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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문득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은 있을까 싶다. 별 생각없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렸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억의 공간은 기쁨보다는 슬픔으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독일의 이미륵 묘소도 그렇고 오키나와의 평화전쟁기념관이나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는 것도. 그리고 저자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인천의 심도직물에서의 최초의 노동운동까지도.
저자의 기억공간을 찾아 떠나는 기행에세이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그 이상을 담고 있다. 독일과 일본, 한국의 박물관, 기념관, 문학관 등의 공간을 기행하고 그 공간에 담겨있는 것들이 기억하는 역사와 기록들에 대한 사유는 내가 잊지 말아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기억에 대한 기록이 사실을 넘어 진실을 담을 수 있어야 함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직지심체요절과 조선 의궤를 발견하게 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뭔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고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소설이 실존했던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이야기이다.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감히 안다고 얘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의 4,3을 모르는 이들이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4.3 평화공원을 찾는다고해서 그에 얽혀있는 진실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일것이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게르마제도의 도카시키섬에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애도할 수 없는 2개의 무덤이 있다. 하나는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힌 배봉기(=최봉기, 1991년 오키나와에서 사망)를 기리는 아리랑 위령비이고 또 하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집단 자결지 탑이다"(98)
전쟁을 일으킨것은 일본이나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으로 일본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때가 있다. 아니, 제국주의자들이 아닌 민중들의 피해와 고통은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안타까운 일이 맞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진정으로 사과를 하지 않는 한 그들의 범죄행위는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위안부,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아 애도받지 못하는 이국땅에 있는 무덤은 너무 안타까웠다. 이들에 대한 기억의 기록이 진실을 드러내고 역사가 되기 위해 우리가 잊지않고 기억해야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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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7 여는말 우리가 하는 모든 문화적 행위는 간절히 기억하려 하거나 혹은 통렬히 잊고자 함이다. 기록물 사이의 맥락을 읽으며 우리의 공유 기억이란 무엇인지 되묻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 일본, 한국의 ‘기억공간’을 답사하며 그 기억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서술한 책이다. 10곳의 기억공간 중 ‘독일의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가장 인상 깊었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생소한 곳이지만 여기서 출발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자부심인 ‘직지심체요절’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독일의 이 박물관 2층에는 한국관이 개설되어있는데, 그 이유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만든 한국의 활자 인쇄술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한편, 박병선이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기까지의 노력과 반환을 위한 여러 노력까지의 역사도 피력되어 있다. 비록 지금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에 있자만 말이다. p.70 박병선이 인생을 걸고 ‘기록물’을 찾고자 했던 이유는 그것이 최초의 증거물이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기록물의 원천자료는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 가운데 존재해야 한다. 그 안에 사람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일 수도 있고, 역사 교양서이기도 한다. 어느 장르로 분류되든, 가치 있는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기억공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중고등학생 때도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지만, 이 책에서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유적지나 문화유산을 알아갈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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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기록이 되고 기록은 역사가 되지만 기록의 기반인 기억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200p - 인사동 쌈지길에서의 추억. 초등학교 6학년(1998) 때 서울로 가족여행을 왔었다. 63빌딩, 인사동 등을 돌아다녔는데, 63빌딩과 인사동 쌈지길에서 정선 사람을 만났다. 그 넓은 서울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운가. 그 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반가움에 대해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 2015년, 다시 가족과인사동을 방문하고 그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도 엄마아빠도 무슨 소리냐. 