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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안에서 더 소외되는 인간의 자화상...
"문명 안에서 더 소외되는 인간의 자화상..." 내용보기
J. G 밸라드의 팬들이여 기뻐하시길! 드디어 '콘크리트의 섬'이 발간되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크래시' 그리고 '하이 라이즈'와 더불어 도심 재난 3부작을 이루고 있는 의미 깊은 작품이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아 여간 궁금했던 책이 아닌데, 드디어 우리들 눈 앞으로 당도한 것이다. 꽤 마음에 드는 표지와 함께. '콘크리트의 섬'은 여러모로 우리나라 영화 '김씨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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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G 밸라드의 팬들이여 기뻐하시길! 드디어 '콘크리트의 섬'이 발간되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크래시' 그리고 '하이 라이즈'와 더불어 도심 재난 3부작을 이루고 있는 의미 깊은 작품이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아 여간 궁금했던 책이 아닌데, 드디어 우리들 눈 앞으로 당도한 것이다. 꽤 마음에 드는 표지와 함께. '콘크리트의 섬'은 여러모로 우리나라 영화 '김씨 표류기'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그 영화가 도저히 표류자가 생길 것 같지 않는 서울의 한강에서 표류되어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듯이 이 소설 또한 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교통섬에 우연히 갇혀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로빈슨 크루소의 후예들이다. 바다 저 멀리 있는 섬이 아니라 도시 한 가운데에서 그런 일을 당한다는 것만 다를 뿐.

 


 

. 이런 일이 과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그만큼 발라드가 현실감 넘치게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까닭이다. 발라드의 소설답게 한 번 그 세계를 받아들이게 되면 놀라운 몰입력으로 끝까지 내처 읽게 만든다. 주인공은 로버트 메이틀랜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한 건축가인 그는 운전 도중 과속으로 교통 사고를 일으키고 교통섬에 고립된다. 주위엔 차들로 가득하지만 그의 구조 요청엔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바로 지척에 안온한 일상을 두고도 가지 못하며 참혹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더 커다란 절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곧 거기에 자기 혼자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자신처럼 교통섬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바깥 세계로 나갈 수 있는데도 거기에 머무르는 걸 선택한 이들이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문화와 규칙으로 살고 있다. 메이틀랜드는 차츰 그 공동체에 적응해 간다. 그러면서 전보다 훨씬 강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가 그랬듯이. 그 역시 거기 있는 다른 이들처럼 그렇게 지내는 것에 매력을 느껴 머무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지만 바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생각하여 빠져나갈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 과연 그에게 탈출할 기회는 찾아올까? 소설은 열린 결말로 그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콘크리트의 섬'은 문명 비판을 담고 있다. 인간은 무자비한 자연 앞에서 약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문명을 만들어냈으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 문명에 너무 의존하느라 오히려 더 약해져버렸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메이틀랜드의 곤경은 문명의 발전 속에서 오히려 더 소외되기만 하는 인간 보편의 운명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죽음을 암시하는 것 같은 장면을 매개로 문명과 격리된 교통섬의 공간으로 삽입되게 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인간의 진정한 성장이 문명의 안에선 불가능하다는 뜻일까? 어쨌든 메이틀랜드는 야만의 영역이라 해도 무방한 교통섬에서 전보다 더 강한 인간이 되는 건 사실이다.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현대 문명에 빗대어 새롭게 써내려 간 '콘크리트의 섬'은 이처럼 찾아낼 수 있는 다양한 의미들이 있어 더욱 연거푸 읽게 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왜 여전히 J. G 밸라드의 팬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원서 초판본 표지]

 

 

 

 

l****1 2021.07.30. 신고 공감 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콘크리트의 섬
"콘크리트의 섬" 내용보기
[콘크리트의 섬 /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 현대문학]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항상 홀로 있을 때 찾아왔다."   -본문 중-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도심 3부작으로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디스토피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세상이 위험한 게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책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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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 현대문학]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항상 홀로 있을 때 찾아왔다."

 

