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9)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9%
  • 리뷰 총점8 11%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9.0
  • 50대 10.0

포토/동영상 (8)

리뷰 총점 종이책
어떤 사람이고 싶니?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고 싶니?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내용보기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 소설이 어려웠다. 짧은 분량에 작가의 심오한 생각들을 쏟아부은 탓에 문장을 읽고 있어도 의미가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많았고, 장편이라면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알게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도 아쉬운 것이 단편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깨트려주었던 것이 안톤 체호프였다. 깊은 뜻을 담긴 했지만 문장들이 그리 어렵지 않고, 내용들도 일
"어떤 사람이고 싶니?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내용보기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 소설이 어려웠다. 짧은 분량에 작가의 심오한 생각들을 쏟아부은 탓에 문장을 읽고 있어도 의미가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많았고, 장편이라면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알게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도 아쉬운 것이 단편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깨트려주었던 것이 안톤 체호프였다. 깊은 뜻을 담긴 했지만 문장들이 그리 어렵지 않고, 내용들도 일상에서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사가 복잡하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은 비슷하지 않을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바로 옆에 있는 아는 사람들이 가질법한 생각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이라 좋아한다. 몇 권의 단편소설집을 가지고 있어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 9편 중에 6편은 읽었던 작품이었다. 다시 읽어도, 처음 읽어도 여전히 좋은 글이었다. 

 

관리의 죽음

 

 지붕 무너질까 무서워서 어떻게 사느냐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남편으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그만큼 잔 걱정이 많다. 나같은 사람이 여기 있었다. 체르바코프는 오페라를 보던 중에 재채기를 했다.자신의 재채기로 인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 것은 아닐까 둘러보던 중에 교통부의 브리잘로프 장관이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닦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침이 튀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마음에 또 사과를 하고, 집으로까지 찾아가서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아무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자꾸만 찾아와서 사과를 반복한다. 짜증나지 않을까? "당장 꺼져"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체르바코프는 죽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은 스스로 문제를 키워나갔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상대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윗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한 때문은 아니었을까싶기도 하다. 안톤 체호프는 천상에라도 다다른 듯 행복했던 체르바코프가 행복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불안한 마음만 커지기 시작해 제복을 벗지도 못하고 소파에 누워 그대로 죽어버리기까지의 감정을 단지 6페이지의 짧은 단편에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다.

 

우수

 

 마부 요나는 아들을 잃었다. 그 슬픔을 어쩌지 못해 손님들에게 '이번 주에 제 아들이 죽었어요.'라고 말을 하지만 모두가 건성으로 대답할뿐 그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았다. 혼자서 아들을 떠올리는 것이 괴로워 건초를 먹고 있는 말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 자 너에게 망아지가 있다고 해보자. 넌 그 망아지의 엄마가 되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그 망아지가 죽어버린 거야. 그럼 얼마나 슬프겠니? " 말에게 이야기하는 요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슬픔을 나눌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을텐데. 그 슬픔을 알아봐주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행복한 사람 아닐까?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요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하지만 사람들은 요나의 존재도, 그 슬픔도 알지 못하고 그저 지나칠 뿐이다. 슬픔은 너무 깊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요나의 가슴이 터져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면 온 세상을 다 잠기게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지금 슬픔은 아주 작은 공간 안에 갇혀 있어 밝은 낮에 불까지 비춰가며 찾는다 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 p31

 

자고싶다

 

 열세 살 먹은 애보기 바르카는 자고싶다. 낮에도 일이 너무 많아서 잠시 쉴 틈도 없는데 밤에는 주인의 아기를 재워야한다. 잠들었다가는 두들겨 맞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만 했다. 고문 중에서도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 엄청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고통을 알 수는 없는데, 바르카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자고싶지만 잘 수 없는 바르카는 적을 없애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죽은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쥐도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 놓고 몰라는 말이 있는데, 바르카에게는 숨 쉴 틈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바르카의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르카의 저 깊은 잠이 그녀에게는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싶어 안타까웠다. 안톤 체호프는 바르카가 '드디어 편해졌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정도로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녀의 행위가 정당한가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베짱이

 

 올가 이바노브나는 아주 사교적인 인물로 유명인사들이 지인이었고, 스스로에게도 많은 재능이 있는 여자다. 남편 디모프는 의사로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며 아내를 사랑하는 진중한 사람이다. 올가는 남편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밖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여자로서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디모프는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것인지 아내에게 관대하기만 했다. 디모프는 환자를 진료하던 중 디프테리아에 걸렸고 죽고말았다. 그제서야 후회하는 올가였다.

 

 설명하고 싶었다. 실수가 있었다고, 하지만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고. 멋지고 행복하게 살 기회가 아직 남았다고,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귀하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이제 남은 평생 당신만을 존경하고 경외하면서 살겠다고 ······. -p 186

 

 자신의 불륜이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저렇게 말했을까? 버림받지 않았다면 결코 남편을 찾지 않았을, 남편의 진가를 알아채지 못했을 올가에게는 한 치의 가여운 마음도 들지 않았다. 실컷 놀때는 즐거웠지만 막상 먹을 것이 없어 개미를 찾아갔던 불쌍한 베짱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살아있는 베짱이는 개미의 도움을 받고 먹고살 수는 있겠지만 죽어버린 디모프는 어떡하지? 왜 올가의 모든 것을 봐주면서 살았던 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던걸까? 차라리 몰랐다면 억울한 기분을 들지 않겠지만 모든 것을 아는 나로서는 디모프의 삶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이 외에도 아이와의 약속을 정말 하찮게 여겼던 어른의 이야기 <삶에서 하찮은 일>을 비롯해 <반카>,  <6호 병동>, <상자속의 사나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을 재미있게 읽었다.  안톤 체호프는 1860년 러시아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고, 의대에 다니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의사였으며 작가였던 셈이었다.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였고, 1904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고보니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희곡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희곡에도 뛰어났다. 안톤 체호프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희곡 전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책을 가지고 있다. 단편소설보다는 조금 어려웠다.  최근에 읽었던 <세일즈맨의 죽음>도 그랬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여러가지 삶을 보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할 지를 돌아보게 되는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책을 읽은 후 아래 소개글을 만난다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머와 풍자 속에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칼날처럼 날카롭고도 우아한 빛줄기! 따분한 일상의 희미한 바다에서 비극적 유머를 드러낼 수 있는 단편소설의 다른 이름이자 후배 '체호프'들을 품은 하나의 이름, 체호프.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j*****3 2021.06.30. 신고 공감 12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안톤 체호프의 소설
"안톤 체호프의 소설" 내용보기
1860년 러시아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작은 잡화상 집 셋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때 아버지의 파산으로 인해, 이후 모스크바대학 의학과까지 고학으로 다니며, 가족 부양을 위해 글쓰기를 한 체호프.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를 경제 사정이 나아진 다음에도 계속하여, 폐결핵으로 44세의 나이로 작고할 때까지 200여 편의 단편을 써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더불어 현대 단편 소설
"안톤 체호프의 소설" 내용보기

