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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았다> 백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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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시작점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기 어렵거나 혹은 그 마음마저 쓰기가 싫다는 이유로 주마간산의 태도로 흘려보낸다. 나의 문제, 나와 너의 문제, 나와 우리의 문제. 이러한 모든 문제를 바르게 앉아 적확하게 대면하는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흘려보낸 그 문제들이 스스로 흠칫할만한 순간들
"<같았다> 백가흠" 내용보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시작점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기 어렵거나 혹은 그 마음마저 쓰기가 싫다는 이유로 주마간산의 태도로 흘려보낸다. 나의 문제, 나와 너의 문제, 나와 우리의 문제. 이러한 모든 문제를 바르게 앉아 적확하게 대면하는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흘려보낸 그 문제들이 스스로 흠칫할만한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나의 내면에 있으리라 짐작하지 못했던 잔혹성을 대면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싶지 않은 이들이 주인공들로 등장하는 이 책을 보며 '그들과 나의 마음에 있는 악은 다른가 '에 대한 물음에 편안한 마음으로 답할 수 없었다. 뻔뻔스러운 나는 내가 가진 악은 인간적인 면모이고 그들의 악은 고대 신화 속에나 있을 법한 원초적 악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과연 그럴까. 누구에게나 이런 악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면 나는 인간의 마음을 어느 정도의 경계를 기준으로 이해해야지 살아나갈 수 있을까. 


  몇 해 전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럴 수 있어>라는 에세이 제목이 떠오른다. 나고 자라 성장해온 시간은 많은 이들에게 크고 작은 관용을 제공받는 시간이다. 여전히 이름 모를 이들에게 그러한 마음들을 받고 있으리라. 늘 타인의 행동에 예민하던 나도 관용을 받는 쪽에서 베푸는 쪽의 인간으로 전환될 무렵부터 타인에게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이 자주 든다. 그러나 그 대상의 내면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이와 같은 악이 존재하고 있다 생각하면 과연 '그럴 수 있어'라고 지금처럼 편히 얘기할 수 있을까. 때문에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이 상대주의적인 태도로 쓰이는 이러한 상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만의 정언명령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의 악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장치를 내면에 세워야 한다. 내가 나이기에 믿을 수 있고, 타인이기에 믿을 수 없다는 짧은 명제로 인간을 단정 짓지 못하듯 사람의 내면은 복잡한 다면체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타인에게 거친 면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며 살 수 있는 상태를 끊임없이 각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간성 그 자체일 것이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복잡한 다면체를 무기 삼지 않는 자성의 상태. 그리고 그 다면체들이 이루는 사회를 꿈꿀 수 있을까. 나는 얼마간 내 안의 악은 어떤 결핍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골몰하게 될 것 같다. 악을 문제로 본다면 이 문제의 시작점은 어디였을지, 왜 나는 그 문제를 눈 감고 여태 온 것인지 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YES마니아 : 골드 e*****1 2024.05.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