-본문 중-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도심 3부작으로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디스토피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세상이 위험한 게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책은 1974년에 출간 된 것으로 30년 전에 쓰여진 책으로 배경이 된 부분을 보고 있으면 현대의 편리함만 있었다면 쉽게 마무리 되었을 내용이다. 또한, 저자가 탄생한 시기는 1930년으로 전쟁 중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중국 침공으로 가족들과 수용소에 몇 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이때 그가 경험한 것들로 인해 여러 작품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어느 작품을 보더라도 작가의 생이 소설에 투영이 되기 때문에 [콘크리트의 섬] 역시 비록 전쟁이 배경은 아니지만 그 내면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주인공 메이틀랜드는 성공한 사람으로 아내와 아들 그리고 애인까지 둔 사람이다. 애인과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향하던 중 교통섬이라는 고가도로가 몇개로 된 곳에서 사고를 당하게 된다. 다리 아래로 떨어진 메이틀랜드는 지나가는 차량들을 보면서 구조를 요청하지만 러시아워 시간대로 아무도 그를 눈여겨 보지 않을 뿐더라 설령 보더라도 외면해버린다. 어떻게서든 사고현장에서 탈출을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심지어 사고로 다치기까지 해서 메이틀랜드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후 주위를 둘러보니 폐차장이나 다름없이 주위에 버려진 차들이 많은 것이 보였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탈출을 하지? 간절히 구조를 요청 할 때는 사람들이 외면하고 반대로 자포자기 한 심정으로 있을 때 누군가는 메이틀랜드를 구하려고 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자,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구조 요청 글을 써보지만 누군가 지운 흔적을 발견하면서 그는 묘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 탈출 하려고 시도하려는데 메이틀랜드과 다르게 두 사람은 이곳에서(?) 계속 지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살려고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완벽(?)한 삶을 살았던 메이틀랜드에게 교통섬에서 생활은 전혀 다른 삶이었다. 처음 탈출이 목적이었으나 점점 교통섬으로 지내면서 그동안 자신이 얽매여 살았던 모든 것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이 느끼기 시작하는데 과연 메이틀랜드는 이 교통섬에서 무사히 탈출해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을까? 사람은 너무 정신 없이 살다보면 자신을 잊어버리고 살게된다. 이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인간은 누구보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본인임을 인식해야한다.

 

 

자라온 환경을 탓할 수는 없지만 메이틀랜드의 삶은 모든 것에서 얽매여 있어 힘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교통섬에 갇히게 되면서 오히려 이곳에서 내면의 평화로움을 찾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만난 제인과 프록터 인물은 이들이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 또한 평범치 않다. 세 사람을 보면서 삶은 도망만 칠 수 없음을....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삶이 옳다라고 정의 할 수가 없었다. 책은 나름 메이틀랜드가 평안을 찾으면서 끝이 나지만 이것을 두고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는데 그가 선택한 삶이 앞으로 인생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면 우선 찬성을 하고 싶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g*****3 2021.08.0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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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레일을 넘어서 [콘크리트의 섬] -J. G. 밸러드 소설
"가드레일을 넘어서 [콘크리트의 섬] -J. G. 밸러드 소설" 내용보기
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로버트 메이틀랜드라는 이름의 35세 건축가가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의 고속 출구 차선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제한 속도를 훌쩍 넘긴 재규어의 왼쪽 앞바퀴가 파열하며 임시 가드레일로 세워 놓은 소나무 가대 울타리를 뚫고 그섬,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했다. (7쪽~11쪽)메이틀랜드는 [콘크리트의 섬]을 방문하는 가장 과격한
"가드레일을 넘어서 [콘크리트의 섬] -J. G. 밸러드 소설" 내용보기
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로버트 메이틀랜드라는 이름의 35세 건축가가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의 고속 출구 차선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제한 속도를 훌쩍 넘긴 재규어의 왼쪽 앞바퀴가 파열하며 임시 가드레일로 세워 놓은 소나무 가대 울타리를 뚫고 그섬,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했다. (7쪽~11쪽)

