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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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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농아시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히려는 수화 통역사의 이야기를 담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데프 보이스』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농인 부모에게서 자란 청인, 코다(CODA)이다. 가족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아이. 경찰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아라이는 수화 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농아시설 '해마의 집' 이사장의 죽은지 17년이 지나 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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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농아시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히려는 수화 통역사의 이야기를 담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데프 보이스』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농인 부모에게서 자란 청인, 코다(CODA)이다. 가족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아이. 경찰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아라이는 수화 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농아시설 '해마의 집' 이사장의 죽은지 17년이 지나 그 이사장의 아들이 살해되면서 진상을 파헤치며 목소리를 전달하는 아라이. 살인사건을 가지고 전개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농인과 청인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그 사이에서 아라이의 역할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하지 않았나 싶다.

 

아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지겨울 만큼 '가족과 세상' 사이의 '통역'을 해 왔다. 쇼핑을 하러 가거나 놀러 간 곳에서. 학부모 면담에서는 교사와 부모 사이에 있었고, 은행이나 관공서에 끌려가는 일도 자주 있었다. (p.106)

 

흥미로운 미스터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물들과의 갈등, 위기, 화해가 돋보였던 것 같다. 아라이의 외로운 성장이 안타깝기도 했다. 수화 통역사가 되어 그들의 생각을 전하고.. 사건의 끝을 함께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녀들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녀들의 생각을, 모두의 생각을 대신 전해 줄 누군가가. (p.313)

 


7년만의 속편 『용의 귀를 너에게』

 

용에게는 뿔은 있지만 귀는 없지. 용은 뿔로 소리를 감지하니까 귀가 필요 없어서 퇴화해 버렸어. 쓰지 않는 귀는 결국 바다에 떨어져 해마가 되었단다. 그래서 용에게는 귀가 없어. 농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용의 귀'라고 쓰지. (p.233)

 

농아시설 '해마의 집' 살인사건이 있은지 2년이 지난 후, 아라이는 여전히 수화 통역사를 하며 농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해마의 집' 폐쇄 소식이 들려오고, 잘못을 저지른 피의자들의 법정 통역을 맡게 되면서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이 든다.. 『용의 귀를 너에게 줄게』 읽으면서 느꼈지만 전작 『데프 보이스』 보다 더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사건을 목격한 미와의 친구 에이치. 에이치는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함묵증이 있는 아이다. 세상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아라이에게 수화를 배우게 되고 집 앞에서 목격한 사건을 털어놓게 되는데...

 

흉내를 당하는 사람, 바보 취급을 받은 사람이 알아차라지 못할 리 없다. 자신을 깔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상처를 받아서 생긴 분한 감정이 그대로 가슴에 새겨진다. 그렇게 살아간다. (p.173)

 

가족중에 유일하게 들리던 아라이. 모두가 수화로 이야기할 때 빗소리를 혼자 들었던 아라이.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함께 있어도 어딘가 조금은 외로운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날림공사로 지어진 허름한 집 지붕에 큰비가 세차게 내리꽂히던 날이었다. 가족 모두가 빗소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수화로 '담소'를 나누던 가운데 딱 한 사람, 아라이만 그 빗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자신은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톨이였던 그 방에 머물러 있었다. (p.32)

 

농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볼 수 있었던 『용의 귀를 너에게』


 

'법정 수화 통역사 시리즈'의 최근 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는 연작 단편소설집으로 네 가지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제 1장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제 2장 쿨 사일런트

제 3장 조용한 남자

제 4장 법정의 웅성거림

 

 

수화 통역은 '들리지 않는 사람'만을 위함이 아닌 '들리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들리는 사람' 중에는 이런 의식이 없는 사람이 이따금 있다. (p.50)_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전작에서 아라이는 연인인 미유키와 함께 동거를 했지만 이제는 가정을 이루고 아빠가 된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딸의 양육방식에 있어서 부족한듯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부모가 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의 첫번째 에피소드. 아라이에게 농인 부부의 산부인과 진료 통역들어온 의뢰. 처음 의뢰는 그런대로 넘어갔으나.. 이 후에 산모에게 문제가 생겨 119에 신고를 늦게 하게되는 상황이 생겼는데.. 좋지 않은 상황에 아이를 잃게 되는 농인 부부.. 응급대원이 신고를 왜 일찍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아라이의 외침에 현실에서도 이렇다라면.. 하아.. ㅠㅠ

 

"더 빨리 신고를 해 주셨더라면."

