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출판사 후원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나의 이름은 / 현대문학 / 조진주]
앳된 사랑 무거운 기분 사보 제작 담당자 문의 사라진 폴더
|
|
이 소설집에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침묵의 벽>은 외부의 소음이 모두 차단되고, 귀에 들리는 건 오직 나의 숨소리뿐일 때 비로소 시작되는 자각과 충격에 대해 다룹니다. 정한영이라는 여성 연출가가 교통 사고 차량 안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동승했던 다른 남자, 즉 박은규가 살인 용의자로 몰립니다. 망자가 교통 사고 이전 어떤 타박상을 입어 의식불명이 이미 빠졌었고, 따라서 교통 사고는 은규라는 이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의심을 받게 된 겁니다. 여기서 은규, 또 그의 누이 은정이 어린 시절 심한 가정 폭력을 겪었음이 드러납니다. 정한영의 유가족과 그녀의 생전 애인은 박은규를 살인자로 이미 지목하고 나섰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는 크게 두 사건이 나옵니다. 하나는 동수 씨라는 학원 강사가 학원장을 폭행한 일인데, 이분은 자신의 이해 관계 때문에 아니라 다른 신입 강사에게 원장이 가한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다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평소에 상당수 교사들에게 약간은 밉상이었던 뚱뚱한 여학생 현지에게 노성태라는 교사가 모욕적인 말을 한 사건입니다. 학교에는 정규로 채용된, 신분이 보장된 교사가 있는가 하면, 이 단편의 1인칭 화자처럼 기간제 교사가 있죠. 주인공은 현지가 솔직히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자신까지 나설 일이 아니라 보아 서명에 불참하려 했으나 학생 현지는 뜻밖의 오해를 합니다. 그리고 동참하라는 말을 하며 꺼낸 어구가 "(자신의 행동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란 거죠. 현지는 자신을 위해 일을 벌였으나 동수 씨의 부인 은지 씨는 남편이라는 다른 매개를 사이에 하나 두고 "모두를 위한 일"을 은지보다는 덜한 확신으로 이어갑니다.
<란딩구바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느 작품(p85)의 한 구절에서 따온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소설 마지막(무서움)에 나옵니다. 젊었을 때는 일어 번역을 했고 저 작품이 2018년작인 걸로 봐서 최근까지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분인데 현재는 케이크 배달을 하십니다. 물론 케이크만 전문으로 배달하는 건 아니고 우리가 잘 아는 라이더 알바를 하시는 중인 듯합니다. 이 과정에서 못된 놈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조숙한 어린 소녀를 만나기도 하는데 아이와의 대화를 보고 비로소 우리 독자는 주인공 박정옥이 노인임을 눈치챕니다. 성함을 보고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결말이 충격이니 찬찬히들 읽었으면 합니다.
꾸미는 해주씨가 키우던 고슴도치의 이름입니다. 어느날 이 반려동물이 죽었는데 해주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분명 자연사가 아닌데 범인도 못 잡고 이 슬프고 충격적인 일에 대해 누구한테 책임도 못 물으니(1인칭 화자인 친구 선화씨 탓도 했습니다), 이 일이 자신에게 몇 년이 지나도 좌절감, 위축감을 느끼게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럼 결국 꾸미의 죽음은 하나의 핑계가 될 뿐 아닐까요? 단추라는 엄청난(?) 단서를 발견한 후 결국 술 한 잔 걸치고 해주는 최 대리를 찾아가는데...
소녀 주화영은 어려서부터 노래가 꿈이었으나 기대만큼 재능이 꽃피지 못했고 가세도 기울어 갔습니다. 첫째 꿈을 접고 펑키파니라는 록밴드의 리드보컬의이 되었을 때 그녀의 이름은 레나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낸시, 코트니 등으로 이름이 바뀔 때마다 그녀의 인생은 크고작은 전기를 맞았습니다. 코트니는 커트 코베인을 죽인 걸로 의심 받던 코트니 러브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이제 인생의 마지막 변신으로 트롯 가수 연주황이 된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계기로 그런 예명을 사장으로부터 얻고, 소설 초반의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이어 아주 비극적인 사고를 겪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고 때문에 OOO나 한 게 아니고, 적어도 약간은 먼저 그렇게 되어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다시....