메이틀랜드는 [콘크리트의 섬]을 방문하는 가장 과격한 방법으로 침입합니다. 중앙분리대의 콘크리트 가장자리에 타이어가 긇히고, 터널을 빠져나와 4월의 햇살이 주는 눈부심을 뚫고 기어이 녹슨 폐차들이 널부러진 섬에 도착했습니다. 세 갈래 고속도로가 모이는 교차점에 생겨난 삼각형 형태의 황무지에 들어선 메이틀랜드는 자신이 벗어난 일상들을 되돌아봅니다. 하교를 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덟 살의 아들, 사흘의 회의 일정이 끝나는 피곤하고 지친 오늘, 일주일을 함께 보낸 의사 헬렌 페어팩스를 뒤로 하고 아내 캐서린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이르러서야 혹시 러시아워를 피해 출발했음에도 과속으로 사고를 낸 이유가 피곤한 상황을 멀리하기 위한 의도 된 행동이었는지 의심을 하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결코 넘을 수 없는 방벽 넘어 유리창 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높은 도로 경사면 위로 메이틀랜드의 일상을 닮은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들의 지붕이 난간너머로 보이고 고가도로의 동쪽으로 400미터 정도 떨어진 철조망 사이로 근교 쇼핑센터가 보이지만 눈앞에 10미터 높이의 경사면이 다른 한쪽은 족히 20미터는 솟은 고가도로가 둘러싸고 있어 사고에 다친 다리와 폐차직전에 놓인 재규어만이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SF소설이라는 문장에 기대한 공상과학적인 판타지를 찾아 로버트 메이틀랜드의 '콘크리트의 섬'을 투어하는 동안 무던히도 어느대목에서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 세계로 들어서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 교통섬이라 부르는 곳 자체가 이미 사람들과는 다른 이세계인지 의심을 갖고 탐험을 하며 간간히 기존 세계와의 완벽한 단절은 아님에 안도를 하다가 이섬의 원주민으로 정착해 살고 있는 이들이 메이틀랜드를 발견하는 장면을 읽으며 혼란은 더욱 가중 되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를 마주한 [콘크리트의 섬]은 주인공의 생존을 위해 탈출이 아닌 '섬' 자체로의 변신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구출'이라는 희망을 품은 소제목에서 만난 제인 셰퍼드나 상처 입은 곡예사 프록터-경계선 넘어에서 섬으로의 관심을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서류가방에 있던 돈뭉치가 그져 종이뭉치의 가치라는 사실에, 어떤 지름길도 없이 비탈길을 올라 섬을 탈출 할 수 있다는 증명이 눈앞에 보일 때, 스스로 섬이 된 메이틀랜드가 선택한 마지막은 무엇일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 받는 충격은 [콘크리트의 섬]이 밸러드의 '도심 재난 3부작' 중 하나로 1974년에 집필 되었다는 점에서 일차로, 50년가까이 된 그 시절의 조금은 다른 의미의 SF소설이 여전히, 지금도 이질적이지 않게 받아들여 진다는 점에서 이차로 다가옵니다. 우주를 탐험하고 은하계 밖의 또다른 은하계를 꿈꾸지만 우린 아직 일상에서 조금 떨어진 삼각형의 고가다리 사이의 땅에 무엇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고 있으나 존재를 모르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이중의 세계관, 그것이 밸러드식 SF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콘크리트의섬 #제임스그레이엄밸러드 #현대문학 #JGB걸작선
#로빈슨크루소오마주 #책추천 #신간소설 #책스타그램
#나는섬이로다





YES마니아 : 골드 i******u 2021.08.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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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독성이 좋다.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다." 내용보기
작가의 <도심 재난 3부작> 중 한 권이다. 다른 두 작품은 <크래시>와 <하이-라이즈>다. 한참 책을 사 모을 때 <하이-라이즈>는 샀다. 그런데 <크래시>는 잘 모르겠다. 아마 오래전 본 영화 <크래쉬>의 이미지 때문에 사지 않았던 것 같다.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만든 영화는 상당히 난해했고, 개인적으로 취향과도 맞지 않았다.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지구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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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도심 재난 3부작> 중 한 권이다. 다른 두 작품은 <크래시>와 <하이-라이즈>다. 한참 책을 사 모을 때 <하이-라이즈>는 샀다. 그런데 <크래시>는 잘 모르겠다. 아마 오래전 본 영화 <크래쉬>의 이미지 때문에 사지 않았던 것 같다.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만든 영화는 상당히 난해했고, 개인적으로 취향과도 맞지 않았다.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지구 종말 시리즈>도 뒤늦게 알게 된 작가의 명성 때문에 어렵게 중고책을 구해 놓았는데 최근 개정판이 나왔다. 영화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란 사실도 이번에야 제대로 인식했다. 알았다면 헌책방에서 샀을 텐데 조금 아쉽다.

 

지구 종말 시리즈에 대한 서평을 보면 난해하다는 글이 보인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에 손이 쉽게 나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런 유명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간다. 실제 이 작품을 읽으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았다. 내용은 가독성과 상관없이 상당히 난해하다. 이 난해함은 주인공이 이름 붙인 ‘교통섬’이란 공간에 떨어지고, 벗어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공감을 하지 못한 부분에서 비롯한다. 입체교차로에서 과속으로 떨어진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그가 그곳에서 차에 치여 다시 교통섬에 떨어지는 과정과 생존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이 장면을 하나의 블랙코미디처럼 해석한다면 다르겠지만.

