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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케팅 성공 요인 중에 하나는 책 제목이 아닐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을 빌려 과감하게 도발하는 듯한 이 제목은 여러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독자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1년 전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당시 내가 참 애정하는 언니에게 먼저 선물한 책이다. 세 살짜리 딸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였던 언니는 한 달에 200-300km씩 달리는 러너였다. 남편과 아이가 자고 있는 새벽 시간만이 그녀가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 오로지 자신에게만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추운 한 겨울에도 컴컴한 새벽에 15km씩은 달리고 수영장으로 들어 왔다. 물속을 벗어나서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으며 얘기하다 언니가 문예창작과를 나온 소싯적 작가 지망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잘 챙겨주던 언니에게 언젠가 선물을 하고 싶었던 참에, 이 책의 출간을 알게 되었고, 작가를 꿈꾸던, 달리는 러너 언니가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았다. 하루키의 책은 많이 읽었을 것 같아 아직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신간이니깐 이 책은 안 읽었겠지하고 깜짝 서프라이즈 선물로 배송해주었다.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우리 나중에 같이 읽고 독서모임도 하자고 내가 우스개로 말했었는데, 서로 바빠 어쩌다 한번 어렵게 만나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헤어지기에도 턱없이 시간은 부족했고,
나는 이제서야 이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6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파트마다 그 주제에 맞게 여행지나 특정 장소에서 달리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과 감회를 풀어낸다.
초반 파트 1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와 과정을 소개하고, 달리기를 통해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달리기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트 2에서는 본격적으로 여행과 달리기를 접목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장소는 국내의 바다와 산과 가족들과의 해외 여행지 등 다양하다. 내가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서는 그곳이 어떤 곳일까 궁금하면서도 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최대한 그곳을 뛰고 있는 저자를 그려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아는 장소와 내가 뛰어본 곳들이 나오면 반갑고 같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특히 서울의 한강, 내가 자주 뛰는 곳, 한양도성길 등등
내가 가장 좋았던 파트는 네 번째 파트인 "만들다, 관계를"이다. 저자에게는 달리기를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마 달리기를 이렇게 즐거운 놀이와 소풍처럼 즐길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 그 친구들의 몫이 가장 큰 것 같다. 책 속에도 이 친구들이 정말 자주 등장한다. 나도 함께 하는 모임의 사람들이 좋고 재미있으면 그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 애정이 더 많이 생기고 그 활동을 더 자주 하고 더 잘 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취미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자주 볼 수 있는 근처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고 감사한 일이다. 저자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움을 느꼈다.
달리기 여행을 하면서 나누는 우정과 달리기를 통해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볼 때 마음이 훈훈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 파트인 여섯 번째 파트 "바꾼다, 나를"이라는 파트도 좋았다.
이 책은 초반은 가볍고 다소 심심한 맛이 있었는데 뒤로 갈 수록 내가 저자에게 친근하게 정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가 더 깊이 있고 밀도가 있었다. 이 파트는 조금 더 자기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달리는 파트이다. 달리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신에 대해 그려 보고 있다. 올림픽공원에서는 나답게 달리는 법을 말하는데, 그것은 최선을 다해 달릴 때 자신이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런던의 리젠트 파크에서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생리 현상을 겪으면서 미카엘 에크발이라는 선수(똥을 싸며 달린 의지의 선수)를 떠올리며 남을 의식하지 않는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손기정 선수와 황영조 선수를 떠올리며 마라톤 영웅의 자격에 대해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되어도 어린 시절 보다 더 열렬히 응원하고 환호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도 손기정 옹처럼 마라톤에서 한국인이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했다.
