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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항소심과 재심 절차에서 DNA 검사 결과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250 건의 오판 피해 사례를 조사했다. 거의 1980년대와 1990년에 살인 사건이나 강간 사건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1990년대 이후 DNA 검사가 도입되고 고도화되면서 사건과 관련 없음이 드러난 사례들이다. 말이 250건이지, 관련 사건 하나하나가 접근해 들어가면 모두 어마어마한 분량이 되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분석하여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잘못된 판결로 이어졌는지를 유형별로 분석하였다.
이 250건의 오판 피해 사례들에는 공통점들이 있었다. 우선 피해자들이 자백을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50명의 오판 피해자 중 40명이 거짓 자백을 했다. 이 부분은 일반인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일 수 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대부분은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부분까지도 기억해내며 자백했다. 그러니 배심원들도, 판사도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찰이나 검사가 이들에게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부적절하게 노출시킨 결과였다. 그리고 적지 않은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지 않은 이들인 점도 그런 거짓 자백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데는 목격자들의 진술도 한 몫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건의 피해자일 수도 있고, 제3자일 수도 있는 목격자들이 범인식별을 위한 쇼업에서 오판 피해자를 잘못 지적했고, 재판에서는 자신들의 판단이 확실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피해자의 첫 진술과는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이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도 많았고, 처음에는 다른 이를 지목하거나, 긴가민가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경찰의 피해자, 혹은 압박에 대한 압박, 내지는 암시가 곁들여지면서 애초부터 지목되기를 원했던 이가 지목되어 잘못된 판결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타 인종에 대한 얼굴 식별이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다(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무시당했다).
그리고 제보자들의 진술도 있었다. 특히 범인으로 지목된 이가 수감되어 있을 때 같은 감방 안의 수감자의 제보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동료 수감자는 오판 피해자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식의 증언을 했다. 그러나 대체로 그들은 검사 측과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댓가를 기대하고 그런 증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오판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변호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대체로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이었고, 그래서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그저 형식적으로만 사건을 대한 국선변호사의 도움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 중에는 잘못된 과학적 증거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고, 재판을 빨리 끝내는 데 더 신경을 쓴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 과학적 증거로 제시되었던 것들 중에는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우선 혈액형도 그랬다. 같은 혈액형이 나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었다. 혈액형이 달리 나타나면 혈액형이 오염되었다는 식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치흔(이빨자국)이나 체모의 유사성과 같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증거가 범행의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증거를 왜곡하는 법과학자도 있었다. 과학 증거 중에는 오판 피해자에게 유리한 것도 있었으나 그런 증거 자체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거라 오판 피해자 측에 제공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 250명의 무고한 오판 피해자들은 평균적으로 15년 가까이 감옥에서 지냈다. 사형 집행 며칠 전에야 가까스로 집행이 유예되고, DNA 검사를 통해 무죄가 밝혀진 경우도 있었고, 죽은 후에야 무죄가 밝혀진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그들을 무죄로 밝혀낸 DNA 증거가 채택되는 것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검사가 DNA 검사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판사도 1심의 결과를 뒤집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유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DNA 검사 결과가 나와서 오판 피해자가 범인일 수 없다는 증거가 되었음에도 즉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참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형사사법체계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것들 대부분이 어떤 특정인의 사악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판사나, 검사, 경찰, 법과학자, 변호사 들이 대체로는 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나는 꼭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어떤 이는 이것이 전체에 비해서는 매우 적인 비율이라고 항변했다지만, 전혀 그렇게 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건 바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자백을 녹화하지 않는 관행, 범인식별체계에서의 의도성, 과학 증거를 다루는 데 대한 부주의와 정도 관리 등등 앞에서 지적한, 이러한 잘못된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여러 문제점들이 모두 개선할 수 있다고 보면서 체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장이던 로저 트레이너는 ”재판상 오류는 법의 세계에 존재하는 벌레들입니다. 떼 지어 다니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일부는 무척 해롭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고 괜찮지만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도미노 효과를 유발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찾아낸 250건은 저자가 지적하는 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문제는 여기서 빙산이 얼마만한 크기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DNA라고 하는, 이제는 광범위하게, 그리고 신뢰도를 인정받는 과학 증거가 모든 사건에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자를 범인으로 몰아서는 안된다는 말을 흔히 한다. 아마 판사나, 검사, 경찰에서도 인정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말을 그저 이상적인 말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이건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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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과학수사 맹신’에 허를 찌르는 책이다. 이렇게 범인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무죄를 극적으로 증명받을 수 있구나 싶은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250개나 된다.
무려 <헌법 해설상>을 수상한 책으로, 과학수사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실제 사례로 증명한다. 책에 실린 250개 사례가 모두 흥미롭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 적어본다.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됐던 ‘로널드 존스' 사례. 미국 일리노이주에 살던 로널드 존스는 IQ 80에 노숙자였다. 그는 경찰의 강요 끝에 ‘경찰이 원하는 자백’을 해야만 했고, 억울하게 13년을 복역했다. 그리고 과학수사라는 명목하에 자행된 갖가지 수사들에 의문을 품은 어느 변호인에 의해 재수사, 결국 DNA 검사로 결백을 입증받는다.
이 책은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사법 시스템의 치명적 허점을 드러내고, 사법제도가 얼마나 쉽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논리정연하게 증명한다. 거짓말 탐지기, 성폭력 진술분석, 지문, 혈흔, 족적을 따른 프로파일링 방법 등... 과학의 외피를 쓴 수사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지 밝힌다. 다 읽고 나니 한국은 ‘과학수사’라고 하면 무턱대고 믿고 보는 경향이 유독 강한데, 과학수사야말로 오류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하는 수사법임을, (어찌 보면 가장 비과학적일 수도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된다.