 

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로빈슨 크루소>를 변주해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재밌게 보는데 왜 소설로 재해석된 작품들은 그렇게 가슴에 와 닿는 재미를 주지 못할까? 존 쿳시의 <포>도 그런 작품 중 한 권이다. 영화는 오락성에 중점을 두었고 소설은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리고 이 소설을 SF 장르로 구분한 것을 닐 게이먼의 해제를 읽기 전에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SF 장르는 작가가 처음 단편을 쓸 때 유행하던 것들에 좀 더 가까운데 말이다. 밸러드식 내우주 SF란 것을 처음 접하는 나는 조금 혼란스럽다.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에서 과속하다 가드레일을 박고 추락한다. 다행히 큰 부상이 없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높은 경사면을 올라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면 상황은 쉽게 끝날 수 있다. 그런데 입체교차로란 곳이 항상 붐비는 공간이다. 과속으로 차들은 달리고, 어떤 차들은 그에게 상처를 준다. 결국 차에 치여 그가 교통섬이라고 부르는 곳에 다시 떨어진다. 다친 몸으로 높은 경사면을 올라가기 힘들다. 차만 다니지 사람은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다. 교통섬의 사고난 차에 앉은 그를 본 운전자도 그가 자의적으로 그곳에 머문다고 생각한다. 의도하지 않은 고립과 생존의 문제를 마주한다. 그러다 고열에 시달린다. 그의 생존 활동을 지켜보던 두 남녀가 그를 돕는다.

 

이 두 남녀는 제인과 프록터다. 로빈슨 크루소의 프라이데이가 이렇게 두 남녀로 변주되었다. 프록터는 사고로 지능이 떨어지는 중늙은이다. 젊은 여성 제인은 서서히 그 정체가 드러난다. 이 둘은 자발적으로 이 교통섬에 머문다. 제인은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온다. 메이틀랜드에게 제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교통섬을 나가고, 차에 치인 부위들도 치료받아야 한다. 프록터는 트라우마 때문에 이 섬에서 나갈 마음이 없다. 외부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오게 되면 프록터는 갈 곳이 없어진다. 이 두려움은 메이틀랜드가 이 섬을 나가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음식을 구하는지 보여준다. 생존의 기반 중 하나가 음식물 불법 투기라니.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갈만큼 체력이 되지 않는 메이틀랜드와 결코 밖으로 나갈 마음이 없는 제인과 프록터의 짧은 동거가 이어진다. 읽으면서 그 상황을 떠올리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접근했지만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았다. 로빈스 크루소 변주도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 신선했다. 밸러드식 내우주 SF는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난해하다. 이 소설 속 상황과 장면을 현대인의 삶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한데 왠지 그 이야기가 매력적이지는 않다. 잘못 이해하는 것일까? 다만 상황과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되면서 생각의 꼬리를 문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제인이 교통섬을 나가 너머 쉽게 차를 얻어 타는 장면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프라이데이는 과연 누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도식적으로만 해석하기엔 상황 등이 고전과 너무 다르다. 다른 작품에 대해 ‘도전’을 외쳐본다.

f***2 2021.07.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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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탈출보다 생존의 땅이 된다 / 콘크리트의 섬
"고립, 탈출보다 생존의 땅이 된다 / 콘크리트의 섬" 내용보기
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35세의 '잘나가는'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를 달리고 있다. 과속을 직감한 순간 타고 있던 재규어의 왼쪽 앞바퀴가 파열되고, 차는 가드레일을 넘어 굴러 떨어져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한다. 세 갈래의 고속도로가 교차되어 지나가는 사이에 놓인 교통섬. 황무지인 그곳에 저절로 생겨난 약 2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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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35세의 '잘나가는'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를 달리고 있다. 과속을 직감한 순간 타고 있던 재규어의 왼쪽 앞바퀴가 파열되고, 차는 가드레일을 넘어 굴러 떨어져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한다.

세 갈래의 고속도로가 교차되어 지나가는 사이에 놓인 교통섬. 황무지인 그곳에 저절로 생겨난 약 200미터 길이의 삼각형 형태의 땅 조각에 메이틀랜드는 갇히게 된다. 금방 구조될 것이라는 기대는 힘들게 경사면을 타고 올라간 도로 위에서 다시 한 번 뺑소니 사고를 당하면서 날아가 버리고, 쌩쌩 달리는 차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J.G. 밸러드의 <콘크리트의 섬>. 도심 한 가운데 고립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얼핏 구조의 방법이 쉬울 듯 여겨지지만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다. 온 몸의 상처, 부러진 다리, 특히 메이틀랜드를 조난자로 전혀 인식해주지 않는 도로 위의 사람들. 바로 눈 앞에 사람과 문명이 있지만, 바로 그 존재가 그를 <콘크리트의 섬>에 갇히게 한다. 

도심 안 섬에 갇힌 메이틀랜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각을 얻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자신이 있든 없든 질문을 던지지 않도록 훈련된 직원들, 아내나 외도 상대까지 '사라진 그'에게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처절한 구조 신호를 발견한 도로 위 운전자는 그에게 반갑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경찰을 불러달라는 몸짓에는 클랙슨과 위협운전으로 응수한다.