  1860년 러시아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작은 잡화상 집 셋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때 아버지의 파산으로 인해, 이후 모스크바대학 의학과까지 고학으로 다니며, 가족 부양을 위해 글쓰기를 한 체호프.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를 경제 사정이 나아진 다음에도 계속하여, 폐결핵으로 44세의 나이로 작고할 때까지 200여 편의 단편을 써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더불어 현대 단편 소설을 확립한 선구자이자 완성자로 평가받는 체호프.

  체호프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문학과 완전히 담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체호프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 수 있겠지만.

  체호프가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가는 이 책 겉표지(뒤쪽)에 실린 유명문인들의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야말로 극찬 일색이다.

 
 

 

  이 책 <자고 싶다>에는 다음과 같은 9편이 수록되어 있다.

  관리의 죽음 / 삶에서 하찮은 일 / 우수 / 반카 / 자고 싶다 / 6호 병동 / 베짱이 / 상자 속의 사나이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200편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이 9편을 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편, 이 모음집의 제목 <자고 싶다>는 수록된 작품 중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나는 모음집의 제목을 왜 <자고 싶다>로 했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 9편 중 이 작품이 제일 유명하거나 작품성이 제일 뛰어난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려면, <관리의 죽음>이나 <상자 속의 사나이> 혹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

  이제 각각의 작품을 수록 순서대로 간략하게 살펴보자.

  <관리의 죽음>

  체르뱌코프라는 회계 담당 관리는 어느 날 극장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다가 재채기를 하게 된다. 그 바람에 앞줄에 앉은 노신사의 머리와 목에 침이 튀게 되었는데 그 노신사는 교통부 장관이었다. 체르뱌코프는 즉각 고의가 아니었음을 밝히며 사과를 하고 장관은 괜찮다고 한다. 그럼에도 체르뱌코프는 마음이 불편했다. 하여 더 사과를 하고 장관은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도 체르뱌코프의 사과는 그 날 이후로도 계속되고 그런 체르뱌코프에게 장관은 체르뱌코프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며 짜증과 화를 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체르뱌코프는 죽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소심한 자에게 벌어진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한 비극적 운명을 다루고 있다. 분량으로 보면 콩트에 해당한다.

 

 <삶에서 하찮은 일>

  벨랴예프라는 32살의 젊은이(아마도 미혼?)가 올가 이바노브나라는 동거녀의 집에 가니, 동거녀는 외출 중이고 어린 아들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벨랴예프는 그 꼬마와 놀아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꼬마는 비밀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면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 비밀은 다름 아닌, 꼬마가 자기 아빠(이바노브나와 이혼한? 별거 중인?)와 엄마 몰래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이바노브나가 집에 왔을 때, 벨랴예프는 꼬마와의 맹세를 어기고 동거녀에게 꼬마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내용이다. 벨랴예프의 배신, 꼬마에게 이 일이 어찌 하찮은 일이랴. 이 작품의 제목은 반어로 읽힌다. 이 작품도 분량으로 보면 콩트에 해당한다.

 

<우수>

  이번 주에 아들을 잃은 사륜마차 마부 요나 포타포프. 그는 마차 손님이 와도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만 마차 손님들은 그의 슬픔에 조금의 공감도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자신의 슬픔을 헤아려주지 않자 자신의 마차를 모는 말에게 아들을 잃은 슬픔을 토로한다는 내용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줄거리나 주제가 다르긴 하지만, 주인공이 하는 일의 성격이 유사하고 근친의 죽음과 그로 인한 슬픔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분량은 앞의 작품들과 비슷하다.

 

<반카>

  엄마가 죽고 고아가 되어 할아버지에게 맡겨졌다가 모스크바의 제화공에게 견습생으로 보내진 9살짜리 반카. 반카의 견습공 생활은 9살짜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들다. 하여 성탄 전날 밤 제화공네 식구와 다른 도제들이 자정 미사를 보러 간 틈을 타서,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내용의 애절한 편지를 쓴다는 내용이다. 연민 없이 읽기 힘든 콩트이다.

  다음은 반카가 쓴 편지의 일부이다.

  '제발 오셔서 저를 데려가 주세요, 제발요. 고아인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모두 저를 때리기만 해요. 전 늘 배가 고파요. 슬픈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입만 열면 울음이 나오는걸요. 얼마 전에는 주인아저씨한테 각목으로 머리를 맞는 바람에 쓰러졌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어요. 제 생활은 개만도 못해요...... (중략) 저 이반 주코프는 영원히 할아버지의 손자예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저를 데리러 어서 오세요.' (41쪽)

 

<자고 싶다>

  열세 살짜리 애보기 바르카 이야기이다. 바르카는 집안일로 늘 잠이 부족하다.

  아기가 운다. 벌써 한참 전에 목이 쉬어 울 수도 없을 텐데 그래도 소리를 낸다. 언제 조용해질지 알 수 없다. 바르카는 자고 싶다. 두 눈이 감기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목이 아프다. 눈꺼풀도, 입술도 움직일 수가 없다. 얼굴에서 물기가 다 빠져나가 감각이 사라지고 머리는 바늘귀처럼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44쪽)

  인용한 부분 외에도 작품의 많은 곳에서 바르카의 잠 부족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잠이 부족한데도 바르카는 난로에 불을 피워야 하고, 차를 준비해야 하고, 계단을 닦아야 하고, 맥주를 사와야 하고...할일이 끝이 없다. 마지막 임무로 아기를 재워야 하는데 아기는 계속해서 운다. 바르카는 눈이 감기고 혼미해지는데 아기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그때 아기는 바르카에게는 적. 바르카는 그 적을 죽이고 죽은 듯 깊은 잠을 잔다는 내용이다.

