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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만나 더 뜨싯하게 아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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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만나 더 뜨싯하게 아린 이야기,언젠가 새촙던 봄날 > 몽실몽실 포근한 겨울이불 속에서봄날처럼 따스한 이야기를 만난다. 아직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감기님 덕에몸 쓸 기력은 딸리고.애써 몸 부릴 일 만들 거 없이 팔자 좋게 자다 먹다 힘 좀 나면 책을 본다.봄날 다가오면 볼까 싶던 요 이쁜 책,아프니까 눈에 팍 뜨인다.이불에 누워 한 장 두 장 보다가그만 다 읽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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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만나 더 뜨싯하게 아린 이야기,
언젠가 새촙던 봄날 >

 

몽실몽실 포근한 겨울이불 속에서
봄날처럼 따스한 이야기를 만난다.

 

아직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감기님 덕에
몸 쓸 기력은 딸리고.
애써 몸 부릴 일 만들 거 없이 팔자 좋게
자다 먹다 힘 좀 나면 책을 본다.

봄날 다가오면 볼까 싶던 요 이쁜 책,
아프니까 눈에 팍 뜨인다.


이불에 누워 한 장 두 장 보다가
그만 다 읽어버렸네.
아껴가며 조금씩 보려구 했더만.
신기하게도 책 보는 시간엔
멍하게 아프던 머리도 멀쩡해지는군.

 

 

밀양 어느 댁 양념딸,
박선미 샘과 그이 어머니가
자분자분 애틋하게 살아가던 이야기.

 

시골살이 이야기가 담겨 있음에도
어떤 건 도시내기인 내 어린시절 같고
또 다른 건 지금 내 사는 모습도 같고.


허나 도저히 같을 수 없는 건
글마다 넘쳐나는, 딸과 어머니 사이에 오가는
진하게 알콩달콩한 사랑 나눔.
난 울 엄마랑 살갑게 지내본 적이
아무리 생각해도 잘 없기에.

 

너그럽고 넉넉하고 속 깊은 엄마,
연한 배 같고 입 속 쌔처럼
얌전하고 착하고 예쁘던 양념딸.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몸짓에
마구 빨려들어간다.

 

*
“내한테는 너거들이 하늘이나 똑같다.
너거 입에 들어간 기 바로 하늘로 간 거다.”
장독 뚜껑을 닦으면서 덤덤하게 던지는 엄마 말에
얼마나 설레던지. 온몸이 둥실둥실
하늘을 나는 듯 들렁들렁.
시키지도 않은 걸레질을 하며 내내 흥얼흥얼거렸다.
“명태가 하늘로 날아갔대요오오오,
우리 입으로 다아 다아 들어갔대요오오오.”

*
쉬어 빠진 국수도 버리지 못하고 찬물에 헹궈 드시던 엄마가 하시던 그 말이 귓가에 울려서.
“누가 밥을 맛으로 묵나?”

*
“엄마, 인덕이 뭔데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 핸 만치 본치가 있으마
 된다. 이짝이 생각해 주는 거만치 저짝도 내를
 서운키 안 하고, 쪼께이라도 이짝을 생각해 주면
 그런 기 인덕 있는 거 아이겠나?”

 

사랑과 믿음과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엄마와 딸.
부러움 가득 안고 두 사람 사이를 어정쩡하게
오가던 나는 책 속에 조금씩 스며들어
곳곳에 숨어 있는 울 엄마를 만난다.
선미샘 마음 따라 내 마음도 촉촉하게 흐른다.

 

*
엄마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한쪽도 떨어져
나가고 없는 것만 같고, 물렁 다리를 걷는 것처럼
발 아래가 울렁불렁해서 어떻게 집까지
걸었는지도 몰라.

*
‘일도 없다니, 하루에도 열댓 장씩 벗어 내는
 오줌 바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홑청 벗겨 빨아
 요 이불 꾸미는 일은? 그것만 하나. 오 분을
 못 넘기고 불러 대는 그 잔손거리는?’
입 밖으로 차마 내지 못하고 꺽 삼킨다. 그걸 뻔히
알면서 한 달이나 집을 등지고 살던 년은 누구더냐.

*
포슬포슬 보드라운 미영이 코끝을 살살
건드리는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두부 덩어리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며, 가슴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릿함에 같이 젖고.
책장을 거두며, 뜨거운 두부가 넘어갈 때처럼 애잔한 그 무엇이 울컥 올라와
끝내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흐른다.
슬퍼서가 아니라 따뜻해서 번지는
청주처럼 맑은 눈물.

 

보통 엄마가 나오는 이야기는
엄마를 버얼써 하늘로 보낸
나 같은 늙은고아한텐 쥐약인데.
이 책은 서럽지 않게 아프지 않게 나를 울린다.
그리고 보듬는다.
울 엄마도 나도 괜찮노라고.

 

*
“야야! 선하기 살면 선하게 풀리고
 악하기 살면 악하기 풀린다 안 카더나.
 엄마는 이래 고달파도 나중은 좋을 끼다
 싶으니 견디고 산다.”

“너거들 잘 커서 넘한테 욕 안 듣고 살면
 그기 내한테 사는 힘이다.”

