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캐니 밸리', 불쾌한 골짜기. 이는 인간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출판계에 종사하던 기술 비전공 여성으로, 전자책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을 거쳐 오픈소스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그가 회고하는 실리콘 밸리는 '팽창인 동시에 소멸이며, 축약된 세계이자 의미심장한 증상'이다. 성과주의, 능력주의가 모든 가치를 대변하고 대체하며 동시에 여성혐오가 판치는 세계의 축소판. 다양성은 효율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모든 것은 계량화된 지표로 환원되어 인간의 발 아래 놓여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효율성을 바탕으로 설계된 세상 속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삶'을 좋아하는 애나 위너는 시종일관 모종의 불쾌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라디오를 듣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렇다 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긴 소설을 읽고 박물관을 배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더 많은 스톡 옵션을 보유하고 싶고 멋진 휴양지와 화려한 파티의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자기 자신에게. 성공이나 물질적 욕망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를 결코 외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지적 허영심'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책임감을 일깨운다.
서점에 갔을 때 이 책은 경제/경영 매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읽고 나니 한 편의 에세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짜여진 각본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같기도 했다. 리베카 솔닛의 말마따나, 급변하는 이 세계에 관한 흥미진진한 진단서이자 믿음직스런 다큐먼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