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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된 후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이 변했다.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 외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세계의 여러 나라는 봉쇄조치를 취했다. 나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기껏해야 몇 달이면 될 것 같았는데 그 시기가 일 년이 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백신 접종률이 29% 정도 된다고 하고 연말이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거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데 변이가 계속 나타나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뤄놓은 것들을 하는 거였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했다. 최소한의 거리를 움직이는 여행을 하고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는 포장을 해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캠핑이 각광 받는 이유도 그것의 일환이다. 가족끼리만 있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흑사병을 떠올렸다. 조반니 보카치오는 흑사병을 피해 도시 밖으로 피해 별장에 모인 10명의 젊은 남녀가 10일간 주고받은 100편의 액자소설 형식의 이야기 『데카메론』을 썼다. 2020년 3월 갑자기 서점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팔리기 시작하자 뉴욕타임스에서 격리 중에 쓰인 신작 단편소설을 모아 현재의 『데카메론』을 만들고자 기획하여 나온 작품집을 발간했다.
마거릿 애트우드, 레일라 슬리마니 등의 작가들이 단편이 수록된 작품이다. 그렇게 나온 29편의 작품은 현재의 우리를 비춰준다.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이웃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느끼는 두려움을 보며 심각했던 나라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 미첼의 「바란다고 해서」에서는 교도소의 격리된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밀집해 있는 교도소에서 수많은 감염자가 속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격리 중인 수감자로 2층 침대에 아시아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에 한번씩 찾아오는 의사 또한 중국인 웡 박사였다. 2층 침대의 아시아인의 말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등 환각증세에 시달리는 감염자는 나중에야 혼자 격리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와 외국에서 들어온 경우,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격리 생활은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소설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브라질의 언론인 겸 소설가 줄리언 푸크스의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에서는 아파트에 격리된 한 사람을 비춘다. 사망자 수가 1,001명으로 집계된 날, 창가에서 이웃 아파트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들이었다. 살아 있으면서 죽음의 죽흥성을 경험하는 것. 고통과 불행, 당혹스럽고 두렵고, 지루해지고 절박함의 순간들을 말하고 있었다. 폐소공포증까지 찾아오는 날이면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마치 어느 모퉁이에서 어둡고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나를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기를 갈망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아닌 누군가, 내가 모르는 낯선 누군가의 얼굴을. 그저 마스크나 창문에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얼굴이면 충분했다. (304페이지, 줄리언 푸크스,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 중에서)
존 레이의 「열린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통행금지된 상황에서 개 산책은 허용되자 그것을 이용해 개를 빌려주고, ’여행’을 위해 얼마간의 요금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여러 사람에게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다가 한 여자를 만나 좋아하게 되었다.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자 그 여자와의 만남도 끝나자 봉쇄조치가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담은 이야기였다.
사실 저도 이 전염병이 곧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저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109페이지, 마거릿 애트우드,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중에서)
이 상황이 모두 끝나면, 우리는 가끔 여기서 산책을 할 수 있겠지. 공원에서 끝없이 트랙을 도는 대신 말이야. (52페이지, 카밀라 샴지, 「산책」 중에서)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환담하던 기억이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떠오르는 것 같다. 설마 이대로 계속되지 않겠지,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여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가진 이 고통을 이기는 방법 하나, 이 책을 읽는 일도 포함될 것이다. 두려움과 고통에서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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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페스트를 피해 모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데카메론>. 그런데 이 소설이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사람들에게 읽히기 시작했고, <뉴욕타임스>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쓰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21세기판 데카메론인 <데카메론 프로젝트>에는 29명의 작가가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나는 이 책의 띠지에 적혀 있던 한 문장,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에 이끌려 이 소설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 어떤 말보다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 문장이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기대되었다.
