인류가 지구상에 거주한 이래 오래도록, 적어도 전혀 다른 시대를 주창할 정도의 변화가 지층에 새겨지지는 않았던 듯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지질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헌데 책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 구분이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꽤나 낯선 명칭인데, 여기서의 ‘인류’는 우리 자신을 뜻하는 그 단어가 맞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라고 말하긴 힘드나 많은 학자들이 언급하는 기점은 1950년대 무렵이다.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한 기술에 힘입어 인류는 그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생성해내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인류가 누리는 편리함은 당시로서는 크게 와 닿지 않았을 많은 문제들을 낳기 시작했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부르고도 남을 정도로 심각한 오늘날의 환경 문제 역시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여타 다른 종과의 조화를 등한시 한 채 오로지 인류 자신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극도의 노력을 기울여가며 인공적으로 보존을 시도하더라도 성공이 어려울 정도로, 파괴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이상이었기에 오늘 내가 읽은 이와 같은 책의 탄생도 가능했을 것이다.

논란은 꽤 여럿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와 닿았던 건 다름 아닌 인간 중심적 사고라는 지적이었다. 그러잖아도 인간은 다른 종을 두루 살필 정도로 너그럽지 못해 왔다. 한정적인 지하자원을 마구잡이로 파헤쳐가며 이룩한 성공을 자랑스러워 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까진 고려치 못했다. 인류세라는 구분은 이와 같은 인간의 힘이 막강했음을 반영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마냥 긍정적이진 않은 인간의 힘에 대한 주목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지만, 시대를 지칭하는 말에 ‘인류’라는 단어를 포함시킴으로써 인류 외 다른 존재를 망각토록 하는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몇몇 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시대의 구분 자체가 다분히 인간적인 발상일 수 있다. 강이지나 고양이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특정 용어를 통해 부를 리는 만무하다. 이 시대를 인류세로 지칭하는 게 다른 종에 대한 일말의 배려마저도 잠재울지, 아니면 지금껏 우리가 자행해온 숱한 파괴에 대한 각성을 가져다 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 우리가 쌓아올린 금자탑도 알고 보면 일종의 가설이자 허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 시대를 특정 용어로 지칭하는 행위 또한 먼 미래 세대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 때는 그랬다던데’라며 마치 남일인양 생각할 수도 있고, 아예 인류는 사라지고 아무도 우리를 기억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지구 자체의 소멸도 가능하다. 현생 인류의 과제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땅과 인간이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보호, 보존 등이 아닌 공존, 공생을 실천함으로써 미약하나마 희망에 다가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 자신이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욕심에 불과하려나.

이달의 사락 q*****2 2021.06.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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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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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류세’라는 말을 많이 썼다. 기후위기, 인간중심주의-종차별주의, 공장식 축산을 비롯해 동물에 대한 폭력과 착취,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 재난, 말장난처럼 보이는 철학적 현학을 넘어선 ‘인간’ 주체 개념에 대한 강력한 도전… 일련의 문제의식을 한꺼번에 환기하기에 이만한 개념어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인류세’가 뭔지 물어본다면, 특히 면접관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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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류세’라는 말을 많이 썼다. 기후위기, 인간중심주의-종차별주의, 공장식 축산을 비롯해 동물에 대한 폭력과 착취,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 재난, 말장난처럼 보이는 철학적 현학을 넘어선 ‘인간’ 주체 개념에 대한 강력한 도전… 일련의 문제의식을 한꺼번에 환기하기에 이만한 개념어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인류세’가 뭔지 물어본다면, 특히 면접관이 ’인류세‘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자신 있게 답변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노벨상을 수상한 대기과학자 폴 크뤼천(과 한 분이 더 계시는데 이름을 못 외움…) 2000년대 초반(아니면 90년대 후반이었나?) 인류가 지질학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판단해 지질학적-지구적 단위의 시대를 구분하기 위해 새롭게 고안된 범주. 홀로세 다음으로 지금은 인류세 시기를 살고 있다고 주장.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강조하려는 비판적인 의도가 있음. 막상 적어놓고 보니 평타는 친 건 같은데 아무튼 앞으로도 이 개념을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으니 개념의 정확한 의미, 개념-담론이 출현하게 된 역사적 배경, 학계의 수용 양상 등을 파악하고 싶어졌다.

알라딘에 ’인류세‘로 검색하면 인류세 자체를 다룬 책은 몇 보이지 않는다. 인류세를 인문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서술한 것 같은 책이 다수인 듯. 내 정보력으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인류세 입문서-배경이 아니라 중심 소재로 인류세를 다루는 책-교유서가의 첫 단추 시리즈였다.