  잠 부족한 하녀의 이야기. 우리 전통 민요 <잠노래>를 생각나게 하는 스토리이다. 어린 소녀의 고달픈 삶이 너무나도 안쓰럽다. <반카>와 더불어 이 작품은 비천한 계층의 고달픈 삶을 고발하려 한 것 같다.

 

<6호 병동>

  앞에서 살펴본 작품들이 분량상 단편이라기보다는 콩트에 가깝다면, 이 작품의 분량은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많은 편이다.

  이 작품은 6호 병동(정신병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입원환자 다섯 명의 소개를 한다. 그런 다음 그들의 병원 생활을 이야기하는데 대개는 이반 드미트리치 그로모프라는 33살 먹은 귀족 이야기다. 그는 법원 집행관으로 일했다는데 피해망상증으로 입원해 있는 상태이다.

  한편, 이 병원 의사인 안드레이 예피미치 라긴은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6호 병동(과 환자들)에 관심을 갖고, 남들은 방치하는 6호 병동을 찾아간다. 그리고 6호 병동에서 이반 드미트리치 그로모프와 지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려 한다.

  다음은 이들의 대화의 한 장면이다.

  "이 도시에는 지적이고 흥미로운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좋아하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참으로 유감입니다." 고개를 저으면서 하지만 상대의 눈은 보지 않은 채 (그가 상대를 응시하는 일은 결코 없으니 말이다) 의사가 천천히 조용히 말한다. "얼마나 심각한 박탈 상태인지 모릅니다. 인텔리들조차 속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곳 인텔리의 수준은 단언컨대 비천한 계층에 비해 조금도 나을 것이 없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80쪽)

  이들의 대화는 스토아 철학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상당히 깊이 있게 이루어진다.

  '정말 똑똑한 청년이군!' 자기 집으로 향하면서 안드레이 예피미치는  생각했다. '이 도시에서 함께 대화할 만한 상대를 처음 만난 것 같군. 판단력이 있고 필요한 지식과 관심도 갖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이후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는 계속 이반 드미트리치 생각을 했다. (97쪽)

  그러나, 이 일(둘의 토론과 교류)로 인해 의사인 안드레이 예피미치는 의사의 자리를 빼앗기고 나중에는 6호 병동으로 (환자로)수용된다. 이곳에 수용된 후 안드레이 예피미치는 병원의 불합리한 처사에 맞서다가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병원으로 상징되는 사회의 불합리와 속물성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정신 병동에 입원한(치유가 필요한) 환자들보다 병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더 비정상적으로 그려짐으로써 상황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베짱이>

  이 작품의 제목 '베짱이'에 대해 역자는, "베짱이라고 하면 놀기만 좋아하는 나태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진중하지 못하고 변덕스럽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주를 달아 놓았다.

  주인공 올가 이바노브나는 연 수입이 500루블 정도로 형편없는 의사 디모프와 결혼한다. 그녀에게는 친구와 지인들(이들의 대부분은 젊은 남자이다)이 많은데 모두들 출중한 재능이 있거나 유명한 인사들, 혹은 앞날이 기대되는 이들이다. 올가는 날마다 (그들을 자기집에 초대하여) 그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남편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행동을 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올가를 부추겨 허영심으로 들뜨게 만든다. 그럼에도 남편 디모프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올가는 젊은 남자들과 어울려 별장으로 여행을 떠나고(남편은 계속 직장을 다니고), 그곳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한 남자에게 넘어가 불륜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그 남자가 자신에게 이내 싫증을 느끼고 변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에게 매달려 애걸복걸하는 추한 모습까지 보인다.

  이후 남편에게로 돌아오지만, 남편은 아내를 위해 돈을 벌려고 애를 쓰다 감염되어 목숨을 잃게 된다. 그제서야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지적 허영심에 사로잡혀 주위의 감언이설에 솔깃한 인물이 진정한 사랑과 만족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모름으로써 맞게 되는 비극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자 속의 사나이>

   이 작품은 사냥을 나섰다가 하룻밤 헛간에 묵게 된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두 인물 중 한 사람은 중학교 수학 교사인데, 그가 두어 달 전에 죽은 벨리코프라는 희랍어 선생이자 자기 동료를 '상자 속의 사나이'로 표현한다.

  한마디로 그 사람은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고 자신을 고스란히 유지하도롣 해주는 보호막, 그러니까 상자 안으로 들어가려 악착같이 노력했습니다. 현실은 그를 화나고 불안하게, 두렵게 만들었어요. 언제나 과거, 그것도 결코 존재한 적 없던 무언가를 찬양했던것도 아마 자신의 나약함과 현실도피 성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189쪽)

  벨리코프는 자기 생각마저도 상자 속에 가둬두려 했어요. 그가 보기에 명백해 보이는 것은 무언가를 금지한다는 공고나 기사뿐이었습니다. 저녁 아홉 시 이후 학생들의 외출을 금지한다는 공고나 육체적 사랑을 금지한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면 더 이상 말을 보탤 필요 없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지되었으니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거죠. (189-190쪽)

  수학교사는 벨리코프를 "소라게나 달팽이처럼 자기 껍질 속으로만 숨어들려 애쓰는 사람"(188쪽)으로 규정한다.

  이 작품에서 '상자 속의 사나이'는 현실 부적응자,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린 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주위 사람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 같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남자 주인공은 드미트리 드미트리치 구로프로, 바람기 많은 유부남(채 마흔이 되지 않았지만 12살 난 딸과 학교 다니는 아들이 둘 있다.)이고, 여자 주인공은  안나 세르게예브나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혼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금발의 젊은 부인으로 개를 데리고 다닌다.

