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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를 생각하고 다시 읽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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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 버렸는가?』 내가 만난 책 중에서 가장 긴 제목의 책이 아닌가 싶다. 공백을 빼고 글자 수만 해도 30자가 넘는다.   또한 내가 가장 많이 만난 시집이기도 하다. 5권을 구입했고, 6권은 선물로 받았으니…….   이 책은 6인 시집이다. 6인 중에 김유신 시인(1944년생)을 빼고 다른 5인(안경원, 마광수,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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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 버렸는가?』 내가 만난 책 중에서 가장 긴 제목의 책이 아닌가 싶다. 공백을 빼고 글자 수만 해도 30자가 넘는다.

 

또한 내가 가장 많이 만난 시집이기도 하다. 5권을 구입했고, 6권은 선물로 받았으니…….

 

이 책은 6인 시집이다. 6인 중에 김유신 시인(1944년생)을 빼고 다른 5인(안경원, 마광수, 김유신, 강창민, 강경화)은 1951~1953년생이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친밀감을 느꼈지만, 더 큰 이유는 마광수 교수의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판은 1978년에 발간되었다. 그렇다면 김유신 시인을 제외한 다른 5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내외였을 것이다. 5인의 공통점은 연세대학교 동문이라는 것이다. 김유신 시인이 어떤 이유로 합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대 후반인 동년배의 동문들이 의기 투합해서 만든 시집이 아닌가 싶다.

 

다른 저자들에게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저자들 중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마광수 교수뿐이다. 한때 사회의 큰 화제를 남겼고, 마지막 모습마저 어떤 화제를 던진 인물이 아니던가?

 

마광수 교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런 글을 남긴 이들이 있었다.

「시대 앞서간 천재, '사라'처럼 사라지다」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 소설가시여, 잘 가시오, 잘 가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앞의 글은 그의 부음을 들은 문화칼럼니스트 조철이 시사저널에 쓴 글의 제목이고, 뒤의 글은 국제불교방송에서 남긴 멘트라고 한다. 두 글의 느낌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마광수 교수가 시대를 앞서갔거나 잘못 만났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렇다면 마 교수가 20대 후반이던 1978년에는 어땠을까? 시대를 앞서갔거나 잘못 만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항 또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각 시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어머니 전 효도란 말이 싫어요.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나왔나요? 어머니가 저를 낳고 싶으셔서 낳으셨나요?

-「효도에」 1~2행-"

 

"은근히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 화가 나 치밀었다.

그러나 역시 내 눈앞에는 왕의 화려한 하아랭과

교태 부리는 요염한 시녀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 얄미운 욕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나는

온갖 비참한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 일부-"

 

"그러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당신의 사랑속에 빠져들어가 버려요. 당신은 언제나 웃으며 춤추며 저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휘감겨와요. 저는 당신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행복으로 흐느끼지요.

-「사랑이여」 일부-"

 

"神의 모습은 아주 괴상했다. 얼굴엔 눈이 다섯 개, 코가 세 개나 달려 있었다. 입은 사발만큼 크고, 손가락은 양쪽을 합쳐 스무 개나 되었다. 온몸에 금빛나는 털로 덮여 있었다.

빽빽히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 여기저기에서 감탄하는 소리들이 새어나왔다. '어쩌면 저렇게 우람한 몸짓을 하고 있을까?' '털이 저렇게 금빛일 수 있어?' ' 저 입을 봐. 얼마나 늠름해 보여?'

-「신(神)」 일부-"

 

"아름다움이 꼭 진리일까, 노동자들은 석조전의 아름다움을 음미해가며

그 돌집을 지었을까

재법 민주적 지성인인체 하는 나는

이 야릇한 흥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석조전」 일부-"

 

이밖에도 4편(석가, 포플라, 영구차와 개, 게으름 병)의 시가 더 있다. 나의 느낌으로는 다른 시들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시인지 산문인지, 자유시인지 산문시인지, 행과 연을 나눈 기준은 무엇인지? 이런저런 체험을 하며 세상에는 별일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이 발간될 당시에 평범한 국어과 초임교사였던 나는 이해를 못 했을 법한 작품들이다.

 

다른 다섯 명의 시인들의 시도 이런 식일까?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시의 형식 면에서 다른 시들은 일반적인 시 같았다. 형식 면에서 파격인 시는 마광수 교수의 작품뿐이다.

 

마광수 교수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은 맞는 듯하다. 저런 시를 쓰는 마음으로 박정희 유신 정권, 신군부의 전두환 정권 등을 어떻게 견뎠을까? 자유로운 영혼은 아마도 숨이 막혔을 듯하다.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니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 여관으로』 등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화제에 오르게 될 씨앗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어떤 시에서는 현대에 대한 예언을 보는 듯도 하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격이 무너진다고 걱정하던 사람들이 막상 그가 당선되자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의 모든 결점까지도 그만이 지닌 장점인 양 포장하는 현실이다. 아니 그 시가 예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언론이나 거짓 원로와 어용학자들의 곡학아세야 예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테니…….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시집의 제목은 마광수 교수의 생각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라고. 마 교수라면 '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 버렸는가?' 이런 내용의 시를 충분히 썼을 것 같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나는 오직 마광수 교수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 책을 펼쳤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을까 싶다.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아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y******3 2022.07.01.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