 

머지않아 지나가던 운전자나 경찰이 사고가 난 그의 자동차를 발견할 것이고, 교외의 양방향 도로 가운데의 보호구역에 추락한 사람을 구할 때처럼 순식간에 구조대가 도착할 것이라는 가정이 완벽한 거짓이라는 점이 명확해진 메이틀랜드. 이제 그에게는 탈출보다 생존에 대한 의지가 더욱 절실해진다. 이 섬을 정복하고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다 중요한 목표가 되어 버린다.

"나는 섬이로다."

모든 책무를 자신에게서 고립된 이 섬으로 이양하며 그는 선언한다. 나는 섬이라고. 메이틀랜드 이전에 섬에 살고 있던 거주자-젊은 여성과 늙은 부랑자-를 만나면서 그는 희망, 절망, 기대, 원한, 복수, 경쟁, 대결의 구도를 이어가며 생존에 나선다.


 

<콘크리트의 섬>에서 십수년 전에 본 한국영화 <김씨 표류기>가 떠올랐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살을 감행한 주인공이 실패하고, 한강의 밤섬에 홀로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김씨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밤섬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간다. 떠밀려온 짜파게티 스프에 감동하는 장면이 강하게 남아 있다. 여성 히키코모리(引き籠り)의 등장으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그런 스토리다. <콘크리트의 섬>에서 고립된 인간이 맞는 타인과의 조우는 기대와 위협 두 가지 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

저자는 "고립되어 버리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폭군이 될 수도, 자기 강점과 약점을 마음껏 시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어쩌면 항상 외면해 왔던 자신의 내밀한 면모를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원래부터 혼자였던 인간이 '콘크리트의 섬'에 떨어진 뒤에야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닌지. 도심 재난이란 것은 애초에 각자의 본연 속에 존재했던 것은 아닌지. 책은 생각하게 한다.(*)

h***m 2021.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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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 J.G. 밸러드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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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 J.G. 밸러드 / 현대문학               J. G. 밸러드. 풀네임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견인하며 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라고 합니다.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단편선을 통해 만났던 작가인데 그때 어렵다... 라고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콘크리트의 섬"은 <JGB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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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 J.G. 밸러드 / 현대문학

 

 


 

 

 

 

 

J. G. 밸러드. 풀네임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견인하며 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라고 합니다.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단편선을 통해 만났던 작가인데 그때 어렵다... 라고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콘크리트의 섬"은 <JGB 걸작선> 두 번째 권인데요, <도심 재난 3부작> 혹은 <콘크리트와 강철 3부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대도시의 무관심 한가운데서 교통섬에 좌초한 한 남자-콘크리트 지옥의 로빈슨 크루소-의 드라마를 통해 현대의 삶과 세계에 대한 밸러드식 소외의 시학詩學을 보여 준다.

_보도자료

35세의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에서 과속으로 주행하다 임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재규어에 탄 채로 추락합니다. 그는 구조를 요청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응답하지 않지요. 메이틀랜드는 자신이 세 갈래 고속도로 교차점의 황무지에 생겨난 200미터 길이의 교통섬에 불시착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농업 지식이 로빈슨 크루소의 목숨을 구했듯이 자동차와 건축에 대한 지식은 과연 메이틀랜드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요?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라는 J. G. 밸러드의 "콘크리트의 섬". 만나보겠습니다^^

 

 

리딩투데이 미스터피맛골 지원도서*

#콘크리트의섬 #JGB걸작선 #JG밸러드 #현대문학 #로빈슨크루소오마주 #나는섬이로다 #포스트모던 #디스토피아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미스터피맛골

 

 

 

 

 

 

 

p********g 2021.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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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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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 밸러드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필버그의  영화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아서 다행이다. 섬세하고 독특한 문장과 기발한 이야기가 멋지다.  SF 작가로 소개되지만  우주이야기가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진 과학소설을 쓰자고 주장했던 작가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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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 밸러드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필버그의  영화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아서 다행이다. 섬세하고 독특한 문장과 기발한 이야기가 멋지다.  SF 작가로 소개되지만  우주이야기가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진 과학소설을 쓰자고 주장했던 작가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가 추구하려 했던 가치도 독특한 것 같다. [로빈슨 쿠르소]를 떠올리게 한다는  [콘크리트 섬]을 읽으며 나 또한 문명과 인간, 문명 안에서 소모되는 우리의 피곤함을 생각해 보았다.