달리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간 속초에서는 36.5도 달리기 즉, 사람의 온도를 닮은 달리기를 말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보다 할 수 없는 사람을 배려할 때 세상의 온도는 사람의 온도가 될 것이다. 사람을 닮은 달리기가 있을까? 어쩌면 그건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는 달리기가 아닐까? 페이스메이커로 달리기, 달리기 친구들과 함께 여행 달리기, 연습파트너로 달리기. 생각해보니 많은 러너가 사람을 닮은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꼭 가수 션처럼 달리지 않더라도 러너는 마음이 따뜻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312쪽
그리고 파트 4와 파트 6에 포함된 부분은 아니지만 인상 깊었던 내용은,
저자가 도쿄 마라톤에 함께 신청한 일행들 중 유일하게 자기 혼자만 당첨되어 난 생 처음으로 혼자 떠나게 된 여행이 된 도쿄 마라톤에서의 이야기이다. 혼술과 혼밥이 흔한 일상이 되었지만 혼자 여행은 나도 해본 적도 없고 상상도 잘 안된다.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다른 저자가 오로지 마라톤을 위해서 혼자서 떠난 여행에서 나름대로의 자유로움과 흥분을 느꼈지만 나는 저자와 같이 외로움과 허전함을 함께 느꼈다. 다행히 그는 도쿄 전망대에서 만난 한국인 대회 참가자들, 마라톤 대회를 뛰면서 만난 미국인 할아버지 친구, 완주 축하를 위해 연락해 온 도쿄에 사는 친구들로 인해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달리기는 위대한 유산"이라는 제목의 영종도에서의 달리기 이야기. 스파르탄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아빠는 코치가 되고 아들이 출전하면서 1박 2일 여행한 내용이다. 아빠와 어린 아들이 단둘이 레일 바이크도 타고, 바닷가에서 일몰을 바라보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 참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험한 장애물을 통과하며 스파르탄 레이스를 펼치는 아들을 보며 발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대견해하기도 하는 아빠의 모습에 나도 감정 이입이 되었다. 이날의 특별한 레이스를 통해 아들이 새로운 도전과 승부를 이어나기를 바라면서, 달기기가 아들에게 남기는 위대한 유산이 되기를 바라는 아빠의 모습에서 지금 나는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부모의 사랑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아이들과 아내를 살뜰히 챙기며 이렇게 가정적인 아빠가 있을 수 있나. 특히 가족 여행을 가서 아이들과 깔깔대며 잘 놀아주고, 아내의 심기를 건들이지 않으면서도 착실하고 건전하게 달리기라는 취미 활동을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이런 사람이 있다고?? 너무 바람직한 아빠신데. 이렇게 느끼는 부분이 많았는데, 찾아보니 작가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육아 일기로 책도 쓰신 행복한 육아 전문가셨다.
돌연변이 아빠의 달콤한 행복 육아
각 파트 사이사이에는 이렇게 <초보 러너를 위한 친절한 TIP>이 있다. 요즘은 구글과 유튜브 검색으로 다 알 수 있지만, 진짜 초보 러너들에겐 막간을 이용한 소소한 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책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도 종종 애청하는 유튜브채널 올레님의 #마라닉TV에 대한 소개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쉽고 기교가 없어서 편안하고 잔잔하게 읽혔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비유들이 많았다. 친구들과의 여행지에서의 달리기는 어린 아이 같은 장난스러운 면이 많이 보였다. 저자가 밝고 유쾌한 성격의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과 달리기에 대한 연륜과 깊이가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어서 눈 여겨 볼 수 있었다. 스트라바에 올린 언니들의 사진을 보고 나도 따라하고 싶어 작년에, 강원도 삼척으로 여름 휴가를 갔을 때 운동화를 챙겨갔다. 동이 트는 것을 보며 일어나 해안 길을 따라 새벽 러닝을 한 적이 있는데, 진짜. 기분 좋았다. 행복했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 더욱 여행지에 가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싶다는 바람이 확신이 되었다. 트레일러닝도 한 번 한적 있는데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거꾸로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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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건강을 생각해서 달리기를 좀 해 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샀습니다. 날도 덥고 휴가라 편안하게 읽을수 있을 것 같아 한두장 넘겼는데 재미있어서 이틀만에 다 읽었네요 ㅋㅋ 달리고 싶다는 각오도 더 남 달라지고 달리면서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경지가 세삼 부럽기만 합니다. 매번 작심 삼일이라 끈기가 부족해 꾸준히 달리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달리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이번에는 작심 한달은 해 보자는 강한 의지가 생기네요. 