인사동이 그 시절에는 이 모습이 아니었다, 쌈지길도 없었다. 심지어 남편도 그 때는 쌈지길 없었어-라고 한다. 박박 우겼다. 아니다 쌈지길 3층에서 아빠친구가 손을 흔들고 1층에서 우리가 인사를 했다고. 쌈지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더니, 쌈지길 준공이 2004년이다. 내 기억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작가는 "무엇을 기억하는가에 따라 나는 누군가가 된다", "무엇을 기억하는가는 나의 정체성을 말해준다"고 하는데 대체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인가. 하하) -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기억을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작가의 "기억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통감한다. 누군가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그래서! 작가가 독일, 일본, 한국의 곳곳에서 기억공간을 찾아 기록해둔 이 에세이집이 반갑고 감사하다. [독일 이민 박물관]에서 시작해 오키나와의 [배봉기 아리랑 위령탑]과 [집단자결지]를 거쳐 인천 강화도의 [심도직물 굴뚝]으로 끝나는 책의 구성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 이민 박물관은 '디오라마라'는 모조공간을 만들어 관람객이 그 공간에 들어가 완전히 몰입하게 하는 전시 방법으로 관람객이 "이민자"의 입장에서 이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출국 체험, 이민 체험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네 강화도 심도직물의 노동자들의 역사은 근처 소창체험관에도 조양방직(카페로 리모델링)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독일은 지배층의 기록이 아니더라도 독일 국적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의 이동 경로가 그려진 세계지도 속에서 관람객과 관련된 이민자를 검색해 볼 수 있도록, 즉 그들의 삶의 애환을 함께 마주할 수 있도록 전시해두었다. 그런데 우리는 최초 노동운동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지 않으니, "기념되지 않는 노동은 소외되거나 왜곡되거나 꾸며지거나 방치되거나 시간과의 싸움에서 소멸한다(196p)." *이야기의 '주어'는 세상의 축이 무엇인가, 혹은 세상을 움직이는 주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며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는,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공감'의 실체이기도 하다. 129p. 마침 오늘은 8.15 광복절이다. 책의 내용들은 모두 같이 보길 바라며, *"새벽부터 밤까지 울어야 했던 조선 여자의 집에 가보시겠습니까?" 111p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이 책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며 마무리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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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독일, 일본, 한국의 여러 기념관/박물관을 다니며 기록에 대해 기억에 대해 쓴 책이다. 여러 박물관을 돌아가니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참 재밌는 책이었다. 각 박물관들이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기억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 뒷 이야기를 상세하면서도 간단하고 읽기 쉽게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에 대해 나는 처음에 어떤 나라를 물은 것인지 의아했는데 결과적으로 독일과 일본에서도 한국 역사와 관련된 기록에 대한 논의가 주된 부분이었어서 너무 생소한 내용끼리 묶여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특히 박병선의 직지심체요절의 발견 과정에 대한 서술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직지심체요절의 중요성은 주입식 교육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직지의 존재를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되었고 누구의 노력에 의해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그리고 최초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구텐베르크에 비교하여 너무 자만하지 말자는 메세지도 잘 와닿았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도나시키의 택시운전사가 전해준 위안부 배봉기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었다. 나는 오키나와가 그렇게 슬픈 기억을 갖고 있는 곳인 줄 몰랐아. 오키나와 집단 자결지의 내용과 더불어 그들의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읽을 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기억의 ‘주체’를 논하니! 괘씸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오키나와를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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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공간을 찾아서_안정희 지음/이야기 나무> - 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기억’이란 내가 누군가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알게 해준다고 한다. 내가 어디 있었고,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회상하는 것이다.
아이와 1년 전에 다녀온 여행지를 얼마 전에 다시 다녀왔다. 그 곳에는 우리가족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으며,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은 곳이기도 했다. 다시 가면 꼭 그 곳에서 다시 사진을 찍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 후 어느새 바뀌어버린 환경에 어디서 찍었는지 헤맸다. 1년이란 사이에 아이도 많이 자랐지만. 우리가 기억한 공간도 그만큼 바뀌어 있었다. 다만 내 머릿속 우리가족의 행복했던 기억은 변하지 않았다. 충분히 기억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안정희 기록연구사의 <기억 공간을 찾아서>는 작게는 개인적인 나만의 공간에 대한 마음과 크게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선 작가의 직업이 ‘기록연구사’인데, 나에게는 흥미로운 직업이다. ‘기록연구사‘는 지속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 기록하고 수집, 정리, 분류해 보존하고 관리한다고 한다.
