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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과 2학년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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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과 2학년 사이에]   소포가 하나 배달되었다. 김규중 교장선생님의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초중 통합학교인 무릉초중에서의 이야기들이 시와 단상으로 꼭꼭 채워져 있다. 펼치는 순간 나는 무릉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교장선생님이시자 시인이신 김규중 선생님, 4년 동안 공모 교장으로 지내시면서 겪었던 말로는 다 표현 못할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어떻게 간직하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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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과 2학년 사이에]

 

소포가 하나 배달되었다. 김규중 교장선생님의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초중 통합학교인 무릉초중에서의 이야기들이 시와 단상으로 꼭꼭 채워져 있다. 펼치는 순간 나는 무릉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교장선생님이시자 시인이신 김규중 선생님, 4년 동안 공모 교장으로 지내시면서 겪었던 말로는 다 표현 못할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어떻게 간직하고 계실까, 궁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곳에서 깨지고 부딪치면서 몽돌이 되어갔으니 말이다.

시집은 차례대로 읽지 않고 내키는 대로 읽는 터이다. 이번은 맨 뒤 작가의 단상들을 모아놓은 부분부터 열었다. 업무 중 받은 책이라 얼른 내용을 파악하고 싶었던 것도 한몫했지만, 과묵하신 시인 교장선생님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싶은 심중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제5부 단상들은 시집의 분량을 꽤 차지한다. 시로 엮지 못한 고민들을 엮었다고 하셨는데, 읽어 보니 단상들 하나하나가 그대로 시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성찰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오래 곱씹었다. 교육자의 자세를 고민하는 사람들, 혁신학교에서 혁신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감동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글을 읽으며 서로 쓰다듬어주는 듯한 위로를 받는다. 그 따뜻한 위로와 공유에 감사한 마음이 일어난다.

 

82쪽: 학교에 출근하는 이유가, 업무를 처리하러 출근하는 사람이 아니고 사람을 만나러 출근하는 사람이라고.

85쪽; 착각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성찰은 나의 몫이 아니고 상대방의 몫이라고.

93쪽: 상대방이 날카로우면서도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닌, 날카롭지만 속이 넓은 사람이길 바랬다. 내가 긍정적 태도를 갖추지 못하면서.

101쪽: 수단으로 삼지 않는 것은 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김종삼의 시 ‘묵화’에서 할머니와 소가 서로 적막하다며 쓰다듬는 것.

 

시인 교장선생님은 매일 새벽 출근하셔서 아침맞이를 하셨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일상이니 우리 교사들은 교장 선생님의 노고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래도 평소보다 추운 날이나, 비가 오는 날처럼 날씨가 달라질 때는 밖에서 오래 떨고 있는 교장 선생님 걱정을 하곤 했다. 그래봤자 기껏 교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한 명 한 명 인사하고 눈을 맞추어 주시는 모습을 확인한 것뿐이었고, 바로 자리에 앉아 내 일에 골몰했다. 이제야 이 시집에서 교장 선생님의 아침맞이에 담긴 아이들과의 이야기와 눈 맞춤을 읽는다.

 

자꾸 물어보는 거 보니

마늘 농사에서 ‘마’자도 모르는

교장 샘이네

- ?마늘 농사 1-아침맞이?중에서, 13쪽

 

이십 곱하기 이십은?

교장 샘이 삼백이라고 한다

그런데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다

답은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 ?문제 만들기-아침맞이? 중에서, 23쪽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무릉의 눈빛들과 목소리가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왔다. 아이들의 모습은 제2부에서도 톡톡 푸른 싹이 잎사귀를 내밀듯 올라와 있었다. ‘일찍 가면/ 같이 축구할 아이가 없지만/ 빈 골대를 벗삼아/ 킥 연습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축구 좋아하는 아이? 중에서)에서는 학생 수가 없는 학교에서 외로운 축구 연습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선연히 떠오른다. 내게도 몇 남학생들이 제대로 된 축구를 하고 싶다며 여러 번 절규했다. 이 아이들, 바람 많은 무릉에서 그래도 운동장을 누비며 지냈다.

 

유달리 바람 많은 고장에서

두 팔을 벌려

바람과 맞부딪치며 운동장을 누비는

무릉학교 아이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바람과 아이들? 중에서, 40쪽

 

시인 교장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습관적으로 아이들을/만나지 않게// 오늘의 아이는 어제의 아이와 다르고/ 내일의 아이는 더 이상 오늘의 아이와 같지 않고’(?새롭게?중에서 41쪽)와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눈은 제3부에서 ?보기만 한 캔커피1,2?로 다시 표현된다. 무릉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눈으로 오래 바라보며 가슴으로 안아주는 모습이 뭉클하다.

무릉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의 모습은 제4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성찰을 가르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초임교사, ‘학기말 업무 처리로 방과후에’ 초과근무를 하는 선생님들, ‘초과근무의 삼분의 일을/ 물 퍼내는 데 쓰고 있었습니다’처럼 토요일 역류한 물탱크를 치우던 선생님들, 가장 학교를 위해 고민했던 사람이 학교 운영에 대해 ‘바로/ 문제 제기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어쩌면 그곳에서의 나의 삶은 속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실패'라는 이름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경쟁적 교육과정에 찌든 내가 그곳에서 협력과 배움, 성장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부족했던 탓이다. 열정과 사명감만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었다. 매번 불어난 계곡에서 흔들리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매일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가슴도 매일 터졌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근무했던 학교 중 가장 짧은 기간 있었던 곳이지만, 나의 내면을 가장 크게 성장시켰다. 이 시집은 맑은 바람 같던 아이들의 웃음과 활화산 같던 고민들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물 흐르듯이 살려고 했다는 김규중 시인 교장 선생님의 시 구절이 먹먹하기만 하다.

 

세월이 어두웠다는 것은 아니다

옆으로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주어진 길을

주어진 시간을

통과해야 하는 인생

물 흐르듯이 살려고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일을 마치며? 중에서, 80쪽

 

m******i 2021.06.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