휴가때 다들 한번 읽어 보세요 적극 추천합니다~^^ |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라는 뜻이다. 한글의 옛 이름이며 글자를 만든 원리, 글자를 쓰는 해설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작가 데뷔를 앞두고 박태외 작가의 첫 책을 서평 하면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의 첫 책은 아이를 잘 교육하고 싶은 아빠의 노력이 간곡한 어조로 나열되어 있었고, 아내를 향한 애정 어린 꿀이 책 곳곳에 발라 있었기 때문에 흐뭇하게 읽어가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가지지 못하는 행복한 가정의 원형이 부럽기도 했다. 내 책이 나오고 작가라는 타이틀에 여러 개의 글이 쌓여가는 그래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그때, 그의 글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의 원형을 가진 게 아니라 만들어가고 있다는 그래서 백조의 우아한 자태, 그 수면 아래 움직이고 발의 부지런한 동력을 그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에니어그램 상담사라는 직업을 살려 그를 비롯한 블로그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만들 때 모든 영역에서 그를 이해하는 사람 탐구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에니어그램 7번이다. 6번의 모양을 하고 살아갔던 자유로운 영혼 7번이며 사람을 좋아하고 배려하며 아픔을 품어주는 나와 똑같은 MBTI ENFJ. 뿌리와 성격까지 닮아있는 사람을 보면, 그림자부터 보인다. 내가 가진 성격의 단점이 나를 닮은 사람의 모습에서 보이는 그림자말이다. 멋진 남자 박태외는 심리학을 배운 상담사 타이틀을 가진 나에게 부러움이라는 그림자로 재단되고 있었다. 마치 바른 소리 훈민정음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는 중국에 의해 재단되듯, 그래서 단지 바른 소리이며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애민정신 가득한 세종대왕이 만든 그 한글이 폄하되듯, 나의 시선과 나의 느낌으로 미루어 짐작했던 것이다. 그의 바른 글이 삐뚤어진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훈민정음이 되어가고 있었다.
첫 책에서도 비슷한 문장을 많이 만났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내를 아끼는 문장이 곳곳에 있다고 미리 언급했다. 내가 달라지고 제대로 박태외 작가를 이해하는 긴 시간이 더해지자 이렇게 두 줄의 문장에서도 따뜻함을 넘어 그가 살아가는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여행지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달리기에 두면 누구나 감탄할 만한 좋은 기회를 낼 것은 분명하지만, 달리기 기록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를 가족에서 찾아내는 남자가 박태외 작가다.
어디서나 달리는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에 누나가 만든 광섬유 액자에서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다리를 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시골에 살던 촌놈에게는 다른 나라, 그것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쩍이는 광 섬유 액자는 어린 박태외를 꿈꾸듯 비전을 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했으리라.
작가와 함께하는 독서 모임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런 시간의 퇴적은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가볍지 않은 이야기까지 차곡차곡 쌓아서 단단한 신뢰의 암석이 되어갔는데, 그렇게 신뢰를 바탕으로 나누는 비밀 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이다. 박태외라는 남자가 성장한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부터 매일 블로그에 올라오는 박 태외 작가의 글을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이 남자는 글을 써야만 살겠다... 달려야 살듯.'
나는 박 작가를 에니어그램 7번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성벽처럼 단단하게 가족을 지키려고 애쓰는 그 무언가가 그의 내면에 자리 잡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분리의 경험인데, 박 작가는 아주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우리는 알지 않는가. 딸이 엄마를 미러링 하듯 아들은 아버지를 미러링하고 크는데, 박태외 작가는 스스로 본인의 아우라를 만들어가고 그 구심점에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전혀 내려놓지 않았다. 자유로운 7번 유형의 뿌리대로 살 수 없을 때, 7번 유형은 승화 도구가 필요한데, 박 작가는 그것이 책이었고, 그것이 글이었고 그것이 달리기였다. 그렇게 꿈꾸듯 샌프란시스코를 동경했고 결국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달리기를 했다. 그리고 그곳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보았다고 회상했다.
