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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김남이/고요아침/2021
여린 제목의 단단한 시
연둣빛 표지에 서정적인 제목을 단 시집 한 권을 만났다. 반은 서정시가 반은 생활시가 한 권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한 편 한 편이 다 별처럼 빛난다. 세상 모든 상처가 별의 이마로 가려지면 통증이 덜 할까? 흉터가 덜 할까? 상처 난 자리가 더 단단해질까? 별과 상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시집을 낸 김남이 시인은 상주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내 몸에 꽃잎들 피어났다/ 비탈 아래 주춤대는 걸음들에게/ 뜻밖의 꽃길 되어주는// 나의 꽃잎들/ 핑그르르// 떨어지는 것은/ 오늘도 꿈을 꾸는 것이겠지// 연둣빛 잔디 위에 앉고 싶은 꿈/ 새로 태어나고 싶은 꿈// 그러나 여기 씩씩한 또 하루는/ 여리고 환한 너의 것// -「비탈에 선 벚나무」 일부분 (26쪽)
조왕신 성주신 다 불러들여도/ 혼자서는 재울 수 없는 이 열꽃// 엄마 찾아가면/ 망초꽃도 배롱나무도/ 봉분 곁에 한 식구로 해쭉거리는데// 나는 도무지 읽을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세상이라니요// - 「열꽃이 피었어요」 일부분 (116쪽)
눈 덮인 거름 산 정상에/ 올라서고 싶은 최초의 열세 살이 있네//히말라야 봉우리를 안은 듯/ 환한 얼굴 하나/ 털모자 털장갑의 한겨울 속에서/ 하늘에 경배하듯 두 팔도 뻗쳐 올렸는데// 아래채 지붕보다 우뚝하게 솟아/ 한순간 나를 띄워 올린/ 설산은 지금 어디 있나// 거친 손발로 구질한 한숨 다 덮어버리는/ 각설탕처럼 달콤한 눈/ 천왕봉 대청봉 품은 명산이길/ 얼마나 꿈속 헤매고 다녔던가// 그러나 눈은/ 좀처럼 산이 되지 못하네// 코 막고 멀찍이 돌아가고 싶은 뒷마당엔/ 거름 더미만 높네/ 들끓는 악취와 구더기 다져 넣고/ 알 듯 모를 듯 깊어가던 거름 산// 한 겹 눈부신 흰 눈 아래/ 꽁꽁 얼어붙은 봉우리였네// -「어쩌다 사진 한 장」 전문 (120쪽)
제목도 그렇지만 한 행 한 행이 눈앞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툭 건드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알 듯 모를 듯한 산봉우리 연결되듯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고 보면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듯도 하다. 이 시집이 뜻밖의 꽃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난해한 시들이 많은 요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시집이다. 서정 시집에 목말라 있던 이들에게는 소나기 같은 시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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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려고 자꾸 다짐하는 한낮의 태양과 한쪽뺨이 그늘진 노을도 골고루 먹고" 등단작 '은단풍'의 위 구절에 꽃혀 오랫동안 기다려온 김남이 시인의 첫시집이 드디어 나왔다. '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라는 시집 제목도 위 구절과 상통하는 시인의 삶의 자세에서 길어올려졌을 것이다. 먹이에 달려드는 개미나 파리, 폐지 줍기 초보 할머니, 자동화 기기 사용에 서툰 소시민 등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에는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눈빛과 연민이 동시에 읽힌다. '지나간 어둠을 조금 더 부어 끓이곤 했다'(54쪽), 이런 문장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공감가는 부분이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럴때 자기 삶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은 그 상처를 또 다른 에너지로 승화시킨다. 어둠을 더 부어 끓이며 스스로를 다독여, 인생이라는가파른 등성이를 넘어가면서도 꽃으로 상징되는 아름답거나 소중한 가치를 놓지 않고 가려는 한 생활인의 시가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