어린 시절에 묘한 사건으로 만났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약간은 난감한 관계 속에서 다시 조우합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삭제 폴더 같은 존재, 사람, 사건 같은 게 있습니다. 그런 건 누구나 가질 권리가 있고 또 나름 능숙하게 할 줄도 알아야 상처를 덜 받고 야무지게 제 이익을 챙기는 거죠. "너 그때 OO 때린 일 생각 안 나?" 누군가는 분명히 기억하는 일을 누군가는 정반대로 왜곡하면서도 딴에는 철석같이 진실로 여깁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자매나 쌍둥이로 착각되는 아이들도 한 반에 몇은 꼭 있었고 선생님도 쉬운 구별을 위해 별명을 붙여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정작 소 닭 보듯 하는 일도 잦은데... 소희와 소정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너랑은 그저 좀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싶어." 그새 둘 사이, 혹은 각각의 삶에는 많은 일들이 이미 벌어졌던 것입니다.
자매라고 해도 성격, 식성 등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난감한 건 보통 부모님이죠. "내 몸에서 분홍색 모래가 쏟아지는 꿈이었다. 흩어지는 모래를 보며 어쩌면 조금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꿈에서 쏟는 눈물은 대개 자기 연민애서 비롯한 게 많죠.
아직은 약간 젊은 듯한 고모와 그녀의 시어머니. 시어머니는 그저 평범한 시어머니는 아니었습니다. 이해할 수없는 건 오히려 고모이고, 지독한 일도 시간이 지나면 질끈 눈을 감아 넘어갈 수 있으니 지레 포기하지는 않아도 되겠죠.
아홉 편의 단편은 생경한 듯 하면서도 친근한데, 낯선 불편함처럼 느껴지는 대목도 사실 우리가 여태 꾹꾹 눌러왔던 어떤 두려움, 비겁 등을 수면 위로 끌고 와 되새기게 만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개운하면서도 찜찜하기도 한 이 맛은 무엇일지.
|
|
다시 나의 이름은 저자 조진주 단편 소설. 처음 읽는 저자의 소설이었다. 다친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아홉 가지 희망의 전언 이라는 말을 보고 읽어보고 싶었던 소설책이다. 저자는 201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이 첫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침묵의 벽>에 담긴 이야기는 전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자신에게 전화가 왔던 침묵 속의 통화를 기억하며 답을 찾는 이야기가 담겨있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는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한학생이 학교를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란딩구바안> , <꾸미로부터> , <나의 이름은> , <베스트 컷> ,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모래의 빛> , <나무에 대하여> 모두 누구의 일상 속에서 겪는 갈등과 상처의 순간들을 담았다. 총 9개의 단편 이야기는 모두 다 재밌고 좋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여운이 길었던 이야기 <베스트 컷>을 소개한다. 주인공 현기는 생활가전을 취급하는 한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회사는 6개월 후 업무평가 기간을 거쳐 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현기가 원호를 회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원호는 조금 껄끄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국 멸치 새끼’라는 별명이 있었던 왕따를 당했던 친구 원호였다. 현기의 기억 속에 원호는 왕따를 당했던 아이로 기억이 되어있지만 원호는 아니었다. 오히려 현기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회사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굳이 안 좋은 기억을 정정할 필요까지는 없었던지라 그렇게 현기는 원호 덕분에 이미지가 좋아진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히 바뀌어 간다. 원호가 만들어낸 현기의 이미지 속에서 현기는 원호 때문에 한순간에 추락하게 된다. 현기의 왜곡된 기억과 원호의 진실은 무엇일지 찝찝한 결말로 이야기는 끝난다. 대부분의 이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결말이 속 시원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약간의 찝찝함이 남는 결말이긴 하지만 이것 또 한 우리의 일상 속에 겪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것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각가 에피소드에서 여운이 남던 소설들이었다. 평소 단편소설을 좋아하거나 잔잔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며 서평을 마친다.