"할 수 없었습니다!" 아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 사람들은 귀가 들리지 않아요, 119에 신고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요!" (p.68-69)_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들리지 않은 인기 모델의 에피소드를 담은 '쿨 사일런트' , 방송사가 야외촬영을 할때마다 배경에 끼어들어 수화로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 않는 거짓말을 남겼던 무연고 사망자의 에피소드 '조용한 남자' , 회사에서 불합리한 근무 환경 및 고용 차별 때문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직원의 이야기 '법정의 웅성거림' ..

 

소수자가 놓은 현실.. 아라이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들리지 않는 이'의 말을 '들리는 이'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특히 이번 최근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는 의료, 복지, 노동 그리고 아라이 가족을 중심으로 들리지 않는 아이에 대한 양육방식 등을 섬세하게 담은 것 같다. 어느 하나 무시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지 않은가... 소통이 되지 않아서.. 소통을 할 수가 없어서.. 지킬수 없는 것들도 있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ㅠㅠ (나울어)

 

'아, 역시 말이 통한다는 건 좋은 거구나.' 그때를 떠올리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들리지 않는다. 역시 나는 농인이 아닌가.' 하고. 그런데 모델 일을 하면서 농인 커뮤니티와도 거리를 두게 되고……. 그때 아라이 씨를 만났어요. 오랜만에 일본 수화를 보니까 어쩐지 편안해서.

아, 역시 수화가 나의 언어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p.108)_ 쿨 사일런트

 




'수화 통역사'라는 공통 소재의 시리즈 데프 보이스 법정 수화 통역사.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지만..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굉장히 힘들겠다.. 불편하겠다.. 어떻게 이런건 개선이 안되는건가..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없는건가.. 현실에서도 정말 이럴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는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크게 상관 없지만.. 출간 순서대로 읽어 본(그러고 싶었음) 법정 수화 통역사 시리즈- 『데프 보이스』, 『용의 귀를 너에게』,『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비록 소설이지만 현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현실적인 문제들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끝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라이 덕분에.

 

그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기를. 조금 더 귀기울일 수 있는 세상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데프보이스 #용의귀를너에게 #통곡은들리지않는다 #법정수화통역사 #일본소설 #추리소설 #장편소설 #단편소설 #수화통역사 #코다 #마루야마마사키 #황금가지 #감동소설 #추천소설시리즈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21.07.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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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 / 마루야마 마사키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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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 / 마루야마 마사키 / 황금가지         농인 부모 밑에서 자란 청인,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다! 오~ 세 권의 책이 세트입니다. 마루야마 마사키의 <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인데요 예쁜 세트 포장지로 둘러 있었는데 찢어져서 왔네요! ㅎㅎ 아쉽지만 세트 포장지는 없는 걸로! 마루야마 마사키(丸山正樹)는 1961년 도쿄 출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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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 / 마루야마 마사키 / 황금가지

 


 

 

 


농인 부모 밑에서 자란 청인,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다!

오~ 세 권의 책이 세트입니다. 마루야마 마사키의 <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인데요 예쁜 세트 포장지로 둘러 있었는데 찢어져서 왔네요! ㅎㅎ 아쉽지만 세트 포장지는 없는 걸로! 마루야마 마사키(丸山正樹)는 1961년 도쿄 출생으로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연극과를 졸업했습니다.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프 보이스"로 데뷔하였으며, 그 외 작품으로는 "표류하는 아이", "형사 이즈모리의 고고한 얼굴", "원더풀 라이프"가 있어요.

