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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자서전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과학자 자서전과 같이 이 책도 글쓴이의 연구 여정과 인생 행로를 함께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 "벤 바레스"는 바바라 바레스로 살다가 성전환 수술을 통해 벤 바레스가 된 트렌스 젠더 과학자의 일대기라는 비밀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의 파벌과 차별이 일상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생명과학 분야에서 남녀 차별이 얼마전까지, 그것도 미국에서, 횡횡했다는 것은 읽고 지나가기 어렵다. 과학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관심을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이를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남녀의 차이점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저자의 성전환이 유전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이라하더라도, 바바라와 벤으로 살면서 대면해야 했던 과학계의 차별이 보통 사람이 느끼는 그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 넉넉히 짐작된다. 이 책을 읽고 신경세포 분야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신경아교세포 분야가 현재 활발히 연구될 수 있도록 기여한 해당 분야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우리가 인간의 뇌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더 많지만, 저자가 초석을 쌓아올린 신경아교세포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뇌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불치의 뇌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오래 살아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의 후학들과 더 큰 연구 성과를 세상에 보여 줄 수 있으려면 좋겠지만, 너무 빠른 사망이 두고 두고 아쉬울 것 같다. 많이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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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검색사이트인 PubMed (https://www.ncbi.nlm.nih.gov/pubmed)에서 Ben Barres라는 이름으로 논문을 검색하면, 2002년부터의 논문이 나온다. 그러나 벤 바레스의 과학 경력은 그보다 이르다. 그의 모든 논문은 검색하기 위해서는 다시 Barbara Berres라는 이름으로 검색하거나, Berres BA라고 입력해야 한다.
<Nature>지에 난 그의 부고(그는 2017년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이렇게 시작한다(제목은 “Neurobiologist who advocated for gender equality in science”). “Ben Barres (born Barbara Barres) was a passionate researcher of the role of glia, the most numerous type of brain cell, in development and disease. He was also an ardent campaigner for equal opportunity in science. He died of cancer aged 63, on 27 December 2017.”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7-08964-1)
그는 Barbara Barres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서 Ben Barres라는 이름으로 죽었다. 스탠퍼드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였던 그는 나이 43에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오랫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지만 확신을 가지지 못했고, 불편했지만 성차별에 대해서도 심각성에 대한 자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자신의 상황을 파악했고,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자 여성이었던 시절 차별의 실체가 인식되었다. 2006년 <Does gender matter?>라는 기고문은 유명하다. 당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의 성차별 발언을 직격으로 비판한 글이었다. 학회에서 교수들의 성추행 등에 대한 서명을 받도록 압력을 넣었고, 대학에 뛰어난 여성 교수들의 임용을 추진했다(여성 교수가 없는 학교 학과의 세미나 초청을 바로 그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 과학자로서 그는 전투적인 활동가였다.
그러나 그는 또한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의 논문 목록을 보편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질과 양이 압도적이다(질에 관해서는 내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아니라 출판한 저널의 명성만을 두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신경생물학 중에서도 신경아교세포(glia)를 연구했다. 단지 신경세포에 대한 지지 작용만이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신경아교세포가 실은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과학자 중 한 명이고, 또 가장 중요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을 나와, 인턴,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후, 다시 하버드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7년 동안의 박사 과정을 마치고, 다시 런던에서 박사후 과정까지. 그러면서도 그 지난한 배움과 연구 수련의 과정을 만족스럽게 여기고, 그 이후 스탠퍼드대에 자신의 연구실을 차린 이후에도 연구에만 정진했던 그의 과학에 대한 열정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다만 이 자서전의 2부에 해당하는 <과학>편은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다. 그는 아마도 열정적으로 이 부분을 썼을 것이다. 그 열정은 이쪽 전공자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감명받을 것이다. 분명히!).
거기에 그는 훌륭한 교육자였다. 스스로는 지신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와 박사후 과정의 지도교수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책 뒤편에 실린 제자 목록을 보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교육자였는지. 그저 단지 과학만을 잘한다는 것으로 이렇게 많은 (각국의) 제자들이, 이른바 유명한 대학에 자리를 잡고 연구를 이어갈 수는 없다. “교수는 실험을 하는 사람도, 심지어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하며 자신의 대학원생들이나 박사후 연구원이 자신보다 훨씬 재능이 있다고 썼지만, 학생들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우뚝 서기 위해서 얼마나 세심한 정성이 필요한지는 알만한 사람은 안다. 사실 그는 “How to pick a graduate advisor”라든가 “Stop blocking the posdoc’s path to success”와 같은 <Neuron>지와 <Nature>지의 기고문으로 이미 잘 알려졌던 과학계 멘토였다.
그가 이 자서전을 쓴 것은 췌장암을 진단받고 나서다(그가 낸시 홉킨스 교수에게 쓴 이-메일 편지에서 마지막 구절, “나, 진짜 많이 아픈가 봐”은 정말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프기 때문에 오히려 이곳저곳 불려다니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어서도 좋다고 한 그는 진단받은 후 21개월 동안 시간 나는 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트랜스젠더 과학자로 기억할 거다. 그러나 그냥 과학자로만 기억하더라도 그는 진짜 삶을 살다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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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바레스』는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성전환을 한 어느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자서전이다. 인구의 1퍼센트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려서 과학과 사랑에 빠지고 MIT를 졸업하고 다트머스 의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런던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한 것은 바버라 바레스였다. 모든 교육과 수련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버라는 1993년에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생물학과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바버라는 만 43세에 남성으로 성전환하여 벤 바레스가 되었다. 이후 벤은 스탠퍼드 신경생물학과 학과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벤을 지도해 준 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데이비드는 "언젠가 집중하는 법을 깨우친다면 훌륭한 과학자가 될 거다." 라며, 꾸짖을 때조차 배려심이 넘쳤고 친절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세미나에서 종종 부정적이고 파괴에 가까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마틴을 보면서 벤은 제안의 형태로 건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당신이 이 실험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벤은 그가 이룬 과학적 업적이나 예술적 경지에 오른 멘토링 때문이 아니라 과학계에서 여성을 옹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벤이 성별에 따른 장벽을 완전히 인식하게 된 것은 성을 바꾸고 나서 남자라서 유리한 삶을 경험한 다음이었다. 여성 과학자는 학문적으로 대단히 성공하더라도 여성의 연구 업적은 같은 연구가 남성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보다 가치를 덜 인정받는다.
여성뿐만 아니라, 라틴계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포함한 많은 소수 집단들이 상당한 편견과 장벽에 부딪힌다. 부정적 고정관념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좀 더 다양하고 협력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벤은 주장한다.
벤은 성 소수자로서의 삶에서 겪은 남다른 경험이 경쟁적인 세상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용기 있게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믿는다. 보편적인 무지와 혐오의 시대에 트랜스젠더로 성장하는 것은 힘겹고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벤은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공개하고 자신의 능력이 닿는 만큼 훌륭한 과학자이자 선생, 인간이 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사람들이 덜 무지하고, 더 응원하고, 더 이해하는 미래의 세상에서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도자란 타인을 돕기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벤이야말로 참된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