【 “그저 두세 달로 끝나면 좋을 텐데. 더 길어지면 어쩌지? 1년 내내 이러면?” “그렇지는 않겠지.” 그가 말한다. 좀 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부터 우리 세계가 이런 식이면 어쩌지? 이 바이러스 다음에 다른 바이러스,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면? 그녀가 묻지만, 그 역시도 묻고 싶다. 똑 같은 말과 똑같이 불안한 억양으로. 】 (p. 178)
단편 작품들은 바이러스, 팬데믹, 셧다운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도 몇 부분 있긴 했다. 자유롭지 못한 날들에 대한 답답함, 바깥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 등 내 안에 있던 감정들을 소설을 통해 다시 꺼내 보고 확인하기도 했다. 책 속 단편들을 쓴 작가들과 나는 거리상으로는 매우 떨어져 있지만, 팬데믹 아래에서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펼치기 전 기대했던 만큼 큰 공감과 위로는 얻지 못해 아쉬웠다.
책 속에 실려 있는 단편 중 몇 편은 꽤 괜찮았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이었다. 팬데믹과 sf적 요소를 섞어 재미있는 설정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소설을 찾는다면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꼭 우리와 같은 배경을 가진 소설만이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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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마거릿 애트우드 외 28인 / 인플루엔셜]
데카메론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인 조반니 보카치오는 흑사병으로 피렌체가 황폐해졌을 때 도시 밖으로 피신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들려주는 액자 같은 소설이었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이다. 오늘 만난 [데카메론 프로젝트]는 바로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탄생된 소설이다. 29인의 작가들이 격리를 한 채 소설을 쓰기 했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 사람은 때론 혼자이고 싶다고 하지만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게 세상이다. 하물며, 어쩔 수 없이 타인과의 거리를 둬야 한 현시점에서 바이러스오 인한 두려움과 동시에 외로움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흑사병을 시작으로 인간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고 사람들은 힘든 과정을 거쳐 왔다. 과거 누군가는 다시는 바이러스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인간과 같이 살아가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조건 두려워해야 할까? 아니다 두려움은 없애버릴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책은 단편으로 되어있어 금방 읽을 수가 있다. 바이러스 인해 건물에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사람들 서로의 안부 대신 그 집 문에 X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 저건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저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 희망이 되는 순간들이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는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을 꼭 만나야 했기에 죽기 전 자신의 신발을 유언처럼 남긴 사람. 어느 날 저녁 아이가 열이 오르고 의사에겐 갈 수가 없다. 부모의 간절한 마음과 달리 병원과 의사는 무감각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니기를... 아이가 그저 잠깐 아픈 것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그러나, 어느 부모는 이미 아이를 잃었다.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유산 상속으로 변호사를 만나러 온 여인에게 '정말 안됐어요'라고 말을 한다. 이 한마디로 다시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가졌다 아니 사실, 그동안 안으로 숨겨준 마음을 조금은 드러낼 수 있었다.
작년 전 세계를 보면 어느 곳이 평화로운 곳이 없었다. 불안함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던 시간들... [데카메론 프로젝트]는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소설로 보여준 책이다. 외출을 쉽게 할 수 없었고, 타인과의 교류 심지어 가까이 갈 수도 없는 현실에서 인간의 무력함만이 느껴졌다. 절망적인 이야기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이제 새롭게 변한 세상을 인간이 적응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 숨을 쉰다는 것 역시 자유였구나.... 바이러스가 닥치기 전까지는. 그저 하루빨리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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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좋은 아파트를 구하기란 쉽지 않지만, 나는 6층짜리 공동주택에 있는 괜찮은 원룸을 찾아냈다. 그리고 2019년 12월에 이사를 했는데, 이후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쳤고 4개월 반 만에 북적이던 건물은 텅 비어 버렸다. 그곳은 감염 취약 지구였기에, 일부는 별장으로 떠났고, 일부는 도심 외곽에 있는 부모님과 지내러 갔고, 늙고 가난한 이들은 병원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 즈음 4층에 사는 한 여자, 필라를 만났다. 이사 온 달에 마흔이 된 나보다 스무 살쯤은 더 많아 보이는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전생을 믿나요?" 낯을 가리는 성격의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그렇게 그녀와 헤어진 채 6층으로 올라온다.
