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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통해 장소 기억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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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통해 장소 기억을 돌아보다]-도시와 장소 기억, 한지은, 2014.   ‘오늘날 우리는 보다 첨예한 기억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일라이다 아스만(영문학자, 기억이론 전문가)-이 책 p.6에서 재인용   얼마 전, 한 친구가 1930년대 경성의 분위기를 재현한 장소에 가서 화려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일이 있었다. 그는 내게 예쁘지 않냐며 자랑했다. 한편,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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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를 통해 장소 기억을 돌아보다]

-도시와 장소 기억, 한지은, 2014.

 

오늘날 우리는 보다 첨예한 기억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일라이다 아스만(영문학자, 기억이론 전문가)

-이 책 p.6에서 재인용

 

얼마 전, 한 친구가 1930년대 경성의 분위기를 재현한 장소에 가서 화려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일이 있었다. 그는 내게 예쁘지 않냐며 자랑했다. 한편, 다른 친구는 그를 두고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어떻게 그런 데에 갈 수 있냐며, 역사적으로 잘못된 게 아니냐며 당사자도 아닌 내게 하소연했다. 나는 둘에게 모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나 스스로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렵다.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 속에 경성의 일부 부유층만이 누리던 것을 생각 없이 즐긴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화려한 장식, 고급진 분위기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기억의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우한 역사와 그 역사가 남긴 화려한 유적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두고 여러 도시가 이런 논쟁을 겪는다. 상하이는 그런 도시들의 대표 격이다. 제국주의의 지배 속에 동방의 파리, 서방의 뉴욕으로 불릴 정도로 번성했던 20세기 초의 상하이 조계지. ’올드 상하이‘, 또는 모던 상하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많이 회자 되는 곳이다. 중국 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올드 상하이를 제국주의의 결과물이자 매개체이며 농촌, 노동자, 소도시 착취를 통한 비정상적 번영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린다 존슨과 같은 학자들은 개항을 통해 근대화되고 화려하게 발전한 곳으로 해석한다. 이를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함께 한편으로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로는 중국 내에서도 올드 상하이를 예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도 한다.(이 책 p.32) 이 책은 상하이란 도시가 조계라는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바탕으로 상하이의 현실을 분석한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첫째, 상하이 조계지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변천해왔는가? 둘째, 개혁개방 이후 상하이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 노스탤지어가 이용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이 공간들에서 도심재생이 이뤄지고 있는가 

 

이러한 논의들은 중국의 역사와 사회부터 장소 기억 등에 관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친절하게 중국의 사회변동부터 다양한 지리학 이론까지 하나하나 설명하며 논의를 진행하기에 책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또한, 다양한 사례로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논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알려졌던 1920년대 상하이 공원의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에 관한 연구 등을 통해 어떻게 기억이 조작되어왔는지를 밝히는 여정은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우리가 막연히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중국의 부동산 문제, 토지소유권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틈틈이 다루고 있다.

 

지금도 우리 곁에서 기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를 둘러싼 도시 경관을 변모시킨다. 그 모습이 남아있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바뀌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도시를 볼 것인가, 누가 어떤 이유로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가.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이 생각의 깊이를 한층 더해줄 수 있을 것이다.

s********p 2020.02.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