 

한 가지 이야기로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겠어요. 그럼 여름여름한 파란 표지들의 마루야마 마사키의 소설, 만나보겠습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법정의수화통역사세트 #마루야마마사키 #황금가지 #데프보이스 #용의귀를너에게 #통곡은들리지않는다 #청인 #농인 #청각장애 #코다

 

 

 

 

 

 

p********g 2021.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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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의 인권을 다룬 사회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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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우리 주변의 삶이기도 한, 농인문화를 접할 수 있는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2017년 마루야마 마사키 작가의 데뷔작 <데프 보이스>를 읽으며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슴 따스한 스토리 속에 사회 고발 주제를 담아 전개하는 방식이 큰 울림을 줍니다.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코다(CODA). 주인공 아라이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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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우리 주변의 삶이기도 한, 농인문화를 접할 수 있는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2017년 마루야마 마사키 작가의 데뷔작 <데프 보이스>를 읽으며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슴 따스한 스토리 속에 사회 고발 주제를 담아 전개하는 방식이 큰 울림을 줍니다.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코다(CODA). 주인공 아라이는 부모와 형이 모두 농인이지만, 아라이만 청인입니다. 어린 시절 그는 가족의 통역사 역할을 하며 자랐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자연스럽게 배운 수화를 사회생활에 사용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불편할까 싶어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속 사정을 알게 되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코다의 체성에 방황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 번째 작품 <데프 보이스>는 가족 모두가 선천적 농인인 데프 패밀리를 비롯해 중도 실청자, 난청자 등 다양한 농인을 등장시켜 그들 앞에 놓인 편견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농인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어두고 편견 또는 오해한 채 바라보던 것들을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용의 귀를 너에게>는 발달 장애 아동의 영역까지 들어가 소통으로서의 언어란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이 소설을 통해서는 농인에게도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인이라면 구화법을 배워 청인의 말을 잘 알아듣기를 바라는 다수자의 입장을 꼬집기도 합니다.

 

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는 네 편의 주요 에피소드가 있지만 특히 주인공 아라이의 가족 성장 스토리가 인상 깊습니다. 전작에서 인연을 맺은 경찰관 미유키와 딸 미와와 새로운 가정을 이룬 아라이. 그 사이에 들리지 않는 아이 히토미의 탄생은 그들에게 또 다른 감정을 겪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첫째 딸 미와는 청각장애인 형제자매를 둔 사람을 일컫는 SODA로서 언니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CODA인 아라이 역시 농인의 부모로서 새로운 변화들을 경험합니다.

 

흥미롭게도 6년의 세월을 담아냈습니다. 긴 세월 동안 첫째 딸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었고, 둘째 딸 히토미도 성장해 수화로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에 비해 긴 시간 흐름은 아라이 가족을 위해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들리지 않는 아이가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니까요.

 

현실에선 코다의 위치가 농인 사회에서든 청인 사회에서든 경계에 걸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데프 보이스>에서 우리 편이냐 적이냐 묻던 소녀의 물음에 아라이는 이제 답을 할 수 있을까요.

 

농인 세계를 알리려는 목소리는 세 권의 소설로 이야기해도 여전히 할 말이 많아 보입니다. 첫 책 <데프 보이스>를 쓸 때는 단 한 명의 농인 지인 없이 탄생했던 작품이었다는데 (사실 다들 깜짝 놀라는 게 작가가 농인도 코다도 아닌 청인이라는 것이지요)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를 쓰면서는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작가. 농인이 아니면서도 농인문화를 알리는데 탁월한 감수성과 능력을 가진 멋진 작가입니다. 

