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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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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들 그렇겠지만 나이 먹어서 백수로 살려니 고충이 있었다. 국비로 컴퓨터 학원에 다녔는데 몇몇을 빼고는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 속에서 최대한 나라는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숨기려고 했지만 숨겨지지 않았던 건 이해력 부족으로 기본적인 내용을 질문하고 그걸 또 이해 못 해서 다시 질문하고 그러다가 나이까지 공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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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들 그렇겠지만 나이 먹어서 백수로 살려니 고충이 있었다. 국비로 컴퓨터 학원에 다녔는데 몇몇을 빼고는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 속에서 최대한 나라는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숨기려고 했지만 숨겨지지 않았던 건 이해력 부족으로 기본적인 내용을 질문하고 그걸 또 이해 못 해서 다시 질문하고 그러다가 나이까지 공개적으로 밝히고야 말았다. 물어보는데 말 안 할 수가 있나.

 

뭐가 될지 모르겠다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중학교 때도 안 해본 진로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온몸이 아팠다. 자기 전 파스를 붙이고 잤다. 공부도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뭐든 안 그렇겠냐만. 자격증 공부하면서도 텔레비전은 봤다. 드라마에 아주 푹 빠져서 밤을 새우곤 했다. 식상한 전개가 빈번하게 연출됐지만 현실의 나보다 참신했다. 백수 됐다고 슬퍼하는 꼬락서니라니.

 

그래도 책 사는 건 게을리하지 않았다. 『소설 보다 : 봄 2021』을 사고 『소설 보다 : 여름 202』1을 사고. 의무적으로 사는 책이 있는데 '소설 보다' 시리즈가 그렇다. 나의 편협한 문학적 취향을 어찌 알고 서점사에서는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을 보내온다. 좋아하는 바닐라 라테 커피 한 잔 값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다니. 감탄하면서 '소설 보다' 시리즈를 산다.

 

봄을 건너 뛰고 여름을 읽었다. 뭔가 문학적인데. 친구라도 많으면 추천하거나 사서 주고 싶을 정도로 이번 『소설 보다 : 여름 2021』은 최고다. 대개 한 편 정도는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데 이번에 실린 세 편의 소설 모두 근사하고 멋졌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해주고 현재의 나를 격려하고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나를 응원해 주는 소설들이다.

 

서이제의 「#바보상자스타」는 솔직히 읽지 않고 건너뛰려고 했다. 난해한 소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었다. 읽다 보니 바보 같았던 어제의 우리를 농담을 섞어가며 위로한다. 좋아하는 여자애와 친해지고 싶은 사업에 실패한 청년의 넋두리는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까지 지구에서 살아남고 싶게 만들 정도로 유쾌하다. 기후 변화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인류의 미래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당신과 나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그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소설이 쓰이는 그날까지.

 

제발 올해가 가기 전 읽어보라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를. 백수 됐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지 않길 잘했다. 문학이 무슨 소용이냐. 이러면서 때려치우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공무원 준비해볼까 하다가 포기하길 잘했다. 그랬으면 「미조의 시대」를 읽지 못했겠지. 손목에 파스를 붙여가며 책에 밑줄을 긋고 깜지를 쓰면서 성격 파탄자가 되어 있었겠지.

 

회사 사정으로 권고사직을 여러 번 당한 주인공 미조가 헬조선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웃프게 그려내는 소설. 이서수는 굉장한 작가가 될 것 같다. 발랄한 김금희 같으면서 상큼한 이문구, 김종광 같다. 이야기를 써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잠이 오는데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미조와 엄마와 수영 언니의 하루가 희망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좋은 소설은 읽고 있으면 글을 쓰게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거 내 이야기잖아. 나도 쓸 수 있다. 써 보자.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오르고 용기까지 내게 만드는 소설.

 

「미조의 시대」가 그렇다. 우린 전부 「미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꿈이 있어서 나에게 미안한 시대. 꿈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가슴속에 고이 접어 둔 시대를 버텨내고 있다. 미조의 엄마가 쓰는 시가 근사했다. 대체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길래 시의 표현이 그러했을까. 짐작이 가면서 마음이 아프다. 한정현의 「쿄코와 쿄지」는 놀라울 정도로 광주 5·18 민주화 항쟁을 지금의 시간과 긴밀하게 연결해낸다. 앞으로도 5·18 이야기가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는 한정현의 인터뷰를 잊지 않아야겠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혹독한 시간을 한정현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들려준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았을 그 시절에 살아간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이름을 바꿔가며 자신의 삶에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여성들의 연대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그리하여 너의 삶은 너의 것이라는 전언을 「쿄코와 쿄지」는 남긴다.