책을 다 읽고 궁금해서, 책에 실린 실제 사례들을 검색해봤다. (사진을 함께 첨부하고 싶으나 왜인지 첨부가 안 되는 것..ㅠ) 먼저, 터무니없는 ‘법과학 증거 오류’로 단기 25년, 장기 5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게리 닷슨. 닷슨은 일리노이주에서 벌어진 강간 사건으로 기소되었는데, 실은 피해자가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를 부모님에게 숨기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내면서 거짓으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닷슨은 추후 자신의 무죄가 밝혀지고 “판사들은 법과학자에게 자유이용권을 주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보자의 거짓 증언으로 유죄가 된 사람도 있다. 데이비드 그레이. 피해자를 강간하고 칼로 33번 찌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검사는 제보자가 유명한 거짓말쟁이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믿어야만 한다고 배심원단에게 주장했고, 그레이는 60년 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제보자는 거짓 증언의 대가로 검사에게 가벼운 형을 받았다고..) 그레이는 결백을 입증받기까지 2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과 검사의 은폐조작’으로 18년 동안 수감되어야 했던 얼 워싱턴 사례도 있다. 버지니아주 컬페퍼에서 벌어진 잔인한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알고 보니 경계성 정신지체를 앓고 있던 워싱턴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경찰과 검사가 결정적인 증거를 은폐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워싱턴에게 피해자의 인종을 물었는데, 워싱턴은 사실과 다르게 ‘흑인’이라고 답했다고... 워싱턴은 사행집행일을 9일 남겨놓고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목격자의 오인으로 유죄가 된 사건도 있다. 프랭크 리 스미스 사건. 포트로더데일 지역의 8세 소녀 강간살인 사건이었는데, 재판에서 제출된 유죄 증거는 주로 목격자의 증언이었고, 형사는 스미스를 속여 자백을 얻어냈다고 한다. 스미스는 수년간 DNA 검사를 요구하면서 싸우다 사형수 감옥에서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움...ㅠ) 그리고 사망 후에야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소개하고 싶은 사례들이 정말 많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오염된 재판>을 꼭 보시길..(강력추천함) (다 소개하기엔 250개 사례라 너무 많다.. 암튼 모두 읽는 이를 긴장시키는 사건들...)
법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서로도 정말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책'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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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판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패다 “쓰레기 과학은 나를 감옥으로 보냈지만, 진짜 과학은 나의 결백을 입증했다” 우리를 속인 ‘가짜 과학수사’ 그리고 우리를 살릴 ‘진짜 과학수사’의 내막
이 책은 허점투성이 ‘과학수사’가 만든 오판 피해자 250명에 대한 르포 사례집이다.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로 억울한 범인이 된 피해자, 거짓 자백을 강요받고 13년 넘게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 과학수사란 이름으로 행해진 (그러나 부정확한 방식으로 이뤄진) 지문, 혈흔, 족적을 통한 범인식별방법, 경찰과 검사의 증거 은폐로 무고한 죄인이 된 사람들이 어떻게 누명을 벗었는지 조목조목 밝혀낸다. 오판 연구가 드문 한국에 꼭 필요한 책이다.
<오염된 재판>은 묻는다. “저지르지 않은 죄로 평균 13년을 감옥에서 살며 무죄를 입증받기 위해 평균 15년을 싸우다가, 급기야는 사망한 후에야 결백을 입증받는 오판 피해자들의 악몽 같은 현실. 왜 과학수사는 이들이 무고하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을까?”
책은 총 9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의 [서론]에서 오판 피해자 250명을 조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히고, 뒤따르는 장들에서 형사사건에서의 증거 방식에 따라 사례와 함께 오판이 일어나는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나간다. 2장 [오염된 자백]에서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복잡한 심리전술’, ‘경찰이 원하는 대답’, ‘강요된 자백에 대한 사법심사’ 등 무고한 사람이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거짓으로 자백하게 된 내막을 드러내고, 3장 [목격자의 착각]에서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로 억울한 죄인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진술한다. 4장 [결함 있는 과학수사]에서는 어째서 과학수사가 무고한 이들의 결백을 재판에서 밝혀내지 못했는지 법과학 증거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 [거짓 제보자에 의한 재판]에서는 결백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된 제보자들의 내막을 분석하고, 6장 [농락당한 무죄 주장]은 ‘빈약한 알리바이’, ‘검사와 경찰의 부정행위’ 등으로 무고한 의뢰인이 유죄판결을 받는 것을 막지 못한 변호인의 무능을 지적한다. 7장 [오판을 바로잡는 여정]에서는 항소심 또는 인신보호절차를 거치는 중에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며, 8장 [다시 세상으로]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의 결백이 입증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야만 했는지와 앞으로의 오판 피해자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9장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라는 과제]에서는 오판 피해자 사례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과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오염된 재판>의 부록 또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부록에는 DNA 검사를 통해 처음으로 무죄를 입증받은 오판 피해자 250명의 사건에 관한 각 장의 결론을 도표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정리했다.
허위자백에 의한 오판만 강력사건 중 30%인 대한민국에서, 화성연쇄살인범으로 몰려 20여 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이 책이 널리 알려져, 아직 무죄를 입증받지 못한 억울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닿길 바라본다.
“이 책은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을 가장 완벽한 예방책이다!” ━ A. C. 모블리, <초이스Cho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