  소설은 이 둘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어느날 유양지에서 해변을 거니는 여주인공을 본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유혹하고(사랑이 아니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과 한동안 불장난을 저지른다. 그러다가 여주인공이 남편의 편지를 받고 집(S시)으로 떠나간다.  그후 남주인공도 집(모스크바)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장난처럼 시작한 여주인공 생각에 남주인공은 무작정 S시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여주인공을 만나 여주인공으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이후 여주인공은 남편을 속이고 모스크바로 남주인공을 만나러 오게 된다. 둘이 서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한번도 여자를 사랑한 적이 없던 남주인공은 난생 처음 진짜 사랑을 학게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237쪽)

  이 소설을 통해 체호프는 진정한 사람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로남불이라고나 할까. 물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건 고통이겠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파기하지 않은 상태로 밀애를 나누는 것을 아름다운 로맨스로 받아들여야 할까? 혹 이건 문화의 차이일까?

  한편, 체호프는 사랑에 있어 나이는 문제가 아무 안 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나이 차이는 10살 이상이니까 말이다. 희곡 작품에도 나이차가 많은(20살 넘는 경우도 있다.)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꽤 있다.

 

  **

  체호프 소설은

  첫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군상들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우 잘 드러나게 작품화하였다.

  둘째, 문장과 표현(묘사)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안드레이 예피미치는 겉모습이 농부처럼 크고 투박하다. 얼굴 생김새, 턱수염, 곧은 머리털, 단단한 체구만 보면 먹성이 좋고 제멋대로 거칠게 행동하는 대로변 선술집 주인장을 연상시킨다. 푸른색 핏줄이 곳곳에 드러나 있는 얼굴은 사납고 눈이 작으며 코가 불그레하다. 큰 키에 어깨가 떡 벌어져 있고 손발도 아주 크다. 그 주먹에 한 대만 맞아도 황천행일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조용조용 움직이고 걸음도 조심스럽고 얌전하다. 좁은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늘 멈춰 서서 길을 양보한다. 기대했던 저음이 아닌 가늘고 부드러운 고음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의 목에는 작은 혹이 나 있어 빳빳하게 풀 먹인 셔츠를 입기가 어렵다. 그래서 마직이나 면직으로 지은 부드러운 옷을 입고 다닌다. 전체적으로 의사다운 차림새는 아니다. (70-71쪽)

  임의로 뽑은 글이다. 정말 묘사가 정밀하지 않은가. 심지어   <관리의 죽음>같은 작품은 전체가 묘사처럼 읽히기도 했다.

 

  아직 단편 소설의 체계가 잡히기 전인 1800대에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빼어난 작품을 쓴 체호프. 체호프의 소설을 읽는 시간은 1800년대와 2000년대의 간극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t*******1 2021.06.27. 신고 공감 5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 - 『자고 싶다』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 - 『자고 싶다』" 내용보기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 - 『자고 싶다』   이 책은    이 책 『자고 싶다』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집이다.   저자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란 러시아의 작가다. 희곡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오히려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표제작인 「자고 싶다」 등 모두 9편의 단편소설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 - 『자고 싶다』" 내용보기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 - 자고 싶다

 

이 책은 

 

이 책 자고 싶다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집이다.

 

저자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란 러시아의 작가다.

희곡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오히려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표제작인 자고 싶다등 모두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관리의 죽음

삶에서 하찮은 일

우수

반카

자고 싶다

6호 병동

베짱이

상자 속의 사나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작품의 특징은 일단 단편소설이라 그런지 짧다는 것, 심지어 5쪽인 경우도 있다.

해서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으며, 말하고자 하는 주제 한 가지를 바로 꺼내는 식이다.

 

관리의 죽음

 

예컨대 첫 번째 작품인 관리의 죽음은 상황을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그 상황을 계속 증폭시키며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이라고 할 정도도 아닌 아주 사소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일 생각하지도 않을 일을, 본인만은 다르게 생각한다.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관리로서 반듯한 처신을 한답시고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체호프는 주인공의 어리석음 때문에 일을 크게 만드는데, 정말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관리가 바로 그런 주인공이다.

 

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과 빠져나온 사람.

 

관리의 죽음, 자고 싶다, 베짱이, 상자 속의 사나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렇게 다섯 편은 상자라는 은유를 통해 분석해 볼 수 있다.

 

어떤 상자인가 

소라게나 달팽이처럼 자기 껍질 속으로만 숨어들려는 사람들(188), 즉 상자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거나, 혹은 그 상자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사람들 이야기다.

 

관리의 죽음의 주인공인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 역시 자기 생각의 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생각에 갇혀 결국은 죽은 사람이다. ,

 

자고 싶다에서 애보기 바르카는 자지 못하게 하는 극악한 환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낮에는 잔심부름을 하느라 하루를 동동거리며 보내고, 밤에는 애를 보느라 잠을 자지 못한다.

바르카는 잠못자는 형벌을 받는 상자 속에 갇혀 지낸다.

그녀가 그 상자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

 

베짱이

 

베짱이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가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베짱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는 진중하지 못하고 변덕스럽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44)

 

그런데 등장인물인 올가 이바노브나는 진중하지 못하고 변덕스럽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솝 우화의 베짱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올가 이바노브나가 가정에 정착하지 못하고, 남편을 둔 채 집 밖으로 나도는 것은 그녀의 성격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집이란 상자, 남편이라는 상자 속에서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유명인사를 숭배하고 자랑스러워했으며 그들을 매일 밤 꿈에 보기까지 했다. 유명 인사에 대한 갈증은 끝나는 법이 없었다. (149)

 

그런 갈증은 끝없이 이어져.....

 

상자 속의 사나이

 

이건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일생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 말이 이 작품 읽자마자 입에서 흘러나왔다.

 

두어 달 전에 우리 도시에서 벨리코프라는 사람이 죽었어요.”(188)

 

사냥을 나온 두 사람이 프로코피 이장의 헛간에서 잠을 자면서 나누는 이야기다.

벨리코프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교사인 그는 혼자 지내고 있다. 행동거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행동을 조심한다.

 

벨리코프의 침실은 정말 상자처럼 아주 작았어요. (193)

 

그의 결혼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그는 그 일이 뭔가 병적인 것에 영향이라도 준 듯 오히려 더 여위고 창백해진 채 자기 상자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 (198)

 

결말은 

그는 죽는다.

장례식에서 관에 누운 그의 표정은 온순하고 편안했으며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는 영원히 상자 안에 들어가 있게 되었으니 정말 기쁘다는 듯이. (207)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사건이 벌어졌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나 세르게예브나와 드미트리 드미트리치 구로프 간에 사건이 벌어졌다. 연애 사건이다.

