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종기 시인은 의사이면서 시인이다. 그리고 그의 시전집은 내가 곧잘 읽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마종기 시인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우연히 병원에서였다. 그때 나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병원에 10개월가량 입원을 하면서 수술도 여러번 받았는데, 그때 만났던 것이 마종기 시인의 시였고,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특히 그 가운데, 「戀歌4」와 「戀歌9」는 白眉인데, 그 각각의 詩를 나는 지금도 외우고 있다. 그의 시는 간명하면서 삶에 대한 단면을 잘라 보여준다. 마치 우리의 살갗 밑을 방사선으로 찍어내어 그 속내를 들여다보듯이, 그는 시를 통해 삶의 단층면을 잘라보여준다고 나는 느꼈다(그는 실제로 오하이오 아동병원 부원장 겸 방사선과 과장이다). 의사의 직업이 가진 천명이랄까? 시인의 말마따나 사람들을 전송하면서 살고 있는 그가 그 친구들의 허전한 웃음 끝을 몰래 배우게 되는 그런 과정들 말이다. 그래서 그의 시집들을 차례대로 읽어나가면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낮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그런 음악 말이다. 삶과 죽음의 계보를 가로지르는 그의 시어의 음조들이 어우러내는 '평균률'을 들으며 나는 퇴원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완쾌되는 병이 아니었기에 나는 허전한 웃음 끝을 의사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의 미안한 마음의 전송을 나는 알고 있었다. 삶은 그런 것이리라. 서로에게 작은 마음들을 비춰주고, 그들의 쓸쓸함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는 그런 것. 나는 이번 겨울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다시 수술을 할지 모른다. 그럴 때, 몇가지 옷가지와 책을 챙겨갈 것이다. 물론, 잊지 않고 마종기 시전집도 들고가겠지. 그의 허전한 웃음 끝을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싶다. 그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배우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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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무 심야 시간대에 편성이 되어 있어 잘 시청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한때 모 TV에서 방영하는 <낭독의 발견>을 즐겨 보았었다. 읽기에 적합한 작품들을 작가가 직접 출연하여 낭송하거나 관련 인사가 나와 분위기를 고조시키곤 하여 꽤 흥미진진하게 보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종기 시인 특집편이었는데 그냥 건성으로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바로 시인이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읽는 대목에서였다. 잔잔하게 별 억양 변화 없이 읽어나가는데도 그게 마치 아빠와 딸이 식탁에 마주 앉아 진지하고 품격 높게 나누는 대화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렇고 그런 잘 살라는 식의 뻔한 얘기가 아니라 아빠의 정체성 문제를 두고 딸이 더불어 고민하는 내용을 리드미컬한 운율에 실어 은유적으로 풀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화가 살짝 겉도는 듯하면서도 심경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어 금방 감정이입이 되었다.
---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꺼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더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 그 것 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 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
이런 게 좋은 시가 아닐까 하고 감탄했을밖에. 이 시집은 문지에서 마종기 시인의 시 대부분을 묶어 펴낸 책이다. 이런 멋진 시들이 빼곡 들어차 있으니 머리 맡에 두고 심란할 때마다 꺼내 읽으면 마음결 고요히 가라앉을 것이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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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나서, 사춘기와 젊은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가, 다시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의사로 생활하는 마종기 시인의 시쓰기. 그의 환갑을 기념해서 문학과 지성사 출판사에서 그의 시작들을 잘 모아준 전집으로 잔잔하고도 순수한 시인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의사로서의 생활, 타향에서의 고독 그리고 향수,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구도 등등이 유유히 흐르는 자연물의 색채(특히 강, 물의 얘기가 많음)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고요한 밤에 읽으면 시적 감수성이 그의 멀고도 멀었던, 그래서 더욱 고독할 수밖에 없던 여정의 세월과 함께 감동이 전해져 옵니다. 유장한 강물의 흐름처럼 이렇게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있는 듯 합니다.
<우화의 강="">으로 처음 알게된 이 시인은 제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시처럼 제게 강물같은 존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려는 사람을 소중하게 아끼려 합니다. [인상깊은구절] 우화의 강 1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우화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