 

주어진 삶이 고통이기보다는 가끔의 기쁨일 수도 있겠다는 위안을 『소설 보다 : 여름 2021』을 통해 얻었다. 가을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머물렀던 봄을 꺼내야겠다. 노란 빛깔의 봄은 책장에 꽂혀 있다.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봄은. 여름에는 힘들었고 가을에도 힘들 예정이지만 지나간 봄이 어떠했는지 기억하고 싶다. 그때도 어렵고 막막했겠지만 봄의 소설을 읽으면 기이한 희망이 부풀어 오를 듯하다.

 

 

s*****m 2021.09.07. 신고 공감 39 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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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1] 이 여름, 삼인 삼색의 소설을 만난다
"[소설 보다 : 여름 2021] 이 여름, 삼인 삼색의 소설을 만난다" 내용보기
<소설 보다 : 여름 2021>  서이제, 이서수, 한정현 공저 문학과지성사/ 2021년 6월 8일   샋"색다르고 신선한 삼인 삼색의 소설을  만나보자!"       1. 들어가며   이 무더운 여름, 어떻게 하면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면서 이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  여름을 맞이
"[소설 보다 : 여름 2021] 이 여름, 삼인 삼색의 소설을 만난다" 내용보기

소설 보다 : 여름 2021> 

서이제, 이서수, 한정현 공저

문학과지성사/ 2021년 6월 8일

 

샋"색다르고 신선한 삼인 삼색의 소설을  만나보자!"

 


 


 

1. 들어가며

 

이 무더운 여름, 어떻게 하면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면서 이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  여름을 맞이하여  2021년 6월 초에 『소설 보다 : 여름 2021』이 출간되었다.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해왔던 특별 기획의 일환으로 앤솔러지 『소설 보다』 시리즈인 것이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하여 홈페이제 그 결과를 공개해왔다. 그리고 그 소설들을 계절마다 엮어서 단행본 프로젝트로 출간해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고 지난 3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생각과 의도 등을 알 수 있어서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매 계절 간행되는 『소설 보다』 시리즈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를 발견하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고 소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래본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보다 : 여름 2021』에는 2021년 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서이제의 「#바보상자스타」,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 한정현의 「쿄코와 쿄지」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개인적으로 서이제, 이서수, 한정현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 삼인의 작가들이 내뿜는 각기 다른 삼색의 향기들이 신선하고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러면 3명의 젊은 작가들이 풍기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2. 작품 속으로

 

서이제의  「#바보상자스타」

 

 우리는 흔히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이는 텔레비전이 피드백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해 시청자들을 획일화, 단순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도 'TV만 계속 보면 바보가 된다'고 말했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요즘은 텔레비전보다 유튜브 동영상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유튜브 속 영상을 보거나, 유튜브 영상 속 사람들이 하는 웃긴 말에 재미있다고 깔깔 대고 웃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제는 TV가 아닌 유튜브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어렸을 때는 TV 속 스타의 모습을 동경하고 부러워했는데 이제 아이들은 유튜브 속 크리에이터들을 동경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TV 속 스타나 유튜뷰 속 유명 유튜버들의 모습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하는가? 그들의 모습을 동경하는가? 그들처럼 정말 되고 싶은가? 브라운관 너머, 유튜브 영상 너머 그들의 실제 모습과 그들은 같은 사람일까? 어느 모습이 진짜이고 가짜인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서이제 작가의 「#바보상자스타」를 읽었다.

 

창업과 주식, 취직마저 실패한 진호는 대학 때부터 짝사랑한 예리가 아이돌 그룹 1pick의 팬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사실은 1pick의 리드 보컬인 윤일오는 사실 그의 사촌 형 재호이다. 그가 알던 사촌 형 재호의 모습과 유명 그룹 1pick 멤버인 윤일오의 모습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마치 카메라에 속에 존재하는 모습과 카메라 밖의 모습이 다르다고나 할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촌 형 재호와 달리 진호는 창업과 주식, 취직 모두에 실패하여 백수로 지내고 있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는 자신보다는 유명 아이돌인 윤일오 즉 그의 사촌 형을 좋아한다. 이제 진호조차 자신이 알던 사촌 형과 유명 아이돌인 윤일오의 모습 속에서 혼란을 느낀다. '자신이 알던 재호의 모습이 가짜가 아닐까.'그리고 깨닫게 된다. 자신이 정작 사촌 형 재호에 대해 아는 게 없음을 말이다. 

이제 진호는 사촌 형 재호를 알려면 유명 아이돌 그룹 1pick의 멤버인 윤일오를 검색해야지만 재호에 대해 알 수 있다.

