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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세계를 감각하는 법》을 읽으면서 케일럽 에버렛의 저서가 한 권 더 번역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칼렙 에버레트’라는 이름으로). 인류학자, 언어학자가 숫자에 대해서 이야기한 게 흥미를 끌었다.
수학자가 쓴 책처럼 인류학자, 언어학자가 쓴 숫자 이야기도 숫자가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수(number)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롭고, 중심이 되는 내용은 그 수를 표시하는 방법, 즉 언어 숫자(verbal number), 표기 숫자(written number)에 관한 것들이다. 수를 인식하는 것과 그 수를 표시하고 부르는 것의 관계다.
저자는 수 자체를 인식하는 것을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 보편적인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1, 2, 3까지. 이는 어린 아기에 대한 실험, 동물에 대한 관찰 등에서 얻어진 발견이다. 그런데 그다음은 다르다. 4를 넘어서는 수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표시하는 것은 분명히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발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인간의 손, 손가락이라고 파악한다.
완전 직립보행을 하면서 자유로워진 손을 인류는 수 체계에 이용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 그래서 5, 10을 기준으로 3을 넘어서는 수 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4는 5에서 하나 부족한 것이고, 6은 5에서 하나 더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5라는 수, 10이라는 수를 발견하고 이용한 것은 다른 동물들과 구분짓는 질적 도약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약하면서 만들어낸 언어적 숫자는 인간이 생존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최초의 문자 기록이 가축의 숫자를 세고, 세금을 기록하는 등의 것이었다는 것만 보아도 문자가 숫자 언어에 의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로 구체화된 언어와 문화적 상징으로서 수량을 나타내는 숫자는 신경생물학적 기반을 뛰어넘어 각 문화마다, 언어마다 다양성을 보이며 발달하게 되었다.
숫자는 인간의 경험을 재구성하면서 인류라는 종의 성공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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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보자. 우선 오늘이 몇 년 며칠인지부터 내 나이가 몇인지 어떻게 알까. 날씨가 더워도 몇 도인지 모를 것이고, 대중교통을 어떻게 구분하며, 전화는 어떻게 걸까. 일상의 불편함은 물론 숫자가 없다면 기본적인 상거래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숫자를 대신할 무엇을 발명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숫자를 대신할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동안 숫자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편하게 살아온 느낌. 이렇게나 일상이 숫자로 채워져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아는 숫자가 단순히 측정 여부를 넘어, 문자의 전조가 되었으며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졌음을 알게 된다. 과거 아마존의 문두루쿠족은 2보다 큰 수를 표기할 수 있는 단어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는 일, 십, 백, 천, 만, 억, 조, 경, 해, 자, 양, 구, 간, 정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수의 계념을 사용한다. 숫자만 봐도 문명의 진화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은 단순히 수의 변화가 아닌. 숫자를 통한 인류의 진화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사용하면서도 기원과 계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숫자를 역사, 정치,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아주 쉬운 내용들은 아니지만, 눈여겨볼 내용들이 많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수리적 감각을 타고 태어나 갓 태어난 아기도 8과 16을 구분할 수 있지만,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가 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숫자의 계념은 습득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숫자=문명"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숫자로 의미를 부여받는 인류에게 수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존재의 정의부터 경제적 의미까지. 일상을 지배하는 숫자의 역사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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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생존은 쉽지 않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문화 속에 이어져 온 지식이며 이 지식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언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끊임없이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행동양식을 배운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화적으로 구체화한 지식이 축적되는 곳은 공동체이지 구성원 개인이 아니다.
우리는 '사건이 경과한다'라거나, '흘러간다'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또한 시간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움직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시간은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우리 또한 시간을 통해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을 생각하는 방식은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실천의 문제이다. 인간이 시간을 수량화하고 경험하는 순간에 이미 숫자를 부여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시간은 우리의 경험과 별개로 실제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시와 분 그리고 초는 우리가 사는 아 세상과 정신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시 분 초와 같은 시간 단위는 사실 고대 수 체계의 산물이며 사라진 문명 속 언어의 흔적이다. 이 책에는 선사 시대 숫자, 뼈의 수열, 레봄보 뼈, 자라와라족의 셈법, 손의 동굴, 로지타스톤등의 다양한 수표 기법들이 등장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이들의 대부분은 인간의 편리와 유용성이 전제된다.
