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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설이다. 아홉편의 단편 중 다섯편의 역사소설(작가는 향토소설이라 함)은 빨려드는 느낌으로 읽었다. 8.15광복 이후 6.25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경북 안동에서 도산서원 방향으로 30키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산골동네가 배경이다. 소설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비록 경북의 한 모퉁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하는 그 시대를 오롯이 습득할 수 있다. 소설이 그리는 그 지역의 특징은 (1)유교적 도덕기준이 요즈음의 가치관으로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엉뚱하다 싶기도 하다. '먼 귀로'의 남뱅이의 자살이 특히 그러하다. (2)사주와 궁합 같은 주역에 의한 인생예측이 과학적 위상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순수 샤머니즘인 굿과 무당이 어엿이 공존하는 점 등이다. 내게 특히 인상적인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어니니들이다. 시대적 소용돌이 가운데서도 동네는 조화와 질서를 유지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은 어머니이다. '먼 귀로' '궁합' "그리고 '씨'에 어김없이 마을의 애환을 추스르고 조화를 이루어내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일본의 명치유신 이후의 혼란한 사회를 동네마다의 사무라이들과 그들의 칼로 질서를 유지했음에 비해 우리 사회는 한 여인의 지혜와 덕과 경험으로 조화를 이루었으니 경이롭다. 이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은 사투리이다. 경상도에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경상북도 북부지역만의 사투리들이다. 사투리들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표현의 묘미는 구수하고 아름답다. 사투리 뿐 아니다. 작가는 그 지역의 사회 문화적 독특한 용어들을 불러온다. 놀라운 기억력이거나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나는 이 소설에서 한 가지 아쉬움과 한 가지 의문을 갖는다. 소설의 중심테마가 해방공간에서의 좌우 이념 대결과 이어지는 전쟁에 따른 비극이다. 나는 작가가 이 비극들을 글로써 형상화하면서 비극의 원인을 스쳐지나간 듯 한 아쉬움을 느낀다. '변명'에 일제 경찰과 감옥의 잔혹상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경험과 그로인한 정신적 영향에 대해서는 꾀 길게 서술하면서 자신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겨준 '밤손님'에 의한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에 대해서는 짤게 서술하고 있다. '그 해 여름'에도 아버지가 빨치산의 죽창에 질려 죽임을 당하는 그 처참한 장면에 대한 서술 역시 그러하다. '밤손님(빨치산) 표현이 몇 번 나오는데. 괄호안에 빨치산이라 넣음으로써 젊을 세대들이 이 소설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제대로이해할지 의문이다. 빨치산이 어떤 조직인지, 남한사회와 인민에게 어떤 고통을 가했는지 왜 그랬는지 등에 대해 간략히나마 서술했다면 역사소설로서 한층 무게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먼 귀로'와 '그 해 여름'에서 6.25전쟁 원인에 대해 남북에 등가성을 부여하는 듯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표현이 있는데 '그 해 여름'에 6.25전쟁의 공방이 고조되어 있을 때를 '내전의 절정기'라고 표현하는데서 나의 의구심을 좀 더 뚜렷해졌다. 인터넷을 찾으니 작가는 여든이 넘었다. 생체연령이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노인이 분명하다. 노인이 이런 소설을 쓰다니 오늘을 사는 우리들 모두의 희망이고 행복이다. 작가는 머리말에 '나는 불임이었던 아낙이 마침내 늦둥이 하나를 순산한 심정이다.'하고 쓰고 있다. 나는 불임이었던 아낙이 아니고 합방-소설을 쓰겠다는 의지와 결행-을 하지 않아서 슬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미침내 합방을 함으로써 옥동자가 태어난 것이다. 작가가 꾸준히 합방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제2, 제3의 늦둥이가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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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 서문에서 밝힌 대로 작가를 중심으로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기에 실감이 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소설화할 정도의 극적인 장면은 쉽지 않다고 본다. 그의 소설집에서는 그 소재가 실감 나는 것이고, 잘 다듬은 용어를 구사하여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중추신경을 자극해 주니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다. 나도 젊었을 때 동화 한편을 써본답시고 끙끙대본 경험이 있지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에는 상상력의 한계를 느껴 포기한 바 있는 사람이라 더욱 그의 작품에 빨려 들어가나 보다. ‘그 여자’와 ‘겨울 숲’은 ‘문경의 새벽’ 후속편이라 볼 수 있어 궁금증을 해소해 주며, 나머지 작품들은 고향 안동의 정취가 묻어난 토속적인 이야기며, 마지막 작품 ‘변명’은 사범학교 재학시절 기성회비 미납으로 시험을 못 치고 쫓겨나는 학생들을 보고, 분노의 글을 학교장에게 올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나같이 생생한 경험을 주제로 삼았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실화로 느끼게 하는 게 이 소설집의 특징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