 

 

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로버트 메이틀랜드라는 이름의 35세 건축가가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의 고속 출구 차선으로 차를 몰고 있다. 새로 건설된 M4고속도로의 지선과 만나는 교차로까지 600미터 남은 지점에서, 제한속도인 110킬로미터를 훌쩍 넘겨 달리는 중이던 재규어의 왼쪽 앞바퀴가 파열되어버렸다.(p.7) 그는 머리와 다리에 부상을 입으며 경사면을 굴러 내려가 '콘크리트의 섬'에 갖히고 만다. 메이틀랜드는 탈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지만 생각처럼 섬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메이틀랜드의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차도를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은 그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차도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그곳에 누군가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누군가가 눈에 보이긴 하지만 차량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 지나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화려한 도시의 수많은 차량 속 '콘크리트의 섬' 주변을 달리는 차량은 모두 앞을 향해 한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에 옆을 쳐다볼 수가  없다. 게다가 멈추면 연속적  충돌 사고가 발생할 것 같은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꼭 바쁜 일상 속을 매일매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같게 느껴진다.  앞만 보며 뒤처질까 두려워하고, 부딪히면 모든 것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메이틀랜드도 일정한 방향으로 달리는 차량들 중 하나였다가 섬을 발견하곤 사고를 가장해 뛰어들어 버린 것일 수도  있다. 부유하고, 완벽해 보이는 그의 삶이 생각만큼 멋지지 않았나보다. 찌그러진 그의 재규어처럼 말이다. 그래서 시속 110킬로미터의 속도는 의도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콘크리트 섬에서 탈출하는 것을 방해하는 두 명의 섬거주자들로 부터 도망치려는 그의 몸짓은 오히려 그들을 자극하여 그를 더 붙들어두게 한다. 섬거주자들로 부터 위협받던 상황을 금세 전복시켜 그들을 협박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된 메이틀랜드는 그들에게 가하는 횡포를 즐긴다.  사회 속에서라면 결코 행하지 못할 행동들도 서슴치 않고 행하면서 '탈출'을 위한 과정이라고 합라화시키기도 한다.  사회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벗어나 나만의 공간 속에서 행하는 행동들이 그 인물의 본모습일 것이다. 그걸 경험한 메이틀랜드는 그래서 다시 사회로 돌아갈 기회가 생겼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보류한 것이다.

 

 

메이틀랜드가 두 명의 섬거주자들을 보내고  약속했듯이 과연 스스로 섬을 나올지 의문스럽다. 그가 제인에게 이야기했던 '생각하기에 적절한 때'는 과연 언제일까? 자신의 마음을 정리한 때인지, 충분히 자신을 돌아본 때인지, 모두에게 잊혀진 때인지 궁금하다. 어쩌면 그는 그곳에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며 살아갈 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콘크리트의섬 #JG밸러드 #현대문학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리투미스터피맛골
 

e**********3 2021.08.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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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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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35세의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정부와의 휴가 후 아내가 있는 집으로 복귀 중입니다. 평소 과속하는 습관이 있던 그는 제한속도를 훌쩍 넘긴 채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합니다. 재규어의 왼쪽 바퀴가 펑! 하고 터지더니 조난 당한 배처럼 차체가 흔들렸구요. 차는 곧 가드레일을 들이받더니 펜스 저 아래로 굴러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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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22일 오후 3시를 살짝 넘긴 시각".

35세의 건축가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정부와의 휴가 후 아내가 있는 집으로 복귀 중입니다.

평소 과속하는 습관이 있던 그는 제한속도를 훌쩍 넘긴 채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합니다.

재규어의 왼쪽 바퀴가 펑! 하고 터지더니 조난 당한 배처럼 차체가 흔들렸구요.

차는 곧 가드레일을 들이받더니 펜스 저 아래로 굴러떨어집니다.

러시아워가 아니었기에 이중삼중 충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은 운 좋은 일처럼 느껴졌지만 곧이어 메이틀랜드는 깨닫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사고를 목격하지 못했다는 건요.

누구도 그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된다는 사실을요.

 


교통섬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 갈래 고속도로의 교차점에서 깨어난 메이틀랜드는

10미터 높이의 경사면을 올라가 직접 도움을 청하기로 합니다.

일어서기만 해도 세상이 핑그르르 돌며 쓰러질 것만 같아요.

온몸에 뻗치는 경련을 누른 채로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토사를 기어 오릅니다.

러시아워의 시작 속에 차선 세 개가 꽉 차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됐다! 이제 살았다!'

메이틀랜드는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레인코트를 흔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땅거미가 깔리고 혼잡했던 도로가 텅텅 비어갈 때까지요.

어떤 차도 그를 위해 멈춰서지 않았고 그는 차가운 분노에 빠져들었죠.

그러다 한 대의 수송차가 그를 발견하고 손짓을 해왔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얼씨구나 달려갔을텐데 이 남자도 좀 삐뚤어졌단 말이죠.

구걸에 지칠대로 지친 그는 뜬금없이 자존심을 세웁니다.

'고속도로를 건너가 고가도로의 비상용 전화박스로 구급차를 부르겠어.'