선미샘 어무이 말씀이 귓전에 계속 맴돈다.
꼭 하늘에 있는 울 엄마 목소리만 같아선.

n****l 2018.01.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깊숙이 들어가 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
"깊숙이 들어가 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 내용보기
아버지와 아들은 친하지 않다. 인류에 존재하는 어떤 인종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보면 사이가 좋지 않다. 남성 인류가 그리 생겨먹었다. 그렇지만 엄마와 딸은 다르다. 엄마와 딸도 아옹다옹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끝내 엄마와 딸은 친구가 된다. 좋은 동무가 되어 서로를 이해한다. 세상이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억눌린 자의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보
"깊숙이 들어가 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 내용보기

아버지와 아들은 친하지 않다. 인류에 존재하는 어떤 인종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보면 사이가 좋지 않다. 남성 인류가 그리 생겨먹었다. 그렇지만 엄마와 딸은 다르다. 엄마와 딸도 아옹다옹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끝내 엄마와 딸은 친구가 된다. 좋은 동무가 되어 서로를 이해한다. 세상이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억눌린 자의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보다 여성 고유의 공감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 엄마 깊숙이 들어간 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는 울림이 있다. 엄마의 고생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여길수록, 아울러 딸이 뒤늦게 깨닫고 눈물 흘리는 경우가 잦을수록 감동은 크다.

 

엄마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다. 선생 하는 아버지한테 시집와서 기를 펴지 못했다. 말도 많고 까탈스런 작은집 큰집 증조할매들, 한동네 모두 모여 살아 더욱 그랬다. 십 년이 넘게 아프셨던 할아버지 병 수발을 들었지만 정작 당신의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누웠어도 맏딸인데도 마음 편히 집에 모시지 못했다. 사위 눈치 사돈 눈치에 당신의 어머니는 몇 달씩 큰딸 작은딸네 집을 오갔다. 할아버지에 이어 할머니도 중풍이 들어 수발을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다섯 아들과 딸, 시누이를 데리고 살았다. 농사라고는 모르는 남편 대신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해내는 엄마를 보고 소같이 일만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일에 말수 적고 입이 무거워 다른 아지매들처럼 재불재불 말 섞지 않는다고 진산 할매한테는 ‘도도한 참산 질부’ 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그래도 엄마는 묵묵히 남편과 자식들, 식구들을 지극하게 보살폈다. ‘선하기 살면 선하게 풀리고 악하기 살면 악하기 풀린다.’는 믿음으로 살아갔다. 우리의 주인공 ‘야야’는 엄마랑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침내 하나하나 엄마의 진짜 모습을 깨달아 간다. 봄 꽃맞이하듯.

 

매화는 벌써 지고 벚꽃도 피었다 지고 복사꽃도 다 지고 나무마다 새잎이 야들야들 반짝거린다. 동네를 환하게 밝혀 주던 살구꽃도 지고 자두꽃도 지고 나니 이제 탱자나무 울타리가 올망졸망 꽃망울을 틔우네. 고 여리고 작은 꽃눈이 어떻게 저 댕돌 같은 가시나무를 뚫고 나온는지.

마침내 꽃망울이 터지면 새하얀 꽃잎과 가운데 노란 꽃술이 골목골목을 환하게 밝혀 준다. 뒤따라 나온 연둣빛 새잎까지 어우러지면 정말 눈이 부신다. 금방 나온 잎은 만지면 뽀드득 소리가 나지 싶을 만큼 반짝거렸다. 탱자꽃은 안개꽃처럼 자잘하지도 않고 목련처럼 크지도 않지만 참 곱단했다. (35 - 36쪽)

 

“열댓이나 되는 식구 저 어깨에 지고 혼자 저토록 고달픈 너거 아버지, 나는 우짤 용기도 없고 힘도 없어 그 짐 나눠지지도 못하고. 내 할 일은 이거뿐이다.”

아버지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북어 토닥토닥 두드리며 쏟아내시던 그 말이 또 다시 저 구부린 등허리에서 들린다. 눈가에 핑 도는 눈물 재빨리 쓱 닦고 야야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명태가 하늘로 날아가지도 못하고 우리가 다 먹어버렸네.”

“내한테는 너거들이 하늘이나 똑같다. 너거 입에 들어 간 기 바로 하늘로 간 거다.” (78 - 79쪽)

 

엄마는 이리 힘들게 먼 길을 와서, 섬뜩한 산속에서 혼자 꿀밤을 주우면서, 이 꽁당보리밥에 된장 한 숟갈로 한 끼를 때웠단 말이지. 자꾸만 눈물이 어려서 밥도 고추장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슴하게 어둠살이 퍼질 때까지 일하고 들어와, 부뚜막에 걸터앉은 채로 푹 퍼진 국수에 간장 한 숟가락 떠 넣고 허기를 채우던 우리 엄마. 시큰하게 쉰 보리밥 버리지 못하고 우물물 퍼다 헹궈 내어 푹푹 떠먹던 우리 엄마. 그런 엄마가 도시락 반찬 갖추갖추 챙겨서 꿀밤 주우러 올 거라고? 속없이 달떠서 따라 나선 이 못난이. 야야는 속에서 터지는 울음을 참느라 땀이 삐질거리고 정수리가 따가웠다. (144 - 145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18.05.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