도시의 봉쇄조치에도 부모님은 집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고, 딱히 갈 데가 없었던 나는 그렇게 홀로 지내는 일상에 익숙해진다. 재택 근무에 익숙해지고,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마스크를 한 채로 생사 여부를 확인하러 들르는 건물 관리인과 가끔 슈퍼마켓에 같이 가는 필라 밖에 없었다. 봉쇄는 3개월째에 접어들었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남겨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여전히 팬데믹 시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시대를 견뎌야 하는 우리에게 소설가 29명이 써 내려간 이야기는 어쩐지 뭉클하다. 고립된 시간과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에게 지구 반대편에서도 누군가 우리처럼 두려워하고 있으며,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유럽에서 흑사병이 번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던 14세기, 이탈리아의 문호 조반니 보카치오는 특별한 소설로 동시대 사람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선사했다. 바로, 피렌체 근교의 저택에 피난해 있던 사람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 소설 형식의 《데카메론》이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자들은 700여 년 전 《데카메론》이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처럼,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집필한 단편소설들을 한데 모으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앤솔로지는 2020년 7월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29편의 단편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으로,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팬데믹으로 고립된 시간과 제한된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불안과 공포, 고통과 슬픔,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 빅터 라발, 리즈 무어, 레일라 슬리마니, 데이비드 미첼 등 작가 29명이 풀어내는 짧은 이야기들이 두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는 문학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격리 중에 쓰인 신작 단편소설들을 모아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만들어보자는 근사한 취지에서 출발한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를 안겨준다. '최고의 소설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니 말이다. 지구촌 곳곳의 상황에 비해서 국내의 방역 수준은 안전한 편이었지만,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다 기록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상황도 모두 끝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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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구하는 이야기들 이야기 ‘안’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피성 이야기를 찾지만 이것 역시 복귀를 위한 이탈이다. 새로운 규칙을 상상하며 인간이 처한 죽음과 삶의 조건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함이다. 메멘토 모리만큼 메멘토 ‘비베레’, 즉 살아야 할 운명을 깨닫는 이야기 여정이 <데카메론>이라고 말한다.
1. 알아보다 격리조치로 인해 안전하게 대피할 곳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공동아파트는 비어간다. 그런 와중에 엄마뻘 이웃과 어렵게 말을 트지만 이내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던 때 이웃 여자는 격리가 수개월째 이어지자 세상을 떠난다. 멋진 운동화를 젊은 여자 앞으로 남긴 채. 사람을 경계하게 만들고 화면 속에 가두는 전염병은 어쩐지 혼자인 사람에게 더 위험하고 극단적이다.
2. 이처럼 푸른 하늘*** 작년 여름은 침대에서 지내느라 긴 장마가 더욱 끔찍하게 상기된다. 그새 뜨거운 여름 해를 잊어버린 피부는 적응하지 못하고 헤맨다. 짧은 소설을 읽는데 물리치료사의 호통이 떠올랐다. “그렇게 걸으면 다리 절게 돼요!” 아픈 부위를 만져주고 이야기를 건네던 치료사에 대한 고마움이 각별했다. 영양실조와 빈혈에, 기력 없이 쩔쩔매던 재난 상태가 떠올라 울컥했다. 여주인공도 혼자서 두려움에 내몰렸던 걸까. 일 년 만에 몸을 추스르고 만난 지인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말에 속상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겨우 찾은 빛깔이거든요.’ “기억과 피부는 함께 갑니다(35쪽)”를 몸으로 실감한 것 같다. 앞 소설에 이어 봉쇄조치에 따라 극단적 고립감에 충동적으로 내몰렸을 안타까운 상황들을 감지하게 한다. 엽기적인 외로움을 잘 포착했던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도 스쳤다.
