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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하듯 떠 있는 집과, 계단 위에 도발적으로 써 있는 제목 <불만의 집>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표지의 강렬함에 좌우되어 책을 구매하는 습관은 없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었고, 근래 들어 고딕 소설 몇 편을 읽으며 색다른 고딕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다. 게다가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기대주인 작가의 장편소설이라는데, 안 읽고 배길소냐! 냉큼 사 놓고 몇 주를 흘려보내다 마음 잡고 자리에 앉아 경건하게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레 카세’라는 상상 속 마을은 이름만으로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그 공간 안에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애정과 증오, 탐욕과 망상, 고난을 함께 겪어낸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이 작품 안에 미스터리와 누아르, 고딕 소설의 다양한 형태를 곳곳에 잘 배치하여 녹여냈으니 백화점 드나드는 기분도 들었다. 이 폐쇄적이라면 폐쇄적일 마을 공간에서 1차 세계대전부터 1990년대 말까지 긴 시간을 아우르는 구성이 역시 흥미로웠다. 게다가 각자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의 구조는 재잘대는 각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합창 소설이라고 불린다는 소갯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샤 나스피니라는 낯선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 보며 이 작품은 혼돈의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는 내 주변인들에게 조용히 내밀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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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나스피니 (Sacha Naspini) 저, 최정윤 역 불만의 집(원제 : LE CASE DEL MALCONTENDO) 을 읽어보았습니다. 레 카세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구성원들의 갈등과 배신 실종 등의 이야기가 매 장마다 다른 화자에 의해 펼쳐집니다. 미스터리 하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소설이라 보는내내 시선을 뗄 수 없이 흥미진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