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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삶에 나만의 온전한 속도와 리듬을 원한다면
"슬픔에, 삶에 나만의 온전한 속도와 리듬을 원한다면" 내용보기
지난 주말, 벚꽃길을 차로 드라이브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두 꼬마를 자신의 자전거 뒤 플라스틱 사각 바구니에 태우고 지나가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핸드폰의 카메라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었다. 왠지 그 중년 남자에게서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도 암이 온몸에 퍼져 기운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나와 셋째 언니를 자전거 뒤에 태
"슬픔에, 삶에 나만의 온전한 속도와 리듬을 원한다면" 내용보기

 

지난 주말, 벚꽃길을 차로 드라이브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두 꼬마를 자신의 자전거 뒤 플라스틱 사각 바구니에 태우고 지나가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핸드폰의 카메라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었다. 왠지 그 중년 남자에게서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도 암이 온몸에 퍼져 기운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나와 셋째 언니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경동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이 책을 읽는데, 나도 저자를 따라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고야 말았다. 저자가 친구의 초대를 받아 홍콩으로 홀로 떠나던 날 공항에서 마주친 한 가족을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적은 글을 읽으면서.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생각해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마음이 무너졌다. 울면서 짐 가방을 끌고 공항 화장실까지 어떻게 갔는지 지금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중략) 그동안 쌓였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듯했다.'(148쪽)

 

 

부모님의 투병을 곁에서 지켜보거나 잠시라도 돌본 경험이 있는, 특히 저자와 비슷한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고백을 눈물 없이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평생의 배우자를 잃은 어머니의 상실감을 보듬기 위해 자신의 슬픔은 꾹꾹 눌러놓았던 저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공항 화장실에서 눈물로 온전히 토해내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온전히 애도해 본 적이 없다. 늘 마저 다 받지 못한 사랑만을 원망했다. 마치 아직도 어린아이인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나의 자라지 못하고 덜 성숙한 자아의 모습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이 책은 저자의 삶에 대한, 관계에 대한 깊고 넓은 사유의 근거가 얼마나 많은 책을 접하고, 배운 결과였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해주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겪는 일들을 저자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때로는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감싸안는다. 그런 그의 포용력은 오랜동안 그가 읽어온 책의 두께만큼 깊이가 있어보인다. 그래서 그가 초대하는 '평화롭고 안전한 피난처(독서모임)'에 훅 빨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또는 맞이하는 독자라면 저자의 사유를 슬쩍 엿보기만 해도 얻어 갈 수 있는 지혜가 넘치고 넘치는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e******8 2021.04.0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