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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만으로도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이 맞나? 한참을 의문에 빠져 있던 것 같다. 여성의 성기를 훼손하는 문화라니. 이게 요즘 시대에 가당키나 할까. 어린 여자 아이들을 문화와 전통이라는 명목 하에 엄청난 신체 학대를 하고 있었고, 사파가 있는 지부티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오늘날까지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었고 그 여성들은 심지어 아직 한창 뛰어놀아도 부족할 어린 아이들이었다. 학대도 학대지만 그러한 문화가 여성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할례라는 것에 대해서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더라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한 나를 배척하는 환경에서 여성들은 세뇌당하고 잠식당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사파의 아버지인 이드리스가 진심으로 자신의 딸인 사파를 사랑하지만 남성들이 여성과 아이들을 때려도 된다는 믿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간극의 차이가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읽는 내내 사파를 할례시키지 않겠다는 계약이 깨질까봐 조마조마했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고 서러운 감정도 들었다. 나는 정말 단순히 운이 좋아서 할례를 피할 수 있었을 뿐이다. 세계의 모든 여성과 여아들이 내가 당연하게 느끼는 세계를 그들도 자유롭게 탐험할 수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장 그들이 원하는 유럽으로 보내는 것은 근시적으로는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완전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근본적인 여성과 약자 혐오를 멈추고 모두의 인식이 당연하다고 느끼던 것들로부터의 수면 위로 올라와 깨우치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세상에서 살던 와리스 디리는 자신의 아픔을 용기내어 말하고 여성성기훼손 철폐를 위해 운동하고 있다. 여성과 여아에게 이루어지는 잔혹한 탄압을 멈추겠다는 일념 하나로 악습을 무너뜨리는 그녀에게 나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책을 읽고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하는 정도이지만 작은 나와 같은 응원들이 모여서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훗날, 다 큰 딸이 자기한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으면, 그는 그것이 알라의 뜻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대로 한 거라고. 그래야만 훌륭하고 충실한, 순결한 아내가 될 수 있다고. 그렇지 않다면 괜찮은 신붓값을 낼 남편감을 절대 찾지 못했을 거라고. 너 자신의 안전을 위한 일이었다고. 네가 속한 부족에서 늘 행해졌던 일이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라고. 여자가 되는 길에는 고통과 복종이 수반된다고. 그 모든 것을 나는 안다. 어마어마한 분노가 내 안에 쌓인다. 울화와 절망의 눈물이 차올라 얼굴을 타고 떨어진다. 내 머릿속은 오직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것을 멈춰야 한다. 여기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19p “도움이 필요한 생명은 죽이는 게 아니에요. 도와야죠.” 내가 나뭇가지를 가져와 딱정벌레에게 갖다 대자, 그 곤충은 거기에 매달려 가느다란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그 작은 벌레가 움찔거리다 곧 날개를 펴고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이드리스는 놀라워하며 지켜보았다. 그는 웃었다. “당신은 정말 모두를 돕는군요. 그저 벌레일 뿐이었는데.”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시겠어요?” 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의 세계 전체가 흔들려요. 작은 벌레조차도 죽기 싫어하잖아요. 어떠한 생명도 죽거나 불행하길 원치 않아요. 아주 단순한 얘기죠.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싸우는 이유예요.” 37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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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자 와리스 디리에 대해서 아는 바 없이, 무슨 내용인지도 짐작하지 못한 채 읽게 되었다. 제목이 '사파 구하기'이고 앞표지에서 '한 아이를 살려 세상을 구하다'라는 글귀로 보아 사파라는 아이가 위험에 처했나 보다 하는 생각 한 가닥을 가지고 책을 폈다. 프롤로그에서 사파가 와리스에게 도움을 구하는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편지를 받은 와리스가 사파가 있는 지부티로 가서 만남을 가지는 내용이고 사진 몇 장을 넘기고 난 2부에서는 사파와 사파의 아버지 이드리스, 그리고 이나브라는 18세 여성 이렇게 세 명이 와리스를 만나러 유럽으로 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할례를 할 위기에 처한 사파를 구하기 위해 와리스가 어떤 해결책을 생각했는지에 집중하여 읽었다. 해결의 실마리는 사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거의 끝나기 전까지는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와리스가 활동한 과거와 현재에 들어 고민하고 있는 점들(아무리 논의해봐도 실제 실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 등), 사파의 순수한 마음과 행동, 유럽에서 처음 보는 것들을 놀라워하는 그들의 모습, 이드리스의 답답한 태도 등만 있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에서, 할례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지키는 가정에 의료, 교육, 취업 같은 방면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사막의 꽃 재단은 매년 천 명의 사파를 구하겠다고 말한다. 책 끝을 보면, 책 속에서 일곱 살이었던 사파가 열다섯 살이 되었다고 한다. 뒷날개에는 사막의 꽃 재단을 후원하기 위한 큐알코드가 있다. 나는 어느 정도의 비현실적 요소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완전히 현실 자체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좀 놀랐다. 책 속에서 이나브가 할례로 고통스러워했던 내용이 나오면서 언급된, 복구 수술 같은 의료 지원이 있다는 게 좀 내겐 새로운 부분이었다. 더 이상 악습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할례를 겪고 고통 속에 있는 여성들도 도와줄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내가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드리스가 계몽되던 장면에서 언급되었던 자료들ㅡ할례가 알라의 뜻이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도 확인된 바가 없다는 것과 이슬람 종교적이기보다는 지역적 풍습에 가깝다는 것, 매일 팔천 명의 여아들이 할례에 희생되고 있다는 것 등ㅡ은 널리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