장소는? (이건 작품 분석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족이다.)

얄타. 그러니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2, 루스벨트와 처칠, 스탈린이 나치 독일의 패배와 전후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벌인 그곳 얄타, 작품 속에서 그 지명을 들으니, 역사적인 의미가 사라지고, 일상의 장소로 돌아온 듯, 이상하다.

 

어쨌든, 그곳에서 만난 안나와 구로프는 사랑을 한다. 둘 다 모두 기혼,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지나다가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안나는 S시로, 구로프는 모스크바로.

그렇게 소설은 끝나는가 싶더니, 구로프가 일을 저지른다.

 

이 기억을 누구한테든 털어놓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226)

 

가슴 속에 품었던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 드디어 발설한 것이다.

글세, 얄타에서 너무나 매혹적인 여인을 알게 됐답니다.!” (227)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은 사람- 어떤 관리- 은 들은 체도 않고 다른 말을 한다.

 

그말에 구로프는 당황했고, 모욕감까지 느낀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는 반복되는 삶에 대한 회의가 찾아든다.

 

필요도 없는 일과 늘 반복되는 대화가 인생 최고의 시간, 최고의 힘을 차지해버리고 결국에는 날개가 잘려버린, 무가치하고 짧은 말년만이 남을 것이다. 이 상황을 떠나거나 도망치기는 불가능하니 삶이란 정신병원이나 감옥에 갇힌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227)

 

삶이란 정신병원이나 감옥이란 상자에 갇힌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서 그는 탈출한다. 안나가 있는 S 시로 가, 안나집을 찾아간 것이다.

결국 둘은 다시 만난다. 사랑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의 사랑을 들어보자.

 

벌써 머리카락이 세기 시작했다. 몇 년 새 자신이 이렇게 늙고 추해졌다니 이상했다. 그의 손 아래 놓인 어깨는 따스했지만 떨고 있었다. 이 인생, 아직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머지않아 그가 그렇듯 퇴색하고 시들게 될 이 인생에 그는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237)

 

결말은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실린 체홉의 단편 소설 9 편을 상자라는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여기 실린 9편 모두 그 키워드로 분석이 가능하다.

 

상자에 스스로 갇힌 사람, 갇힌 줄도 모른 채 방황을 하는 사람.

또 그런 상자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의 결말은 

그 남자, 상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의 속으로 들어가보자.  

 

참기 어려운 이 속박에서 놓여날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머리를 감싸며 그가 중얼거렸다. “어떻게?”

그러자 조금만 더 있으면 해결책이 나올 것 같다는, 그러면 새롭고 아름다운 인생이 시작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238)

 

그는 상자속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그렇게 애쓰는 자를 보고 있노라니, 이런 말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애쓰는 자 복이 있나니, 그 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s***h 2021.06.25. 신고 공감 5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체홉읽기) 6호 병동
"(체홉읽기) 6호 병동" 내용보기
체홉의 단편을 한편씩 읽고 있다. <자고 싶다>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는 이미 읽은 것도 있었고, 처음 만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그 가운데 인상적인건 '자고 싶다' 와 '6호 병동' 이라고 말하고 싶다.(물론 다른 단편들도 전혀 아쉬운 이야기란 뜻은 아니다^^) 특히 '6호 병동'은 분량이 제법 되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멈추는 지점이 많았다. 답답하면서도 공감이 가고...그래사 잘 살
"(체홉읽기) 6호 병동" 내용보기

체홉의 단편을 한편씩 읽고 있다. <자고 싶다>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는 이미 읽은 것도 있었고, 처음 만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그 가운데 인상적인건 '자고 싶다' 와 '6호 병동' 이라고 말하고 싶다.(물론 다른 단편들도 전혀 아쉬운 이야기란 뜻은 아니다^^) 특히 '6호 병동'은 분량이 제법 되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멈추는 지점이 많았다. 답답하면서도 공감이 가고...그래사 잘 살아간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하기만 한 걸까 싶은 질문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다.."삶은 참으로 성가신 덫입니다.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 성숙함에 이르러 제대로 판단하게 되면서 자신이 출구 없는 덫에 걸려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82쪽 이런저런 고민에 봉착하는 순간 차라리 생각을 하지 않는 삶이 편안한 삶인 걸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하게 되고.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처음에는 정신병동 사람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자신을 옥죄는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인물(이반 드미트리치) 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병동을 책임지는 의사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그의 성격이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이반이란 인물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의사는 자신이 하고 있었던 고민의 본질을 알아가게 된다. (그걸 눈치(?)챈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그를 정신이상자로 모는건 당연한 수순이되고 만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화는 매 순간 흥미롭다. 정신병원에 갇힌 남자의 논리는 철학의 존재를 매순간 부정하고,의사는 그럴때마다 이성을 앞세운 철학의 논리를 주장한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사의 논리가 공허하게 다가온다.인간의 평화가 내면에서 부터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는 말임에도 불구하고..그 생각조차 이반은 뒤집는다.정신병자의 궤변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었던 이유는,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밝혀(?)진다. 아니 안드레이가 비로서 깨닫게 된다.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이에게 지성의 사고라는 것이 늘 옳고 바른 길잡이가 될 수 만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기 이 사람들 달빛 아래 검은 유령처럼 보이는 이들은 바로 이런 고통을 몇 년 동안 날마다 당해왔으리라는 생각이었다.20년 넘는 세월 동안 어떻게 이걸 몰랐을까? 어떻게 알려고 하지조차 않았을까? 그는 고통을 몰랐고 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니 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하지만 양심이 마치 니키타처럼 완고하고 거친 양심이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늘하게 만들었다"/141쪽 '생각 하는 인간' 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두려움과 마주해야 하는 거라면...생각을 멈춰야 하는 것이 옳은가. 그래서 니키타처럼 사는 게 더 편안 삶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함정 같은 질문 속에 빠져 정신차리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니키타처럼 살고 싶지는 않은데....

w*******i 2022.03.0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톤 체호프의 소설] 자고 싶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 자고 싶다" 내용보기
피리투스 출판사의 문득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 (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리즈라고 한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005 다섯 번째 소설로 이상원 교수가 러시아어 원전을 번역하여 체호프의 문장을 더욱 생생하게 구현
"[안톤 체호프의 소설] 자고 싶다" 내용보기

 

 

피리투스 출판사의 문득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 (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리즈라고 한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005 다섯 번째 소설로 이상원 교수가 러시아어 원전을 번역하여 체호프의 문장을 더욱 생생하게 구현했다.