수를 표현하는 재미있는 방법들이 있다. 카리티아나어에서 11은 'myhint yj -piopy oot'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의 발가락 한 개를 가져라'라는 뜻이며, 20진법을 사용한 링컨 대통령은 연설에서 87년 전을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라고 사용했고, 맘부어의 경우 20보다 큰 수량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judo ngburu reli'라는 표현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는 '한 명의 온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 사람의 손가락 10개와 발가락 10개를 의미한다. 수에 대한 개념이 정말 다양하다.
이 책은 끊임없이 '수'와 '숫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책장이 쉽게 넘어 가지 않는다. 흥미로 집어든 책이 공부를 하게 한다. '원숭이 수학'이라 명명되는 실험에서 숫자 기호를 학습한 붉은털 원숭이는 화면에 보여지는 1에서 9까지 숫자를 오름 차순으로 짚었고, 이 숫자로 수량을 가르킬 수도 있었고, 다람쥐 원숭이는 덧셈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 인간 영장류의 수학적 능력은 '거리효과' (distance effect)와 '크기효과'(magnitude effect)에서도 드러난다.
전 세계 언어의 대부분(전부는 아니다) 존재하는 숫자 단어는 수량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숫자 단어와 계산에 익숙한 사람들만이 대부분 수량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으며 연산과 수학의 세계를 향한 문도 열수 있다. 숫자 단어는 인류의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우리의 인지 능력 뿐 어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해 왔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숫자의 발명을 이끈 원동력은 언어와 문화적 배경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관심을 가져왔고, 사용을 위해 특별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두 손의 생물학적 대칭이라는 점을 강조 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숫자와 셈은 인류의 이야기를 변화시켜 왔고 지금도 변화시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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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숫자의 당연성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닐 것이다. 분명 숫자에도 그 역사가 있을 것이지만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진 못했다.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히 쓰게 되는 숫자이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숫자의 기원을 다룬 매우 귀하고 흥미로운 도서이다. 저자는 숫자에 앞서 인간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 이야기로 서문을 연다. 문화 속에 이어져 온 지식은 인간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언어를 통해서 가능했다. 수천 년에 걸쳐 치밀하고 또는 부지불식간에 습득한 지식을 통해 인류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인간의 경험 어디에나 존재하는 숫자는 그저 생긴 것이 아닌 인간의 발명품이다. 이러한 숫자를 통해 수량을 언어와 상징적 기호로 표현 가능하며 이로 인해 인간의 조건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숫자는 인간이 원래 타고나는 개념이 아닌 인간의 정신을 통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그 진원을 좇아 추적하며 동시에 숫자의 지대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파고든다. 또한 숫자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시간 경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숫자가 중심이 된 시간의 개념화는 분명 우리 삶을 지배한다. 여기서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도 함께 고민할 수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한 권의 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는 과소평가되어 온 인간의 창조물인 숫자라는 개념 도구를 언어적 혁신의 핵심으로서 인류라는 종을 구별짓는 척도로서 제시하며 '인간 경험 어디에나 존재하는 숫자'를 현재, 과거, 전 세계, 그리고 다른 종류의 수 언어에까지 방대한 과정을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내용으로 독자를 이끈다.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숫자이기에 숫자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힘들다. 이의 숫자가 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숫자는 인간이 창조해 낸 산물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차분히 읽다 보면 소주제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데 책 속 결론을 통해 마무리하기 좋다. - ... 이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숫자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면서, 사람들은 마침내 수량의 차이를 일관성 있게 인식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일관성이 숫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p 210 - ...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관성은 떨어지더라도 아주 분명하게 그러한 자각을 구체화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러한 자각을 결국 단어로 표현하게 된 시점에 숫자가 발명되었다. 사람들이 이름 붙인 개념은 그와 관련한 단어들을 통해 그들 문화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인식되었다. 즉, 숫자단어는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전달하거나 차용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p 211 우리의 인지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해 온 숫자는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이에 숫자와 문화를 통해 생계와 기호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숫자는 수천 년 전 다양한 문화에서 급진적인 변혁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문화권에서 변형은 계속되고 있다. 추상적인 수량은 숫자가 만들어지면서 인류 이야기를 변화시켰다. 그 흥미진진한 과정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가득한 도서이다. 강추! |
