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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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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임성순 작가가 쓴 소설집이 아니였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제목이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포식자들이란 단어에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먼저 인다. 내가 포식자가 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제목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임성순 작가의 신작 알림에 구매 버튼을 눌렀다. 언제 읽든.. 당장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으므로.. 취향에 맞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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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임성순 작가가 쓴 소설집이 아니였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제목이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포식자들이란 단어에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먼저 인다. 내가 포식자가 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제목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임성순 작가의 신작 알림에 구매 버튼을 눌렀다. 언제 읽든.. 당장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으므로.. 취향에 맞지 않은 이야기는 있었어도 재미없는 이야기는 없었던 작가라는 신뢰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그리고 이 책은 그 이야기들 중에서도 최고라고 꼽고 싶은 이야기들이 6개나 있다.

 

몰:mall:沒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계절의 끝

사장님이 악마예요

불용(不用)

인류 낚시 통신

 

6가지 이야기 중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하고 재밌다. 여느 단편들과 다르게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고 전개도 휙휙~ 하지만 한 단편이 끝날 때의 허전함과 아쉬움은 없다. 딱 거기까지가 이미 충분하기에.. 

이중에서도 나는 <계절의 끝>이라는 소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2018년에 발표된 이야기가 2020년에 현실화된 것 같았다. 주인공에게 처한 현실이 지금 나와 우리들에게 닥친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요 며칠째 계속해서 부는 바람은.. 책속의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 여기기에 아주 충분했다.

 

p.90

바람의 울부짖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리고, 밤낮을 구분할 수 없는 어둠이 계속되면 집에 있는 것은 일종의 투쟁이 됩니다. 폐소된 공간이 주는 숨 막힘과 그치지 않고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는 사람을 신경증 직전까지 몰아붙입니다. 때때로 잠에서 깨면 귀를 틀어막은 채 소리를 지릅니다.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신경이 곤두서다 못해 턴테이블 바늘처럼 날이 선 채 손톱으로 벽을 긁으며 바람 소리에 이기기 위해 비명을 지르는 순간의 절망감을. 정말 끔찍한 게 뭔 줄 아세요? 그 비명조차 바람 소리에 끝내 묻혀버리고 만다는 겁니다. 겨울이 가혹함과 싸워야 하는 계절이라면, 이 계절은 광기와 싸워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시국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계절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여기저기 꽃망울과 이름 꽃들을 피우게 하는데.. 사람들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조차 경계를 하고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비난하고, 피해자인 사람들조차 거부하는 무서운 광기에 휩싸인 지금 우리 대한민국.. 거리 곳곳에 걸린 '함께 싸웁시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 코로나 19'라는 플랜카드 문구가 전혀 와닿지 않는 지금 우리 현실..

 

p.109

저는 마지막 남은 새끼 쥐를 집어 듭니다. 쥐는 구슬프게 울며 눈곱만 한 앞다리를 바동거립니다. 저는 깨닫습니다. 이 쥐에게 일어난 일과 그날 일어난 일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하늘에서 죽음의 광선이 내려오느냐, 죽음을 선고하는 손가락이 내려오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미 일곱 마리나 먹었고, 이 작은 새끼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는 제 허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것 역시 입안에 넣습니다.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는 것은 이제 너무 주제넘은 일이니까요. 저는 가능한 한 빠르고 확실하게 새끼 쥐의 머리를 어금니로 으깹니다. 입안으로 퍼지는 피 맛을 느끼며 생각합니다. 그날은 이런 것이었구나. 끝은 이렇게 무감하고 갑작스러운 것이구나.

 

언젠가 보았던 <짐승의 끝>이란 영화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그 영화에서도 종말은 딱 이랬다. 이렇게 무감하고 갑작스러웠다.

 

p.155

"이건 사장이 아니라 악마로서 하는 조언이야. 오죽하면 우리들이 이런 짓까지 하겠어. 이런 시대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기적이거나 엄청난 죄악 둘 중에 하나야. 인간이 할 짓이 못 된다고."

울컥, 속에서 무언가가 치받았다. 나는 항변하듯이 외쳤다.

"당신들이 이렇게 만든 거잖아."

"인간의 악행을 설명하는 데 꼭 우리 존재를 상정할 필요는 없다네. 우리가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충분히 잘하고 있거든. 그것도 너무나, 오죽하면 우리가 자선사업까지 중개하겠나. 이러다 천국에 갈까 걱정이야."

 

되려 천국에 갈까 걱정이 된다는 악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썩소가 흘러나왔다. <내일>이란 만화 역시도.. 저승사자들이 악마와 같은 이유로 인간의 자살을 막고 있었다. 이쯤되면.. 영화 속의 악마들은.. 아주 구시대적인 악마가 아닐까.. 그런 생각조차 든다.

 

p.208

"방금 하신 말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모여서 뭘 바꿀 수 있다고 그런 소릴 하시죠? 또한 민주, 민주화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왜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을 그토록 비난하시는 거죠?"

그는 아주 천천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연극적이고 과장된 표정이었기에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쁜인 것 같았다.

"자네처럼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는 대학생이 있으니까 나라가 이 모양인 거야. 시국이 지금 어느 때인데 그런 막말을 하나. 자네가 그런 헛소리를 하는 사이에도 민중들은 독재자의 압제에 신음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길 바라네."

