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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첫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건 독자에겐 매우 감사한 일이다. 누군가의 첫 소설, 누군가의 첫 시집은 당사자에게도 그렇겠지만 독자에게도 매우 귀하고 소중하다. 강보원이라는 시인에 대한 어떠한 정보없이 단지 첫 시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요즘 나오는 웬만한 소설책만큼 두꺼운,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전해지는 두꺼운 시집이 맘에 들어 망설임 없이 시집을 골랐다. 시인은 시뿐 아니라 평론과 에세이도 쓴다고 하니, 글 자체를 좋아하거나 활자에 중독된 그야말로 '라이터'인 듯하다. 시집은 어쩐지 '아재 유머'와도 맞닿아 있는 힘 빠진 유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매우 지적이다. 유머와 지성의 밸런스가 돋보인다고 할까. 원래 지적인 사람들이 언어 유희를 즐기는 법이니 그런 측면에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슬픔을 이야기하지만, 슬픔이 소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입장에서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고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낯선 방식으로 익숙한 감정들을 새롭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비전형성이 마음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