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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주 우연히 네이버 검색 창에 김건숙이라는 이름을 쳤다. 몇 해 전에도 몇 번 검색을 해 봤으나 내가 아는 김건숙 이름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그 김건숙 프로필이 뜨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두 딸 이름, 프로필 사진도 김건숙씨였다. 반가운 마음은 잠시, 연락 취할 방법부터 생각해 봤다. 책을 네 권이나 냈으니 출판사에 연락하면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금세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더니 아, 정말 많은 그 간의 행적들이 켜켜히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대충 살펴보다가 메모하는 난이 있어 일단 내 연락처를 알리고 최근 게시물 댓글 창에 또, 메모를 남겼다. 연락 기다리겠노라고. 김건숙 씨랑 연락이 끊긴 지가 따져 보니 스무 해 가까이 지났다. 우리 아들 중학생 됐다고 축하 기념으로 만년필을 사줘 감동이 그득 했던 일화가 최후의 기억이다. 그 아이는 벌써 서른 살이 넘었으니 강산이 두 번 아니 요즘 시세로 하자면 강산이 열 번은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 지나버린 것이다. 왜 김건숙씨를 네이버로 검색을 해 봤겠는가? 그이랑 문학공부를 하고 늦깎이로 대학 공부도 같이 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그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필력이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그녀의 글은 힘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고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들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네이버 창에 김건숙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게 된 것이다. 일정이 바빴는지 다음 날 이른 저녁에 전화가 왔다. 저장 돼 있지 않은 번호가 뜨길래 단박에 김건숙일 것이라 확신하며 통화를 했다. 간단하게 통화를 마치고 난 후 예스24 사이트로 달려갔다. 김건숙을 검색하니 네 권의 책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 <비로소 나를 만나다>를 주문했다. 김건숙 씨를 당연히 만나게 되겠지만 만나기 전에 먼저 책을 읽고 싶어서였다. 김건숙과 책 제목을 보면서 읽기도 전에 선물하고 싶은 대상들이 떠올라서 다섯 권을 결제 했다. 그만큼 김건숙 씨에 대한 뭐(작가)가 돼도 됐을 거라는 믿음이 강했던 것이다. 김건숙이라는 이름을 네이버에서 접했을 때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와 직접적으로 연을 맺었던 친구가 작가가 된 예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어떠했겠는가. 아직 만나지 못한 김건숙 씨를 어루만지듯 책을 한 장 한 장 펼쳐 보았다. 목차는 네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었는데 그 중 오후 세 시에 나를 만나다라는 제목이 퍽 인상적이었다. 소제목으로 ‘오후 세 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 으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바로 어제 나는, 오후 세시야말로 가장 여유롭고 자유로운 시간이라 말했다. 많은 이들이 무언가를 하기에 어중간한 시간이라지만, 내게는 뭘 해도 좋은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P159 물론 이 챕터를 쓰던 날 변수가 생겨 오후 세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되고 말았지만 발상이 기발해서 좋았다. 한번도 세 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비로소 오후 세 시는 내 것이 되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니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는 내 몫이다. 기혼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은 남편과 은혼식 기념으로 갔던 제주도에서의 에피소드였다. 한라산 7코스 시작 점에서 저자가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하는 데 남편은 걷다가 먹자고 하자 저자의 감정이 살짝 어그러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걷다가 남편이 먹고 싶어 했던 냉면을 먹고 나올 때 주인이 자몽 하나를 준다. 그 자몽을 후식으로 먹고자 했는데 이 또한 외면 당하게 되는 저자는 완전히 토라져 버린다.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니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 올리가 없다. 은혼식이라고 특별히 시간 내 온 여행이지만 도무지 즐겁지가 않다. 없는 기회를 만들어 저자의 속내, 왜 토라지게 됐는지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며 서운함을 토로하니 이번에는 남편이 샐쭉해 진다. 평소 다정하고 배려심 많던 남편은 온데 간데 없고 벙어리가 된 듯 침묵과 침묵으로 묵언수행으로 끝나버린 여행이었다. 왜 우리 부부들도 그러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지 않은가? 책이라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나 싶어 숨죽이며 읽었는데 역시 김건숙 씨다운 마무리였다. 솔직하고 담백한 저자의 성향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 외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김건숙 작가 프로필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뭘 했나 싶은 생각이 깊게 파고 들었다. 법정스님이 내 책을 통해 누군가 변화가 생긴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했는데 김건숙 이름 석 자를 재발견하던 시점부터 나는 이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기념으로 한강 책 여섯 권을 세트로 산 것들도 읽고 김건숙 작가가 쓴 책도 읽는 중이다. 예스 24에 리뷰를 쓰고 있으니 김건숙 작가는 내게 마중물이다.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는 김건숙 작가 따라할 수는 없지만 흉내라도 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