|
|
『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소설집 현대문학 ? ‘남아 있는 이름은 무엇인가’
남중국해와 오키나와에 걸쳐있던 장마전선이 북상했다. 오랫동안 오키나와를 할퀴었던 장마전선은 일본 열도를 할퀴고 한반도로 올라왔다. 이번 주말부터 작년보다 늦은 장마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길고 긴 장마로 많은 피해가 났는데, 올해 장마는 또 얼마나 삶과 세상을 파괴할까? 전선戰線의 군단軍團처럼 저벅저벅 몰려오는 장마전선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삶처럼 읽힌다. 장마에 삶과 세상은 밑바닥까지 젖는다.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조진주의 『다시 나의 이름은』이라는 소설집을 읽었다. 이 소설집에 실린 9개 단편소설에 삶의 슬픔과 고통이 소용돌이친다. 삶의 슬픔과 고통은 장마전선처럼 피할 수 없는 어둠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어둠 속에 떨고 있다. 어둠 속에서 작가는 삶의 슬픔과 고통을 밑바닥까지 겪고 들여다본다. 왜냐하면 작가는 삶의 슬픔과 고통을 끊임없이 느끼고, 그것들을 글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조진주 작가는 그 슬픔과 고통을 담담하게 겪고 단단한 문장으로 연주했다.
‘란딩구바안’이라는 단편소설에서 정옥은 할머니 배달원이다. 추운 겨울날 그녀는 지하철에 올라 강남의 한 맞춤형 케이크를 중랑구 가정집까지 배달한다. 하지만 두 정거장을 앞두고 지하철이 고장 나서 정옥은 추위에 떨며 걸어서 배달한다. 좁은 길로 들어선 정옥에게 술 냄새를 풍기는 남자들 중에 갈색 머리가 큰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혹시 불 없어요. 불?” 정옥은 못 들은 척 그 옆을 지나려 했다. “할머니, 왜 내 말 무시해요? 혹시 불 없어요?” “조용히 좀 해, 병신아.” “아니, 할머니가 내 말을 씹으시잖아. 할머니, 그거 들고 가는 거 케이크 맞죠? 요즘은 케이크 팔 때 성냥 같이 안 주나?” “미친 새끼.” 덩치 큰 남자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정옥은 케이크 상자를 슬며시 몸 옆쪽으로 감추고는 걸음을 좀 더 빨리했다. “와, 할머니. 내 말 안 들려요? 혹시 귀가 먹으신 건가?” “시끄러워, 새꺄.” “아니, 왜 다 나를 무시하냐? 이제 늙은 년도 나를 무시하네.”
삶은 이토록 너절하고 추하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어두운 상황을 겪는다. 이런 어둠이 가속적으로 몰려온다. 정옥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결혼 후 출판사를 그만두고 번역 일을 맡아했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그녀는 생활비를 벌면서 아들을 키웠다. 남편과 사별 후 정옥은 30여 년 동안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며 생활을 꾸려 아들을 장가까지 보냈다. 이토록 아름다운 삶이 좁은 길에서 모욕당했다.
