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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그때도틀리고지금도틀리다 를 보다가 김명순의 “의심의 소녀“가 궁금해져 주문한 책. 이 책의 글들은 짧다. 하지만 글 안에 담긴 많은 생각들은 내가 생각이란 걸 할 때부터 쭉 했던 고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는 20세기 초반의 한국 여성이 대면했어야 할 세상보다는 20세기 후반의 내가 직면해왔던 세상이 조금은 가볍다. 강경애의 “어둠”은 주인공이 오빠의 사형과 직장상사인 애인의 배신으로 정신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예상외의 사건이 벌어진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같은 긴장이 느껴졌다. 영화로 확대해서 만들어지면 좋을 듯. 나혜석의 “경희”는 (아마도 작가 본인이) 알파걸처럼 어디에도 트집을 잡히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재미있게 묘사되었다. 조금은 순진한 듯하나 그 나이에 경쾌하게 어울린다. 백신애의 “나의 어머니”는 딸과 어머니의 애증관계를 따뜻하게 풀어 놓았다. 이건 21세기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 김명순의 “의심의 소녀”는 평타정도. 이광수가 이 소설을 당시 top 3 (본인 소설과 함께…) 로 올렸다고 했는데, 묘사가 아름답다. 첫 소설이였으니 환경이 극단적으로 나쁘지만 않았으면 멋진 소설가가 되었을 듯. 지하련의 “가을”은 모르겠다…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짐작은 가지만 뭔가 이야기가 불편하게 끝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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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소녀...라는 부제를 보고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었다. 스토리가 완벽한 짜여진 넷플릭스나 미드에 길들여진 나에게 모던걸의 소설은 뭐랄까 뭔가 꽉 짜여지지 않은 풋풋한 느낌이었다. 비록 기승전결이 요즘처럼 딱딱 떨어지고 적당한 긴장감도 주면서 흡인력있는 현대의 소설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는 맛이 있었던 건 오래전 여성들의 그 마음과 지금의 내 마음을 비교하면서, 때로는 끄덕이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출퇴근 길에,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방에서 꺼내 읽기에 적당한 사이즈, 그리고 편안한 내용인 것 같다. 배경이 약 100년전 쯤이라는 사실 외에는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들에 대한 응원과 공감. 그것이 책을 읽고 난 여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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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초년생일때 선배들과 교수님들의 대화에서 자주 들었던 말은 '모던' 또는 '포스트모던'류였다. 나는 그 당시 '모던'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현학적인 담론을 견디기 힘들었었다. 어느 순간, 그런 단어들은 쏙 사라지고 세상은 그동안 더 빨라지고, 더 복잡해졌다. 이 시대는 눈깜짝할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려서인지 무엇을 어디서부터 적응해야할지 혼란스런 마음이다.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늘 고민하던 차에, '모던걸'이라는 화두를 다시 만났다. '모던'은 무엇일까. 그 모던을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무엇일까. 제목을 보고 지레 짐작한 것만으로도 책을 뽑아들기에는 충분한 동기가 됐다. 백여년전 신여성들의 삶. 솔직히 놀랍다. 왜냐하면 나와는 다른 옛사람이라는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책에서 밝힌대로 과감한 번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부드럽게 술술 읽혔다. 그리고 그녀들의 삶에 빠져들었다. 물론 그때에 비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관통하는 그 정서, 분위기는 책을 읽는 내내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다른 작품도 대체로 좋았지만, 나는 모든 작품들에 소소한 애착이 간다. 어쩌면 사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