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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부터 섬뜩했다. 나도 원을 긋고 달리면서 빠져 나갈 구멍만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해서다.
<덫에 걸린 쥐에게> 원을 긋고 달리면서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 헛일이다! 깨달아라! 정신 차려라! 탈출구는 하나밖에 없다: 네 안으로 파고 들어가라!
<야심가>에서는 아득한 옛날의 조상이나 문화를 외치는 지금의 우리나 실은 동일한 상태가 아닌지 씁쓸했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살인적인 인내심과 사력을 다해 그는 펜대에 매달려 높이 기어올랐다.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선조들이 원시림에서 기를 쓰고 기어올랐던 것처럼 그는 문화의 숲에 사는 원숭이다.
<거창한 말이 없는 비가>에서 말하는 “우리는 항상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 지조가 있는 자는 편협한 사람이다! / 그래서야 어찌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단 말인가”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안목을 깨우쳐주는 것 같았다. 지조가 있는 자가 편협하다니! 시를 읽으가면서 그럴 수 있구나 하는 탄성이 나왔다.
<헛된 웃음소리>의 첫 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문득 그는 웃어본 지 한참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하느라 이렇게 되었는지 지난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 역시도 웃어본 지가 한참 된 것 같아 잠깐 덩달아 웃어보기도 했다. 저자 에리히 캐스트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 자신의 근심과 걱정이 표현된 것을 보는 일도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표현도 치료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형편이 더 낫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처한 상태와 정반대의 경우를 공감해보는 것도 마음에 안정을 준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이런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했다. 조금은 마음이 환해지고 또 조금은 위안을 얻었다. 시를 읽는 의미와 재미를 새삼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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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글에서 “쉽고 재미있는 시”와 “의미심장한 교훈으로 가득찬 시”라고 말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정말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하면 할수록 새로운 의미가 되살아난다. <1,200미터 높이에 있는 상류층 사람들>은 휴양지를 방문한 부유층을 이야기한다. 자연을 찾아왔으면서도 정작 자연과 접촉해 교감을 나누지 않고 호텔에서 시작해 호텔로 끝나는 자연 방문의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그들은 자연에 열광하면서 교통 체증만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자연을 몹시 사랑하면서 주변은 그림엽서를 통해서만 알고 지낸다.
그들은 그랜드호텔에 앉아 스포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들은 모피 외투를 차려 입고 그랜드호텔 입구까지 나가지만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떠난다! <어떤 부부>에서는 항상 함께 지내는 노부부의 세월을 “머리카락은 점점 가늘어지고, 피부는 거칠어졌다. 상대방을 자신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라고 노래한다. <현대미술 전시회>는 현대미술을 대하는 관람객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전시회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이례적인 일이라고요? 관람객으로 북적거리는 게 아닙니다! 친히 찾아온 화가들로 북적거리는 겁니다. <동창회>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읊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다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이 정말 리얼하게 묘사된다. 처자식을 거느린 그들은 “서로 월급을 비교”하고 농담을 하며 떠들다가도 왠지 허전해한다. 머리는 “모자를 쓰는 용도로만 달고” 있다. (...) 급기야 그들은 부인의 몸매와 가슴과 그와 같은 것들에 대해 시시콜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제 겨우 서른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들은 완전히 숨이 멎지 않은 시체와도 같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거드름을 피웠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한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너희 모두 수염이 더 많이 나고 너희들을 닮은 수백 명의 자식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제 자러 간다며 자리를 떠났다.
다른 친구들은 그가 왜 갑자기 가 버린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의 이름을 지웠다. 그들은 일요일 아침 사냥터로 야유회를 떠날 계획을 세웠고, 이번에는 부인들을 대동하기로 했다. 이 책은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마음의 통증을 치료하고자 한다. 이 책은 유머, 분노, 무관심, 아이러니, 명상, 과장 등과 같은 유사 치료제를 이용해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 책은 마음의 약이며, 그 역할에 맞게 “가정상비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어떤 시는 읽으면서 애잔한 마음이 들었고 어떤 시는 아하 이런 거구나 하는 탄성을 질렀고 또 어떤 시는 내 생활태도를 반성하게 했다. 이러면서 어느 정도 내 마음도 치유되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런 게 저자가 말하는 “마음의 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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