‘나의 이름은’이라는 단편소설에서는 직업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삶을 말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소리를 하며 명창을 꿈꾸던 주화영은 국악 전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소리는 취미 정도로 하고 무난한 삶을 원하던 부모의 기대와 달리 그녀는 명창이 되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주화영은 기울기 시작한 집안 사정과 맞물려 대학을 포기한다. 그녀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화영이라는 이름은 레나로 바뀐다. 어느 중소기획 소속사에 들어가 ‘펑키파니’라는 혼성 크로스오버 밴드 보컬로 활동하게 된 주화영은 레나라는 활동명을 얻는다. 그룹이 해체되자 레나는 오디션을 보고 트로트 가수가 된다. 트로트 가수로서 얻은 이름이 연주황이다. 바뀌는 이름이 삶의 어둠처럼 읽힌다. 이제 남아 있는 이름은 무엇인가? 이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처음 이름을 얻었던 곳으로 간다.
“단지 의문을 품었을 뿐입니다. 어째서 누군가는 그 존재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는 자기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것조차 알릴 수 없게 되는지요. 다른 이가 아닌 내가 이 세상에 있어야만 하는 정당한 까닭이 궁금했습니다. 그 명분을 얻기 위해 유일하고 불가변한 이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나를 지칭했던 많은 이름들은 바다로 떨어진 빗방울처럼 수많은 이름들 가운데 쉽게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많은 이름들을 거치는 동안, 나는 점점 텅 비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그 답을 구하기 위해 내가 처음 이름을 얻었던 강원도로 떠났던 것이었습니다.”
연주황은 답을 구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녀가 탄 버스가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실종된 연주황은 결국 죽음을 당했다. 이름을 바꾸어가며 견디었던 삶이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처음 이름을 얻었던 곳으로 가는 길이 죽음의 길이 되고 말았다. “등단 후 쓴 당선 소감문에서 나는 조금 거창한 이야기를 했었다. 대충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글을 쓰면서도 의심스러웠다. 누군가를 온전히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때도 지금도 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금 아는 척을 해볼 뿐. 그러나 알아가고 싶은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다시 나의 이름은』이라는 소설집은 조진주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은 잘못된 삶에 대한 답과 남아 있는 이름을 찾아가는 험한 길이 놓여있다. 누구나 답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조진주 작가의 소설은 그 길 위에서 담대하게 견디고 싸우는 힘을 준다.
주말에 많은 장맛비를 뿌리고 남하했던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을 할퀴었다. 집이 무너지고 삶이 파괴되었다. 그 어둠의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억수로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분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빗방울이 튄다. 삶과 세상에 걸쳐있는 어두운 장마전선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것에 맞설 것인가, 아니면 물러설 것인가. |
|
1985년생으로, 2017년 현대 문학으로 등단한 '조진주'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최근 출간된 한국 소설을 거의 못 읽어서,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는데... 차분하고 정돈된 프로의 문체, 문장력에서 작가의 글이라는 완성도와 내공이 느껴진다.
엮인 단편들의 주제나 스토리, 인물들도 흥미로웠는데.. 작품 속 캐릭터들은 정의롭거나 현명하거나 용기 있거나 하는 와중에도 이기적이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편안함과 내심 잇속 차리려는 면모, 또는 어릴 적 트라우마, 상처, 연약한 부분, 공통적인 불안과 책임감 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한 편에 감정 이입 하려다가도, 딱히 누군가를 편 들수도 없는 모호한 위치와 입장에 놓여 각 인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소설 속 누군가처럼 도움과 증명을 받아야 할 입장이었을 수도, 주인공처럼 무력하고 타인에게 이기적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각 스토리가 빨리 휘발되지 않고, 가슴 속에 어떤 물음이나 깊은 잔상을 남기고 있다.
약자들이 내포하고 있는 폭력성과 자기 중심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한때 소중하고 고마웠던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안전성과 양심 또는 이익 등을 전적으로 포기하지 못하고 그리고선 내심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갈등과 혼란, 원망감 등을 느끼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약함과 딜레마, 풀리지 않는 불안을 통찰하기도 한다.
부드럽고 잔잔하면서도 위트와 무게감도 겸비한 작가로 보여 앞으로 조진주 작가의 다른 작품을 관심 갖고 지켜볼 것 같다.