 

김재호에 대해 알기 위해서, 나는 ‘윤일오’의 이름을 검색해야만 했다.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기사 등. 세상 사람들은 나보다 재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클릭, 클릭. 그러한 이유로, 나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들까지 알게 되었다. 11월생인 재호의 탄생석은 토파즈였고, 별자리는 전갈자리였다. 혈액형은 B형이고, 아이큐는 147이며, MBTI 유형은 자기가 무슨 유형인지 모르는 유형이었다.
-「#바보상자스타」, 서이제

 

또한 유명 스타 윤일오와 대비되어 진호의 무료한 모습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이름조차 갖지 못하고 임시 이름으로 평생 우주를 떠도는 무수한 소행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진호의 처지가 소행성의 이름을 딴 소제목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진호의 일상과 진호의 이야기는 명확한 이름을 명명하기 힘든, 임시적으로 이름은 딴 소행성과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진호, 재호(윤일오), 예리 이 3명의 인물들은 서로 가까워지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해진 궤도에 따라 ' 서로를 비춰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진호는 렌즈를 통해, 텔레비전을 통해 재호를 볼 수 있다. 진호와 예리는 윤일오의 팬이라는 점에서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재호는 윤일오라는 이름으로 진호와 예리에게 존재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 또한 그렇지 않을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되는 똑같고 무료한 일상을 살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정해진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또한 그렇게 살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정해진 궤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 진호처럼 어디인지도 모를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소행성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속 진호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애는 빛나는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그 곳에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인탐사선들은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서 자신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을 것이며, 보이저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고독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 화면 앞에서, 우주 어디쯤 이름도 없이 떠돌고 있을, 먼지와도 같이 작은 천체들을 상상하며,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나큰 우주를 아득히 그려보았다. 

 

 

나도 진호의 바램처럼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이르고 싶다. 나도 한 번쯤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해서 말이다.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올까.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

 

'꿈, 가난, 노동, 가족, 여성 ,연대' 라는 단어가 「미조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 단어이다.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현실은 그 꿈조차 이룰 수 없다. 웹툰을 지나치게 너무 잘 그리는 여성 '수영 언니'는 결국 자신의 꿈과는 다른 성인 웹툰을 그리며 인생을 살아간다. 자신의 도덕적 관념과 현실 중에서 결국 그녀는 현실을 선택하고 그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미조'는 여섯 번째 회사 면접을 보고 낙담하며 돌아오는 길에 재건축으로 집을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7년 전 아버지가 남긴 유산인 5천만 원으로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 집을 구하기는 요원해보인다. 그렇게 그녀는 가난이라는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그런 그녀의 생존을 위한 노력과 그녀의 '엄마'와 그녀의 오빠 '충조'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인다.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엄마의 '시 쓰기' 만 하고 전혀 생계를 책임지는 미조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무기력하기도 하고 무책임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런 시 쓰기를 통해 그녀 나름대로 고독과 힘겨움을 견디고 있는 것이리라.

마찬가지로 전혀 취직도 안 하고 유유자적 맛집 탐방을 다니고 <생생정보통>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녀의 오빠 충조의 모습은 너무나 한심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같이 느껴진다.

미조 혼자서만 생계를 이끄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이랄까. 이제는 제자리를 찾으며 정착하고 싶은데 말이다.

종이에 앉는 단어도 이렇듯 제자리가 있는데 우리는 왜 아무 곳에도 앉지 못할까. 어쩌면 엄마는 민들레 꽃씨처럼 날아다니다가 어딘가 안착할 거라고, 반세기 넘게 살아오면서 늘 그랬듯 지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 우리는 민들레 꽃씨가 아니고 우리에겐 집이 필요해. 

-「미조의 시대」, 이서수 121쪽

 

그런 힘겨움 속에서, 가난이라는 현실적 고통 속에서 비좁은 방에서 눈치 없이 쑥쑥 자라는 고구마 줄기까지 미워보인다. 

안 그래도 짐이 많은데, 원룸에 이 짐을 다 넣을 수는 없을 텐데 고구마 줄기는 지나치게 잘 자라 천장에 닿을 듯했다. 쑥쑥 자라며 내게 자기 방을 달라고 외치는 듯했다. 

나는 옆방의 고구마 줄기가 미웠다. 있는 줄도 몰랐던 조용한 식물까지 미워하는 나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작아진 걸까. 여섯 평까지 반지하 방만큼? 

-「미조의 시대」, 이서수 120쪽

어쩌면 이렇게 쑥쑥 잘 자라는 고구마 줄기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비대해지는 꿈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이 현실은 꿈을 키워나가기엔 힘들고 벅찬 현실이다. 그런데도 꿈은 눈치 없이 쑥쑥 자라고 지나치게 잘 자라 삶을 공간의 형태로 잠식해나가고 압박을 해 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 꿈 때문에 내가 있는 공간이 비좁게 느껴진다면 그 꿈을 잘라서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 모른다. 