| 당장 숫자를 사용하지 않고 수에 관한 개념을 표현해야만 한다면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 같다. 이때까지 우리의 일상 속에 숫자가 평범하게 녹아져 있었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여겨져 왔더 개념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숫자가 인류 문명 발전에 큰 기반이 되어주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정독하면서 숫자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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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게 된 시점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하여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인류의 인지혁명, 다시 말해 인간의 협동심과 추상 능력, 보이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 등이 지구상에서 인류의 위치를 얼마나 격상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칼렙 에버레트의 『숫자는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는 이러한 인지혁명에서 특히 “숫자”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숫자가 발명되면서 인류의 인식 형성과정과 행동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숫자와 관련한 유물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서 특히 숫자 사고의 발전에 있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이용한 수량화를 이뤄낸 인간 정신의 작용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한때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이 정설이라고 믿었던 세계 모든 언어의 보편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특히 수 체계를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숫자단어 역시 다양한 체계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의 뿌리에는 손과 손가락에서 파생되는 숫자 체계 최초의 발생 패턴이라는 동일한 근원이 있음도 밝히고 있다. 4장과 5장에서는 언어의 다양성과 적응성에도 불구하고 수량을 다루는 방식, 즉 “문법적 수의 편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쉽게 얘기하면 언어와 마찬가지로 숫자언어도 그러한 이중적 경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음을 밝힌다.
6장에서는 인간 고유의 수리적 사고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숫자와 수량을 이해하는 능력을 익히는 방법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살펴본다. 숫자를 익히고 수를 세면서 수량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는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수리적 사고의 정밀성을 높여주는 숫자의 역할을 조명한다. 7장에서는 이러한 수리 능력이 왜 다른 종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지 못한 것인지를 탐구한다. 여기서는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가 아주 기본적인 수 감각은 갖고 있지만 인간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설명은 없다.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8장과 9장은 이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류가 숫자를 발명하고 계속되는 상호작용으로 문화라는 체계가 갖추어지면서 결국 거대 문명이 발생되었고 현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숫자 기반의 문명은 새로운 형태의 공학과 건축을 가능하게 하였고 또다시 수 체계의 혁신을 요구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수량”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으로 파악되는 사실이지만, “숫자”는 수량에 대한 인간의 인지혁명 가운데서 일어난 정신작용과 자각이라는 반응을 통해 발명되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우리의 수학 교육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숫자가 인류에게 어떤 의미와 역할을 했는지 기본적인 개념과 지식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을 매기고 줄세우기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수학을 숫자의 첫 인상으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학생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참혹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수 개념이 인류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 얼마나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수학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숫자는어떻게인류를변화시켰을까, #칼렙에버레트, #김수진, #동아엠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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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자들은 숫자가 전 우주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언어일 것이라 말한다. 