생각이 많지만 사고가 유연하고 경상도 말투로 무뚝뚝해 보이지만 친절한 박 태외 작가는 에니어그램 7번 유형에 6번 날개가 짙은 사람이다. 6번의 특징은 내면의 안내를 접하기 전까지 탁구공처럼 그 순간에 가장 많은 외부의 영향을 받는 쪽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공격적이면서 수동적이며 용기가 있어 보이나 두려움이 많고 강해 보이나 유약한 어린 마음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세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기도 한다. 나 역시 7번 유형에 6번 날개를 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호인처럼 좋은 인상을 그늘진 얼굴로 바꾸고 세 발짝 떨어져서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트라우마가 발현되는 시점인 것이다. 그런 그와 내가 세 발짝 금지 구역을 벗어버리고 바로 옆자리에서 와인 한 잔을 건네는 모임 이후 잠겨있던 자물쇠가 열리고 숨어있던 끼가 발산이 되며 내면의 소리가 굵은 성대를 타고 아이의 웃음을 닮은 호탕함으로 터져 나왔다. 세발짝 금지는 풀렸다.
이제 박태외 작가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따위는 달리면서 날려버릴 줄 안다. 살면서 겪는 만만치 않는 일들은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나는 그와 나누는 독서모임에서 강조했다. "세 번째 책의 결은 또 달라지겠는데요." 그의 책을 덮은 순간 예견한다. 기분좋은 상상이다. 그가 쓰고 싶은 소설이든, 또 다른 여행 에세이든 그는 더 솔직하고 담백하며 유머가 있으나 가볍지 않은 뿌리를 닮은 글을 써 낼것이다. 평범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줄아는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박태외 작가의 이번 책은 감히 하루키 이름을 빗대어서 제목을 내도 손색이 없는 그래서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심장의 박동을 겨우 느끼는 달리기 문외한인 나에게도 뜨거워서 요동치는 심장을 선물해준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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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다. 그가 힘차게 달린 곳이 샌프란시스코이고 도쿄다.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그는 런던 하이드 파크를 달렸고 파리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달렸다. 발음까지도 아름다운 피렌체와 로마를 달리며 가족 사랑을 공고히 했다. 아~이거 너무 부러운거 아닌가? 그가 신나게 달린 곳 중에 내 발길 닿아 본 곳은 딸랑 도쿄 한 군데 밖에 없다. 국내에서 즐기며 달린 곳도 손 꼽을 수도 없이 많다. 가는 곳 마다 에피소드요 맛있는 먹거리 이야기이며 건강한 달리기 이야기이다. 그리고 유익하다. 달리기가 얼마나 즐거운지, 얼마나 건강해 지는지를 독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아렇게 저렇게 하십시요라고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초보 러너에게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달리는 방법은 어때야 하는지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어째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든 달릴 장소와 코스는 가득하다는데 나는 대체 이 날 이 때까지 뭘 했는지? 돌이켜 보니 나도 달리던 때가 있었다.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인생이 돌아갈 때 였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이나 환경을 크게 원망하지는 않는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받아들이는 편이다.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자. 이십여 년 전이다. 내 집 뿐 아니라 시어머니의 집까지 다 날아간 상황이었다. 친정언니가 얼마간의 목돈을 빌려주며 마련해 준 아파트는 시화 끝, 오이도 바다 근처에 있었다. 그 곳에서 내 직장 약국까지는 자동차로 50분 거리였다. 미국에서 사는 언니가 생각하기엔 자동차로 50분 거리 쯤이야 대수롭지 않았을 터이고 나는 거리가 머네 가깝네 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침 일찍 어머니를 챙기고 출근했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가 더럽혀놓은 이부자리를 빨래하는 것이 일과였다. 스트레스 해소가 절실했다. 그 때 생각한 것이 달리기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때는 겨울이었다. 영하10도 이하인 밤, 나는 비니를 푹 눌러쓰고 목도리를 친친 감고 털장갑을 끼고 아파트를 나서곤 했다. 아파트 가까이 있는 옥구공원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공원을 처음에는 다섯바퀴, 차차 일곱바퀴 열바퀴 늘리며 달렸다. 어떤 때는 배곶으로 뻗은 길을 달렸다. 지루하기만 한 그 길을 나는 왜 달렸을까? 자기 암시를 했던 것 같다. 셀프 극기훈련이라고 해도 되겠다. "달리기를 포기하지 말자. 그래야 답도 없는 이 상황을 이길 수 있어."라고 말이다. 달리기 책도 읽었다. Runner's high라는 말도 알았다.