3. 산책 록다운 정책을 겪은 작가들은 산책을 하며 피해망상과 불안과 몸의 긴장을 푼다. 휴대폰을 소지한 몸으로 보행하며 안전하게 걸을 산책로를 가졌다는 사실이 다행인 코로나19 시대를 산다. “안전하고 관대한 세상”과 연계되어있다는 느낌이 절실하고 간절한.
4. LA강 이야기*** 이런 꽁냥꽁냥한 팬데믹 테일즈tales라니. 봉쇄조치로 집에 온종일 붙어 있게 된 동성커플은 서로 포개지지 않는 취향 차이와 겉돎을 처절하게 겪는다. 진짜 마음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 부부처럼, 또는 거리의 평온한 노부부처럼 잘 지내고 싶은데 현실은 다르다. 그래도 그들은 자전거 두 대를 조립해 강가를 달리며 갈등을 날려 보내고 지형 특성도 알아간다. 봉쇄조치가 커플들에게는 밀도 높은 고강도의 시련기였던 셈이다. 함께하는 행복을 발견했거나 아니거나.
5. 임상 기록*** 제목처럼 유아 양육 기록지 형태로 작성된 글이다. 노약자가 있는 집은 팬데믹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영유아가 열이 오르고 구토하고 잠 못 이루고 보챌 때 부부를 감도는 밤의 불안은 지독하다. 이미 아이를 키워봤던 그들이지만 다시 ‘초보자’가 되어 애끓는다. 응급실 행을 준비하며 가방을 싸다가 기적적으로 아기의 열이 떨어진다. 다시 찾은 평온한 잠. 한 아이의 성장에 조력하는 수많은 손길과 기도가 잔잔하게/초조하게 말해진다.
6. 더 팀*** 시간의 수축과 팽창을 말하며 시작하는 부분부터 압도한다. 마라톤과 인디언 원주민의 뿌리와 관련성을 말하고 그런 자연스런 행위가 가로막힌 채 원래 집과 가족으로 돌아간 상황을 그린다. 사방의 벽을 보며 임시적으로 꾸려진 팀과 팀워크를 발휘해 기나긴 팬데믹을 ‘완주’해야 할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7. 돌멩이 짧은 소설을 읽다가 전쟁터에서 우연히 부상을 입어 전쟁 영웅이 되었다는 미국 자연주의 소설이 떠올랐다. 갑자기 날아들어 예술가의 인기와 미래와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돌멩이의 가격을 전염병에 빗댄 것일까. 너무나 많은 외부 요인들에 영향 받는 개인과 예술가의 삶을 지배하는 ‘운’을 거론한다. 운에는 행운도 있지만 불운도 있다. 운이 노력보다 결정적인 한 방이 되는 돈 세상. 당신도 날아드는 그 돌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요.
8.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데카메론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봉쇄기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눴을지. 또 작가들은 얼마나 읽고 썼을까 묻게 되는 소설집이다. 사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언급된다는 이유 하나로 집어든 책이었다. 원작 <데카메론>의 정숙의 아이콘을 가져다 일란성 쌍둥이로 각색한 내용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대신 쌍둥이 자매로 변장해 외계 행성의 군주를 먹어치우는 이야기는 이전에 그가 많이 보여줬던 신화 재해석 스타일이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괴기하고 소설적(능숙한 기술)이다.
