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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주인은 항상 부러웠다. 서점 특유의 빛과 품어져 나오는 종이책 냄새와 잔잔하게 깔린 음악, 손님들은 공들여 책을 고르고 있다. 거기다가 커피 한 잔을 권하는 서점 주인과 은은한 커피 향까지 더한다면 정말 딱 맞다 싶은 서점 풍경이다. 1953년에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동양서림은 혜화동에 있다고 한다. 그 2층에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있다.
올해 5년이 되었다는 시집만 전문으로 파는 시집서점에 가려면 읽기만 해도 낭만적인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한단다. 심지어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소리와 함께 동그랗게 파인 부분으로 머리부터 몸체가 나타나는 사람의 등장을 반기는 떨림으로 기다리는 서점주인이 무려 시인이다. 그것도 유희경!
유희경 시인은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오늘 아침 단어』, 『이다음 봄에 우리는』의 시집에서 자유롭고 완곡한 시들로 인상깊었던 시인이다. 이번에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으로 시집서점에서의 일상을 통해 서점을 오가는 사람들과 서점을 아끼는 마음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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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약속 장소가 없었던 시절엔 당연하듯 서점이 약속 장소였다. 빼곡한 책들 앞에 빼곡한 사람들 속에서 약속 시간이 한두 시간씩 늦어져도 지루할 틈 없는 서점에 있는 시간은 늘 좋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선 채로 책을 읽었고, 누군가를 기다렸으며 자기가 읽을 책이거나 만날 사람에게 선물할 책이었을 그런 책들을 고르는 일들이 행복해 보였다.
'위트 앤 시니컬'에는 시인이 주인인 관계로 수많은 시인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선물 받은 소품들과 인형과 머그잔, 책장과 궁리 책상, 화분의 식물들 등 시인들의 숨결이 언제나 떠돌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일삼아서 꼭 한 번만이라도 그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문을 나서기까지 내가 마땅히 머물 곳, 아무 때나 찾아와도 안심할 수 있는 그런 곳” 기꺼이 ‘자리’가 되어 주고 싶은 넉넉한 마음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그런 ‘자리’가 되기로 한다. 느리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와서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궁리를 해낸다. 친구 시인들의 생각과 마음을 보태고 그의 성공을 빌어주는 모습들도 행복해 보였다.
서점을 드나드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단 한 사람도 나쁘거나 서운하게 한 사람이 없다. 5년 동안 지켜 온 서점에서 어찌 마음을 불편하게 한 사람이 없었겠는가. 그런 사람들마저 품어 안아 좋은 생각으로 바꿔서 기억한다.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시인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곁에 캔 커피를 품에 안고 온 친구, 서점일지를 읽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또한 부러운 일이었다. 그도 아마 멋진 시인일 거라고 믿고 싶었다.
서점 한 곳에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이 제일 반가웠다. 시집서점은 이미 성공했으니 내가 서점주인이라면 어린이들도 함께 갈 수 있는 책방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니, 그런 그림을 그리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역시나, 서점주인도 그런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어린이가 책 속에 집중하는 모습이 “내가 서점을 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고백한 그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시집서점을 하면서 서점의 보물은 낭독회라고,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시를 좋아하게 될 사람들”이 온다고 확신하는 낭독회에 나도 꼭 가고 싶었다. 독자로, 아니면 꿈으로나마 무대에서 나의 시를 낭독하는 시인이라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아니면 책장에 기대 그 모든 감동적인 장면을 호흡 참아가며 미소로 지켜보는 사람이면 좋겠다.
일년 중 하루도 쉬지 않는다는 서점은 시인의 일터이다. 쓸고 닦고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궁리하며 가꿔가는 곳이다. 서점주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워낙에 선망의 대상인 서점주인인지라 약간의 투정들도 모두 부럽고 말았다. 다만, 고단한 그가 힘들지 않았으면, 조금 더 힘내서 웃는 일들이 더 많기를 간절히 빌게 되었다. 그의 곁에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 안심이 되었다.
서점에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껏 구름을 들여놓고, 비와 낙엽, 눈이 오는 풍경들이 몇 차례 지나갔고, 책을 고르는 독자와 독자들의 사연을 기록하는 서점일지가 있고 매일 아침 연필을 깎으며 고운 하루를 기록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 있다. 서점을 오가는 손님들과 주변 사람들과 오가는 정으로 서점은 완성된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아니, 그처럼 아름다운 장소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는 선물 같은 곳이다.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워하던 서점 지기가 되었다가 시집을 골라 읽는 손님이 되어 보기도 한다. 서점의 부드러운 책장이 되었다가 소품들이 되어 보기도 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그 서점에 머물다 나온 것 같다. 내 것도 아닌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내 마음대로 가슴 가득 품어 보았다. 부러운 공간을 가진 서점지기가 한없이 부러운 시간이었다.
열 평 남짓 된다는 ‘위트 앤 시니컬’의 책들이 날개를 달고 세상 속으로 퍼져 나가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넓고 큰 서점이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마냥, 좋기만 한 일이 어디 있을까만 어려움들은 뒤로 하고 보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세상 어딘가에 한 명쯤 그런 일에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그도 그곳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일들을 더 자주 만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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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의 서점지기이자 시인이 쓴 산문집. (시집서점의 서점지기인 시인이 서점에 대해 쓴 시집도 재미있겠지만...)
