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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탄생’에 이어, 그간 읽고 싶어 사두었지만 미루고만 있었던 엔도 슈사쿠의 ‘예수의 생애’를 읽게 됐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엔도 슈사쿠의 책의 순서가 ‘예수의 생애’-‘그리스도의 탄생’-‘나의 예수’로 이어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스도의 탄생에 앞선 책이고 시간 순서도 그렇게 읽어야함이 마땅하겠지만 뒤바꿔서 읽었다 해도 전혀 예수님과 신앙에 대한 믿음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 같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예수님 사후에 어떻게 사도들이 완전히 신앙적으로 회개(?)하고 깨달은 뒤 예수님의 복음과 말씀(사랑)을 목숨을 내거는 순교를 마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전하였는지, 특히 로마 제국 지배 하에서 쉽지 않은 다른 국가에 이르기까지 신앙을 전파했는지 그 여정을 그리고 있었다(끝내는 예수님 사후 어떻게 그리스도교가 탄생하고, 전세계적인 절대적인 종교가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와 비교해 예수의 생애는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절대적인 신앙의 중심 존재로서가 아닌, 인간을 닮은 더 나아가 기꺼이 인간의 고통을 몸소 겪으시며 본인의 육신을 ‘희생제물'로 바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예수님이 겪으셔야 했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물론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하기 위한 예수님의 생각과 사고가 예수님을 따르는 군중들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현실 속에서의 실질적인 결과만을 추구하는 ‘공생활’ 과정에서 느끼셨을 극심한 번민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안쓰럽기까지 하고, 왜 그렇게 군중들의 마음 속에는(심지어 제자들과 애제자 그룹인 사도들 조차) 완고함(예수님의 말씀대로)이 자리잡고, 영원한 삶을 버려두고 현세에서의 일시적인 만족에 그치려고 했는지 답답하기도 하면서, 또한 한없이 작은 존재로서 현실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그리고 결코 낫지 않음을 처절하게 느껴본다. 요한 세례자에게 가르침을 받으시고, 진정한 하느님을 찾기 위해 광야에서 금욕 생활을 하시며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 후, 하느님의 진정한 말씀은 곧 ‘사랑’임을 깨달으시며 ‘진정한 사랑’을 널리 전파하시기 위해 제자들과 선교 여정을 떠나시는 과정 속에서 예수님이 느끼셨을 좌절과 본인의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을 같이 느껴본다. 때로는 자신에게 과도한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만을 바라는 군중들의 욕심에서 오는 분노 등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겪으셨을 그리고 하느님께 끊임없이 기도하셨을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만 같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모든 부분이 다 사실에 입각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방대한 자료조사와 현지 답사 등을 통해 모여진 팩트를 기반으로 사이사이를 잇는 상상력을 동원해 전개되는 책의 내용이 그래서 단순히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라고 읽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책에도 언급돼 있고, ‘그리스도의 탄생’과도 연결되는 부분이지만 믿고 따르던 모든 것을 의탁했던 예수님의 체포와 죽음의 순간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철저하게 현실적인 타협을 했던 사도들이(제자들이) 어떻게 예수님의 부활 이후 회심하고 깨달아서 열정으로 예수님 말씀을 선포하고 다녔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어떤 계기로 철저하게 스승을 배신했던 사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며, 복음을 설파하고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힘쓰며 순교까지 이르렀는지. 엔도 슈사큐도 말하고 있지만 신앙을 믿기 전에는 신앙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께서 나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엔도가 지적하듯이 이는 이제야 하느님을, 예수님을 받아들이며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실천하면서 그분께 온전히 나를 의탁할 수 있는 길의 시작임을 깨닫는다.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올바른 신앙생활이란 무엇이고,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란 무엇이고, 나에게 있어 신앙이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 보게 된다. 그저 무언가를 바라면서, 기도했으니 당연히 복을 달라는 마음으로, 남들에게 영성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한낱 지적 허영의 도구로서 내가 신앙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일 매일 돌아보며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지금 나에게 처한 현실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어떤 의미로 주신 것인지, 늘 기도하고 들으며 그분께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여야겠다. 올해부터 우리 가족의 가훈으로 삼고 있던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나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도록 다짐해 본다. |
| 엔도 슈샤쿠의 예수의 일생이 탄생 100주기를 맞아 가톨릭 출판사에서 개정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이전의 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번 읽어서 제본이 다 뜯어졌습니다. 많은 감동을 준 책을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구입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