9. 목련 나무 아래 한담을 나누기 싫어하는 사람도 팬데믹에는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지 않나? 순진무구하게 묻는 말이 놀라운 소식과 상실을 벗겨낼 때, 우리는 “진부한 말” 이상 찾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탓한다. 비록 진부하더라도 의미까지 없는 건 아니라고 소설은 감싼다. 영원할 것 같은 이 시간과 관계도 언젠가 저물고 잊힌다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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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닥친 이후 나의 모든 관심사는 '아이들'이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도 그랬지만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재난 속에서 나의 임무는 아이들을 지키는 것. 독서와 그 임무 외에 나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려나. 본래도 예민한 신경은 아이들이 관계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그 정도가 더해갔고, 옆지기가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만 해도 지레 겁을 먹었다. 마치 그 옛날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버텼던 것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품에 안고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는데, 이 상황은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나아지기는 커녕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또다시 가정보육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아이들의 체온을 재는 것. 조금이라도 미열이 있거나 코가 막히거나 컹컹 기침을 하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한다. 설마-라는 단어로 약간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육아니까. 때문에 총 29편의 이야기가 실린 [데카메론 프로젝트]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며 읽었던 작품은 리즈 무어의 <임상기록>이었다. 아기가 열이 있는 상황에 대해 팩트와 근거로 나누어 서술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내 마음을 울렸다. '따뜻하지만 뜨겁진 않군'. 이런 느낌이 얼마나 많은 부모들을 안심하게 하는지, 육아전선에 뛰어들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일종의 구호, 일종의 기도'다.
14세기에 쓰인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이 피렌체를 황폐화시키고 있을 때 그 도시 밖으로 피신한 한 무리의 남녀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액자소설 형태로 모은 선집이다. 2020년 3월 이 책이 서점에서 팔려나가기 시작했는데 많은 독자가 이 오래된 책에서 지침을 찾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리브가 갈첸이 독자들이 현재 순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데카메론] 리뷰를 쓰고 싶다고 밝힌 것에 착안하여, <뉴욕타임스>의 책임 프로듀서인 케이틀린 로퍼는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탄생한 [데카메론 프로젝트]. 총 29인의 작가가 써내려간, 전염병의 시대를 견디는 고통과 희망의 이야기.
징징거리는 것도 멈추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것은 '징징거리는 것도 멈췄다'이다. 작가는 아무리 고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이야기'만 있다면 우리의 징징거림은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것이 이 시기를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며, 그 방법이야말로 위대한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길이라고.
[데카메론 프로젝트]에 들어 있는 모든 이야기는 작가들의 그런 희망 아래 탄생한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들이 써내는 이 이야기로 잠시나마 독자들이 현실을 잊고, 현실이되 현실같지 않은 세상 속에서 끈기를 가지고 살아남기를 바라는 희망. 덕분에 영미권 작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버텨보자. 견뎌보자. 이 재난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을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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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팬데믹현상이 일어나자 많이 언급되며 다시 읽게 되는 책이라고는 들어봤었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던 책이었던 ‘데카메론’이 이번에 읽게된 ‘데카메론 프로젝트’ 덕분에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찜하게 되었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함께 그 외 작가들의 글로 이루어진 ‘데카메론 프로젝트’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팬으로서 읽고 싶게 되었지만, 캐나다 출신의 미국 소설가 ‘리브카 갈첸’의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들’로 시작되는 들어가는 이야기부터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첫 작품인 미국인 소설가 ‘빅터 라발’의 ‘알아보다’는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으로 인해 놀아움과 안타까움등 소름이 계속 남아있을 만큼의 눈이 번쩍 뜨여지는 이야기였다. 첫 이야기부터 이렇게 시작해도 되는건지 싶을 만큼의 큰 충격적인 느낌으로 다음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되었고, 마지막까지 읽는 동안 특정작가의 특정 작품만이 맘에 드는게 아니라 모든 작품들이 개성 넘치고 특별했기에 평소 단편류의 짧은 글을 즐겨 읽지 않던 나이지만 처음이라고 할 만큼 너무나 재미있게 느껴진 이야기 모음집이었다.
시대적인 상황에 공감할 수 밖에 없고, 내가 이야기속의 주인공과 같다면 나는 어땠을까하며 완전히 푹 빠져서 읽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름모를 작가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되고, 이번책으로 인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읽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코로나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안도 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기에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기회로 ‘데카메론’ 또한 읽어보고 싶다.