때문에 외계 생명체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인 'SETI'에 참여하고 있는 뛰어난 학자들은 우주로 전송되는 메시지에 인류의 숫자 체계를 담는다. 약속된 기호는 다를지 몰라도 '수'의 개념은 명백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기에. 과연 그럴까? 당장 아마존 열대우림의 어느 한 원시부족만 찾아가더라도 수의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곳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적 차원으로 보았을 때는 조막돌만한 지구 안에서도 '수'를 인지하는 방식에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고, 심지어는 인지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로 보아야 할 수도 이는 상태에서 '수 체계'가 우주를 관통한다 말할 수 있을까? 저 멀리 안드로메다은하의 어느 한 외계 문명과 조우하지 않는다면, 그럼에도, 숫자는 인류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기호이자 발명품이 분명하다. 인류뿐만 아니라 비인류 영장류나 기타 포유류 집단에서 수를 인식하는 것은 본능이자 오래된 유물이었다. 많고 적음을 인지하는 것은 수만 년 전부터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먹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것이었고 이는 여타 동물 집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다만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수량'이라는 개념을 관념적으로만 사용해야 했다. 본능적으로 많고 적음, 크고 작음을 이해했지만 그 수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예를 들어 5개만 넘어서도 쉽게 비교할 수 없었다. 수에 대한 인류의 집착은 마침내 기호의 체계로 발전하게 된다. 사슴의 뿔이나 나무 등에 나름의 방식으로 수의 개념을 표기하려는 노력들이 발견된 것이다.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 등 숫자를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지구상 곳곳의 문명에서는 숫자를 기호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렇게 '숫자 혁명'이 나타났다. <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는 숫자라는 '기호'이자 '상징'이 등장하면서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밝혀내는 인류학적 고찰이다. 저자는 선교사이자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인류 문명과 떨어져 지내는 부족들과 가까이할 수 있었다. 그들 고유한 언어 체계 등을 관찰하면서 '수'의 개념이 각 부족마다 상당히 다른 것을 알게 되었고 '수'가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책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숫자가 최초로 '상징'이 되었을 때부터 시작하여 수의 개념이 진보된 인류와는 조금 다른 상당수 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를 조명한다. 분명 수를 통해 나타낼 수 있는 관념적인 개념은 수 체계가 없는 부족에게도 존재했지만, 명확한 숫자로서 인지하는 능력은 부족했다. 이는 심지어 3개 이상의 수를 비교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고 진보된 인류 문명이 원시 부족에게서 자원을 손쉽게 약탈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철저히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수를 다룬다. 숫자의 오묘함을 '수학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수 체계가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영장류나 기타 동물군에서 나타나는 수에 대한 인식을 통해 수 체계가 '동물' 집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숫자라는 혁명적인 기호가 인류에게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밝힌다. 오늘날의 문명은 '숫자'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는 결국 숫자를 점점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수학을 통해 정교하고 명확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능했다. 때문에 '수'라는 개념 자체가 진보된 인류 문명과 다른 원시 부족의 이야기를 듣거나 수를 인식하는 다양한 인류 집단의 문화를 살피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수'는 분명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공용어는 아닐지언정 지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기호 체계임이 분명하다.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요즘, '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을 생각하며 '숫자'의 힘을 깨달아야 할 시간이다. 인류학이 바라본 숫자, <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였습니다. * 본 리뷰는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동아엠앤비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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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인들은 워낙 어려서부터 열성적인 교육을 받는 환경(부모님, 학교, 각종 사교육...)에서 자라나서인지 숫자가 얼마나 추상적(p177)이고 고차원적 개념인지 실감을 못합니다. 에디슨이 어렸을 때 헷갈렸다던 빵 2개의 2와, 사람 눈 개수의 2, 하늘을 나는 참새 두 마리의 2 등으로부터 공통의 개념을 추출할 수 있고부터 인류의 문명은 새로운 레벨을 향해 도약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 p32에 인용되는 언어학자 하이케 비제 같은 분은 다음과 같이 잘라 말합니다.
