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입자가 25개 있다고 한다. 소립자(素粒子)라고도 하는데 극미립자로 여겨지는 광양자, 전자,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 중성미자, 양전자 등을 통틀어 이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자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원리이다. 이런 원리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이론물리학자들이다. 이론물리학자의 한 사람인 저자는 지난 40여 년 간 자신이 몸담은 학계가 이룬 성과를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론물리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어떤 새로운 법칙도, 유의미한 예측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일어났을까? 이론물리학자들은 대자연을 단순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친절한 수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맹신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런 수학적 원리를 찾아 40년을 달려왔지만 모두 허사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만든 이론들은 이런 것들이다. 만물이 너무나도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십 개의 입자가 있으며, 우리가 사는 우주가 11차원이며, 심지어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수없이 많은 다중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들의 공통점은 이 가설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진실이 아닐 리 없다’고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이처럼 <수학의 함정>은 오늘날의 물리학 연구에 미학적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추적한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들의 주장 밑바닥에 깔린 가장 근본적인 믿음을 파헤친다. 그는 수많은 그들의 저서, 강연, 논문, 인터뷰 등을 통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놀랍게도 이론물리학자들의 미학적 기준의 밑바닥에 아무런 논리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자들도 역시 감정과 편향을 가지고 있고 사회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미학을 추구하는 이론이 대칭이론이다. 대칭에는 평행이동, 회전, 뒤집기 등이 있다. 물리학자들에게 대칭이란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는 구성원리다. 어떤 패턴, 유사성, 질서도 모두 대칭의 수식을 통해 수학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 불필요한 중복이 있어 이를 더 단순화할 수 있으며, 설명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실 여부보다 이런 아름다움의 미학에 먼저 빠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물리학자들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의 선택에서 실패했다."가 될 것 같다. 물리학에서 수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처럼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사실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화스럽고 신비로운 모델로 만드려는 인위적 노력은 사실을 왜곡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환상과 편향에 빠져 21세기 이론물리학은 아까운 세월을 허비해 왔다고 비판한다. 전문 분야의 이야기라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쉽게 쓰려고 노력한 저자 덕분에 이야기 핵심은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다. |
1. '수학의 함정 :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물리학자들' 이란 한글 제목과 '물라학자들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의 선택에서 실패했다' 라는 책 소개만만 보면, '정통 수학자'인 저자가 '초끈이론, 초대칭' 처럼 관측과 실험 없는 물리 이론들을 대차게 깔것 같은 느낌이나 그렇진 않다. 일단 저자가 입자물리학(특히 표준모형)에 몸담고 있는 현직 '이론물이학자'다. 물론 이론물리학과 수학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곤 하나, 책 전반에서 (이론)물리학(자)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여기서 잠깐. 이론물리학자란 ?
실험물리학자 : 실험을 열심히 하는 물리학자 이론물리학자 : 실험을 하지 않는 물리학자 Experimenter: A physicist who does experiments. Theorist: A physicist who doesn't do experiments.
라고 리언 레더먼 박사님이 '신의 입자'에서 말씀 하셨다... 물론 농담이다. 관측(실험) 내용을 설명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만드는 중요한 사람들 이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론물리학에 '수학적 아름다움'이 필요한가(필수적인가)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그 대답을 위해 유명한(노벨상을 받거나 베스트셀러를 쓴), 혹은 덜 유명한(연구만 열심히한 ?) 물리학자와 기타등등 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2. 인터뷰 내용과 함께, 어디선가 들어봤을 물리이론과 관련 내용들을 자연스레 소개한다.
CERN의 LHC, 표준모형, 대칭, 케플러/갈릴레오/뉴턴/아인슈타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빅뱅, 블랙홀, 우주론, 수정된 뉴턴역학,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여전히 수학으로만 존재하는 초끈이론과 초대칭, 아직은 신화의 영역인 다중우주, 개인적으로 끔직히 싫어하는 인류원리, 그리고 ToE(Theory of Everything) 등등등...