 

배려심을 가진다는 것과는 달리 실제 농인들의 불편함을 인지하는 수준은 낮다는 걸 소설을 읽을 때마다 깨닫게 됩니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가 앞으로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l****5 2021.07.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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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바람속에 혼자 서 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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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는 언어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화를 신체적 신호 그 이상의 섬세한 언어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유독 수화를 눈여겨본 때가 있었다. 코로나 재난 방송 당시 질병관리청장 옆에서 열심히 수화를 하시던 여성분을. 아니 그분에게 시선이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손놀림도 신기했지만 얼굴 표정과 몸짓까지도 굉장히 섬세해서 수화라는 언어의 세계에 잠깐 호기심도 생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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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는 언어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화를 신체적 신호 그 이상의 섬세한 언어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유독 수화를 눈여겨본 때가 있었다. 코로나 재난 방송 당시 질병관리청장 옆에서 열심히 수화를 하시던 여성분을. 아니 그분에게 시선이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손놀림도 신기했지만 얼굴 표정과 몸짓까지도 굉장히 섬세해서 수화라는 언어의 세계에 잠깐 호기심도 생겼었으니까.

 

BTS의 <작은 것들의 시> 뮤비 엔딩에 보면 잠깐이지만 수화가 등장한다. 아이 러브 유를 뜻하는 손가락 수화였는데 이번 신곡 <퍼미션 투 댄스>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수화로 춤 동작을 선보였다. 알고 보니 뮤비에 등장한 수화는 국제수화라고 한다. 수화에도 국제수화가 있고 나라마다 쓰는 수화가 다르며 각 나라 안에서도 방언처럼 수화의 종류가 또 나뉜다. 게다가 농인의 특성에 따라 사용되는 방식도 여러 가지라 수화가 생각보다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에 만나게 된 <데프 보이스>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희한하게 관심이 생기면 호기심이 충족될만한 무언가가 등장한다. 그러니 이 책이 나에게 온 것은 운명이다.ㅋ

<데프 보이스>의 저자 마루야마 마사키는 수화 통역사를 통해 그들만의 세계의 문을 독자들에게 열었다. 들리지 않는 자들. 즉 청각장애를 가진 이들의 세상 말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작가의 노고가 빛나는 작품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나 역시 작가 이길보라님이 의심했듯 작가가 코다이거나 혹은 농인이 아닐까 했었으니까. 더 놀라웠던 건 이길보라님이 코다였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님의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을 바로 들였다.

 


 

주인공 아라이는 들리지 않는 자들 사이에서 들리는 자로 태어난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s)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들리지 않는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라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싶겠지만 아라이에겐 그들과 동일하지 않다는 조건 때문에 '흠이 있는 아이'가 된다. 혼자서만 듣게 되는 빗소리도 낯설고 기이한 경험이지만 '가족과 세상'사이에서 홀로 '통역'자가 되어야만 하는 존재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라이는 원치 않았던 존재가 되어 그만의 소외감과 차별감을 떠안게 된다.

우리편? 아니면 적?

청인과 농인의 어중간한 경계에서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 하나는 오랫동안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미묘한 통증을 남긴다. 그랬기에 그는 더 이상 수화를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다시 통역자의 삶으로 이끈다. 찬찬히 받아들인 시간 속에서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된다.

 

<데프 보이스>는 아라이가 수화 통역 일을 하던 중 법정 통역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추리물이다. 그전에 아라이가 맡았던 세세한 일화를 보면 농인들이 얼마나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수화로 대화하는 이들을 보며 들리지 않는다고 막말을 하는 자들, 농인이라고 처음부터 대놓고 무례하게 구는 자들뿐 아니라 부작용이라는 단어와 묵비권이라는 단어조차도 제대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며 농인들이 사회와 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퍽퍽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한 예는 나머지 시리즈에서 더욱 드러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어디에도 도움을 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나 들리는 사람들 속에 절대 섞이지 못한 채 투명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심지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삶에 마음 한켠이 먹먹해져 온다.