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고 힘이 드는데 그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넘기면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게 되는 Runner's high는 내게 어떤 상징이었다. 한계를 경험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는 가르침이었다. 그렇게 달린 덕분에 동네 5km 달리기에도 참가하고 10km마라톤(10km를 마라톤이라 말하느냐고 막시 작가는 웃을 일이지만)에도 출전해서 1시간 안에 완주하기도 했다. 나는 어쩌면 마라톤 선수가 되어 춘천 마라톤이나 동아 마라톤에 출전할 수도 있겠다 했다. 하지만 발목이 시큰거리는 바람에, 달리지 말라는 의사의 명령으로 나의 달리기 경력은 10km에서 멈췄다. 흑역사이면서 동시에 뿌듯하기도 했던 기억이다. 막시 작가의 책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는 그 시절을 소환하기에 충분했고,기억을 소환하게 할 뿐 아니라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까지 솟구치게 했다. 안산천을 달리다가 걷고, 걷다가 다시 달렸다. 오늘이 3일 째다. 오늘은 막시 작가의 제안을 받아들여 달리기 시작한 나 자신에게 예쁜 러닝화를 선물했다. 'JUST DO IT'으로. 아무렴, 생각 만 하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했으면 실행해야지. 가만히 숨쉬기 만도 힘든 지독히 더운 여름이라고? 뒤집어 생각하니 사람들은 돈 내가며 불 한증막에도 가는데, 거기서 온몸을 벌겋게 익히면서 좋아하지 않나? 여름이 아무리 더운들 불한증막 같진 않으니 달리기 딱 좋은 여름이라 말하더라도 무리는 없겠지. 나는 이제 러너가 되기로 한다. 아니 이미 러너이다.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작가가 되기로 이미 선포한 것 처럼, 그렇게. 이 책의 좋은 점, 세번 째. 독자로 하여금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밖으로 나가 달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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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좋아하는 나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다. 한 권은 내가 읽고 한 권은 달리기하는 친구에게 선물했다. 달리기는 정말 재미없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달리기가 재미있는 놀이 같았다. 달리기 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달리기 재미있어" 친구는 재미있다고 했다. 항상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재미있고 꼭 재미가 아니라도 달릴 이유는 많다고 했다. 어제 오늘 이틀 달렸다. 책을 읽고 내가 바뀌다니, 신기했다. 달리기는 조금 힘들었다. 저자가 말하는대로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해봐야겠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건강해질 것 같다. 저처럼 달리기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달리기가 재미있을 것 같고 책을 읽으니 당장 달리고 싶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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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박태외 ☆☆☆☆☆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삶의 영역과 깊이를 이렇게 확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럴것 같다. 달리기는 하루키보다 낫다는 작가는 아마도 글쓰기도 하루키와 비슷한 레벨로 가고싶었나보다. 책 곳곳에 그런 노력이 많이 보인다. 경영대학원에서 한 학기 수업을 한적이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중에 문화예술 경영학과 전공자가 있었는데 직업은 공무원이었다. 대전에 있는 지자체에서 일하면서 야간과 주말에 수업을 들었고, 내 수업은 그냥 시간에 맞는 과목을 찾다보니 듣게되었다고. (어찌나 솔지한지) 지금은 공무원이지만 미술경매를 해보고 싶어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했다. 한 학기가 지나고, 연락이 와서 상담을 하고싶다했다. 서비스업에 취업하기 위해선 그 분야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선 스피치가 되어야할것 같으니, 스피치학원을 다녀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나 연락이 왔다. 미술품 경매회사에 취업했다고. 대학원 졸업하고, 이전 회사를 퇴사하고 전보다 낮은 연봉이지만 취업해서 다니고 있다고. 스피치학원을 다녔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지금은 골프도 배우고 지방 출장도 다니고 있단다. 어쩐지 말투도 발성도 달랐다. 비록 적은 연봉이지만 하고싶은 일 하고있어 너무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스피치학원 원장이 책을 내는데 추천사 부탁도 받았다고 한다. 이 친구를 보면 한없이 부럽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 일로 삶의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내 주변에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행복해보이는 사람일게다. (개인적인 고민이야 있겠지만) 이 책이 그렇다. 