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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바닐라]기혼, 미혼, 비혼- 결혼의 다양한 모습
"[술과 바닐라]기혼, 미혼, 비혼- 결혼의 다양한 모습" 내용보기
<술과 바닐라> 정한아 저/ 문학동네 2021년 5월 21일 "결혼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결혼이 주는 안정감에 대한 오해와 환상에 대해 파헤친다."     1. 들어가며   결혼한 여자의 삶은 독하면서도 부드럽고, 씁쓸한 동시에 달콤하다 우리는 흔히 결혼을 하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안정적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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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정한아 저/ 문학동네

2021년 5월 21일

"결혼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결혼이 주는 안정감에 대한 오해환상에 대해 파헤친다."


 


 

1. 들어가며

 

결혼한 여자의 삶은 독하면서도 부드럽고,
씁쓸한 동시에 달콤하다


우리는 흔히 결혼을 하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안정적으로 보이던 기혼 여성의 생활 속에서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정을 이루고 안락한 생활을 하던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긴장감과, 위기감이 이 책 [술과 바닐라]의 주요 소재이다. 어떤 여성들은 그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기혼 여성들은 그 위기에 흔들리고 괴로워하다 결혼생활이 파국에 이르기도 한다. 저자인 정한아는 '결혼이 주는 안정감' 이라는 측면에서 그에 따른 오해와 환상에 대해 파헤치고 그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나 또한 기혼 여성으로서 결혼 생활 속에서 그런 긴장감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요즘같이 비혼자가 늘어나는 시기에 진정 행복한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속의 여성들의 삶의 모습들을 통해 '결혼이 주는 안정감' 속에 감추어진 오해와 환상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 책 속으로


소설집의 첫머리에 놓인 작품 「잉글리시 하운드 독」은 이러한 중산층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남편과 아이들을 보살피며 평범한 행복을 지키는 삶을 택한 ‘미연’은 자신과 정반대의 가치관을 토대로 자유롭고 화려한 삶을 사는 친구 ‘연주’에게 은연중 열등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연주 내외가 경제적 부침을 겪을 때 질투심과 희열을 번갈아 느끼며, 아이로부터 얻어지는 행복을 모르는 연주를 은근히 내려다보기도 한다. 결혼생활에 대한 미연의 만족감이 연주의 불행에 기반해 있는 것이 드러날 때, 견고해 보였던 미연의 행복은 타인에 의해 언제든 역전될 위기에 처한다.
 

아이가 잠든 후, 미연은 조용히 책을 덮었다. 문득 스위스의 설야가 떠올랐다. 하얗고 폭신한 눈, 영원히 녹지 않을 것만 같던 눈 덮인 구릉…… 연주는 그때를 떠올리며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그제야 미연이 아는 연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들 넷은 잠시 동안 한마음이 되었다. 미연 역시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사로잡힌 채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모든 아름다운 것이 과거에 있다 할지라도.
- p.36, 「잉글리시 하운드 독」

 

표제작 「술과 바닐라」는 출산 후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분투하는 뭇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설상가상으로 ‘나’에게는 의지할 친정이 없는데, 나이든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기 시작한다. 이모님은 ‘나’의 친정어머니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어 아이의 성장을 대신 지켜봐주고, ‘나’의 직업적 성공을 함께 축하해준다. 그러나 이모님이 ‘나’의 가정에 편입되어 어머니로서 실현하지 못했던 욕망을 대리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 서서히 끓어오르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분출되기에 이른다.
 

나는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눈을 감은 채로도 그 향기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은 인공적인 바닐라향이었다. 사람의 체취에 섞여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향기. 내가 아는 사람에게서는 바닐라와 술의 향기가 났다. 달콤하고 시큼한 향기. 나는 율이에게 그 향기를 맡아보라고 했다. 아이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 p.69, 「술과 바닐라」

 

「기진의 마음」은 유방암으로 인한 절실한 고통을 가까운 가족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기진’의 소외감을 그린다. 기진의 남편은 그녀를 살뜰하게 간병하지만, 사실 남편의 노력에 기진에 대한 배려는 결핍되어 있다. 오히려 남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고통과 함께 되살아나 기진을 괴롭힌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기진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은 완전한 타인이면서 투병생활을 함께한 ‘윤’뿐이다. 가족에게 깊이 이해받기를 바라는 기대가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고립감을 겪는 기진을 통해, 소설은 관계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홀로 설 때 비로소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어디까지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노인은 기진을 이끌고 숲길을 걸어갔다. 그들은 점점 더 동굴 같은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숲은 거대한 동물의 뱃속 같았다. 별똥별 따위는 볼 수 없었지만, 기진은 검은 허공을 향해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그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뭔가를 바라고, 염원하고, 기도하는 일. 하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런 소원이 있었다는 것이, 늘 마음속에 그 소원을 간직해왔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pp.208~209, 「기진의 마음」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는 결혼생활에서 파국을 맞은 ‘나’가 그후 삶을 재건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홀로 남겨졌다는 불안감을 감당하지 못하던 ‘나’는 요가원에서 우연히 재회한 옛 친구 ‘정우’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나’는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로 당장의 욕구를 해소하는 데 급급할 뿐 정우와 진중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정우와도 멀어지고 만 후에야, ‘나’는 요가 수련을 통해 몸의 지경地境을 확장하며 마음의 영역 또한 넓혀나간다. 자기 몫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냈을 때 진정한 평안이 깃들고, 타인과의 행복은 그후에 도모할 수 있다는 진실이 결혼이라는 기로에 선 이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고양이는 미소 띤 얼굴로 눈을 감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어떤 번뇌도 없이 홀로 만족한 미소. 그 고양이로 인해 내 인생은 전혀 다른 국면에 이르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새로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기쁘면 이야기를 더 하는 사람이 있고, 멈추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p.173,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


 

2020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은 친딸에게 안정된 가정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결혼과 이혼, 새로운 연애를 반복하는 어머니상을 제시한다. 딸을 전남편에게로 떠나보내며 어머니로서도 여자로서도 “사랑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느끼던 인물이 버림받은 이웃 아이들에게 문득 애정을 갖게 되는 장면이 따스하다. 「참새 잡기」는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로부터 받은 애정의 정체를 확인하고 방황하는 ‘나’의 이야기이다. 할머니는 볼품없는 아버지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희생해왔고, 이제는 ‘나’에게마저 그 희생을 바란다.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후회”하고 있던 ‘나’는 할머니에게서 정신적으로 자립한 끝에 할머니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이 자기 자신에게도 깃들어 있음을 받아들인다.