“너는 살아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 “Memento Viv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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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서점을 여럿 운영하셨던 친척들 덕에 주말이면 놀러가 하루종일 책을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중 고전전집에 특이한 제목이라 생각했던 데카메론은 대학교 때 봤는데, 중세의 여러 이야기들-시시껄렁한 기사와 귀부인의 적나라한 로맨스 등- 이 있어, 특이한 고전이구나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역사책에 언급되는 인류최초의 소설이라 기대했던 내 마음은 ㅎㅎㅎㅎ 이에 데카메론프로젝트 책을 받게되어 이번에 좀 천천히 읽어보았다. 29명의 작가의 한가지씩의 이야기. 대부분 판데믹배경을 넣어 이야기자체에 흑사병언급이 없었던 데카메론과는 또달랐다. 저녁에 술한잔과 같이 했던, 단편 스릴러 모음 같은 이야기들은 짧지만 여운을 남기고, 사회풍자의 요소도 잘 살린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리버스 솔로몬의 #분별있는여자들 은 진 웹스터의 #키다리아저씨 가 떠오르는 인물들의 이름과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인상이 깊었다. 짧은 글들은 언제든지 가볍게 꺼낼수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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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단편소설들이 구성된 책이다. 특징적인 것은 코로나19로 두려움과 슬픔에 빠진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도된 구상이 이 책을 구성하는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을 서문을 통해서 알게 된다. 예고되지도 않은, 준비되지도 않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현실을 이 책의 작가들과 단편소설들을 통해서 만나보게 된다. 이 책의 단편들은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다시 급증하고 있던 7월 12에 게재된 것이라고 책은 명시한다. 이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위안이 되었고, 반응이 빠르고 열정적이었다는 것도 서문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소설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녀의 작품은 기대한 만큼 놀라웠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꽤 많은 단편소설들이 구성되고 있는 책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은 통념을 넘어서고 있다. 참을성 있는 인물과 참을성 없는 인물, 쌍둥이 자매가 등장한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청혼하는 대화는 매우 폭력적으로 표현된다. 그가 청혼하는 여인에게 얼마나 폭력적으로 대화를 나누는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단편소설이지만 다시금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에 빠져서 읽는 시간이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가져다준 결과는 짐작한 것보다도 엄청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원격학습, 불안, 우울증, 그래프에서 치솟는 이름 없는 숫자들로 나타난 사망자 집계에 대한 집착 (81쪽) 당장 대학교 2학기 수업이 대면 수업인지, 비대면인지 모두가 관심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 단편소설들 중에서도 대학생이 불안 속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새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세 명이 생활하는 적잖은 불편함이 작품 속에서 저마다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작품도 등장한다. 가족이 봉쇄되며,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생활한 시간들과 순간들은 감정적으로도 매끄럽지 못한 경험들로 기억 속에 남겨지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왜 필요한지 알지만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포옹하지도 못하며 모임을 가지기도 어려운 것들이 작품 속에서도 등장한다. 그리고 위험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피신할 곳이 없는 이들이 거주지에 남겨지는 이유들과 상황들이 이 책의 작품 속에서도 등장하기도 한다. 남겨진 이웃이라고는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들이 피할 수 없는 갈등과 화해도 작품을 통해서 만나보는 시간이 된다.
이 시간을 보내는 모두의 갈망이 작품의 문장 속에서도 만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누군가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구나. (190쪽)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서 고성이 오가는 사회. 주사를 맞았으니까 마스크 벗고 다녀도 괜찮다면서 일부러 설명하는 타인. 거리를 걷는 순간 우리들은 타인을 더 이상 가까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린 것이다. 편안하게 반가움을 온전히 표현하는 표정을 보여주었던, 악수하면서 포옹하며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던 그날들을 많이 그리워하는 우리들. 마스크를 벗는다면 과연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까?(114쪽) 아직도 바이러스 소식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에 모두가 걸어가고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이 낙담하면서 힘겨워하는 것의 위안들을 단편 소설들을 만나보면서 위안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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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애트우드가 거론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다. 코로나 서사를 읽고 싶었던 터에 제목의 느낌상 산문이라고 추측했던 것이다. 처음에 아차, 싶었다. 14세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영감을 얻은 짧은 소설집이었기 때문이다. 캔터베리 테일즈, 핸드메이즈 테일즈가 떠오르고.. tales/tails 말장난을 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드리웠기에 무더위의 꼭짓점에 굳이 이런 줄다리기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되었다.