처음 안톤 체호프의 소설에 빠진 건 <카멜레온>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단 3,4페이지였을 뿐이었는데 그 짧은 단편 안에 너무나 위선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제목도 그렇다. 실제로 카멜레온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이렇게 상징으로 제목을 달았다. 그 천재성에 놀랐던 기억에 있다.

<<자고 싶다>>에도 그런 작품이 등장한다. 맨 처음을 장식한 <관리의 죽음>인데 극장 객석에서 우연히 하게 된 재채기 한 번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단편이다. 그런데 이게 또 놀랍다. 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자신의 오판과 위선 때문인 것이다. <삶에서 하찮은 일>도 그렇다. 어른들의 위선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로 전혀 아이들에게 관심없던 한 남자의 변덕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반면 <우수>와 <반카>, <자고 싶다>는 기존의 체호프 작품과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면서도 충분히 체호프적인 작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마부 요나의 슬픔이 너무 짙게 느껴져서 제목 그대로 너무나 슬펐던 <우수>와 마치 우리나라 50, 60년대 식모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의 <반카>와 <자고 싶다>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 자체로 큰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책의 제목이 된 <자고 싶다>는 <반카>와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다가 마지막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도 "끔찍하다"의 느낌이 아닌 "저 아이를 어쩌지~"의 느낌이 드는 건, 역시나 아이에게 더욱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6호 병동>과 <베짱이>는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과는 다른 중편 소설이었다. 호흡이 긴 만큼 묘사와 서사가 길어졌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깊이있게 체호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체호프를 읽는 기쁨은 남다르다. 짧으면 짧은 만큼, 길면 긴대로. 개인적으로 짧은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체호프를 통해 단편 소설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 짧음 속에 들어있는 상징과 비판, 비유, 아이러니 등이 아주 짜릿하다. 특히 이번 문득 시리즈에선 다른 책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출판사에서 이런 노력을 해주면 독자는 정말 기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안톤체호프 #자고싶다 #스피리투스 #문득시리즈 #단편소설 #위트와비판 #추천도서 #어디서도볼수없는 #최고의단편

 

y****s 2021.07.1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무엇이 삶을 채우는가?
"무엇이 삶을 채우는가?" 내용보기
우리 삶을 채우는 건 무엇일까. 수많은 감정들은 아닐까. 부정하고 싶겠지만 고통, 절망, 허무 같은 게 더 사랑이나 기쁨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에 휘말리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도 그러하다. 점점 더 소설과 현실의 교집합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단편문학의 대가, 안톤 체
"무엇이 삶을 채우는가?" 내용보기

우리 삶을 채우는 건 무엇일까. 수많은 감정들은 아닐까. 부정하고 싶겠지만 고통, 절망, 허무 같은 게 더 사랑이나 기쁨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에 휘말리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도 그러하다. 점점 더 소설과 현실의 교집합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단편문학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자고 싶다』를 통해서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어떤 절망과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 삶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진다. 아주 짧은 이야기부터 중편소설에 이르기까지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삶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통찰, 인간의 고독과 쓸쓸함을 소설 곳곳에서 만난다.

 

표제작 「자고 싶다」는 너무도 가혹한 소설이다. 정당이라는 포장으로 위장한 폭력의 세계라고 할까. 열세 살의 소년 바르카는 주인집 아기를 돌본다. 보채는 아기를 달래느라 바르카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니, 절대 잠들면 안 된다. 안주인의 화난 목소리가 가득하다. 가난해서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음에 이른 아빠,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온 바르카. 아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바르카의 일상은 혼미한 상태다.

 

램프 불빛이 깜박인다. 초록빛 원과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반쯤 감겨 움직이지 않는 바르카의 두 눈 속을 채운다. 반쯤 잠들어버린 머릿속에서 흐릿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고 싶다」, 44쪽)

 

누가 바르카의 잠을 빼앗는가. 그 실체를 파악한 바르카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소년의 세상을 향한 분노가 내게로 스며든다. 바르카를 위로하고 안아줄 어른이 어디에도 없는 현실은 이 시대에도 똑같다는 게 아프고 안타깝다. 어디 그뿐인가. 슬픔과 절망에 대해 털어놓을 이가 없는 마부 요나의 이야기 「우수」도 다르지 않다. 아들이 죽은 슬픔을 애도는커녕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안톤 체호프만이 안다. 심지어 그 절절함을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세상에 뿌려진 요나의 슬픔. 가만히 요나의 등을 쓸어주고 싶다. 사라지지 않는 불평등과 계급의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가난하고 아프다. 그들의 영혼을 구원할 이는 어디에 존재할까. 사랑으로 안아주고 위로할 이는 어디에 있는가.

 

슬픔은 너무 깊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요나의 가슴이 터져 폭포수처럼 슬픔이 흘러나오면 온 세상을 다 잠기게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지금 슬픔은 아주 작은 공간 안에 갇혀 있어 밝은 낮에 불까지 비춰가며 찾는다 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수」, 31쪽)

 


 

그렇다면 가난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떤 괴로움이 있을까.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정신병 환자 이반 드미트리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6호 병동」와 자신에 세운 원칙을 고수하며 그 틀안에서 살아가는 희랍어 선생 벨리코프의 생애를 「상자 속 사나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정의와 고결함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타협을 할 수 없는 삶은 얼마나 고독할까.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6호 병동의 환자가 되는 결과에 무기력해질 뿐이다.