동네를 달리던 사람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가족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전국을 여행처럼 달리다가, 해외로 진출까지 한다. 동경마라톤 대회를 참가하고, 유럽의 유명도시에서도 달린다. 삶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느낌이다. .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첫발을 내디디며 세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세상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모두가 그런 대단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딛는 길과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의 발걸음을 남긴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세상에 흔적 하나 남기는 것이다. 어떤 길이라도 묵묵히 달려가는 우리 러너는 모두 우주에 흔적 하나를 남긴다. 그런 의미로 나는 앞으로도 늘 달리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이 글을 읽는 그대도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 남들은 알 수 없지만, 지리산을 다녀오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히 달랐다. 고통을 인내하며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나아졌다. 내 가족은 물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됐다. 삶을 대하는 자신감이 커졌으며 인생은 좀 더 나은 길로 이어질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니까. . 여행과 달리기는 움직이는 면적이 넓은 만큼 우연을 만날 확률도 높다. 그런 이유로 여행자와 러너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건 아닐까? . 무관심한 척했지만 부러웠다. 우리는 여전히 마라톤 기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한다. 이것이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지속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선의의 경쟁은 이기겠다는 마음이 아닌 서로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그래야 승부가 나도 상처받지 않는다. 훗날 알게 된 달리기가 알려준 삶의 지혜다. . 달리기에 빠져있으면서도 나를 닮은 달리기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마치 좋아하는 음식을 모른 채 골고루 먹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처럼, 그렇게 달려도 좋았다. 대신 시간은 조금씩 달리기의 모양을 바꾸는 힘이 있었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기록을 위해 달렸고, 유대감이 좋아 달리다가 취미가 됐다. 때로는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인 달리기를 했다. 다양한 달리기를 누리는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 하나의 달리기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마치 성인이 되어도 나의 적성이나 특기를 모르는 사람처럼. . 달리기 열정이 조금 떨어진 어느날, 별 의미 없는 완주를 했더니 하나도 울컥하지 않았다. “풀코스 달리기가 뭐 이래? 왜 이렇게 감흥이 없지?" 감흥이 없어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딱 1% 정도 덜 힘들었다. 다음 해 최선을 다해 달린 어느 날, 울컥하는 나를 느꼈다. 결승선을 통과해 걸어 나오며 나란 사람은 최선을 다할 때 행복한 러너구나, 나다운 달리기는 최선을 다하는 달리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면 꼭 기억해야 할 마라토너가 있다. 남.승.룡. .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의 이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국민 100명 중 99명은 모르는 선수다. 예전 어느 글에서 우연히 그의 일화를 보았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부러워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금메 달보다 히틀러가 준 화분이 더 부러웠다. 그걸로 일장기를 가릴 수 있었으니까.” ...... 광복 후 1947년, 그는 당시 기준으로는 제법 늦은 서른여섯의 나이로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했다. 그에겐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제자인 서윤복 선수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태극기를 달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는 것이었다. 그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는 우승하고 본인은 완주하며 두 개의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선수로는 늘 손기정 선수에게 밀렸지만, 지도자로는 누구보다 한국 육상 발전에 이바지했다. 모두가 2등을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는 남승룡 선수를 기억하길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