서점을 지키는 주인의 마음, 그리고 서점을 찾는 이들의 모습이 요란스럽지 않고 잔잔하게 담겨있다. 나는 평소 온라인 서점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오프라인 동네 서점에 대한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면서 어디든 가까운 서점을 찾아가고 싶어졌다. (물론 위트앤시니컬도!)
물론 서점도 이익을 내야 하고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서점 주인의 나날이 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런 에피소드도 가감없이 담겨있어서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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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에 고정 칼럼을 쓰는 유희경 시인. 이름도 특이한 위트앤시니컬이라는 "시집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누가봐도 장사(?)가 잘 될 것 같지 않는 서점이었다. 요즘같은때 시집전문서점이라니. 평소 꽤 많은 책을 사들이는 나도, 1년에 시집은 한두권 정도다. 마음이 삭막해서인지 생각을 안하고 읽는 독서습관 떄문인지 읽고 바로 이해가 안되는 시집을 읽는게 좀 곤혹스럽다. 아마 어릴 때부터 시는 누군가가 "해석"해주는데 익숙해서일지도. 그래서일까. 시를 해석해주는 책들은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서울에 가면 언젠가 가봐야지 했는데 자리를 옮긴단다. 문을 완전히 닫는 것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래된 서점 2층으로 이사를 갔다는 얘기는 칼럼에서 읽었었다. 1층과 2층에 각각 2개의 서점이라니.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름답지 않은 출발이었다. 창고로 쓰고 있던 동양서림의 2층으로 옮겨가려고 했을 때 가뜩이나 좁은데 1층과 2층을 연결하고 있던 나선계단도 걸림돌이었단다. 이제는 자리를 잡고, 나선계단이 하나의 시그니처가 되었지만 처음 그 삐걱거리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을 시인의 심정은 어땠을지.
이 책은 "위트앤시니컬"에 관한 책이다. 시를 어떻게 쓰고 그런 얘기는 없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시집전문서점을 자신이 운영하고 있고, 어렵지만 매일매일 운영해가며 느낀 이야기를 쓴 글이다. 나선계단, 화분, 의자, 인형, 책상, 하다못해 연필이야기까지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작은 서점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이야기를 쓴 덕분에 혜화동 그 정류소 앞에 내려주면 서슴없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선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익숙한듯 서가로 가 유희경 시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흘끔흘끔 살펴볼지도 모른다. 모른척 시인의 책을 꺼내 계산을 하다 사인을 요청할지도. 아니면 용기가 없어 인기가 많다는 명함만 슬쩍 집어올지도 모르지.
집 가까운데 있다면 나도 언젠가 찾아가 비어있는 테이블에서 시를 읽다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는 날이면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라가 스윽 제목만 훑어보고 밤새 읽을 시집을 사서 내려올 수도 있을텐데. 위트앤시니컬. 시집전문서점은 그런 서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제 시간에 출근해서 성실(?)하게 일하려고 노력하는 대표, 다양한 이벤트로 책과 독자를 이어주려고 하는 시인, 작은 서점이지만 구석구석 모든 것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희경 시인이었다. 유희경 시인이 쓴 시집전문서점 위트앤시니컬로의 초대장,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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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서점이란 공간은 하교길에 매일 가던 단골집 이었다. 책을 구입하는 날도 있지만 구입하지 않는 날에도 4시30분에 오는 신간 아저씨를 기다리며 책장 구석에 앉아 책을 읽어가던 곳. 이 책에서 느낀 서점의 풍경과 주인 시인은 그곳을 떠올리게 했다. 없어졌다고 생각 했던 공간이 머물러 있는 느낌. - 습관처럼 '나의 서점'이란 표현을 쓰지만, 이것이 '나만의 서점'이라는 뜻은 아니다. 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이곳을 사용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이곳에서 읽고 쓰고 각양각색의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고 울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이 곳에 온 사람들도 아무 방해 없이 시라는 차양 아래서 이 곳에서의 시간을 만끽하기를 바란다._73쪽 -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에는 서점의 시작과 진행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가 운영하는 위트 앤 시니컬'처럼, 위트있으며 아주 시니컬한 웃음을 준다.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것이란 어떤 마음이며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지 궁금했었다. 어쩌면 마지막 저자의 말을 읽으며 그 모든 것이 해소가 되었다. 마음이 조금 뭉클했던 단락들이 있었다. - 매일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가는 기분이다. 이 작은 행동이 당장은 아무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몇 걸음 물러나보면 이것이 벽채질이 되고, 집이 지어지고, 누군가 그곳에서 밥을 지으며 살아가리라. 그것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집이더라도. 지붕이 되고 온기가 되고 안심이 되리라하는 그런 믿음. 무척이나 감상적이지만 이런 물컹함 없이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_270쪽 - 코로나라는 불특정한 시국에 다시 생겨나는 동네책방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편히 찾아가는 서점이 계속 존재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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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전문서점 이라는 것부터 너무나 관심이 갔던 작가님의 서점. 아직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다. 방문하기 전에 이런저런 서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따뜻했다. 기회되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