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이런 일촌명은 절대로 아무나 지을 수 없었다. / p.83
재작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면 아래로 묻혔던 간만에 싸이월드가 들썩이는 일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이름이었다. 지금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처럼 당시에는 친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싸이월드가 있었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컴퓨터로 하다 보니 다른 점이 더욱 많지만 말이다.
최근에 싸이월드를 복구했다. 차마 내가 했다는 것으로 믿기 힘든 사진과 글들로 손발이 저절로 접혔다. 대체 당시에는 어떤 감성으로 살았길래 이렇게 답이 없는 게시물을 올렸을까. 친한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자신이 올렸다는 사진을 보내 주었는데 그 역시도 와, 대단하다 싶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 돌아가라고 하면 다시는 그런 흑역사를 생성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박선희 작가님의 싸이월드에 대한 에세이이다. 아무튼 시리즈를 나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는 책인데 얼마 전 북튜버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싸이월드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큰 공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예상처럼 너무 재미있었다. 진짜 많은 공감이 되었다. 도토리, 스킨, 마이룸 등 당시에 유행했었던 미니홈피 꾸미기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화질 픽셀화 수준의 아바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당시에는 참 재미있게 활용했었기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도토리 다섯 알 인생>과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다>라는 챕터가 참 인상 깊으면서도 재미있었다. <도토리 다섯 알 인생>은 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였던 도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도토리는 진짜 그야말로 혁신적인 사이버 머니였다. 그것으로 마이룸을 꾸미고, 홈피 스킨을 구매하고, bgm을 달 수 있었다. 저자는 도토리 다섯 알은 가볍게 맥주 한 잔처럼 딱 적당하다고 느껴졌는데 그것으로 상대에게 성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은 bgm을 타고 흐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다>는 직장 동료와의 일촌명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일촌명 작명으로 머리를 아플 시기에 저자의 직장 동료인 G의 일촌명을 보고 큰 감탄을 했다고 한다. G가 보낸 일촌명은 '20년 동안'이었다. 다정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던 일촌명이었다고 표현한다. 사실 20년동안 근속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 일촌명이 더욱 와닿았다고 하는데 저자와 직장 동료는 G는 10년 근속을 하게 되었다. 일촌명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과거의 나와 심플하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G의 작명 센스에 놀랐다.
그 외에도 신문사 후배와의 이야기를 다룬 <도토리묵과 밈, 서태지와 브이앱>을 보면서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후배는 신문 기사 옆에 설명해 주는 괄호를 무엇보다 싫어했다고 한다.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기사를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납득이 되었다. 사람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읽기 마련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뭔가 세대 간 소외 문제가 떠올랐다. 지금 현재 시대가 도토리와 싸이월드를 모르듯이 부모님 세대는 밈이라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책에 나온 것처럼 "서태지가 브이앱을 한다."라는 말에서 부모님 세대의 분들은 서태지는 알아도 브이앱을 모를 것이고, 조카 세대는 브이앱은 알아도 서태지를 모를 것이다. 관심이 없다고 해도 보게 되는 기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괄호는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싸이월드 초기부터 사용을 하셨던 분인듯했다. 그래서 세대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대학교 시절의 싸이월드 이야기는 곧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이고, 직장인 이후에 이야기는 대학교 때 친구와 함께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80년대생의 추억으로 적혀진 책이었지만 세대가 조금 이전되었을 뿐 90년대 초중반의 독자여도 뭔가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 또한 아니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잘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싸이월드를 통해 말이다. 나의 상태명을 대놓고 알리기 싫을 때 Today is @@@으로, 기분을 대놓고 말하기 싫을 때 bgm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싶었다.
얼마 전에 또 다른 메신저인 버디버디의 부활에 대한 기사도 보았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버디버디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표정으로 보이는 나의 상태와 아이디 옆에 적힌 나의 안내 문구도 말이다. 청춘의 일부였던 버디버디와 싸이월드의 부활을 기대하게 만든 책이었다. |
|
책 읽다보니 작가님이랑 나이가 같더라구요 그래, 바로 우리가 정통 싸이세대아입니까!!!ㅋㅋㅋ 아무튼 시리즈 너무 잼나게 보고 모으고 있는데 싸이월드 나온가보고 바로 질렀쟈냐요…. 그리고 순식간에 읽었쟈나요….. 기자님이시라 그런가 필력이 아쥬…빨려듭니다ㅜㅜ 그치만 더 빨려드는건….나의 싸이월드의 추억 ㅠㅠ 밤새 싸이질하고 파도타규 구썸남 및 현남편과 연애하던시절의 방명록과 사진첩댓글들…. 이제 정말 기업인수해서 싸이 오픈한다는데 ㅜㅜ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게써욤 ㅎㅎㅎ 진짜 감사합니다~~실실 쪼개기도하고 파하하하 웃기도하면서 잼난 추억여행했어요!! 강추합니다^^ |
|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자극하며, 개인적인 추억과 사회적 변화를 잘 엮어낸 에세이다. 싸이월드를 경험한 세대로서 깊은 공감과 감동을 그 시절를 경허맣지 못한 세대에게는 과거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감성적이고도 유려한 글쓰기로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