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에야 드디어 '마의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정말 오기로 다 읽었는데, 내려오니 생각보다는 갈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이상한 영적인 얘기가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고전에 대한 당황스러움, 나의 무지, 배경지식에 대한 절실함 등을 느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말씀처럼 "아는 만큼 느낀다"를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우리는 아는 만큼 느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을 뛰어넘어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는 만큼 느끼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아는 것도 많아 지고 느끼는 것도 많아 지겠죠. 성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의 산'이 고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문화권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도 많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상을 담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주인공인 한스 카스토르프의 대화내용과 사상의 변화, 성격의 변화, 지식의 변화 등을 통해 유럽의 사조나 사상사의 변화를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을 확연하게 알기는 힘들었고, 다만 그 당시 유럽의 백과사전의 일부를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소설의 뛰어난 구성적 요소보다는 그냥 시간의 경과에 따른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은 굉장히 길게, 아주 긴 기간은 그냥 몇줄로 넘어가는-이것이 소설의 구성기교였을까요?) 주인공의 내면과 주변의 변화를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곳이 '마의 산'은 아닐런지.. 한스 카스토르프의 한마디를 인용하면서 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우리들이 과연 우리들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인생을 목적으로 살고 있는지,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할 뿐더러 어느 누구도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지요." 이기적인 헌신도 있을 수 있고 헌신적인 이기주의도 있을 수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