1) 숫자는 본래 존재하는 관념에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어떤 책이 정말로 균형 잡힌 관점을 전달하거나, 시간을 내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는 이런 구절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독후감 맨첫머리에 제가 쓴 내용은, 우리가 중학교 입학하면 받아들곤 하는수학 교과서 머리말에 보통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보편적 상식에 저 비제처럼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의견도 있고, 그런 의견들의 건설적인 대립 속에 새로운 관념이 싹트고 정설이 태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는 비제의 의견에 반대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정론에 더 찬동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융합, 통섭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p35에도 나오듯 인류학, 언어학, 심리학을 두루 원용하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니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학 자체보다 수학을 뒷받침하는 철학과 수학관에 조금은 기초 소양이 있는 독자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책을 즐겨 읽어 온 독자라면, 고고학, 인류학적 논거를 널리 자유자재로 원용하는 저자의 필치에 다소 놀랄 수 있습니다만 차분히 읽어 가다 보면 "그래, 이런 시도가 필요했었는데 여태 없었어" 정도의 느낌이 들 것입니다. 수학 안에서만 수학을 논하지 말고, 그 밖에서도 근거를 끌어올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동아시아인은 한자를 널리 쓰고, 한자의 용법인 육서 중 하나는 지사입니다. 하나, 둘, 셋 같은 숫자를 일상에서 고유한 문자로 기록하는 건 인류 문명의 아주 오래된 전통 중 하나죠. 이 책의 2장에서는 그런 기수법의 역사를, 정말 광범위한 전거를 통해 정리합니다. 대중서 중 이런 시도를 하는 책은 적어도 저 개인적으로는 그리 자주 접하지 못했습니다.
"수량을 10 단위로 세는 걸 우리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은 아니다(p59)." 그래서 우리는 무려 중1때 십진법이 아닌 기수법도 배웁니다. 오진법, 이진법... 사실 중학생에게 가르치기에는 (아주 솜씨 좋은 선생님이 있다면 모를까) n진법이란 결코 쉬운 개념이 아닙니다. 물론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기계적 테크닉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큰 수를 세기 위해, 또 계산하기 위해 진법 같은 걸 고안해 내었다니 인류의 지혜란 얼마나 놀랍습니까? 그런 걸 일상에 도입 않고 어떻게 일상이 가능했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아찔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중학생 때 어느 원주민 부족의 수 체계가 "하나, 둘, 많다"로 이뤄졌다는 지식을 접한 적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 이런 생각은 특정 종족에 대한 편견을 부른다는 이유 때문에 꺼려지기도 합니다. 이 책 저자는 p73에 자신이 직접 연구하여 정리한 카리티아나 수 용어를 제시합니다. 수의 이름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면 11은 "우리의 발가락 한 개를 가져라"입니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배웁니다. 그 유명한 연설문의 첫 시작은 four score and seven...인데요. 여기서 20을 한 묶음으로 여기는 수사가 score임도 배웁니다. 이 책 p81에서 구태여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십진법의 사용이 생래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자명하다거나 타당한 근거를 가진 게 아님을 밝히기 위함입니다. 사실 링컨의 시대에도 무슨 score 등의 비 십진법 사용이 일반적이지는 (당연히) 않았겠죠. 연설문에서나 쓰이는 문어투였을 뿐입니다. 아마 우리 세대도, 대략 이십 년 정도 지나면 사흘, 나흘 하는 말들이 우리말 퀴즈대회 정도에서나 나오는 사어(死語)가 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하나, 둘, 셋, 하는 구어 체계와, 일, 이, 삼, 하는 보다 문어적 체계가 왜 따로 분화했는지는(상당수의 언어에서 그렇죠)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죠. 이 책에서 논하는 가장 흥미로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단순히 두 개의 체계가 병존한다 정도가 아니라(그래야 할 필연적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는 생활의 편의를 위해 그저 쓰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산과 특별한 기억 보존을 위해 감성을 배제하고 기술적 수단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문법적 수가 전 세계 언어에서 대부분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였다.(p122)"
그렇다면, 만약 이런 수를 나타내는 단어가 모조리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부터가 이 책의 가장 흥미진진한 논의의 시작인 셈입니다. 어떤 부족은 "숫자 없이 사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고 오래 전에 결단을 내렸는지 아예 관련 어휘가 없다고 합니다. 또 책에서는 귀가 안 들리는 분들의 예를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p156에서 내리는 잠정 결론은 "숫자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타고난 모든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입니다.
