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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라시아 대륙의 험지들을 가로로 가로지르며 형성된 모피로드의 개척 역사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모피로드가 개발되는 시기 순서대로 지역별로 개척되는 시대적 배경과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는 16세기 중반부터 21세기 현재까지 대략 450년이 넘는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모피로드가 형성되기 위한 배경 조건들을 당시 국가적인 교역 경제와 영토 문제 관련 외교적인 관점에서도 서술하고 있다.
책의 저자는 러시아 전문가 윤성학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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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는 실크로드라고 알려진 2000년이 넘는 오래된 길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또 하나의 길인 모피로드는 상대적으로 젊은 통로여서 그런지 인지도가 낮게 느껴진다.
모피로드는 말 그대로 털 짐승의 가죽 ‘모피’를 상품으로 교역하기 위해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사용되던 통로로서, 러시아의 우랄 산맥을 넘어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와 캄차카반도의 페트로파블로프스키까지 연결된다. 20세기 들어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 노선으로 대체되며, 현재는 내륙이 아닌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의 개통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왜 그 동안 모피로드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역로가 여러 국가들을 통과하는 국제적인 통로가 아니라 러시아의 영토 내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지적대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궁극적인 경제적 실패가 명성을 묻히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모피로드가 저절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이루어진 역사였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거친 코사크 원정대와 수많은 시베리아 원주민 사이의 폭력, 폭력에 가까운 시베리아 자연 환경 혹독함 과의 싸움은 ‘생존’과 ‘욕망’이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큰 동기와 자극으로 작용하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모피로드의 발달 과정에서 한국과도 등장하지만 미미한 역할로 만나게 된다: 19세기 중반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서 연해주 지방으로 조선인 유민이 생겨나게 되고 조선인의 좋은 이미지는 얻게 되지만 국제 정치적으로 조선의 지위는 서구 열강들의 먹잇감에 불과했다는 역사적 냉정함을 당시 외교 상황을 통해 깨닫게 된다: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석한 러, 일, 청, 조선의 외교대신들이 서로 비밀리에 만나 벌이는 외교적 협약과 거래에 대한 서술은 국제정치 판의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피로드가 과거에 그저 그랬다면 앞으로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저자는 대륙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더불어 해상의 북방항로의 연결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한국의 최고 지도자의 극동지역의 물류 교류 확대 필요성 인식을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북한의 개방이나 러시아의 항로 개방권 같은 변수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러시아가 청나라나 일본과 조약을 맺는 과정에 대한 묘사 부분이다: 물론 영토 경계를 확정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합의하기 위해, 대화와 위협, 일대일 거래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본처럼 상대국가가 처한 현재 상황과 전략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정보력이나 청나라처럼 군대의 힘으로 자신의 요구를 압박하는 실력 행사 위협은 현재 외교 세계에서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특징적인 면을 그대로 나타내는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모피로드의 개척 역사뿐 아니라 관련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역사와 외교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07443)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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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로드] 제목이 주는 생경함에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거시역사의 장구한 흐름 속에서 실크로드나 초원길(스텝로드)이 보여준 그 거대한 존재감과 웅장한 서사들을 떠올리며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다. 허나 책을 다 읽은 후엔 오직 한가지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하다. 이 길을 과연 '모피로드'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사는 그 목적과 과정이 스페인의 아메리카대륙 정복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는데, 결국 모피를 얻기 위한 약탈과 살육의 연대기이며 시베리아 원주민에 대한 침탈과 식민화의 역사이다. 러시아에게 시베리아는 모피라는 고부가가치 재화를 거저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화수분 그 자체였는데, 그 땅에 살고 있던 120여개 부족 20여만명의 원주민들은 여전히 동물 뼈와 석기를 사용하는 미개한 노예들일 뿐이었고 이런 원주민들에게는 회유를 위한 가식과 위선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기에 러시아는 폭력이 가진 효율성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기댈 수 있었다. 이 자비없는 폭력은 결국 그 것이 수반하는 파괴의 비효율성이 효율성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러서야 통제 되기 시작했으나 시베리아 원주민의 운명은 모피를 위해 피부가죽이 벗겨진 채 씨가 마른 검은 담비나 북극여우, 해달 등의 동물들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떨어져버렸다. 이런 참담한 역사를 품고있는, 피웅덩이와 뼈무더기로 이루어진 그 길을 그저 '모피로드'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 것일까? 양방향의 교역로가 아닌 그저 일방향의 약탈로였던 길을 말이다. 만약 우리가 임진왜란전쟁에서 왜에게 정복당했다면 이 또한 일본이 고부가가치 상품이자 위신재인 도자기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개척한 '세라믹 로드'라 불리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착잡해진다. 모피로드라는 이름은 학계에서 명명법에 따라 지은 가치중립적 명칭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탈과 폭압의 역사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에 의도 되었건 그렇지 않건 결과적으로 제국주의가 자행했던 가장 거대한 규모의 범죄가 은폐 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자간 우열이 모든 것에 우선했던 지난세기의 과오를 딛고 이제 호혜의 미덕을 최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21세기 지성의 흐름에 맞게 모피로드라는 이름도 다시 명명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피로드의 역사에 대한 감상과 별개로, 저자는 이 모피로드가 대한민국의 국익에 미칠 이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1세기 러시아의 신 모피로드는 두 갈래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북극항로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이다. 러시아는 이 신 모피로드의 동쪽 끝에 닿아있는 아시아-태평양 경제권과 연계해 나날이 쇠퇴해가는 시베리아지역의 부흥과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자 하는 사정이 있으며 모피로드의 종착지에 위치한 우리나라도 이 길을 이용하면 유럽까지의 운송시간이 10여일 정도 단축된다. 허나 저자는 이 신 모피로드가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의 한 축을 차지하기엔 아직 불안요소가 많은 점도 지적하며 다만 그 가능성까지 섣불리 경시하지는 말자는 정도의 소개로 마무리 하고 있다. 책의 단점은 우선 다듬어 지지 않은 문장이 계속, 특히 책의 후반에 갈 수록 눈에 띄게 보인다는 점이다. 어느 책이든 오타나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있기 마련이지만 [모피로드]는 후반부로 갈 수록 다른 책에 비해 많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표지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요즘 출간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책들도 '리커버 특별판'으로 재출간 될 정도로 커버 디자인이 독자들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나 역시 커버 디자인이나 책 제목의 폰트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곤 하는데 [모피로드]의 커버는 책이 담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기에 빈약한 디자인이라 아쉽다. 좀 더 무게있는 표지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허나 책 [모피로드]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기에 숙독할 가치가 충분히 높다고 생각한다. 350페이지 정도의 적절한 분량에 시베리아의 역사는 물론 러시아와 한국의 접촉도 빠짐없이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1.러시아의 시베리아 정복 2. 러시아와 한국 3. 신 모피로드와 한국 이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조선 효종때의 '나선정벌'로 기억하는 한국과 러시아와의 첫 조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그리고 조선말 고종과 민비가 의존했던 러시아제국의 입장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특히 굉장히 유익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