한 번도 말할 수 없었다. 항상 딸애를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불의의 사고나 질병이나 아니면 어떤 죽음이 내게서 그 아이를 빼앗아가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시달려왔다고. 실제로 그런 상황을 수십 번, 수백 번 머릿속에서 그려보곤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아이를 위해 나를 내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에 완전히 실패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애를 잃어버린다 해도 할말이 없었다.
--- pp.133~134,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어머니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마음을 정확히 쓰는 것
혈연조차 허상처럼 느껴지는 가정 내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꿋꿋한 움직임


정한아의 여성 인물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파편화된 가정에서 성장해 ‘사랑을 주는 일’에 곤란을 겪는다는 점이다.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그들은 모성이라는 본능 자체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성취가 모성을 앞설 때마다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자신의 아이를 버거워하기도 한다. 이렇듯 정한아는 어머니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마음들을 정확하게 기술하면서 ‘엄마됨’에 딸려오는 복합적인 감정을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소설집의 말미에는 작가의 친우이자 동료 소설가인 염승숙과 정한아의 진솔한 대담이 실렸다. ‘글쓰는 어머니’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찬란한 기쁨이 웃음과 눈물에 실려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이들은 결혼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지도, 결혼 이후의 삶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삶마다 서로 다른 행복과 그 대가로 따라오는 고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한아 소설에서는 그 빛과 어둠이 칵테일처럼 부드럽게 섞여든다. 정한아가 그리는 다양하고 또 유일한 삶의 형태들을 음미하다보면 이해 불가능해 보였던 타인의 인생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엄마됨’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는 서사가 거의 없는데 나부터도 그게 달갑지는 않았어요. 엄마로서의 나는 이렇게 소모되고 착취당하고 있어, 라는 뉘앙스들이 굳어진 정서가 돼버릴까봐 두렵기도 하거든요. 엄마가 됨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감각―관계 맺음을 통한 시야의 확장, 유연함이라는 무기, 물리적 삶의 극복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 소설집에서 그것이 제대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이라는 것이 꼭 쾌감, 불쾌감의 두 가지 감각만으로 가늠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아주 복합적이고, 세밀하고, 또 매 순간 새로운 것이죠. 삶도 같을 거예요.”
_정한아, 대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 중에서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4 2021.06.04. 신고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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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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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작가님의 오랜 팬이자,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을 미리 읽기도 했어서 새 소실집에 대해 기대감을 가득 안고 책을 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그것도 현재 기혼이거나, 결혼을 경험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사는 삶을 경험한 여성이다.    맞벌이를 끝내고 전업주부가 된 미연, 잉글리시 하운드 독 아이를 낳고 시터이모님과 만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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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아 작가님의 오랜 팬이자,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을 미리 읽기도 했어서 새 소실집에 대해 기대감을 가득 안고 책을 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그것도 현재 기혼이거나, 결혼을 경험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사는 삶을 경험한 여성이다. 

 

맞벌이를 끝내고 전업주부가 된 미연, 잉글리시 하운드 독

아이를 낳고 시터이모님과 만나게 되는 나, 술과 바닐라

없는 것 처럼 지내오던 친정을 방문하게 된 지은, 참새 잡기

이혼 후 아버지 건물 관리를 하게 된 나,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이혼 후 요가수련원에서 친구를 만나게 된 다,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

유방암 투병후 친구 부부네 가족가 주말여행을 가게 된 기진, 기진의 마음

유부남과 함께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세희, 할로윈

 

작품 하나하나는 주인공들이 각자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상황과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이 지키고 있는 세계의 균열과 불안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의 균열과 불안이 인물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아주 내밀하게 묘사하여 보여주고 있다. 

 

  20대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함께 있고 싶었으며, 뭔가 흔들리는 삶이 아니라 안정되고 정착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뭔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삶에서 가장 특별한 일이자 나의 삶의 전환점이 되는 일이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이러한 전환점을 겪었으며, 그 속에의 치열하고 치밀한 삶을 보여준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과 과정과 고민을 겪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소설속에 더 깊이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알게 된 것이 2007년 달의 바다를 통해서인데, 작가님이 어느새 40대의 아이를 키우는 글쓰는 엄마가 되신 것 처럼 도서관 구석에 쭈그려앉아 달의 바다를 읽던 20대의 나도 어느새 한아이를 키우는 30대 후반의 워킹맘이 되었다. 소설보다 더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이 바로 염승숙 작가님과의 대담부분이다. 나 그 자체로서의 나와 엄마로서의 나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와 이러한 괴리로 인한 어려움을 대담을 읽으면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술과 바닐라 누군가의 생활을 나타내는데 정말 좋은 비유가 아닐까 싶은 제목이다. 독하면서도 부드럽고, 씁쓸하지만 달콤한 삶. 삶은 그렇기에 오늘은 흐려도 내일은 괜찮을 것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이 그러했듯 내 삶도 말이다. 

 

w****5 2022.01.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