도움을 내치고 도로를 절반쯤 건넜을 때 들려온 찢어지는 경적 소리.

메이틀랜드가 다시 눈을 뜬 곳은 병원이 아니었습니다.

고속도로 경사면 아래, 한번 봤다고 벌써 눈에 익어버린 그곳 황무지였습니다.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 몸상태에 메이틀랜드는 헛웃음이 터집니다.

아무도 메이틀랜드를 찾지 않을 겁니다.

아내는 그가 정부와 있으리라 추측할테구요.

정부는 그가 아내와 시간을 보낸다고 믿을 겁니다.

대표의 자유분방한 생활에 익숙한 직원들은 그의 결근을 무시로 생각합니다.

뺑소니범이 자진해서 신고할 리 만무한데다 도로 위의 그를 목격한 사람들은 글쎄요...

좀 정신나간 부랑자를 봤다고 저녁 식탁 위에서 얘기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고속도로 아래 콘크리트의 섬에 갇혀서 로빈슨 크루소를 찍게 된 메이틀랜드.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고 좀 짠하기는 짠합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라는 말이 딱 맞는 책이었어요.

고속도로 저 아래에 깔려 어떻게 물을, 음식을, 프라이데이를 구할까 걱정이었는데요.

제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작가를 너무 우습게 본 거였더라구요.

삼각형 형태의 손바닥.. 보다는 완연히 큰 땅 위에서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그"는 짐 밸러드이기도 하고 로버트 메이틀랜드이기도 해요.

차들이 도착하는 그곳, 풍성한 물과 음식과 온기로 가득할 문명 세계를 코 앞에 둔 채

메이틀랜드는 빗물을 받고 온몸이 파괴되는 느낌으로 굶주리고 폐타이어 사이를 기어다닙니다.

정신질환자와 창녀라는, 교통섬을 쉼터삼은 심상치 않은 자들에게 붙들렸을 땐 죽는 줄 알고 심장이 콩닥콩닥.

처음엔 이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했던 저도 어느 새 교통섬이 남태평양만큼 멀고 외진 곳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메이틀랜드가 그 섬을 벗어나는 일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메이틀랜드의 머리 바로 위에서 차들이 씽씽쌩쌩 달리고 있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 생각이냐구요??

 

이 사람은 지금 섬에 있어.

하지만 어떻게 보면,

평생을 섬에 갇혀 있었던 거야.

_콘크리트의 섬에 대한 "닐 게이먼"의 감상

 

선견지명을 가진 희대의 이단자.

대도시의 치명적인 정글에 대한 재발견.

눈부시도록 독창적인 밸러드표 우화.

감히 추측할 수 없는 전복적 결말.

교통섬의 로빈슨 크루소를 마주해 이 모든 찬탄에 동의합니다.

 

밸러드 쫌 멋짐!!

결말, 대단히 멋짐!!!

 

현대문학 지원 도서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a********0 2021.08.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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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나는 섬이로다 /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 보랏빛의 색감과 일러스트가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콘크리트의 섬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조금만 읽다보면 바로 그 답이 떠오른다.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라는 문구에 상당히 호기심을 갖고 읽어볼만 한 작품이라는 판단. 1974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더타임스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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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나는 섬이로다 /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

보랏빛의 색감과 일러스트가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콘크리트의 섬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조금만 읽다보면 바로 그 답이 떠오른다. 로빈슨 크루소의 전복적 오마주라는 문구에 상당히 호기심을 갖고 읽어볼만 한 작품이라는 판단. 1974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더타임스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에 뽑힐 만큼 대단한 작가라니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건축가인 메이틀랜드는 러시아워 시간의 혼잡을 피할 생각으로 일찍 사무실을 나선다. 고속도로에 막 들어섰을 때 그는 그만 가드레일을 넘어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경사면 아래에서 정신을 차린 메이틀랜드는 고가도로를 오르기만 하면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들은 자신의 갈 길을 향해 그를 그냥 지나쳐버리는데. 다행히 러시아워의 시간이 지나 한산해질 무렵 미군 군복차림의 남자가 메이틀랜드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마침 메이틀랜드가 마시는 알콜을 보고는 단순히 그를 노숙자쯤으로 판단하고 지나쳐버린다.

또 다른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치고, 누더기가 되어 버린 옷. 메이틀랜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지만 여의치않고, 결국 차로 다시 돌아와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 내는데 그것은 스스로 차에 불을 질러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 과연 그의 방법은 통할 것인가?