과연 우린 어떤 얼굴과 이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지...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집~!
|
|
9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져있던 소설집으로 작품마다 여러 감정을 들게 했던것이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다. 침묵의 벽이라는 소설에서는 한동안 연락하지 않던 연인 은규에게 걸려온 마지막 전화를 받은 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저녁 9시쯤 37일 동안 연락하지 않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1분간의 침묵 끝에 전화는 끊겨졌고, 다음 날 은규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은규와 동승했던 연극 연출가였던 그녀는 사망을했는데, 부검결과가 은규를 살인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주인공이 일할때 마다 불필요한 노이즈가 생겼고, 트라우마가 있는 은규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하고 있었다. 억눌린 소리에 대하여 그날 침묵했던 전화통화와 은규에대해 침묵하고 있는 주인공의 상황을 계속 떠오르게 했다. 가장 시끄러운건 주인공이 작업할때 들리는 노이즈였으나, 노이즈는 제거할 수 있는 방어막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노이즈를 제거하고 주인공은 조금 더 자신에 대해 은규에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과 베스트 컷에서는 정규직 계약을 눈앞에둔 기간제 계약직 교사와 6개월 계약직 근무 후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앞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자신의 반 아이와 선생님의 트러블에서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에 서있는 담임선생님인 주인공과 평가기간중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과 동료직원사이의 어떤 사건으로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한 이야기가 공통되고 있었는데, 겉모습은 평온하지만 상황이 진행됨에따라 계속되는 주인공의 불편한 불안감들이 계속되었으며, 인간은 자신이 유리한쪽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공평함은 자신이 그 사건에 얼마큼 관여하느냐에따라 달랐다. 그것의 정도에따라 화가되어 타인에게 내뿜어지기도하고 방어기제처럼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 작품마다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숨겨진 내면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한 소설이었기에 조금 불편하기도했고, 속이시원하기도 했다.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듯 내보여준 여러 감정들을 같이 나눈 시간이 기억에 남던 소설이었다.?? |
|
"다시 나의 이름은"
나는 전혀 멀쩡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어 주었다.거의 멀쩡한 게 아니라 완전히 멀쩡했어야 했다.거의라는 말은 언제든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아니,사실은 괜찮아진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그는 종종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환청을 이용하곤 했다.어쩔 수 없어,환청 때문이야 그러니 날 이해해야 해.한때 나는 내가 그를 바꾸어놓았다고 착각했다.적어도 그에게 숨 돌릴 곳을 마련해주었가고 그를 가여워했던 게 잘못이었다.그건 내가 이해해야 할 영역이 아니었다.그런데 그게 정말로 내 잘못인가.
P.18
우리는 물질 만능주의세상에서 모든것이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물론 그렇다고 모든이들이 그 모든 혜택을 다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테지만 말이다.돈이 있다면 모든것이 가능한 세상!!돈으로 안되는것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하지만 그렇게 물질로 모든것이 해결될 꺼 같아도,완벽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미흡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모든것을 다 가진듯 살아가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인간은 자신 마음속에 어쩌면 수많은 고통과 욕망,상처들을 감춘채..아니 감춘다는 표현보다는 그것들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을 모른채 오랜시간 마음속 어느 귀퉁이에 몰아넣고 있다가 어느샌가 무뎌져버린 감정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무감각해진채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닐까.마음을 다치더라도 그저 흘러버리고 말아버린 순간들을 이책을 이야기한다.그리고 그 마음들을 치유하는 순간의 찰나들을 이야기한다.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순간들을 주인공이란 존재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총 아홉편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조진주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고 했다.