평소 흩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풍요로운 코로나 서사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박빙의 승부수를 던지는 이야기들. 이들이 팬데믹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록(증언)이라 더 임팩트가 강했던 것도 같다. 코로나19를 진단하고 중단된 상태에서 벗어나 슬기로운 시작을 갈구하는 마음도 컸다.
나는 한국이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가(갇혀) 있으니까 내가 경험한 시간을 토대로 한정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프로젝트에 가담한 작가들은 내가 겪지 못한 봉쇄와 록다운을 겪었다. 거의 몸이 집에 묶여버린 상황에서 그들에게 다가왔을 집과 관계의 의미가 새롭고 다채로웠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 모르고 지나칠 소중한 정보와 감정들이 반짝인다.
소설가들이라서 그런 건지 멈춘 시간에 무언가를 듣고 읽는 일이 무척 중요했던 것 같다. 아니면 문화적 차이인가. 공간 제약에도 학생은 학업에, 직장인은 재택근무에 집중하고 다른 생활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서로 일상을 넘어선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키우고 캠핑카를 구입하거나 단기 지방살이를 하는 가정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프로젝트에 가담한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묻는다. “누구와, 어떤 공간에서 지난 일 년을 보냈나요?” 잃은 것과 얻은 것들. 놓친 것과 잡은 것들. 팬데믹이라는 공통 주제가 각자의 어둡고 내밀한 방에 라이터 불을 밝힌 듯하다. 어떤 작가는 과거 속으로, 또 다른 부류는 주어진 현재의 특수성에 집중하고자 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에는 제동을 거는 분위기였다. 지금 날아든 질문에 답하기도 벅차고 딱히 다른 곳으로, 멀리 가는 여행이 필요 없었던 탓일까.
비대면 화상 채팅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 상자들을 타로 카드처럼 꺼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카드와 저 카드와 다른 카드들을 이어 점쳐보는 코로나.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점괘 풀이가 흥미진진했다. 한국과 달리 외국은 봉쇄조치가 내려지고 산책마저 제한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했다. 다음으로 팬데믹이 퍼지기 전에 이미 전시 사태에 있는 나라들과 기아와 전쟁에 내내 시달린 민족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했다. 하루아침에 많은 걸 잃어본 적 있는 사람이 느끼는 팬데믹 공황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실 확인과 질문들. 팬데믹은 가족끼리 뭉치게 만들고 안전한 공간을 찾게 한 반면에 철저히 혼자인 고립감을 강화시켰다. 소설에서는 혼자인 사람들이 대체로 더 위태로워보였다. 스스로 존재와 존속의 여부를 매일 일궈내야 할 숙제가 배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가하면 커플과 가족들은 공간 분리와 영역 다툼과 감정싸움이 빚어져 화약고가 되기도 했다.
다른 모든 것을 초월해 시간의 마비와 재가동을 겪은 공통 경험은 인류의 관심사를 한데로 모으는 응집력을 지닌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싹을 틔우는 사랑과 이야기들의 위대함을 목도했다. 인간이 가진 상상력과 기억력의 재편성 기회와 시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한 편 부족하거나 빠지지 않아 작가들의 개성과 자부심을 흠모했던 것도 같다. 아니면 아마겟돈을 뚫고 살아남은 생명력에 이끌렸거나. 모두가 사라져도 이야기는 끝내 남아 14세기에서 21세기로 연결되니 그 끈질긴 자생력과 운에 경이를 표할 수 밖에. 읽고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