 

이런 충동과 현실에 대한 좌절이 '미조의 시대' 라는 제목 속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 '미조의 시대' 라는 제목 속에는  미조가 소설 속에서 겪는 일 대부분이 그 시대가 직조한 일이고, 미조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 시대가 탄생시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말 그대로 '누구의 잘못인가' 그렇게 가난에 찌들어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그 시대의 현실에서 순응한 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시대가 만들어 낸 삶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미조가 살고 있는 시대, 미조가 살 수 밖에 없는 현실, 그 현실이 바로 '미조의 시대' 인 것이다. 

 

이렇게 현실 속에서 느끼는 힘겨움과 고통 속에서도 미조는 시를 쓰는 엄마에게 “계속 써”라고 말하길 택한다. “시 썼어. 들어볼래?” “아니, 피곤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 ‘시인지 일기인지 모를’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엄마와 미조의 시간은, 꼭 그것이 응답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연결하는 줄기가 된다. 

저는 내적 변화를 겪지 않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큰 편이서 쓰기와 읽기를 통한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과 글쓰기는 저에게 지구만큼이나 소중합니다. 

「인터뷰 이서수 × 홍성희」에서

 

그래서 미조의 엄마가 시 쓰는 활동, 미조가 일기 쓰는 것, 수영 언니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써서 보내는 것 이 모든 글쓰기 활동인 것이다. 이야기 속 3명의 여성들의 다양한 글쓰기 활동 속에는 책과 글쓰기가 지구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듯 하다. 어쩌면 글쓰기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글쓰기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주듯이, 아마도 그들에게도 그런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친숙하기도 했지만, 다소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며 읽었다. 현실 속에서 이야기 소재를 찾고,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쓰겠다는 작가의 의도에 맞게 충분히 우리 현실, 특히 여성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을 외면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이고, 지금도 쓰지 않습니다. 현실 속에서 작지만 반짝이는 빛과 씁쓸한 냉소를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와 변화의 힘을 드러내는 순간을 발견한다면 저는 기꺼이 소설로 쓸 생각입니다.”
-「인터뷰 이서수 × 홍성희」에서-

 

 

한정현의  「쿄코와 쿄지」

 

어떤 사람들은요. 죽어도 꼭 살아 있는 것 같잖아요?

또 어떤 사람들은 살아남았어도 늘 과거에 사는 거 같기도 하고 말예요.

살았어도 과거의 고통에 얽매어 살아가는 사람들, '정말 나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라고 말하고 생각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그 때의 일들이 「쿄코와 쿄지」 속에 담겨 있다. 

한정현의 「쿄코와 쿄지」는 데뷔작인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에서부터 이어져온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작가 한정현의 고민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인 혜숙, 미선, 영성과 함께 경녀는  “아들 子가 아닌 스스로 自. 스스로의 공동체”를 만든다. 그래서 그들은 '혜자, 미자, 영자, 경자' 로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 오빠의 폭력과 아들만 대접해주는 집 안에서 자란 혜숙은 그런 남녀 불평등과 아들선호사상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의 바램은 '아들이 되고  대접을 받고 싶다' 는 것이다.

"난 아들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아들 대접이 받고 싶어."

그리고 반대로 여자가 되고 싶은 영성이, 그는 자신이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자신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남자 성기랑 여자 성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났대."

경녀야. 나는, 난 너랑 같아."

 

그리고 신부가 되고 싶지만 여자라서 신부가 될 수 없고 수녀가 될 수 밖에 없는 친구 미선이가 있다. 재조 일본인 손녀라는 딱지를 가지고 온갖 놀림과 비난을 받으며 자랄 수 없었던 미선이는 매일 고해성사를 하러 간다. 왜 고해성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죄를 열심히, 말할 수 있는 게 좋을 뿐이야."

 