안정희 기록연구사는 한국, 독일, 일본의 기념이 되고자 한 공간을 여행하고 기록했다. 기록의 경계선에 있는 그녀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를 오가는 타임머신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독일에 뮌헨 묘지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 잠들어 계신다. 이미륵 선생은 마지막 독일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압록강은 흐른다>의 소설을 펴내 독일에서도 큰 집중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책에서는 윤동주 시인 등 우리가 기억해야할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 그리고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로 간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그 곳에서 추억할 것들이 더해지고 더해진다면 그보다 좋은 행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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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사건을 똑같이 경험하고도 우리는 서로 다른 감상을 기억속에 저장한다.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이나 장소 위주로 서술할것이고, 또 누군가는 내 감정을 건드렸던 말 한마디가 유독 머릿속에서 맴맴 돌것이다. 한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기록을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인데 작가가 전해주는 '기억' 과 '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야무지고 단단하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 우리가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던 공간과 그리고 앞으로 꼭 지켜내야 할 기억이 무엇인지 여행끝엔 마주할수 있을것이다. '역사'는 승자나 권력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기억공간이 그들손에 훼손되어지지 않길, 패자나 약자들의 역사 또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 그들이 그토록 목숨걸고 지켜내려 했던 그 공간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 어떤 빛깔로 어떤 울음을 뱉어낼지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우리는 왜 그토록 기록하고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 현재의 나는 개별적이고 미약하지만 어쩌면 과거의 그 개별적이고 미약한 또 다른 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있어 당신의 이야기를 듣노라고 그러니 너무 외로워 하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또한 동시에 사는것과 같다고 말해주고 싶은 걸까?
안정희 작가님과 떠나는 여행지 모두가 내게는 특별했다. 모두가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공간이었기에 호기심도 컸지만 , 기록을, 공간을 더 잘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어쩌지 못해 책장을 쉬 넘길수 없었던 곳도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쓸쓸히 죽어간 , 우리나라 최초로 위안부임을 밝힌 배봉기 할머니 이야기와 태평양 전쟁에서 집단 자결을 강요했던 일본군의 만행. 강화도 심도직물 노동운동 이야기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삶까지...어느것 하나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하나의 기억이라도 놓치않으려 부단히 기록하고 자기목숨처럼 지켜낸 사람들...그들의 치열한 노력덕분에 나는 오늘도 과거의 그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나눈다. 결국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서서히 잊혀질테지. 약자의 이야기가 잊혀질까봐 두렵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그 약자에 가장 가까웠지 않았을까 ?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것....물론 이것도 행복하지만 이제는 여행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은 바껴가고 있음을 안다. '이 목적없는 읽기가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며 삶에 만약을 허용한다 ' 는 작가님의 말처럼 나 또한 그들과 연대하며 나를 낯선 과거로 멀리 보낼 작정이다. 코로나 시국인지라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 독일로 일본으로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다시 또 살아갈 힘을 얻었다. 감사하다. 이렇게 꼼꼼히 기억해주고 찾아가줘서. 앞으로도 이런책이 많이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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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부분과 기억해야 하는 의미와 대상에 대한 평가를 이룰 수 있고 책에서 언급되는 독일과 일본의 사례,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례를 통해 주로 역사적 사실과 사례에 입각해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로도 파생될 수 있는 부분이나 사회적 영향력, 같은 주제나 사건, 사실에 대해 사람들은 기억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그 반대급부로 잊고 싶어 하는 기억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에 마주하게 된다.
박물관이나 도서관, 기념관 등을 돌아보며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나 기아, 기근, 재난 등의 상황을 볼 때 이런 의미를 왜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지, 특정 지역이나 나라, 장소에 대한 언급에 치중하기보단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배우게 된다. 지금도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세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선택을 통해 삶의 목적을 이루기도 하지만 지난 사건이나 과거의 행적을 통해 더 나은 삶의 교훈을 얻으려고도 한다.
