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은 너무 잘나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가 현실이었던 적이 존재했다. 어쩌면 현대사회에서도 그 말은 부합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혜석이라는 인물이 살던 그 시기에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나혜석의 생애에 대한 전반적인 일종의 전기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나혜석이 출생하던 그 시기부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던 그 시기까지. 단순히 인간 자체의 삶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삶을 숭고하게 형상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있는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로서 그녀의 삶은 그 시대를 굉장히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 이르다고할지도 모르지만 자유연애사상이 그녀에겐 존재했고, 그 시기 이혼이라는 것을 통해 일종의 시대의 불운아로서 낙인찍혀버렸지만, 이혼 이후의 비참함과는 달리, 그녀의 삶은 당당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녀와 그녀의 그림들에 대한 사진들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에 대한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 |
|
나혜석이 살았던 시기는 구한말 격동의 시기였다. 파란만장한 나라의 역사처럼 그녀의 개인 역사 또한 파란만장했다.
여권신장이란 단어가 낯설 뿐더러, 여자는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시기의 나혜석은 선택받은 여자였으며, 축복받은 여자였다.
여자가 배워 뭣에 쓸 것인지.. 그저 시집가서 남편 잘 섬기고, 아들 딸 낳고, 시부모 잘 모시는게 최고의 미덕으로 알던 시기에 그녀는 일본 유학에 구미여행까지 당시 여성으로선 상상 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했고,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시기에 자신의 꿈과 이상을 쫓아서 살 수 있는 소수의 집단에 속했던 여성이었다.
수원의 나부자집 딸로 태어나 개명한 아버지와 오빠 덕에 그녀는 이런 소수집단에서 물질적인 어러움 없이 미술과 문학적 소질을 펼치면서 살았다. 그녀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과 지성을 두루 갖춘 여성으로 당시 일본 유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 거칠것이 없어 보였던 그녀 인생이 처음으로 어긋난 것은 약혼자인 최승구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던 그는 물질적인 어려움과 조혼으로 인해 나혜석과의 결혼 절차가 쉽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와의 사별 후 나혜석은 그녀를 일찍부터 좋아했던 김우영과 결혼을 하고 네 아이에 엄마가 된다. 결혼 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달리던 그녀는 남편과 떠난 구미여행에서 최린을 만나 불륜을 저질러서 이혼 당하고 만다.
이혼 후 그녀의 삶은 비참했다. 아내의 흠이라 하여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해 경제적인 궁핍함과 아이들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 그리고 자신을 철저히 외면한 최린에 대한 분노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녀는 최린에 대해 정조을 유린했다해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까지 벌였다.
극과 극을 달리던 나혜석은 삶은 객사로 막을 내린다.
나혜석에게는 선각자, 신여성, 페미니스트, 문학가, 화가, 여성운동가 등등..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어떤 글에서는 자식들에게 어미는 선각자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녀는 정말 선각자였을까? 그녀는 진정 페미니스트였을까?
만약 그녀가 진정한 선각자요, 페미니스트였다면 그녀는 절름발이 선각자요. 페미니스트였다. 그녀는 자유연애론을 펼쳤고, 정조론에 있어서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글을 썼다. 그리고 부당했던 여자들의 삶에 대해 " 여자도 인간이외다"란 말을 내세워 여성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조혼의 피해와 첩을 들이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면은 그녀의 선각자 적인 면을 볼 수 있다. 화가나 문학가적인 측면에서도 그녀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여러곳에서 모순되고 있다. 부유함 속에서 어려움 없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이루어졌기에, 그녀의 주장은 당시 여성들을 계몽하기에 무리가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여지기도 하다.
첩을 들이는것에 그토록 심한 거부반응 일으켜 남편에게 당당히 평생 나만 사랑해야 하다고 각서까지 받은 그녀가 스스로 바람이 났고, 남편과 이혼 생각없이 부부 사이가 더욱 좋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변명도 그렇고, 개척적인 인물로 살고팠던 그녀가 결국에 남편과 바람핀 최린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해서, 그 도움이 없자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등.. 그녀가 과연 보여주고자 했던 선각자 나혜석의 진실된 모습은 무엇이었나 의심스러웠다.
나혜석이 살았던 시대의 여성들의 삶은 부당한 것 천지였다. 그런 부당한 세상에서 선택받은 인물로 살 수 있었던 나혜석이 그토록 명민한 머리와 대찬 성격으로 좀 더 현실적인 선각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것이 애석 할 뿐이다.
서양의 것은 옳고 좋은 것이요, 우리것은 뒤떨어지고, 나쁜 것이란 생각에 너무 앞서다 못해 무리했던 그녀의 행동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혜석은 열정적인 인물이었고, 행동하는 인물이었지만, 스스로의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