처음은 언제나 의미가 있고 미흡하기도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존재할수도 있고 아니 그럴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온 삶도 처음을 회상해보면 미흡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하지만 이책은 전혀 그렇치 않은 완성도 높은 소설을 선보인다.첫 소설집이라고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아홉편의 이야기들을 찾아 떠나보자.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상처받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각기 다른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의 사연들을 따라가다보면 결국엔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상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각자의 사연속 단면들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강한 여운들을 남긴다.끝맺음을 뚜렷히 해놓지않은 열린 결말들이 존재하면서 스스로 결말을 생각해나아간다.왜라는 말로 시작해서 당연치 않음을 말하고 그래야만 했음을 말한다.그들의 이야기는 각각의 매력으로 다가와 읽는내내 마음에 닿았지만 단편소설의 특성상 모든 이야기를 나열할 수는 없지만 첫번째 이야기인 '침묵의 벽'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그날 밤 은규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사람은 나였다' 로 시작한 문장들에 써내려간 이야기..은규와 그녀는 3년을 연인으로 지냈다.그리고 잠시 떨어져지내기로 한 시간이 37일째 되는날 막 퇴근을 해서 힘든채 축 늘어져 있는 그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고 은규였다.하지만 은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잠시간의 침묵만이 흐른뒤 끊어버렸다.그리고 은규는 그후 말을 할수 없는 침묵에 갇혀있다.같은 극단에서 일하는 정한영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정한영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은규는 혼수상태라고 했다.단순한 교통사고인줄만 알았지만 정한영의 뒤통수에서 상처들이 발견되었고 교통사고로 생긴 상처가 아님이 밝혀지면서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사건이 되어버렸다.정한영의 집에서는 두사람이 같이 술자리를 벌인 흔적이 발견되었다.두사람은 평상시에도 사이가 좋치 않은 사이였는데..왜 그 두사람은 그렇게 발견되여야만 했을까.은규의 누나와 정한영의 애인을 만나며 그녀는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은규의 침묵은 절망으로 다가온다.어린시절 은규의 누나는 지속적인 부모의 학대를 받았으며 학대 당하는 누나를 보면서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항상 귀를 막은채 침묵으로 세상속에 홀로 던져진것 같았다고 그녀에게 말했다.그리고 어린시절의 상처로 인해 늘 은규는 환청에 시달렸고 힘들어했다.그녀와의 사이도 환청으로 인해 모든걸 용서해주며 이해해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이는 은규에게 지쳐 스스로 은규를 떠났을지도 모른다.은규의 침묵은 이어지고 그녀는 절망하지만...진실은 분명 존재한다.그녀는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은규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보여주지만 이 소설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작가는 소설의 마무리를 책을 읽는 독자에게 여운이라는 단어속에 숨겨 놓았을지도 모른다.그 여운은 한편한편의 소설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무심한듯 흘러보낸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으며 감춰진 각자의 마음에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 이 소설이 아닐까 싶다.읽는내내 단편소설의 묘미답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를 생각하며 읽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꼭 읽어보길 추천해본다.
|
|
이 책 『다시 나의 이름은』은 9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신예 작가 조진주의 첫 소설집이다. 9편의 각 소설마다 성별과 연령이 다른 주인공(화자)이 등장하며 삶의 고통과 고독을 노출시키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각 소설 속에서 저자는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예리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하철 택배 서비스를 하면서도 못다 이룬 꿈을 마음에 품은 할머니(「란딩구바안」), 무대 위를 전전했으나 끝내 무명으로 남은 트로트 가수(「나의 이름은」), 학창시절 왕따 친구를 직장 상사로 만나게 된 계약직 사원(「베스트 컷」), 철없던 시절을 함께 보낸 단짝친구와의 추억을 뒤늦게 그리워하는 여성(「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 무엇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서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상처를 생생하게 목도하게 이끈다. 오랜만에 문학성 짙은 작품들이 독자로서는 고맙기만 하다.
