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눈동자로 허공만 바라보며 하루를 까먹지.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 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운다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118) 당연하지 않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170) 그립다는 것은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고,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현재가 없다는 것이고, 현재가 없다는 것은 있어야 할 공간이 텅 비어있다는 것이고, 텅 비어있다는 것은 그 자리가 춥고 쓸쓸하다는 것이다. 그리운 것들이 많으면 그만큼 현재는 춥고 쓸쓸해질까? (227) 떠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228) 세상을 넓힌다는 건 결국 그리움을 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구나. (229) 그런 건 의도한다고 해서 나타나는 게 아니야.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거지. 누군가를 아낀다는 마음으로 이런 식으로 허락도 없이 마구 새어 나와. 눈빛으로, 손끝으로, 혀끝으로. (240)
삶의 의미가 있어야 기계적으로 사는 삶이 멈출 수 있을까? 사는 게 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만의 시간이 많아진 요즈음 나는 그동안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근데 열심히 산 흔적은 하나도 남지 않은 지난 시간을 생각한다. 나.. 어떻게 살고 있는 거니? 잘 살고 있는 게 맞기는 한 거니
인천 구시가지에 있는 철마 재활병원. 이곳에서 연쇄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한. 그래서 형사 수연은 사건을 파헤치려 한다. 늦은 밤 단서를 찾기 위해 찾은 현장. 이곳에서 수연은 완다를 만난다. 완다는 범인이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철마 재활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난주. 그녀는 가족이라는 짐을 지고 불어난 빚 독촉에 시달린다. 이 지긋지긋한 현실 앞에 나타난 뱀파이어. 그와 손을 잡고 그가 원하는 일을 시작 하는데...
우리가 가족을 이루는 건 외롭기 때문일까? 이 험한 세상 덜 외로우려고? 하지만 가족이 사람을 더 외롭게 한다면? 가족이, 가족이 아닌, 무거운 짐 덩어리가 된 사람도 많다. 사고 치는 아빠와 오빠. 그걸 해결해야 하는 딸. 하지만 가족 그 누구도 그녀에게 감사한 줄 모른다.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하게 된 현실. 세상엔 이렇게 외롭고 힘든 사람들 투성이일까? 내가 보기엔 세상엔 행복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돈 걱정 없이 여행하고 먹고 마시고, 새로운 것들을 산다. 하나도 불행하지 않은 것처럼. 나는 그 조합에 끼지 못하는 것 같다. 아프고 힘들고 견딜 수 없다. 현실이라는 곳이 결코 나를 행복하기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한가? 그들 또한 구원처럼 내 손을 잡아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사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반평생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진짜 나는 잘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혹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나만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의 아픔은 무시한 채, 열심히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들의 인생이,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 누군가의 삶인 것 같아서, 내 주변의 누군가와 닮아 있는 것 같아서 아프다. 살아남기 위해 외롭고 고독한 사람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뱀파이어들. 세상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라고 누구나 다 외로움이라는 짐을 지고 사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왔다가는 삶이 외롭기만 하고, 좋은 기억이 없다면 슬플 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외롭지 않고 즐겁기만 하지는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죽을 때, 만큼은 조금 덜 외롭게 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세상 내 존재가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살다 갔노라고, 그렇게 작은 의미라도 발견하고 갔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고민할 것이다. 아니 생각할 것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존재의 의미를 찾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건지.
천선란 작가의 책. 역시 매력적이다. |
정말 구원자였을까? 수연은 자살사건 현장에 출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인의 시체를 발견한다. 조금 의심스러운 시체인데… 쉽게 범인이 특정되지 않는 사건이다. 그런 사건 현장에 의문의 그녀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길 한다. 범인은 평범한 우리가 잡을 수 없다는… 그 존재는… 바로… 가끔 신비로운 존재가 가까이에 있으면 하는 상상을 한다. 물론 그 신비로운 존재는 무섭지 않고 좋은 존재이길 바란다. 개인 취향이지만 난 귀엽고 신비로운 존재가 좋다. 항상 그런 존재가 이야기에 존재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바람을 갖는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존재가 가끔은 두렵게 느껴진다. 물론 한편으론 멋지게 보이기도 했지만… |
외로움은 소설이나 영화의 오랜 주제이다. '철마재활병원'을 중심으로 세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각각 펼쳐진다. 감정적으로 가장 이해가 갔던 사람은 수연이었고, 고독 속에 살던 울란은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에 스스로 들어갔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재활병원. 사실 초반에는 조금 지루했다. 천선란 작가의 전작인 <천개의 파랑>을 보았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인데 |
불구덩이에서 뛰어내리듯 혹은 불구덩이로 뛰어내리듯 그 순간 나는 이유 없이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졌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가 선보이는 뱀파이어 로맨스 신작! 외로운 사람의 피를 알아보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뱀파이어라니. 진부하지만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인 뱀파이어와 관한 책인데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이라니, 읽지 않을 수가 있나. 수연과 완다, 난주. 그들은 모두 혼자였고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인천 철마재활병원에서 벌어진 자살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다. 사건의 범인은 사람이 아닌 뱀파이어. 뱀파이어는 배제된 존재다. 고립되어야 하며 배척당해야 한다. 그런 뱀파이어가 살아남기 위해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헤맨다. 수연과 완다, 난주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혼자의 힘으로 버텨야 하는 존재들이다. 천선란 작가의 힘은 여기에 있다. 소외된 자들, 비주류의 인간, 상처받고 외로운 인간들의 삶을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안에서 잊혀진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보여지지 않게 배척된 사람들의 보통의 삶을 그린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그 외로움은 혼자여서가 아니라 혼자가 되어서이지 않을까. 가족 안에서, 사회 속에서, 국가의 틀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 바라는 건은 죽음이 아니다. 삶의 절망이나 고통 끝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에게는 곁에 내어주는 누군가가 아니었을까. 