 

다르다는 건 피곤한 일이지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두 사람. 그중 수학교사인 부르킨이 동료 교사 벨리코프가 생각하는 희랍어 선생 벨리코프는 분명 그 시대의 이웃들과 다르다. 심한 결벽증과 불안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은 그를 기피한다. 이야기를 들은 수의사 이반 이바니치의 말처럼 우리의 삶 역시 벨리코프의 그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가 좁고 답답한 도시에 살면서 쓸모없는 서류를 작성하고 카드놀이를 하는 것, 이 역시 상자 속 삶이 아닐까요? 할 일 없는 사람들, 걸핏하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 멍청하고 게으른 여자들 틈에서 온갖 시시한 소리를 하고 들으면서 평생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상자 속 삶 아닐까요?“ (「상자 속의 사나이」, 209쪽)

 

상자 속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꿈꾸는 것, 모두의 바람은 아닐는지. 안톤 체호프의 대표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 그 간절한 바람을 느낀다. 중년의 구로프 앞에 나타난 여인 안나. 둘의 로맨스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구로프에겐 삶의 존재 여부를 생각할 만큼 절실하다. 그를 살게 하는 존재는 안나인 것이다. 여태껏 살아온 인생을 저버리고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이 인생, 아직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머지않아 그가 그렇듯 퇴색하고 시들게 될 이 인생에 그는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237쪽)

 

우리 삶이 99%의 절망과 1%의 사랑으로 채워진다면 너무도 비통하다. 하지만 1%의 사랑 때문에 나머지를 견딜 수 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무한 인생에 활력을 더하는 일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안톤 체호프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s 2021.06.2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와 강추!! 정말 재밌어요
"와 강추!! 정말 재밌어요" 내용보기
러시아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간 작품이네요 ㅎㅎ 짧은 단편임에도 매우 파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암울하고 슬픈 분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요소가 기묘하기까지 했습니다. 분명 오래전 과거의 삶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습니다. 아무
"와 강추!! 정말 재밌어요" 내용보기

러시아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간 작품이네요 ㅎㅎ

짧은 단편임에도 매우 파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암울하고 슬픈 분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요소가 기묘하기까지 했습니다.

분명 오래전 과거의 삶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다른 시대가 오더라도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 걸까요 ㅠ

 

솔직히 대문호 '안톤 체호프' 작가를 전혀 몰랐기에

제목만 보고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대표작 9편을 실은 단편집이라는 소개와 부담 없는 책 크기에

어디서든 가볍게 볼 수 있겠다, 싶어서 고른 책이었거든요.ㅎ

 

그런데 강추하고 싶을 만큼 뛰어난 흡입력과 여운을 남겨서 충격받았습니다.

인간의 내면의 추악함, 비겁함, 나약함과 위선 그리고 현실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스토리까지 다양하고도 넘 재밌었어요.

 

맨 처음 나왔던 <관리의 죽음>은 자꾸만 웃음이 터졌는데

마지막에 헐,,, 하는 대반전이 나올 줄은 몰랐다죠;;

 

<삶에서 하찮은 일>은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느끼는 배신감을

다루고 있는데, 결말이 참 미묘했어요.

 

<우수>는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죽은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절망감을 보여주었는데 결말은

드디어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사람이 아닙니다.

 

<반카> 9살짜리 아이의 너무너무 고된 삶 ㅠㅠ 그리고 달콤한 꿈.

할아버지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쓰는 편지.... 너무 안타까웠어요.

 

<자고 싶다> 이건 스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결말도 충격이었고, 심리 묘사가 압권입니다.

 

그 외 <6호 병동>, <베짱이>, <상자 속의 사나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결코 추천이 아깝지 않은 책!

 
 
 
 



 
 



 

i***o 2021.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자고 싶다 _ 안톤 체호프
"자고 싶다 _ 안톤 체호프" 내용보기
학창 시절 논술을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닥치는대로 고전 소설을 많이 읽었었는데 부끄럽게도 안톤 체호프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모파상,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작가라는데 말이죠. 모파상과 앨런 포의 소설은 그렇게나 많이 봤는데 안톤 체호프는 왜 몰랐는지...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겠죠? 단편 소설의 매력은 짧은 글로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자고 싶다 _ 안톤 체호프" 내용보기
학창 시절 논술을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닥치는대로 고전 소설을 많이 읽었었는데 부끄럽게도 안톤 체호프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모파상,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작가라는데 말이죠. 모파상과 앨런 포의 소설은 그렇게나 많이 봤는데 안톤 체호프는 왜 몰랐는지...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게 다행이겠죠?

단편 소설의 매력은 짧은 글로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다>는 책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요, 이 중 <관리의 죽음>의 이 단편 중에서 가장 짧지만(3장!) 읽고 나서는 '이게 뭐지, 내가 방금 뭘 읽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강렬하게 느껴진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체르뱌코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겠지만 그걸 보는 독자로서는 그가 이상해보였거든요.
그리고 책의 제목인 <자고 싶다>는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열세 살인 바르카는 밤에는 우는 아기를 재우느라, 낮에는 집주인이 시키는 온갖 일을 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합니다. 자고 싶어하는 바르카의 강렬한 욕구는 소설 내내 나오는데요, 결국 잠에 대한 욕구가 고작 열세 살인 어린아이에게 어떠한 일까지 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줬지요.

여담이지만 책의 판형이 세로로 긴 형태라 가지고 다니며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j********2 2021.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자고 싶다
"자고 싶다" 내용보기
안톤 체호프라면 그냥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고 싶다'라는 제목에서 당장 '잠'이 너무 고픈 나는 그저 읽기를 희망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잠'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 단편 모음이라 생각했다. 첫 단편을 읽는 순간 솔직한 내 느낌을 '충격'이었다. 충격 그 자체! 첫 단편인 관리의 죽음은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그 여운이 상당했다. 평범한 우
"자고 싶다" 내용보기

안톤 체호프라면 그냥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고 싶다'라는 제목에서 당장 '잠'이 너무 고픈 나는 그저 읽기를 희망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잠'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 단편 모음이라 생각했다.

첫 단편을 읽는 순간 솔직한 내 느낌을 '충격'이었다. 충격 그 자체!

첫 단편인 관리의 죽음은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그 여운이 상당했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누군가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러다 결말은 '그대로 죽고 말았다'로 마무리 된다.

'이게 뭔가'?라고 생각한 첫 단편과 달리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그가 표현한 잠은 죽음이었다. 영원한 잠, 곧 죽음인가.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마치 나인것 처럼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 그 분위기에 매료되고 압도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가 특히 그랬다.