다음에는 (수에 대한) 영아 인지 개념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이 영역은 사회적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고 저자도 (주류 학설을 따라) 그런 의견입니다. 저자는 이 논의 과정을 통해, (한때 영아였던) 우리들이 지금처럼 수를 정밀한 방식으로 인지하는 건 철저히 누적적이고 단계적이며 또 귀납적임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전통과 기술은 궁극적으로 숫자단어에 의존한다(p181)." 여기서도 저자는 언어 속에 포섭된 숫자 단어가 그 개념의 인지 기능에 절대적 구실을 한다는 입장이죠.
7장에는 동물들이 생각하는 수량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데 동물인지전문가라며 박준구라는 분(의 공동연구)이 잠시 소개됩니다. 이분은 유매스 교수로 재직중이고 한국에까지 그 명성이 알려진 자랑스러운 분이죠. 주전공은 뉴로사이언스입니다. p254에는 "기호 혁신의 중핵에 선 숫자"라는 성격 규정이 등장합니다. 책을 통해 전개되는 저자의 논지로 보아 필연적인 결론입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죠. 저 명언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자 역시 "사람이 숫자를 만들었고, 숫자가 (현재까지도) 사람(의 정신)을 만들고 있다"란 말로 책을 마무리짓습니다. 여태 인류(중 최고의 두뇌)가 수를 만들고 발전시켜 온 과정도 놀랍지만, 그 과정에 대해 이처럼 인지적, 반성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경이롭다고 생각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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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류 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쓰는 숫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숫자가 인류에 미친 영향은 오늘날 고등수학에 이르기까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우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린 후 되돌아오는 것도 숫자를 이용한 물리학 공식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보면 이 주장은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책 『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는 저자 카렙 에버레트는 우리 인류의 문자와 언어, 산술과 수학, 기하학, 물리학은 물론 인간의 정신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 인류 문명의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숫자는 인류의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숫자는 수량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숫자는 단지 우리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해왔다. 정확한 수량에 대한 언어 및 비언어적 표현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변화를 가져와다. 단어들을 읽을 때, 내적인 사유에서 외부환경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세상은 어느 것도 이러한 표현, 즉 숫자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이 지면을 단정한 선과 글자들은 숫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숫자는 측정을 가능하게 하고, 문자의 전조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또한 다양한 숫자의 발명을 이끈 원동력은 언어와 문화적 배경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관심을 가져왔고, 사용을 위해 특별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두 손의 생물학적인 대칭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통해 손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고, 정교한 조작도 가능하게 되었다. 고고학적, 언어학적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정확한 수량은 수천 년 동안 꾸준히 숫자를 통해 전달되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 혁명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언어와 문화의 기원은 여전히 큰 논쟁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많은 인류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언어와 문화를 통해 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협력에 더 크게 의존한 결과였다. 언어 출현의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고, 그와 관련한 고고학적 기록 또한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언어의 중요성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단어를 비롯한 다양한 상징적 표현은 인간이 획득한 가장 위대하고 예리한 도구로서 분명히 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언어적 도구에 포함된 중요한 하위 도구가 바로 숫자이다. 숫자는 특히 우리의 선조가 아프리카를 떠난 이후, 아마도 그 전부터도 인간의 특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숫자를 통해 우리 인류는 수량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숫자 도구는 농업과 글쓰기의 출현으로 이어졌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의 등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숫자는 우리의 개념과 행동경험의 향방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도구였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조용한 숫자 혁명이 진행된 것이다. 저자는 숫자와 문자, 언어는 물론 숫자와 수량, 숫자와 인간, 숫자와 동물 등 다양한 비교 연구 결과를 이 책에 모아 묶었다. 실로 오랜 노력의 결과이며 유의미한 연구 결과다.