물론 책을 통해 각자 다른 방식을 택하겠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하며 기억해야 하는 대상들에 대해 한 번 쯤은 생각해 보는 것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도움되는 행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도 가슴 아픈 역사적 비극이나 각종 사건사고를 통해 아픔을 공유했던 기억이 존재한다. 다른 나라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고 인간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왜곡, 기억에서 지우는 순간, 또 다른 비극과 부정적 효과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독일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기억과 공간을 찾아서> 주로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기행 정도로 보일지 모르는 이 책은 다양한 분야와 세상, 그리고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떤 형태로 마주하며 반성하거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인문학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문학의 참된 가치에 대해서도 교훈적 메시지를 배워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서 잊혀진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 그리고 왜 기억하며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며 알아가야 하는지,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읽으며 판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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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공간, 여는 말에서 "기념관, 기념비, 박물관, 문학관, 추모관, 도서관, 소설, 영화, 음악, 그림 등은 잊기와 기억하기의 어긋난 변주곡이다"(p5)라는데 간절히 기억하기를 의도적으로 남겨 놓은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기념하고 기리기 위한 대표적인 공간이 국립 현충원이며 독립 기념관, 가족의 묘지가 아닐까. 국가적, 역사적, 가정적 기억 공간.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여운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내가 수십년이 흐른 뒤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것은 지금 내 삶에 그에 대한 기억이 간절하기 때문이듯 ... 박물관과 기록관에 보관된 유물과 유적은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가 지금 절실하게 '무엇을 잊지 않으려 하는가' 그래서 '무엇을 꿈꾸는가?'에 대한 대답이다."(p6)
기억 공간에 대한 의미와 접근 방법은 대상이나 공간의 포착에 진지한 자세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여태껏 아무 의미없이 분위기에 휩쓸리기만 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기억 공간에 대해 의미를 찾도록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기억에 대해 정확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졌지만, 우리는 기억을 왜곡하고 재구성하고 편집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내어 그 사람을 기억하고 떠나 보내며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배운다.
저자는 독일, 일본과 한국 3개국의 기억 공간을 찾아 그곳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려는지 살피고 있다. 각각 기념일, 무덤, 박물관, 유적, 문학관, 사진 갤러리 등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문이다. 기록을 넘길 때마다 뭉클해진다. 이 또한 기록에 의한 기억의 재생산의 일환이다.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시야의 관점을 배워 간다. 비현실적인 세상에 대한 것부터 현실적인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이 기록에 의한 기억의 공간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기록전달자 직업을 가진 저자의 여행기록은 읽는 독자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비록 한국이 아니더라도 느껴지는 진지함과 감동이 저자의 필력 때문인지 컨텐츠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아뭏든 하나하나마다 울컥해진다. 돌아올수 없었던 오키나와 최봉기 위안부 할머니 기록에서 최고 절정이었다. 잘 만들어진 책(冊)임이 틀림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하나둘 넘길 때마다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여행문이다. 인간의 삶과 기억을 조망하는 기록여행으로 성장하는 꿈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일독해보길 추천해본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를 말하지 못하므로 사진은 기록이 아닌 작품으로 남았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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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나무에서 출판한 안정희 작가님의 <기억 공간을 찾아서>는 전쟁, 죽음, 사고, 도시개발, 재난 등의 이유로 소멸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여행하며 적은 기행문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라 생각했지만, 저자는 담담하게 자신이 다녀온 기억 공간을 소개한다. 우리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서서히 흐릿해지는 기억과 왜곡되는 기억으로 과거 사실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작가님은 독일, 일본, 한국의 기억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전달한다.
저자인 안정희 작가님은 기록전문가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와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지금은 증평기록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기록을 전문으로 다루는 작가님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실이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은 브레멘항구의 이민박물관이다. 이곳은 ‘떠난 사람들의 집’이라 불리고 19세기부터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던 독일 이민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2005년에 세워졌다.
박물관은 항해를 마치고 뉴욕항의 앨리스 아일랜드에 도착해 이민 수속을 밟는 공간을 재현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 국민이 처음으로 유럽에 이민을 한 나라다.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 조선 기술자들은 독일로 들어갔다. 최초 3년이었던 계약은 6년, 9년으로 연장되었고 대다수 간호사는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영구히 독일에 살았다.