아홉 편의 작품 속 주인공의 상처가 모두 인간의 욕망이 낳은 갈등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각각의 화자들은 꿈과 이상, 영원한 사랑, 정의와 도덕, 정당한 대우를 원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거나 방해 요소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인간다운 삶’과 멀어져가고, 저자는 “왜 어떤 고집은 열정이 되고, 어떤 고집은 아집이 되어버리느냐”(「나의 이름은」)는 묵직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무게에 지친 모든 이들’의 이야기와 맞닿게 된다. 마치 산업화 시대 집과 일터만 오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직장 생활이 싫어 장사를 하지만 더 고약한 손님에게 멸시를 받는 순간의 분노를 삭이는 듯한 소시민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감정의 과잉이나 무기력함으로 인해 타인과 주고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무너지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 처참하게 무너지도록 방치하느냐,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빠져나오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이 소설집은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응당히 누려야 하는 인간다움을 방해하는 요소와 이별하고 ‘진짜 나의 이름’을 찾기를 권한다. 즉, 현실에서 스스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소설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홉 개의 단편 속 세속적 갈등 상황이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빗대어보게 만들지만, 그 끝에서 모두가'“함부로 대해도 좋을 사람은 아니'(「란딩구바안」)라는 따뜻한 희망적 메시지를 건네준다. 매 문장마다 담담하고 묵직한 울림을 담은 ‘희망의 전언’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선물처럼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등단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며 발표한 아홉 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책에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진주식 문학 세계로 응축된 문장의 힘과 따뜻하고 선명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고독과 고통의 장면을 관조적인 시선과 밀도 높은 문장으로 구현하며 주목받고 있다. 신예답지 않은 노련한 문체와 '분위기의 형상화'에도 성공적인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고 문장과 문장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소설가 김숨)지면서 “깊고 고요하고 느리고 무거운 분위기가 응축”된 탁월한 문장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단편소설이 해내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인 분위기의 형상화”(평론가 백지은)를 구축해내고, 삶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예민한 갈등의 지점을 선택하는 통찰력을 선보인다. 또 그 속에서 보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상처를 진실되게 그려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단과 문단에서 평가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안지영은 "조진주 소설에 등장하는 비겁한 인물들을 비양심적인 괴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이들의 행동은 인정을 받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사회적 압박감과 불안 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우리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작가는 그러한 속물적 욕망이 어떻게 우리의 인간다움을 박탈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이러한 세계에서 ‘나의 이름’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하다. 다만 그 불안의 표정을 타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는 기술을 나날이 발전시켜가며 태연한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가면은 견고해지고 그 내면은 텅 비어간다.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에도 무감각한 괴물이 되어간다. 이 소설집이 쉽게 상처를 입는 연약한 피부 혹은 살갗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고 작품집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연주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날을 기억합니다. 곡 녹음 날짜가 잡히고 사무실을 찾았던 날이었지요.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점심 무렵이 지나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의 손에 들린 믹스 커피의 달달한 향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콘셉트와 앞으로의 활동 방향 따위를 설명하던 사장이 툭 던지듯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름말인데, ‘연주황색’할 때 그 연주황 어때? 부르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쉽고.” 연주황요? 하고 되물었던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하고 많은 색 중에 왜 연주황일까, 궁금했을 뿐입니다. “우리 딸내미가 요즘 연주황색 크레파스만 쓰더라고. 크레파스 통을 보는데 그 크레파스만 짜리몽땅해. 