이렇게 서로  성과 고정돼고 편협한 성역할에 갇혀서 그들은 성별 이분법, 성정제감 등을 극복하고자 그들만의 스스로 공동체 (自) 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성적 정체감 찾는 것이 주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이야기의 중심은 5.18에 놓여 있었다. 5.18 민주화 운동에서 성적 정체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작가인 한정현은 그녀의 데뷔작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에서부터 이어져온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진실과 살아남은 자의 아픔과 고통을 다루어왔다. 이야기 속에서도 친구였던 그들은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가 되어서 그렇게 국가폭력 앞에서 그들의 우정도, 그들의 스스로 공동체도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았다. 신학대를 다니던 중 5.18을 겪었고, 그 참상에 대한 충격으로 하룻밤 새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미선, 군대의 명령에 따라 5.18 무력진압에 투입되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았던 영성, 자신이 좋아했던 대학생 오빠와 뜻을 함께 하기 위해 광주로 다시 온 혜숙, 그 당시 광주를 떠나 재수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경녀 이렇게 그들은 각기 다른 모습과 상황 속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겪었다. 이야기 속 화자인 경녀는 친구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변해 버린, 제정신이 아니고 반쯤 미쳐버리고, 나중에는 그 죄책감에 죽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깨닫게 된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너무나 끔찍하고 마음이 아파서 잊어버리고 싶을만큼 너무나 나와 상관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 있지, 우리 삶은 말이야. 어쩌면 서로를 가로지르며 나아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중략) 어쨌거나 그렇게 가로지르다 보면 서로 교차되기도 하는 거니까 어딘가에서는 만나는 거 아니겠어?"

-158쪽

 

여자가 되고 싶어 했던 영성, 너무나 사랑했던 영성, 그와의 행복한 미래는 산산히 깨져버린다. 결국 영성은 5.18 민주화 운동에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경자야,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거야. 다 잊어, 다 잊고 살아가. 나도, 그 무엇도." (182쪽)

하지만 경자는 안다. 그가 정말로 살고 싶었음을 말이다. 너무나 살고 싶었지만, 차마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그는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것을.

"전혀 죽고 싶지 않았어. 살고 싶었어, 그 아이는 너무나 살고 싶었어." (192쪽)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안고 경자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주해서 친구 혜숙의 아이인 영소를 자신의 딸처럼 홀로 키운다. 그리고 그 딸이 자라서 고통과 아픔의 삶을 살아온 경자를 보며 기록한 내용이 나온다. 경녀에서 경자로, 다시 쿄코(京子)에서 쿄지(京自)로의 변화로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지역과 이름을 바꾸어 아무 일도 없이 다른 사람처럼 살아가고 싶었으나, 그 과거의 흔적과 고통은 끝내 경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나 너를 잊지 않았어...영자야." 영자? 

 

아직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실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 같다. 매년마다 돌아오는 5월 18일, 그 5월 18일을 맞이하며 광주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무리 외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라도 우리는 이제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해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5.18 유가족분들의 아픔은 가시지 않고 있고 살아남은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잊지 말아야 하는 진실이 되어 버렸다. 국가폭력에 의해 자행된 명백한 살인과도 같은 행위이다. 이것을 작가 한정현은 '쿄코와 코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잊고자 하는 것에 보복을 당하기 마련이다." 

 

 

3. 나가며

 

“구술 증언은 듣고 나면 그걸로 조사가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이 좋았던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것도 마냥 슬프게만이 아니라 밝게, 밝으려고 노력하면서.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인터뷰 한정현 × 김보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마냥 슬퍼하지 않고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현실을 외면한 이야기가 아닌 현실을 반영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서이수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그렇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야하는 것은 아닐까. 

 

서이제, 이서수, 한정현 이 3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삼색의 이야기들은 내용은 다를지언정, 그 이야기들이 모두 우리가 사는 삶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진호와 미조와 경녀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나와 상관 없음' 이 아닌 나의 주변 사람들이 될 수 있음을 안다. 비록 현실이 녹록치 않고, 밝은 모습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자주 비추고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YES마니아 : 골드 s*******4 2021.08.21. 신고 공감 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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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여름에 봐야 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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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다 갔다. 아니 2021년 여름은 짧은 장마에 칠월에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팔월초까지 덥다가 팔월 중순쯤 가을 장마가 찾아오고 가을이 빨리 왔다. 2020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와서 무더위가 길지 않았는데, 2021년에는 무더위가 빨리 오고 빨리 갔다. 한국은 그랬지만 다른 나라는 아주아주 더웠다고 하지.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오기도 했구나. 지구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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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여름이 다 갔다. 아니 2021년 여름은 짧은 장마에 칠월에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팔월초까지 덥다가 팔월 중순쯤 가을 장마가 찾아오고 가을이 빨리 왔다. 2020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와서 무더위가 길지 않았는데, 2021년에는 무더위가 빨리 오고 빨리 갔다. 한국은 그랬지만 다른 나라는 아주아주 더웠다고 하지.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오기도 했구나. 지구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 세상이 그래도 소설을 보는구나. 여름이 다 지나간 다음에 이 책을 펼쳐 보았다. 단편 소설 세 편이 담겼는데, 다른 때보다 길었다. 두편은 좀 길고 한편은 보통 단편소설 길이였다. 얇고 단편소설이 세 편 담겨서 가볍게 보기 좋다고 하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못 보는구나. 나도 그러면 좋을 텐데.