삶에서 하찬은 일은 주변에 있을것 같은 또는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엄마의 남자친구의 등장 그리고 그들의 대화로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아빠를 몰래 만난다는 비밀을 털어놓으며 보여지는 주인공들의 심리적 변화가 압권이다.

그 긴장감이란! 또 순수했던 그래서 비밀을 털어놨던 아이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감정을 파고드는, 그 생생함이 전달되는 이야기란!

가장 길었던 6호 병동 이야기의 반전, 또 이 책의 제목인 자고 싶다의 내용 역시 신선했다.

안톤 체호프의 작품이 이렇게 섬세했다니!

책 뒷면에서 읽을 수 있는 다른 작가들의 체호프에 대한 평가는 그냥 나온게 아님을 실감했다.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 막심 고리키의 말처럼

그의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읽을수록 감탄이다.

처음 느낀 그 충격과 여운도 여전하고 또 작품마다 전해지는 느낌이 생생하다.

단편 모음이라 분량의 압박은 없으나 그 내용은 엄청나다. 가볍게 읽기에는 아쉽다.

나는 며칠 동안 천천히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섬세한 그 표현들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안톤 체호프의 글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의 섬세하고 생생한 표현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8*****u 2021.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자고 싶다
"자고 싶다" 내용보기
왜 아니겠어요? 자고 자고 또 자도 잠이 고픈 곰탱이라서요. 제목에 무지무지 공감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자고 싶다>는 아홉 편의 목록 중 다섯 번째에 올라있는데요. 심정적으로는 제일 첫 자리에 세워주고픈 이야기였어요.         #다섯 번째 이야기_자고 싶다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기가 우는데 잠을 자!”_자고 싶다 중, p47     열세 살 먹은 애보기 바르카는
"자고 싶다" 내용보기

왜 아니겠어요? 자고 자고 또 자도 잠이 고픈 곰탱이라서요. 제목에 무지무지 공감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자고 싶다>는 아홉 편의 목록 중 다섯 번째에 올라있는데요. 심정적으로는 제일 첫 자리에 세워주고픈 이야기였어요.

 

 

 

 

#다섯 번째 이야기_자고 싶다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기가 우는데 잠을 자!”_자고 싶다 중, p47

 

 

열세 살 먹은 애보기 바르카는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말이 좋아 애보기지 식모가 따로 없어요.

밤에는 아기를 돌보고요. 낮에는 주인마님이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을 합니다. 헛간에 장작을 가지러 가고 불을 피우고 차를 준비하고요. 덧신을 닦고 계단을 치우고 손님을 안내합니다. 방을 정돈하고 상점으로 뛰어가 장도 보구요. 차시중을 들면서 내내 주인 어른의 명령에 대기해요. 긴 노동 끝에 찾아온 밤, 바르카는 잠들지 못합니다. 예민한 아기가 밤새 울다 깨다를 반복해서요. 바르카의 머릿속엔 지금 한 가지 생각밖에 없어요. "자고 싶다." 주인 마님께 들키지 않고 잠들고 싶어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아기만 조용히 해준다면, 아기의 목청만 틀어막을 수 있다면, 아기야 제발.. 바르카 이 불쌍한 것!?? 섬찟하고 소름끼쳤지만 열세 살 바르카의 숙면을 비난할 수 없었어요.

 

 

 

#두 번째 이야기_삶에서 하찮은 일

 

 

아이들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_삶에서 하찮은 일 중, p13

 

 

올가 이바노브나 이르니나와 동거 중인 니콜라이 일리치 벨랴예프. (이름 좀 보세요. 역시 로씨아죠? ㅋㅋㅋ) 외출 중인 애인을 기다리며 남자는 그녀 아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요즘 무슨 일 없냐며 근황을 묻던 중에 알게 된 사실. 이가 엄마 몰래 아빠를 만난다네요. 자는 아이를 살살 꾀어 아빠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아냅니다. 엄마한테 비밀로 해줄게, 아저씨한테만 말해봐." 들으나 마나 제 욕이지 뭘 확인한담;;; 뒷담화의 내용에 분노 폭발한 남자는 급기야 집에 온 애인에게 따져 묻고요. 아이는 아저씨! 비밀이라고 했잖아요!! 엉엉 울며 소란을 피웁니다.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응접실의 풍경에 무척 아연해졌어요. 어쩌면 생에 처음으로 어른의 거짓말과 맞부딪혔을 꼬맹이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정말로 모든 것이 다 끝나려면 아직 얼마나 멀었는지!”

_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 p232

 

 

오페라에서 상사의 대머리에 기침했던 체르뱌코프는 창자가 터져 죽고요. 아들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한 마부 요나는 말을 찾아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요. 정신과의사였던 안드레이는 정신병자로 몰려 자신의 병원에 수감되구요. 심심한 남편을 지겨워하며 화가와 바람을 피웠던 올가는 남편도 잃고 화가도 잃어 버리네요. 달팽이처럼 자기 껍질 속에 숨어살던 상자 속 사나이 벨리코프 선생과도 만났는데요.상황은 비극적인데 어째 제 눈에는 벨리코프의 마지막이 행복해 보이더라구요. 자기 몸에 딱 맞는 상자를 찾아 깨지 않는 잠에 빠져들어 그는 분명 만족했을 겁니다. 여자를 저급한 종족이라 무시하던 유부남 구로프는 유부녀 애인을 보며 생각해요. '이 불쌍하고 애틋한 것 같으니라고.'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게 가엽고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도 가엽고. .. 이래서 불륜남 불륜녀들이 그렇게 구질구질 애달픈 거구나아내랑 남편은 안중에 없이 떳떳하게 못만나는 서로가 제일 불쌍하다 이거지이렇게 해석하라고 쓴 이야기는 아닐테지만 불륜이라면 흰눈이 떠져서 고운 해석 불가;; 

 

안톤 체호프가 따라 오세요하고 그어 놓은 줄이 눈에 보였는데요저 자꾸 삐딱하게 읽는 독자였어요읽으라는데로 안읽고 자꾸만 포장을 벗겨 버리고 싶더라구요어쩌면 그것까지도 안톤 체호프의 안배였을까요비극같기도 하고 희극같기도 하고 이래서 칭송 받는 작가인가 보다 했습니다.

 

 

 

+ 스피리투스 지원 도서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a********0 2021.07.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