농인의 유전적 요인을 의심해 강제적 불임시술까지도 자행되었었다는 사례는 충격이긴 했으나 아라이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그 두려움이 이해가 된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싸울 수 없는 자들에게 변호사는 필수다. 그렇지만 농인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능력자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쓰는 언어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수화 능력자말이다. 코다로 살아온 아라이는 누구보다 농인들의 세상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기술에 마음이 더해져야 통하는 법이니까. <데프 보이스>에서 아라이를 통해 닫혔던 문이 열렸다면 다음 시리즈부턴 그 열린 문을 통해 더욱 복잡 다양한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진심은 통한다는 진리가 들어먹히는 광경은 아름답다. 미숙해 보였음에도 아라이의 진심이 통과한 주변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밝아진다.

 

 

작가는 처음부터 <데프 보이스>를 시리즈로 엮을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순전히 독자들의 응원덕이었다. 속편까지 무려 7년이라는 기간이 걸리긴 했다지만 단편을 장편처럼 엮어놓아 무리가 없다. <용의 귀를 너에게>는 수화라는 특수한 언어가 음성 언어를 거부한 한 아이에게 귀가 되어주는 과정을 친근하게 보여준다. 즉 수화의 영역을 넓힌 것이다. 추리극 밑바탕엔 기득권층의 낡은 정치적 야심이 깔려 있지만 미혼모 아래 발달장애아, 심지어 스스로 가족에서 이탈해 버린 한 남자의 아픈 운명까지 등장시키며 이래저래 소외된 자들을 하나하나 포용해간다.

 

전편에서 아라이의 법정 통역사다운 면모가 약했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한다. 같은 농인들을 등쳐먹던 피의자의 양심을 끌어낸 것이다. 바람의 소리를 기억했던 한 남자는 오래전 그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세상의 소음과 단절돼 버린다. 그는 상실감을 극복하기보다는 자신의 소리안에 갇혀 버린다. 내면의 소리까지 잊어버렸던 한 남자에게 던진 한 마디가 꽤 인상 깊게 남았다.

언제까지고 바람 속에서 혼자 서 있을 생각이로군. -p.199

 

<용의 귀를 너에게>는 범죄의 실마리와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달장애가 가지는 특수성을 이용해 사건을 풀어가는 점이 흥미롭다. 교육의 진정한 목표뿐 아니라 농인 학교와 같은 특수학교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가족이라는 표면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던 아라이와 범죄로 인해 불안정해져버린 루미를 보며 가족의 의미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세 번째 시리즈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는 어느덧 세월이 훌쩍 지난다. 아라이는 드디어 가정을 이루었고 선택한 통역사의 삶도 안정돼 보인다. 두 번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단편으로 엮여 있지만 아라이의 삶을 중심으로 농인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과 불공정한 사회의 이면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통역 역시 특정 분야의 지식이 없으면 난감하고 다루는 수화 체계가 다르면 아무리 통역사가 있다 한들 무용지물이다. 좌약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전달이 안되어 앉아서 약을 먹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여럿 발생하는 것이다. 의료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말이 통하는 누군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말이 통하게끔 노력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아는 줄여야만 하는 거래.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거" -p.141

SF 소설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장애 정도는 얼마든지 고치는게 가능하다. 장애가 있는 인간이 줄어드는 세상이 아닌 없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줄이는 게 대안이 아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과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수화가 아닌 수어라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수어도 또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은 것이다. 사용하는 언어체계가 다르다고 편이 나뉘어서야 되겠는가. 그만큼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라이는 우려했던 대로 태어난 딸이 '들리지 않는 아이'다. 여전히 모든것들이 미흡하지만 미유키가 느낄 심리적 동요, 사춘기 미와를 지나게 될 소외감, 딸이 성장 후 노동 현장에서 겪어야 될 불편함들이 여느 우리네 성장통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진짜 장애는 장애를 가진자가 아니라 장애에 대해 편견을 지닌 지들이다.

z******5 2021.07.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