 

 첫번째 서이제가 쓴 소설 <#바보상자스타>, 이렇게 쓰다가 바보상자가 뭔지 알았다. 흔히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하지 않나. 그렇구나. 이 제목은 대체 뭔가 한 내가 바보 같다. 그렇다고 이해가 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람이 달에 간 이야기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아이돌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 주식을 하고 잘 안 된 사람 이야기. 진호 사촌형인 재호가 아이돌이 되고 이름을 바꾸고, 진호는 대학 때 같은 동아리에 있던 사람이 아이돌이 된 사촌형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진호는 그 사람이 사촌형이다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진호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아이돌인 윤일오가 자기 사촌형이다 말했다면 그 사람은 뭐라 했을까. 그건 끝내 알 수 없겠다. 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을 안다고 하기도 좀 그럴 것 같기는 하다. 나도 그런 친척이 있다면 말 안 할 것 같다.

 

 진호는 재호와 사촌이지만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진호는 어릴 때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가수가 될까 했는데, 그 꿈을 접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재호가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하니 진호는 자신은 꿈으로 끝내고 재호는 꿈을 이뤄서 부러워한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꿈을 말했을 때 좋다 잘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꿈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다. 잘 안 된다 해도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을지,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지만 그걸 하지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는 사람이 나오는 <미조의 시대>(서이수)도 지금을 말하는 것 같다. 미조의 시대니 미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미조가 친하게 지내는 웹툰 어시스트인 수영 언니가 더 생각난다. 수영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시스트가 되어서 그리고 싶지 않은 성인 웹툰을 그린다. 자신이 그림을 잘 그려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조라고 괜찮지는 않다.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새로 일을 구하려고 할 때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서울에서 오천만원으로는 좋은 집을 얻을 수 없기도 하다. 미조 엄마는 우울증이고, 그래도 날마다 시를 써서 우울증이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미조는 오빠인 충조를 안 좋게 말하기도 하는데, 충조는 좀 낫다고 생각한다. 더 안 좋은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엄마와 자신과 살면서 때리지 않은 것만도 어딘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가장 어두운 소설이 <미조의 시대> 같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앞으로 살 집을 구해야 할 일이 있지만, 엄마가 아주 많이 아픈 건 아니잖아. 이런 생각을. 우울증이 심한데. 미조는 일을 하려고 하니 일자리도 구할 거다. 원형 탈모증이 있지만 친구 같은 수영 언니도 있지 않나. 어쩐지 다 나보다 괜찮다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한정현 소설은 예전에 한번 본 것 같다. 그때 본 소설에 운동권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있다. 그뿐 아니고 더 예전 일도 나오는구나. 소설 제목이 <쿄코와 쿄지>인데, 이건 한사람 이름이다. 이 이름을 보고 두 사람인가 했는데, 한사람 이름이었다. 한자가 달라서 쿄코와 쿄지가 된 거다. 5·18 광주민중항쟁도 있지만 세 여성과 여성이 되려던 사람 이야기기도 하다. 거기에서 쿄코와 쿄지는 뭔가 하겠다. 네 사람 경녀, 혜숙, 미선, 영성은 이름 뒤에 자를 붙이기로 한다. 처음에는 아들 자였는데, 나중에 스스로자(自)를 붙이자고 한다. 스스로의 공동체라는 뜻으로. 쿄코(경자京子)와 쿄지(경자京自)는 한국에서 읽는 한자를 일본말로 읽은 거다.

 

 여럿이 잘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5·18 민중항쟁 때문에 그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거나 거기에 없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잊지는 못하겠지.



희선



 

n***8 2022.04.18.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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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을 읽다--- [한국소설-소설 보다 : 여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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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세 편의 새 소설을 읽는 기분,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좀더 기대되고 설레고. 그러다가 내 취향에 가까이 다가오는 소설을 만나기라도 하면 더욱 반갑고 더욱 기대되고. 소설을 읽는 데도 연습처럼 홀로 겪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게 될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를 정하게 되기까지는.      이번 여름호에 실린 세 편의 글은, 셋 다 꽤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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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세 편의 새 소설을 읽는 기분,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좀더 기대되고 설레고. 그러다가 내 취향에 가까이 다가오는 소설을 만나기라도 하면 더욱 반갑고 더욱 기대되고. 소설을 읽는 데도 연습처럼 홀로 겪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게 될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를 정하게 되기까지는.   

 

이번 여름호에 실린 세 편의 글은, 셋 다 꽤 고단하다. 내용도 고단하고 읽기도 고단하고 읽고 난 마음도 고단하고. 2021년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고단한 세상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는 뜻일 테다. 아니,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 어느 때를 막론하고 평온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것을, 그 어려움을, 그 힘겨움을 이겨 내는 게 마치 그 시대 젊은이의 특혜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글쎄, 그렇게 말해도 좋은 건지.   