단순하고 진부한 말일지라도 결국은 사람이다. 사랑이다. 뱀파이어라는 흥미로운 소재뿐만 아니라 주인공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다.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는 늘 기다려진다. P. 107 죽기로 결심했는데 외롭게 죽기는 싫었다. 누군가와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고, 단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자신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에게 말이다. 전화번호 목록을 훑었지만 누구에게도 선뜻 연락할 수 없었다. 친구도 결국 부모님처럼 외면할 것 같았다. 듣지 못한 척, 알지 못하는 척. 수연에게 필요한 건 수연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수연의 말을 다 듣고 나서도 수연을 위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사람. 수연은 그런 사람을 찾아 헤매다 그레타를 만났다. P. 118 '외로움과 고독 끝에 몰린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잊었다고 해야 할지 소용없는 걸 안다고 해야 할지. 영혼 없는 눈동자로 허공만 바라보며 하루를 까먹지.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 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운다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울지 않으면 몸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해. 그 수분 때문에 피가 아주 묽어지는 거지. 잘 숙성된 적포도주처럼.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서 그 고독한 피의 향을 맡을 수 있어.' P. 154 ‘죽지 말고 살아.’ 무신경한 말투였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수연은 다짜고짜 눈물이 날 뻔했다. ‘살다 보면 너를 살게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잖아. 지금은 없더라도.’ P. 245 ˝그 사람을 떠나보내도 살면서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될 테니까. 한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 바닥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모두가 각자 외로움을 깔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으로 치유할 수는 없단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면 나 하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뿐이지.˝ P. 246 ˝사람은 1이 아니라 0이야. 0과 0은 만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하지. 단지 0 옆에 또 다른 0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인정은 하되, 그 외로움에 지지 않으면 돼. 언제나 네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외로움을 잘 끌어안아 주면 된다.˝ |
천선란 작가님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리뷰입니다. 스포 있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한가지 사건과 관련된 세 여자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각자 상처를 품고 있구요. 그 셋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상처를 해결합니다. 해결이라지만 누군가는 좀 비극적으로 끝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오랜 기다림을 해소하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뱀파이어 소녀와 사랑했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둘이 만나는 장면을 타인이 보는걸로 묘사하는데 엄청 벅차고 좋았습니다ㅠㅠ 둘 이야기가 좀 더 나왔음 어땠을까 싶어요ㅠㅠ 아쉬움 |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출간한 천선란 작가님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민감 하신 분들은 스포를 주의하여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목에서 알수있다싶이 뱀파이어의 이야기입니다. 뱀파이어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어서 뻔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작가님만의 문체로 잘 표현하신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고 몰입력있게 잘 읽었습니다. |
페이백 대여로 읽게된 천선란 작가님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리뷰입니다.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이라고 했지만 로맨스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그래도 완다와 릴리의 사랑이 느껴지긴 합니다. 인간의 외로움의 냄새를 맡고 그런 인간을 사냥하는 뱀파이어를 추적하는 소설입니다. 자살로 위장한 살인사건 속에 수연, 완다, 난주가 있습니다. 세 사람의 시점이 변경되며 나오는 구성인데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바뀌는 마지막 구절마다 연속극을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빨리 그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직설적인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저한테 확 와닿았어요. 외로운 사람들을 혼자 두지 말자는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와닿았습니다. |
천선란 작가님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리뷰입니다. 100%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 대여하게 되었습니다. 뱀파이어 이야기라서 트와일라잇 작품이 떠올랐고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작품은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 스토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트와일라잇은 허구에 더 가까운 반면에 허구보다는 우리 사회에 근접하게 살아가는 뱀파이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뱀파이어라는 허구의 대상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뱀파이어의 삶에 대해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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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2021년 09월에 출판한 천선란 작가님의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리뷰를 하겠습니다. 본 리뷰는 작품의 스포를 담고 있을 수 있으니 스포를 피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먼저 책을 감상한 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천선란 작가님의 천개의 파랑을 인상깊게 읽어서 이번 책도 기대하며 봤어요 뱀파이어와의 로맨스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역시 재밌네요 |
소설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고 스토리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외로운 자들을 혼자 두도록 하지 말아라' 하는 작가님의 메세지가 너무 좋았던 소설이었습니다. 점점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지고 홀로 사그라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대사회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뱀파이어라는 이 세계의 것이 아닌 존재로 이 세계를 설명하는 소설의 독특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종족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하는 완다와 릴리의 관계성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목처럼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자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