브레멘항구의 이민박물관은 미국으로 떠난 독일인과 독일에 이민 온 한국인의 새로운 곳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독일 뮌헨에는 이미륵 박사님의 묘가 있다. 그는 독일인이 사랑한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소설로 녹여내고 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여섯 달 동안 망명 생활을 하며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독일 뮌헨에 도착한다. 이미륵은 거처를 정하고 처음 눈이 온다고 좋아하던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는 것으로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끝이 난다.
독일의 구텐베르크 박물관에는 1974년 한국관이 만들어졌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보다 78년 앞선 직지심체요절이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박병선 박사님이 발견한 덕분이다. 선생이 직지를 발견하고 이를 입증하는 과정은 극적인 영화와 같은 일이었다. 1955년 여성 최초의 유학비자를 받았던 선생은 스승이 건넨 말을 잊지 않았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실과 국가행사 전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외규장각 의궤>를 비롯한 여러 책을 불법으로 가져갔는데 어디에 있는지 꼭 찾아보라 했다.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였는 그녀에게 하루는 동료가 한자로 적힌 오래된 듯한 책이 한 권 본적이 있다고 전하고, 이를 확인한 그녀는 이것이 <직지>임을 확인하게 된다.
일본의 기억 공간은 오키나와의 슈리성과 아리랑 위령탑,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이다. 오키나와는 과거 류큐 왕국으로 우리나라 조선과 교류했던 역사가 깊은 왕국이다.
일본은 류큐를 병합한 후 오키나와 현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생들은 일본 교과서로 배워야 했으며 황국신민으로 하나의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에 강제 편입되어야 했다. 왕국의 왕족은 슈리성에서 쫓겨나 본토와 섬에 강제 분리된 채 살고 있었고 귀족들은 왕의 몰락과 함께 집과 생활용품을 팔고 나하시로 옮겨가 월급쟁이 직장인이 되거나 시골로 낙향해 농부가 되었다.
1945년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최대 격전지였다. 주민의 1/4인 12만 명이 사망하고 주거지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종전 후 오키나와는 미국에 이양되었다. 미군정은 27년 동안 오키나와를 점령했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했다.
개인적으로 슈리성을 방문했을 당시 정전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곳 공사 현장의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슈리성은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2차 대전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소실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오키나와 나하시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 30분 거리에 게르마제도의 도카시키섬에는 두 개의 무덤이 있다. 하나는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힌 배봉기를 기리는 아리랑 위령비이고 또 하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집단 자결지 탑이다.
미군의 상륙과 함께 일본의 전세가 기울자 일본군은 섬 주민들이 미군에 생포되었을 경우 일본군의 동향을 발설할까 두려워 그들의 집단 자살을 부추겼다. 미리 주민들에게 수류탄을 나눠주고 미군이 상륙하기 전에 터트리도록 압박했다. 터트리지 못한 주민에게는 칼이나 면도날 몽둥이로 서로를 때려죽이거나 서로 목 졸라 죽이기를 강요했다.
한국의 전라북도 진안에는 ‘용당댐’이라는 같은 주제로 진안 역사박물관, 한국수자원공사 물문화관, 사진문화관, 계남정미소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문화관에는 1995년부터 용당댐이 준공된 2001년까지 댐 아래에 살았던 사람들의 댐 건설 반대 투쟁, 이주, 철거 등을 촬영한 2만 4,010점의 사진과 각종 문서, 이주하는 동안 남겨진 수몰민의 생활용품 2,255점을 보유, 전시하고 있다.
인천 강화도에는 현대 노동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심도직물 굴뚝이 자리 잡고 있으나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공장이 문을 닫은 후 무너진 굴뚝만 남았다. 2015년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굴뚝 앞에 ‘강화 심도직물 사건’을 기념하는 조형들을 세웠으나 소리소문없이 철거되었다.
안정희 작가님의 <기억 공간을 찾아서>는 기존의 여행에세이와는 다른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기록을 통한 공간의 기억이 우리에게 다음 상상력을 전하고, 과거로 돌아보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거주하는 공간 주변에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곳들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가지는 의미를 새기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나의 과거와 미래를 완성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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