2016년이었나. 그때 알라딘인가 교보에서 옥스퍼드 출판사의 ‘A very short introduction’ 원서 시리즈를 반값 할인 행사를 했다. 6권 정도 샀던 것 같다(철학, 과학철학 등등…) 그러던 어느 날, 교유서가에서 첫 단추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고, 옥스퍼드의 이 시리즈를 원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서와 번역본을 대조하며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은 얼마 못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옥스퍼드 책 또한 가족이 실수로(?) 충동적으로(?) 저지른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며 내 품을 떠났다(난 아직도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일은 정말 사건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듯. 바디우적 의미의 사건…). 첫 단추 시리즈로 조금씩 모으고 있다. 사이먼 크리츨리의 ‘유럽 대륙철학’ 같이 자자를 보고 산 경우, ‘이빨’ 같이 제목-주제를 보고 산 경우, ‘홉스’‘마키아벨리’는 번역자를 보고 산 경우다. 이우창, 김민철, 조무원, 임동현 … 지성사 클럽 멤버들을 팔로우업하고 있다. 역자 목록에 신뢰감이 확 생겼다. 과학잡지 에피에서 인류세를 주제로 연재를 하고 계시는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의 박범순 교수님이라니! 공역자인 김용진 선생님 역시 현재 같은 연구센터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하시니(역자 소개 참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라인업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인류세 시기의 기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인류세의 기점을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보는 시각 외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보는 시각,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로 보는 관점 등이 존재했다. 농업혁명 가설은 근거가 빈약해서 충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한 모양새이긴 했다. 2030년, 2050년, 2100년 같은 (근)미래에 Unless 구문의 아포칼립스 서사가 존재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하지 않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명확하고 결국 국가, 국제 사회, 기업이 바뀌어야 하는데 녹색정치가 제도권 정치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난망하고… 그런 의미에서 인류세의 예술, 예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와 부분을 매개하고, 새로운 우정을 발명해내고, 공통적인 것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예술 말고 무엇이 할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유물론 동아리에서 캐런 바라드 파트를 다뤘는데 발제를 맡은 Y님이 연극 코펜하겐과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상우의 프리즘 등 텍스트들을 엮어 짜오신 모자이크 발제문이 정말 흥미로웠다. 양자물리학, 영화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책임과 응답, 간섭과 회절, 잠재적인 것에 잠재적으로 답하기, 우주를 중간에서 만나기 = 우주를 창조하기, 현상, 간-행intra-action(내부-작용)…

세미나 책인 [신유물론 입문] 파트에서 바라드가 가장 흥미로웠다. 마누엘 데란다, 제인 베넷, 로지 브라이도티까지 그동안 읽은 파트의 철학자들은 들뢰즈의 계보 아래 있어서 그런지 잠재성, 생기, 조에 등 각기 다른 개념을 구사하지만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 못했다(데란다는 정치적 입장이 나머지와 좀 다르다고 느끼긴 했는데 베넷과 브라이도티는 적어도 이 책 내에서는 동어반복적이라고까지 느껴졌다). 생물학이나 화학이 아니라 물리학, 닐스 보어의 물리-철학을 베이스로 해서 행위적 상대론을 주창하는데 이게 다른 존재론보다 더 와닿았달까. 표상 없는 실재론, 대상 없는 객관성, 물의를 빚는 우주까지 일독으로 소화하기 벅찬 밀도였고,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바라드가 얘기하는 현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마치 양자 역학처럼 책을 읽는 도중에는 알 것 같았는데 덮고 나니까 알쏭달쏭해졌다…

이중슬릿 실험을 재해석하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를 현상의 차원에서 장치apparatus와 얽힘entanglement의 불확정성 원리로 풀어내고…. 릭 돌피언의 [신유물론]에 수록된 캐런 바라드 인터뷰를 보면 바라드는 페미니즘 수업에서 물리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따져 보면 철학적 베이스에서 동일성에 기반한, 로고스중심주의의 뿌리에서 뻗어나온 서양철학을 전복적으로 뒤짚는 페미니즘은 양자 역학과 정말 잘 통할 것 같다…

신유물론은 로지 브라이도티 같은 학자가 세기 말에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류세와 신유물론은 개념사의 시간적 층위를 공유하고 있는 동시대 발명품인 셈이다. 유물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물질에 대한 사유를 새롭게 하는 실험과 인간이 지구의 생태 시스템을 바꿔 그에 대한 지질학적 연대의 명명을 요청하는 작업. 오늘의 소결. 해러웨이를 읽자. 사이보그 선언문 초반부를 읽었는데 정말 미친 텍스트인 것 같다. 대학원 1학기 때는 텍스트를 정말 1도 이해를 못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는 읽을 수 있다! 여전히 매우 어렵지만…

y********7 2023.10.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