 

이런 꼰대!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다하여 '너는 틀리다!'라고 말하는 저런 꼰대들을.. 나는 아주 싫어한다. 물론 나와 그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나의 상식과 그들의 상식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소리내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세상에는 이미 절대적이란 것은 유일무이해졌으므로..

 

p.226

나는 후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두 개의 바퀴와 같다는 사실에 무릎을 쳤다. 그것이었다. 소비자가 되지 못한 존재들을 잉여로 만들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붙여 폐기 처분함으로써 인간의 가치를 드높이는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휴머니즘을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되지 못하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를 깨달았다. 죽었던 사람들은 인간의 가치를 낮출 뿐인 인간과 비슷한 잉여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과는 다른 휴머니즘을 믿고 싶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을 때, 그때가 진정한 종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비록 인간의 가치가 낮을 인간이더라도.. 어쨌든 인간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므로..

 

p.234

작품 해설이 없는 다른 원론적인 이유는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일은 작가가 쓴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작가가 쓴 글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투영해 보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 끝에 훌륭한 평론가님의 글이 있으면 아무래도 내가 보는 관점이 틀린 것 같다 생각하기 쉽거든요. 누군가의 훌륭한 관점이 있고, 그것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게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작가의 말 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읽었던 작가의 말 중 한 단락.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가졌던 임성순 작가님에 대한 호감보다 더 많이 호감이 생겼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들고.. ㅎ

 

YES마니아 : 로얄 j*******7 2020.03.0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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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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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이미 작년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이미 표제작인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을 읽었는 데 많은 작품들을 쓰셨지만 ‘임성순‘작가님의 이름과 단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또 그 단편을 읽었지만 제목이 긴탓인지라는 핑계로 정확한 단편의 제목이 첫 소설집이 나오기 전까지 가물가물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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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이미 작년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이미 표제작인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을 읽었는 데 많은 작품들을 쓰셨지만 ‘임성순‘작가님의 이름과 단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또 그 단편을 읽었지만 제목이 긴탓인지라는 핑계로 정확한 단편의 제목이 첫 소설집이 나오기 전까지 가물가물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쓰면 작가님이 슬퍼하시거나 노여워하실 수도 있을 텐데 처음에 실린 (몰:mall:沒) 을 임성순작가님이 쓰셨는 데 저는 「거의 모든 거짓말」을 쓰신 전석순작가님이 쓰셨다고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몰:mall:沒)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떠올랐는 데 작가님또한 이 사고를 배경으로 쓰셨고 배경또한 이 사고 이후의 이야기인 데 그로부터 약 20여년 후에 벌어지게 될 그 사고 또한 같이 생각났습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앞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지만 이번에 읽으니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확실히 이번에는 이 긴 제목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요.
(계절의 끝)의 상황이 실제로 닥쳐오게 된다면 너무 무섭고도 막막할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또 다시 계절의 끝이 다가와도 끝끝내 돌아오지 않은 그 사람을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그런데 그 전에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면에 발표하지 못한(이 소설집 출간을 위해 글을 쓰셨다고 합니다) 신작 (사장님이 악마에요)와 (불용不用)에서 아이를 가지기 위해 정확히는 아이를 가져 그 아이를 낳고 병원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하는 간호사인 아내를 위해 남편이 회사사장님에게 육아휴직을 말하려고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가서 사장님을 보는 순간의 상황(사장님이 악마에요)과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보이는 공간이라고 하기도 뭐한 곳에 몸을 구겨넣다시피 하여 남의 구두를 닦으며 살아가는 남자(불용不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b*******2 2020.09.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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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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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작가의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자기 개발의 정석을 비롯하여 임성순 작가님이 쓰신 장편 소설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기에 임성순 작가님이 만든 단편의 경우에는 또 어떤 느낌을 내고 있을지가 너무나도 궁금하여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사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을 읽는 내내 이 모든 단편들을 정말 한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만큼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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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 작가의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자기 개발의 정석을 비롯하여 임성순 작가님이 쓰신 장편 소설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기에 임성순 작가님이 만든 단편의 경우에는 또 어떤 느낌을 내고 있을지가 너무나도 궁금하여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사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을 읽는 내내 이 모든 단편들을 정말 한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만큼 각 단편들의 개성이 무척이나 뚜렷했던 것 같은데요. 이 책을 통하여 임성순 작가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었던 만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임성순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 또한 상당히 높아지게 된 듯합니다.

r*********s 2021.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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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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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젊은 작가상을 읽고 알게된 작가였습니다.그리고 이 제목과 동일한 소설이 실려있었습니다.아주 흥미롭게 읽었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더라고요. <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 이 소설은 약간 클리셰가 강하긴 하지만 나름 읽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실려있는 작품들도 괜찮아요. 그래도 이 표제작이 제일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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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젊은 작가상을 읽고 알게된 작가였습니다.
그리고 이 제목과 동일한 소설이 실려있었습니다.
아주 흥미롭게 읽었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더라고요. <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 이 소설은 약간 클리셰가 강하긴 하지만 나름 읽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실려있는 작품들도 괜찮아요. 그래도 이 표제작이 제일 강렬합니다.
m******6 2019.06.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