거기서 내가 딱 이거다, 싶었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수가 되라고 말이야.” - p.139, 「나의 이름은」 중에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이름은 아프다. (……) 누구도 불러주지 않아 사라지는 이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꼭 기억해야 하는 이름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사라져가는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몇 번이라도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그렇게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이름들을 만났다. 사랑하는 이름들, 고마운 이름들, 절대 잊지 못할 이름들, 잊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희미해졌을지도 모르는 이름들. 그들의 이름이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다정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불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름도. 우리의 이름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스케치를 모두 끝내고, 나는 들고 나갔던 고모부의 사진을 다시 끼워 넣기 위해 그녀의 무릎 위에서 앨범을 조심스럽게 빼내 쇼파로 가져왔다. 사진이 있던 자리를 찾아 끼워 넣은 뒤 앨범을 덮으려다가 한 장씩 넘겨 보았다. 그곳에는 그녀의 가족이 보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고모부는 조금씩 자라났고, 고모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점점 나이를 먹었다. 종종 그들과 함께 등장하는 마당의 나무는 조금씩 허리가 굽어가고 있었다. 앨범 맨 뒷장에 이르렀을 때 처음으로 고모가 등장했다. 거실에 앉아 웃고 있는 고모와 고모부의 뒤로, 휘어진 나무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고모의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모두 나무가 되어가고 있구나……. 아직 식지 않은 열기를 느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p.276, 「나무에 대하여」 중에서
저자 : 조진주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어’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소설집 『다시 나의 이름은』을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
[다시 나의 이름은/조진주, 현대문학] 9가지 단편소설로 보는 나의 정체성 알아가기
책을 읽다가 보면 정말 내 스타일의 책을 찾곤 한다. 가끔은 어떤 분이 나에게 그러시더라... 책은 이쪽만 읽으시나봐요? 그래 맞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종류를 찾아 떠나다 보니 한 곳으로 치우는 것을. 그중에서 나는 소설을 잘 안 읽게 된다. 뭐랄까? 상상과 작가의 허구를 바탕으로 이뤄져 있다보니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하면서 내 나름 혼동스러울때도 있다.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작가를 찾아 읽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간편하게 에세이를 즐겨 읽는 것 같다. 올해, 참 다독으로 이끌어가던 중 우연찮게 단편 소설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다시 나의 이름]은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조진주 작가이다.
신인 작가라기엔 내가 읽으면서 어쩜 소설 속 허구일까 하면서 요즘 우리 일상을 보듯 고대로 전해져 오는 건 뭘까? 9가지 단편소설 속 우리 일상과도 어울어진 이야기. 조진주 작가만의 매력으로 빠지듯 나의 정체성을 알려주기에 충분한 단편 소설이었다.
다시 나의 이름은... 책 제목속 단편소설 9가지 중 한편이다. 연주황으로 살아가는 주화영이야기. 요즘 트롯 대세를 몰아 국악을 전공하신 분들이 트롯 음악까지 함께 하시는 걸 종종 보곤 한다. 트롯이 대세다 보니 정말 요즘은 티비에 나오는 분들이 다 트롯... 감정이입이 되었을까? 내가 아는 지인도 작곡가를 나와, 다양한 음악 세계에 빠지다 보니 작곡과는 별개로 트롯가수를 하고 있는데, 이름도 여러번 바꾼 터였다. 어쩜 소설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인 마냥, 작가만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빠져들게 하지만, 나름 무언가를 던져준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갔던 마을 경로당. 할머니들의 재롱에 노래 잘한다 칭찬듣던게 계기가 되어 주화영이란 아인 구슬픈 한이 담긴 포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가 반대하던 길로 가게 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그게 아닌데...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삶이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다. 주화영 이란 이름을 바꾸고 연주황으로 살아가기. 애석하게도 삶이 추락사고로 죽음에 이르는데... 단편소설의 몰입감과 함께 요즘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는 듯 합니다. 연예인이란 직업 속에 삶은 녹록치 않은 삶을 보여주면서 내 뜻 대로 정한 이름 없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9가지 색다른 매력적인 단편소설로, 요즘 우리들의 일상적인 소재마냥 몰입감은 최고였다. 조진주 작가만의 개성 넘치는 글과, 맥락, 그리고 허구보다 있을 법한 이야기 주제가 하나같이 우리 일상과 잘 어울려 한 번 읽고 넘길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름 생각을 던져주고, 시사하는 이야기가 많은 소설다웠다. 교통사고의 미스테리 사건 침묵의 벽, 기간제 교사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우리 모두를 위한 일... 9편의 단편소설로 우리의 일상과 함께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를 던져준다.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