다행인건 적절한 비유와 유머로 풀어가는 설명들이 쉽고 재미있다는 것. 뭔가 술술 읽히고 다 이해할만 하다. 아니, 최소한 이해한다고 착각 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의 글쓰기 능력 덕분이다.
3. 현대 과학은 수학으로 서술한다. 미래에 수학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어떤것이 나올지 몰라도, 지금까진 분명하다. 수학을 발명하는 것인지, 발견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지만만, 수식이 실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경외감이 든다.
지금껏 (대중)과학서적을 읽으면서, 수학적으로 '아름답다', 더 나아가 '우아하다'는 표현을 자주 봤다. 그런데... 객관성의 화신같은 수학에 주관성이 강한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어울리나 ? 고등학교 이과생 수학(집합으로 시작해서 통계로 끝나는), 전공때문에 어쩔수 없이 수강했던 공업수학/이산수학/수치해석이 끝인(심지어 100% 다 이해도 못한) 미천한 내 수학 실력으로는 느낄수 없는 경지일까 ?
수학이 정교하고 단단하다는건 알겠는데, 아름답다 ? 무슨 말인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책도 없었다.
4. 『대칭은 아름다운것으로 간주된다...(p72)』 『어떤 이론에 '자연스러운' 수만 포함되어 있다면 그 이론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p72)』 『자연스러운 수란 1에 가까운 수다. 부자연스러운 수는 '미세 조정된' 수라고 불린다.(p72)』 『자연스러움은 수학적 기준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공식화된 미적 요건이다.....(p138)』 『이론물리학자들은 이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단순성, 자연스러움, 우아함을 사용한다....(p184)』
다행이도 어떤 이론이 '아름다운지' 책에서 설명해 준다. '단순'하면서 '자연스럽고', '미세조정'없이 세상을 설명하는 수학이 그러한가 보다. 뭐, 대충 느낌은 오는데, 누구한테 설명은 못하겠다. 고로 여전히 '수학'을 이용한 '물리이론'이 정말로 '아름다운'경우가 있는지... 여전히 내 이해의 바깥이다.
5. 저자는 물리이론에 아름다움이 유용한지를 넘어 정말 존재 하는지까지 인터뷰이들과 토론한다.
『우리의 개념이 물체의 실제 행동 방식과 일치할 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죠. 그래서 진화를 통해 정확한 것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 보상으로 제공되는 겁니다. 그게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고요. 그것은 우리가 계속하고 싶어 하는 그런 것이에요. 우리가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것이죠.(p233 프랭크 윌책)』
여러 인터뷰중 가장 그럴듯하다 느낀 대목이다. 아름다움이 진화를 통해 획득한 느낌이라면, (본능적으로)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이론이 맞을 확률이 높다 정도로 이해 했다.
반면 저자는 시종일관 아름다움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름답지 않지만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언젠가는 틀렸다고 밝혀질 이론인가 ? 라는 도발적인 질문까지 한다. 그리고 본인이 몸담고 있는 표준모형이 끔찍히도 아름답지 않음을 고백한다.
6. 여기까지만 읽으면 저자는 물리이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입장인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2장에 반전이(혹은 내가 혼자서 오해하고 책을 읽었을수도) 있다. 물리이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이론물리학자들이 미학적 편견을 가지고 있고, 수학안에서 길을 잃었을 뿐이라고. 수학위에 또다시 수학을 쌓고, 계속 쌓아가는 노력으로 우아한 이론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세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수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먼저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p354)』 『어떤 이론이 정확한가를 알아낼 유일한 방법은 그 이론이 자연을 서술하는지를 확인하는것이다.(p355)』 『물리학은 수학이 아니다. 물리학은 옳은 수학을 선택한다.(p355)』
그리고 책의 끝은 이렇다. 결국 이게 저자가 하고픈말이였나 보다.