책에 따르면 수량의 상징적 통합인 숫자는 인간의 발명품이다. 사실 수량은 자연에 존재하며, 매미의 재생산 주기, 거미의 다리수, 음력주기처럼 규칙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규칙적인 수량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숫자는 인간이 창조하기 전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 주장은 영아들과 숫자가 없는 문화에 속한 사람들, 그리고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실험 결과로 뒷받침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수량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수량을 어림짐작할 수 있고, 작은 수량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든 수량을 정밀한 방법으로 일관되게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숫자, 즉 특정 수량을 표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호의 발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다양한 숫자의 발명을 이끈 원동력은 과연 무었일까? 진정한 의미에서 숫자 혁명이 힘을 얻은 시기는 과연 언제부터일까? 인류의 생활방식과 경험을 변화시킨 숫자의 조용한 혁명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었는 지,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숫자와 수에 약한 독자가 저자의 방대한 연구와 세밀한 분석, 결과에 따른 가설 등이 모두 완벽하게 잘 갖추어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 숫자란 개념을 갖기 시작한 이유, 가질 수 있었던 원인 등을 인간 자체에서 우선 찾았다. 직립보행에 따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손은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진화되고 세밀한 작업이 수와 수량에 대한 필요성을 가져온 것이라고 본다. 즉 숫자를 인식한 것이 나이를 세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 같다.
어떤 문화에서는 우리가 이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이 첫 번째 질문이 무의미하다. 그런 문화에서는 나이를 정확히 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에 사는 사람들이 나이를 세지 않는 배경을 이들이 지구의 태양 공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 공전주기를 정확히 셀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즉, 이들에게는 숫자가 없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문두루쿠족(Munduruku)은 2보다 큰 수를 셀 수 있는 정확한 단어를 갖고 있지 않다. 아마존의 또 다른 원주민인 피라항족(Piraha)의 언어에는 숫자를 지칭하는 어떠한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1에 해당하는 단어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언어로는 ‘나이’를 어떻게 물을 수 있을까? 다른 문화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숫자와 관련한 많은 질문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p.16)
저자는 또 언어와 문화의 기원은 여전히 큰 논쟁의 대상이라고 밝힌다. 많은 인류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언어와 문화를 통해 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협력에 더 크게 의존한 결과였다. 인류가 서로 의존해야 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간 개개인의 힘으로는 다른 종을 능가할 수 없고 둘째, 인간 집단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더 진보적인 형태의 협력을 이뤄야 했다. 인간이 특별히 언어와 관련하여 유전적으로 타고났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설명은 종의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인간의 갓난아기는 다른 유인원에 비해 인지적 능력이 부족하지만, 다른 구성원과의 협력 가능성을 예민하게 인식한다. 인간의 이러한 협력적 성향은 기본적인 몸짓에 기초한 유인원의 소통 방식과 달리 더 견고한 언어에 기반을 둔 방법적 전환을 예고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언어적 특징을 보이는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관련하여 특별한 기술을 타고난 것이라기보다, 인지적 능력을 모아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한다. 심지어 비언어적인 사고를 촉진하기도 한다. 더 실용적인 차원에서 언어를 통해 인간은 새로운 형태로 협력하며,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다음 세대로 전수할 수 있었다. 생각을 담아내는 단어는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인지적 도구이다. 언어적 혁신을 통해 인간은 이제 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반복해서 새롭게 생각해 낼 필요 없이 다른 구성원의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3부 10장으로 구성했다. 마치 시간과 공간을 씨줄 날줄 엮듯이 빈틈 없는 구성으로 '숫자와 인간'을 탐구한 책이다. 앞에 열거한 내용 이외의 것을 모두 여기에 쓸 수 없는 점을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의문점이 더 알고 싶은 점은 책을 읽으면 반드시 해결점을 제시해 주리라고 독자는 믿는다.