 

직업을 갖는 일, 결혼을 하는 일, 집을 갖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등등. 어느 하나도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자연스럽게 하나씩 이루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건만, 그때는 이 일들이 지금의 사정만큼 어려운 일인 줄 몰랐던 시절이건만.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기 시작한 것일까. 사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소설에서 이를 확인하게 될 때마다 더 맥빠지는 기분이 든다.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막막하면 이게 소설이 되는가 말이다.  

 

이서수의 글이 제일 가깝게 왔다. 가을 장마만큼이나 마음이 무겁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21.08.24.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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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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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소설 보다 : 여름 2021 권입니다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군요 이번에는 서이제작가님의 바보상자스타 이서수작가님의 미조의 시대 한정현 작가님의 쿄코와 쿄지 라는 제목들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습니다. 후기에 각 작가님의 인터뷰도 실려있는 소소한 재미로 더 알차게 구성되어진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쿄코와 쿄지를 재미있게 읽어서 다음작품들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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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소설 보다 : 여름 2021 권입니다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군요 이번에는 서이제작가님의 바보상자스타 이서수작가님의 미조의 시대 한정현 작가님의 쿄코와 쿄지 라는 제목들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습니다. 후기에 각 작가님의 인터뷰도 실려있는 소소한 재미로 더 알차게 구성되어진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쿄코와 쿄지를 재미있게 읽어서 다음작품들도 기다려지네요^^

s*****4 2021.06.1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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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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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소설이 다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이제 작가와 한정현 작가는 익히 알고 있었고 이서수 작가는 요즘 이런 저런 계간지에서 보고 기대가 생겼습니다. 역시나 기대만큼 세 작품 모두 좋았습니다. <#바보상자스타는> 저에게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는 청년세대의 담론을 진짜와 가짜, 주목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주류와 비주류. 메이저와 마이너>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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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소설이 다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이제 작가와 한정현 작가는 익히 알고 있었고 이서수 작가는 요즘 이런 저런 계간지에서 보고 기대가 생겼습니다.
역시나 기대만큼 세 작품 모두 좋았습니다.
<#바보상자스타는> 저에게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는 청년세대의 담론을 진짜와 가짜, 주목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주류와 비주류. 메이저와 마이너>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이 이야기를 소행성에 빗대어 말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이서수 작가의 <미조의 시대>는 … 집 문제로 항상 고민을 해온 시절을 겪어보고 겪어온 사람이라면 마음이 공감될 것이라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시를 계속 쓰라고 말하는 마음, 들어볼 거냐는 엄마의 말에는 피곤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마음… 모두 이해가 되고 공감도 되서 마음이 좋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작품이었습니다.
미조의 시대는 한편으로는 2010년대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의 소설들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사랑이나 희망 같은 것에는 그다지 감흥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나와서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부유하는 인물, 현실에 발 붙인 서사 등은 2010년 초중반 소설에서 많이 나온 인물들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도 좋았습니다.

5.18 이야기를 젠더와 교차성 측면에서 다룬 <쿄코와 쿄지>는 정말 광주 서사를 다룬 작품 중에 본 적 없이 신선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5.18 서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눈여겨 본 것 같고, 할 말이 많은 소설이라 느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두 명입니다. 특이한 것은 둘다 5.18 당사자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반부부터 중후반부까지 나오는 화자는 뒤에 나오는 화자의 엄마인 경자입니다. 뒤에 나오는 화자는 경자가 친구들과의 의리를 위해 스스로 자자 돌림으로 이름을 바꾼 친구 중 한 명인 혜자의 딸입니다. 경자와의 전반적 이야기인 80년대 광주 배경 이야기가 전체를 차지하는데 여기서 친구 넷의 이야기가 모두 나옵니다. 소설에서는 처음으로 인터섹슈얼 이야기를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설 읽기의 경험이 짧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처음으로 재조일본인(식민지 시대에 조선에 있던 일본인) 이야기를 하더군요. 또 천주교의 5.18활동에 대해 나옵니다. (작가가 뒤에 인터뷰를 했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무엇보다 당시 광주의 가게명이나 이런 게 자세히 나와서 신기했습니다. 5.18 같기도 하고 미시사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좋은 부분은 광주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은 “교차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로의 위치와 자리가 다른 가운데 어떤 사건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에 관해 치밀하게 이야기합니다. 즉 이 소설에서 경자는 피해자일까요? 경자는 5.18 당시 광주가 아닌 서울에 있다고 나옵니다. 경자와 딸인 영소는 같은 위치에서 5.18을 볼 수 있을까요? 재일교포와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은 같을 수 있을까요? 영자의 전성시대의 영자와 부잣집 아들로 키워진 영성이는 같아질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교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교차성이 오히려 5.18 광주와 같은 역사적 비극들을 시간이 지나도 환기하게 하는 힘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대만 알 수 있는 지역명…광주도청이나 극장이 아닌 그랑나랑라이브와 같은 지역명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는 것부터 새로운 역사적 사실까지… 더불어서 젠더 문제에 교차성 개념까지.. 장편으로 써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이런 작업을 작가가 계속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처럼 5.18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와 관련한 소설은 도전 자체가 고마운 일일것입니다. 세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통한 지방 도시 복원까지도요.