『우리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연법칙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안다. 이것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의 양자적 행동을 이해해야 하고, 중력 또는 양자물리학을 점검해야 하고, 어쩌면 이 둘을 동시에 해내야 할것이다. 그 답은 틀림없이 새로운 질문을 낳을 것이다.(p355-356)』
『... 물리학의 다음 돌파구는 이번 세기에 발견될 것이다. 그것은 아름다울 것이다.(p356)』
7. 한동안 모든 대중물리학책은 기승전초(끈이론) 이였다. 초끈이론이 일반상대성이론(중력)과 양자역학(표준모형)을 통합해 결국 ToE를 밝혀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과학책 읽는 일반인'인 나는 그 말을 정말로 믿었다 !!! 비록 내가 이론의 수학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우주의 근본 법칙을 찾아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개념 정도라도 이해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을 내가 죽기전에 볼수 있다면 !!! 하는 혼자만의 꿈을 꾸고 있었다.
어라 ?? 하는 사이에 희망찬 시간은 지나갔고, 여전히 초끈이론의 완성버전은 없고, LHC에선 초대칭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초끈이론이 부분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는 하나, 나보다 훨씬 똑똑한것이 분명한 그 수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이 수십년간 뻘짓을 했다고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또한 이론물리학자들의 미적 편견이 주된 이유라면... 글쎄. 이젠 다른 길을 찾아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
8. 제목의 아쉬움을 떠나서, '수학의 함정'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내용의 깊이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현대 물리학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많은 과학자들의 내실있는 인터뷰가 흥미를 더한다. 번역 또한 훌륭하다. 원서를 안(못)읽어서 얼마나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일단 구글 번역기 돌린듯한 어이없는 문장들은 없고, 독자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오랜만에 좋은책 읽었다. 시간 되시는 분들 한번씩 읽어봐도 절대 후회 안하리라 믿는다. |
제목만 보고 수학이라고 아려워할 수 있지만 읽어보니 단순히 수학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닌 유익한 책이였습니다 물리학에대하여 저술하면서 물리학에서 물라학자들이 수학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물리학에서 수학을 사용하게된 이유와 올바른 이론을 만드는 과정에 대하여 상세히 기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수학적 물리학적 이론들에대하여 설명하며 표준 모형에대하여 설명하며 전적으로 대칭원칙을따리 이동하는 것을 설명하며 이 표준 모형이 수학적 으로 어떤 구조인지 실험을 하며 수학을 사용하여 결과를 정확이 설명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며 초대칭 이론이 타생하게된 동기와 시공간 회전 에대한 설명 시공간 회전이 위험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저 속도의 변화를 이야기 하는 것 뿐이며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도 대칭 요건에 수식을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주에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수학적 우주로 이야기를 하며 우주를 서술하는데 특정한 수학을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단하나의 최종이론이 있다면 그이론은 존재하는 모든 수학을 다 포함 해야한다고 하며 그 이론을 따르면 실수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수학적으로 가능한 구조는 물리학자들이 대부분 무시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수학적이론과 물리학적 이론이 충돌하는 연구도 나와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수학은 정직하게 해준다고 하며 수학이 틀릴수는 있지만 거짓말은 할수없다 라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단순히 숫자가 나오는 수학이 아니라 물리학 우주에 대해서 상세히 알수있는 책이였습니다 |
'수학의 함정'은 굉장히 용기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론물리학자들이 가장 근본적인 믿음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리학자들이 지나치게 아름다움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이 아름다움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수학적인 미다. 즉 수학논증, 수학적으로 설명되는 물리 이론을 말한다.
저자는 "21세기 현대 물리학은 수학의 미로에 빠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수학의 함정>은 오늘날의 물리학 연구에 미학적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추천한 책이다. 이 책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자 내가 배운 것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모종의 반성문이다. 이 아야기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수많은 물리학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연법칙이 아름답다고 믿고 있따. 그러나 뭔가를 '믿는'것은 과학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라고 말한다. 의미심장하다.
전례 없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수학을 활용한 초끈이론, 11차원 우주론과 다중우주론 등 과학계를 넘어 과학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다. 어떤 새로운 법칙도, 유의미한 예측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의 존재를 지배하는 규칙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 답에 다가가려면 먼저 사실의 흔적을 따라 과학의 지하실로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계속 내려가면, 자신의 이론이 아름답다고 우기는 이론물리학자들이 길을 막고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한ㄷ. 바로 그때가 물리학의 기반에 도달햇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24쪽)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 상당 부분 "가설들이 수학적으로 너무 아름다워서 진실이 아닐 리 없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세계와 우주가 물리학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신화를 깨라고 말한다.