1부 인간의 경험 어디에나 존재하는 숫자 ① 우리의 현재에 엮여 있는 숫자 ② 우리의 과거에 새겨진 숫자 ③ 오늘날 전 세계의 숫자 ④ 숫자단어를 넘어 : 수 언어의 종류 2부 숫자가 없는 세계 ⑤ 숫자가 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 ⑥ 아이들이 생각하는 수량 ⑦ 동물이 생각하는 수량 3부 숫자와 우리 삶의 형성 ⑧ 숫자와 연산의 발명 ⑨ 숫자와 문화 : 생계와 기호 ⑩ 변형 가능한 도구
저자는 이 책의 각 장마다 결론을 게재했다. 나중에 씨줄과 날줄이 얽혀 혼돈을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이전에 인간이 구별할 수 없던 수량의 바다로 우리의 손을 뻗어 이 수량들을 숫자로 만들었다. 우리는 비유적으로나 문자 그대로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대상물을 이제 손안에 두게 된 것이다. 우리는 추상적인 수량을 아주 현실적이지만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숫자로 만들었다. 인류의 이야기에 가져온 변형의 결과를 생각한다면, 숫자 또한 우리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저자 : 칼렙 에버레트
앤드류 카네기 펠로우(ANDREW CARNEGIE FELLOW)이자 마이애미 대학교(UNIVERSITY OF MAIAMI) 인류학과 교수이다. 저서로는 『LINGUISTIC RELATIVITY, 언어 상대성』, 『THE MOSTON DIARIES, 모스턴 다이어리』 등이 있다.
역자 : 김수진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영어교재개발학 석사, 하와이주립대학교에서 인류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학교 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번역가와 영어교재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감염과 불평등〉(신아출판사, 공역), 〈공포의 식탁〉(일조각), 〈성공하는 여자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국일미디어)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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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시 하는 수의 활용 및 수학이라는 학문으로의 정리 및 체계적인 완성, 흔히 교육 과정을 통해 누구나 쉽게 배우면서 활용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거나,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활용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인류학적으로 볼 때, 수의 등장과 기원, 이를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전혀 다른 문명과 문화를 만들었다는 의미를 배울 수 있고, 이 책에서도 역사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숫자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나 절대성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답습해 보게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이 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의 욕구나 삶의 가치, 의미 등을 실현시킬 수 있었고 지금도 절대적인 영역으로 존중받는 경제에 대한 이해 역시, 숫자를 통해 그 의미가 강화된 것이다.
단순히 수학이라는 복잡함이나 어려움에서 벗어나, 단순한 산수적 개념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기득권이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 숫자를 활용했으며, 그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여겼는지, 그들이 사용했던 문자나 기호에도 영향을 줬다는 점, 기록으로 남기며 자신들의 시대를 증명하거나 후세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는지, 책을 통해 읽으며 알아보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과 다른 고대 숫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수의 기능과 발전사를 알아볼 수 있고 숫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 살아갔는지, 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 뇌에도 영향을 줬다는 점이나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작동했지만 변형의 과정을 통해 더 높은 차원으로 성장했다는 점, 숫자 0에 대한 언급과 발견을 통해 어떤 수학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 등 책을 통해 숫자 인문학이 주는 교훈과 가치가 무엇인지, 왜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하며 일반 독자들에게 표현하고 있는지 등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인류가 문명사나 문화사를 소개할 때, 역사적인 접근, 고고학적 발견 및 새로운 해석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사실 어떤 세력이나 왕조, 문명을 이룩했던 사람들은 수학과 과학의 역할을 대단히 중요시 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런 지식들의 발견과 활용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고, 결국 차이와 차별의 유무를 굳건히 하면서 다른 분야로의 영향력 확대, 또 다른 세력과의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는 행위 등 기록적인 가치도 대단하지만, 숫자 그 자체적인 의미나 사용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하거나 만들어 냈다는 사실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다. <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 사실 변화라기보다 진화라고 보는 게 적합할 정도로 엄청난 발전의 과정을 걸어온 인류학적 역사가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사용하는 수의 기능과 숫자의 가치에 대해 배우며, 판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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