개인적으로 이전에도 여러 작가들이 여러 번 선정된 것을 알고 있어서 작가가 겹치는 것에는 민감하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다 좋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번 나일선 작가처럼 아주 새로운 작가도 신선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냥 소설만 좋다면 지금처럼 계속 구매할 것 같습니다. 소설보다 시리즈가 나오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감사합니다.
r*******7 2021.06.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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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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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스타를 읽는데 뭔가 내용이 이상하다 싶어 페이지를 확인하니 첫 페이지부터 잘못되어 있네요..... 교환반품 귀찮고 책도 두껍지 않아서 그냥 제가 페이지 옮겨다니면서 읽긴 읽었습니다만 확인을 좀 철저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이런 경우는 진짜 저도 처음이라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네요. 책 상태와 상관없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도 바보상자스타인데 번거로울것 같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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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스타를 읽는데 뭔가 내용이 이상하다 싶어 페이지를 확인하니 첫 페이지부터 잘못되어 있네요..... 교환반품 귀찮고 책도 두껍지 않아서 그냥 제가 페이지 옮겨다니면서 읽긴 읽었습니다만 확인을 좀 철저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이런 경우는 진짜 저도 처음이라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네요.
책 상태와 상관없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도 바보상자스타인데 번거로울것 같아 두 번은 안 볼것 같네요.






w*******3 2021.10.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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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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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여름은 매우 알차다는 느낌이 들어요. 단편이라고 해도 생각했던것보다는 길다 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짧은 글을 쓰는데도 보여진다고 생각하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또 짧다라고 느껴지는게 이 작품들 안에 작가님이 넣고 싶은 내용을 꽉 담아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분명히 수필도 아니고 시집도 아닌데 작가가 하고싶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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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여름은 매우 알차다는 느낌이 들어요. 단편이라고 해도 생각했던것보다는 길다 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짧은 글을 쓰는데도 보여진다고 생각하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또 짧다라고 느껴지는게 이 작품들 안에 작가님이 넣고 싶은 내용을 꽉 담아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분명히 수필도 아니고 시집도 아닌데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소설속 인물의 상황을 통해 잘 풀어낸 것 같습니다. 좀더 길다면 좀더 공감할수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n******4 2024.07.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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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지만 그 안에 있는 작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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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설 보다 시리즈를 먼저 접하면서  이전 소설보다 시리즈를 구매해서 읽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님들의 단편으로 이루어진터라  그 문장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는데,  이번 여름편은 개인적인 감상으로 재밌는 단편들이 많이 실렸습니다.  현실을 이야기 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그 안에도 작은 따스함이 들어있는게 너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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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설 보다 시리즈를 먼저 접하면서 

이전 소설보다 시리즈를 구매해서 읽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님들의 단편으로 이루어진터라 

그 문장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는데, 

이번 여름편은 개인적인 감상으로 재밌는 단편들이 많이 실렸습니다. 

현실을 이야기 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그 안에도 작은 따스함이 들어있는게 너무 좋네요 :) 

YES마니아 : 골드 s****i 2023.08.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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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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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세개가 있으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건 좋았고 이것은 더 좋았다 라는 비교를 꼭 하게 되어서 단편집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걸 다 따로따로 읽었다면 아 다 좋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군데 묶어놓으면 비교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집은 뭐라고 해야하나, 각각의 단편이 다 특색이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서 부터 시작해서 문체까지 다 달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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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세개가 있으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건 좋았고 이것은 더 좋았다 라는 비교를 꼭 하게 되어서 단편집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걸 다 따로따로 읽었다면 아 다 좋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군데 묶어놓으면 비교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집은 뭐라고 해야하나, 각각의 단편이 다 특색이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서 부터 시작해서 문체까지 다 달랐던 것 같아서 이런 비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소설보다 시리즈는 앞으로도 내내 구매할것 같아요.

YES마니아 : 골드 k*******r 2022.07.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