과학은 자연스러움, 완전함 혹은 미학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의 엄밀성과 일관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우리가 그동안 과학자들이 이끄는대로 무비판적으로 끌려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학이 우리를 정직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수학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수학이 틀릴 수는 있지만 수학으로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학은 혼란을 일으키는데 크게 일조할 수 있다."(353쪽)
추천사를 쓴 김민형 교수(영국 워릭대학교 수학과 및 수학대중교육 석좌교수)는 "저자의 의도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을 고르는 과정에서 미학적 기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고하는 것이다. 즉 함정은 수학이 아니라 미학에서 유래한다는 주장이다"라고 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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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함정 (자비네 호젠펠더 著, 배지은 譯, 해나무, 원제 : Lost in Math)”을 읽었습니다. 최근의 과학 연구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거대과학 (big science)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과거 한 사람의 천재성으로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던 시대가 이미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렇기에 하나의 과학적 이론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그 판단은 수학적 규칙이나 엄밀성이 바탕이 될 것입니다.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수학적 규칙과 엄밀성은 이성이나 합리성 뿐만 아니라 주관적 척도나 판단이 포함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주관적 척도나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움’ 혹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지난 30여년 간 과학계가 맛본 실패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실험장치인 LHC (강입자충돌기, Large Hadron Collider)는 ‘새로운 자연법칙을 뒷받침할 근거를 보여주지 못했고 천체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이론적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학자들은 수학적 엄밀성을 추구하지만 실험으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이론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바로 수학적 ‘미(美)’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자들이 추(醜)하다고 판단했던 많은 이론들이 사실로 밝혀졌던 사례들을 이야기합니다. 하이젠베르그와 슈뢰딩거가 서로의 이론을 쓰레기라 비난했지만 나중의 연구 결과로 같은 이론임이 밝혀졌던 사례나 아인슈타인이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표현했던 ‘빅뱅’ 가설, 맥스웰의 전자기장 같은 것들 말이지요. 또 과학자들이 아름다워 진리라 여겼던 많은 이론들은 지금은 사실이 아닌 많은 사례도 역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이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이론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실험적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듯 이론을 판단하는 기준이 우리를 실수로 이끌 수 있고 그 실수는 과학적 발전에 있어 막다른 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저자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하르트 다비트와 같은 일부 철학자들은 과학적 방법론의 엄밀성을 포기하기를 종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연스러움, 그리고 수학적 아름다움은 관측이나 실험과 모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 수학적 아름다움은 관측, 실험과의 모순을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어떤 과학자들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 조차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저자는 과학은 자연스러움, 완전함 혹은 미학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이어갑니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의 엄밀성과 일관성에 집중하여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추천사를 쓴 김민형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과학사회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 책으로 비전문가 혹은 일반인으로서 대중과학책을 읽을 때 무비판적으로 읽는 것을 예방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의함정 #자비네호젠펠더, #배지은, #김근영, #해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현대 물리학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풀어냄으로써 세상을 탐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쉼표를 제공하여 성찰을 유도한다. 먼저 과학과 철학을 구분짓는 가장 큰 특성은 입증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은 양자라는 새로운 장을 알게 되었고 수십 년의 세월과 수십조의 비용이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가설 정립단계에서부터의 신중을 요한다. 이때 물리학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아름다움과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은 이론의 단순함, 숫자의 명료함에 해당하고 직관은 경험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즉, 익숙함과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현대 이론물리학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론에 관찰 결과가 들어맞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대신 미세조정 등의 방법으로 이론을 수정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어하는 거 같다. 그러나 패러다임의 주창자 토마스 쿤이 말했듯 패러다임의 전환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론물리학자를 비롯하여 물리학계에 속한 다양한 연구자들이 아름다움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아쉬운 점은 물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나 지식이 없다면 책의 내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물리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있지 않고 저자가 학계에 대한 자신의 고찰을 전달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