이야기는 의외의 전개로 이어진다. 현실에서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사실로 다가오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콘크리트의 섬이라는 제목처럼 갇혀버리고 고립되어 버린 인물의 기분이 한껏 다가오는 작품이다. 생존하고 탈출해야만 하는 인물에 금방 이입되니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스스로 섬이라 울부짖을 때는 어쩐지 나에게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음이 느껴질 정도. 어쩌면 누구나 딛고 있는 그 어떤 자리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f*******e 2021.07.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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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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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메이틀랜드는 건축가이다. 러시아워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떠난다.  고속도로에 접어드는데, 그만 가드레일을 넘어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정확히는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한다.  차사고로 비탈길을 넘어 경사면 밑으로 떨어졌지만, 메이틀랜드는 고가도로를 기어올라 경사면 위에 올라가면 누군가 발견해 지나가는 차를 타고 가면 그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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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메이틀랜드는 건축가이다. 러시아워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떠난다.  고속도로에 접어드는데, 그만 가드레일을 넘어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정확히는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한다.  차사고로 비탈길을 넘어 경사면 밑으로 떨어졌지만, 메이틀랜드는 고가도로를 기어올라 경사면 위에 올라가면 누군가 발견해 지나가는 차를 타고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자신의 갈길을 간다. 러시아워의 시간이 지나 한산해질 때, 미군 군복 차림으로 보이는 미군병사가 속도를 줄이고 메이틀랜드에게 다가온다, 미군은 메이트랜드가 마시는 알코올을 본다,(로버트가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지만,) 미군은 알코올을 즐기는 부랑자나 노숙자라고 판단하고 깍듯이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속도를 올려 다시 가버린다. (그 사이 로버트는 교통섬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지만, 또 다시 차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다친 다리와 누더기가 된 옷, 그리고 허벅지의 통증을 무시하고, 메이틀랜드는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예감이 들어 경계철선이 있는 철조망을 따라 간다.(자신의 차 안에 스패너와 렌치를 들고 철조망을 끊으려 하지만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 다시 차 안으로 돌아온 메이틀랜드는 비를 비한다. 이틀이 지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느낀 그는 내리는 비를 받는다.  후드를 끌고, 차의 보닛 위로 들어 창문 위로 거꾸로 박아 내리는 빗물을 받는다. 


고속도로와 70미터 떨어져 있지만, 메이틀랜드가 있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교통사고의 휴우증으로 점차 다리의 감각이 무져지고, 통증은 더해간다. 자신의 차의 기름을 이용해 불을 지르면 멀리서도 분명 눈에 띌 것이라 생각하고 그는 차에 불을 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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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소개글을 보면. 한 문장이 눈에 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10년 전 중화민국상하이 조계에서 태어난 그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민간인 포로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종전 후 영국으로 송환되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난 1930년, 작가가 태평양전쟁일 때, 나이가 11살~15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태어난 시기가 왜 중요할까 싶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생각이 있다. 작가가 경험한 것들은 무의식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무조건 작품에 녹아내린다는 것, 말이다. 작가는 아직 많이 어렸지만, 그가 포로 수용소에서 겪은 일은 적지 않은 트라우마나 고통으로 남았을 것이다. 분명히, 더구나 일본군의 포로이니 한국사람과 중국 그밖에 몇몇의 나라에서 포로로 잡혀왔던 사람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의 주인공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작가 본인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차 사고에서 고통스러운 자신의 상황 (목발에 기댄 채 광인처럼 소리를 지른다. 젖은 옷이 짐승의 사체처럼 그의 육신에 매달려 엉겨 붙었다. 노인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끔찍한 고문도구라고, 체인으로 움직니는 바퀴가 이미 망가진 메이틀랜드의 육신에 끔찍한 시련을 선사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 을 보면 실제 태평양 전쟁 속 포로들의 상황을 목격했던, 작가의 심리를 소설 속 교통사고를 당한 메이틀랜드에게 투영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 속의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엉망진창이 되는 상황을 그리는 표현들은 어쩌면 전쟁 통에서 봐왔던 아시아인들의 고문현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는 독자에 따라 느끼는 부분은 달라지겠지만, 그의 소개글을 읽고 다음 장의 로버트의 사건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결성을 찾게 된다., 빠져나갈 수 없는 교통섬은 작가가 포로로 있어 빠져나가려 시도하나, 자꾸만 실패했던 어쩔 수 없던 고통의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 

 

책의 주인공, 메이틀랜드는 교통섬에서 빠져나가는 듯 하지만, 누군가에게 붙들린다. 그 누군가는 캐서린과 프록터이다. 이 두 사람은 사연이 있고, 일반인 같지 않다. 소외된 누군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신을 놓아버린 피해자일 수도 있다.

 

 어쩌면 차 사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메이틀랜드, 그는 과연 안전하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항상 불안을 조장하는 연대기를 만드는 작가라고 말하는 뉴욕 타임즈의 평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q*********3 2021.07.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