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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이후 오랜만에 맑은 향기 가득한 책을 만났다. 자연의 품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모여드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떠난 자연, 그것도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조촐한 삶을 바로 세우고 계신 수행자를 만난 것은 큰 기쁨이다. 스님이 덕동골짜기에 살고있어 그를 이웃으로 둔 자연계가 오롯이 제 모습을 내보이고 스님과 벗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단숨에 다 읽어버리면 쥐고 있던 귀한 것을 읺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 밀려올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날은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펼져놓고 눈으로 덕동골짜기를 하루종일 더듬곤 한다. 시인과 스님의 이야기에 눈가가 나도 모르게 젖어들었다. 무엇보다 손편지를 나도 유독 좋아한다. 두분이 나누었을 잔잔한 자연의 소식들....... 더 읽어내려가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소욕지족을 삶의 방향으로 잡고 살아가고 있는 동생에게 보내려고 다시 책을 주문했다. 동생 역시 기쁨에 들뜬 눈망울을 반짝이며 전화로 책수다를 떨어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내친김에 리뷰까지 써본다. 성공스토리도 좋고 돈의 시나리오를 안 읽을 수 없다하여도 그 중간중간 눈과 마음을 맑히는 책도 좀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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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소박하게 - 전충진
얼마 전 TV에서 38년째 깊숙한 산골에 은둔하며 수행을 이어가는 육잠(六岑)스님의 모습을 보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구입해서 보니 이 책은 낮에는 지게지고, 농사짓고, 달 뜨는 밤이면 선시禪詩를 펼치고 벼루에 먹을 갈아 글을 쓰는 육잠 스님의 생활을 독도지킴이 전충진 님이 소개한 책이다. TV에서 스님이 생활하시는 곳은 경북 양양이고 이 책에서 스님이 생활하시는 곳은 경남 거창이다. 스님이 계시는 마을까지 재개발이 되어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2012년에 거처를 경남 거창 덕동 마을에서 경북 양양으로 옮기셨다고 한다. 자연 속에 묻혀 자족(自足) 하는 스님의 나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기도 전화도 없는 거창 가북 골짜기 숲속에서 '두곡 산방'이라는 작은 토굴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서예 공부를 하며 고무신을 기워 신으면서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넉넉하다고 생각하시는 스님. '두곡 산방'은 '두보의 눈물'이라는 뜻이다. 가난한 시인 두보를 마음에 새기며 살고자 하는 스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단순하게 소박하게 사시는 스님의 생활은 욕심이 없고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 그 자체였다. 종이 한 장 버리는 법이 없고, 십 리 길 정도는 으레 걸어 다닐 줄로만 아시는 분. 먹을거리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지게 지고 나무를 해서 군불을 지피는 단순한 일상을 사신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최고의 가치고 삼는 이 시대에 욕망의 노예가 되어 온전한 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사시는 분이다. 스님이 전기가 들지 않는 곳에 살고자 하는 것은 스님 나름의 철학이자 시대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최첨단 문명의 시대, 스님이 제동 장치 없는 문명을 맹목적으로 쫓아간다면 과연 그 끝이 어디가 될지 두렵기 때문이다. '지게 도인'이라고도 하시는 스님이 가지고 계신 지게 철학이 있다. 스스로 먹거리를 해결하며,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자 한 것이다. 내가 쓰는 것만큼 농사를 짓고, 내가 수확한 만큼 그 안에서 만족하는 삶, 그로 인해 마음은 번거롭지 않고 일상은 소박하게 꾸리는 것, 그곳에서 대자유인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스스로 움직여 땅의 기운과 하늘의 조화에 순응하며 농사를 지으며 살고자 하는 스님의 바람이 담겨 있다. 살아가는 데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만큼만 뿌리고 영그는 만큼 거둬들이는 것. 그것이 스님의 농사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세상 살이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생각하시는 스님. 우리는 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없이 하는 수 없이 걷고 걸어온 길. 그 길은 자꾸만 점점 멀어져서 되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거나 자책을 느낀다면 지금의 모든 '나'에게 '지금 여기 이대로 충분히 좋고 행복하다.'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유마경>에 나오는 글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고뇌도 많다. 반대로 욕심이 적은 사람은 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근심도 적다. 그러면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 것 같지만 실은 가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것 같지만 실은 부유하다. 이것이 바로 지족知足이라고 한다.' 내 분수를 직시하며 만족함을 깨닫는 것.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이 진리를 알고 믿으며 행동한다면 진정한 자유인이 될 것이고 내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멧비둘기, 어치, 딱따구리, 들고양이, 청설모..를 도반 삼아 살고 계시는 스님. 산방을 찾는 이라면 누구든 스님이 직접 딴 산야초를 말린 세상에서 하나뿐인 차를 나누고,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는 서화를 그려 손 편지로 안부를 전한다. 스님은 수행자로서의 정진에도 치열하다. 자신이 죽고 난 후 화장에 쓸 나무인 '다비목 茶毘木'을 직접 준비하며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루를 보낸다. 삶은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시간 속에서 실재하는 것. 선이든 악이든 그 무엇이든 나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이 깊은 산골에서 '생명 불식'을 노래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딱 내 몫만큼만 살다 가면 그만이다. 지극하게, 간절히... 그게 도道이다...지게도인.
'내 집은 숲이 깊이 있어 해마다 해마다 칡넝쿨이 자라네. 사람의 일로 다시 바쁠 것 없으니 때로는 나무꾼의 노랫소리 들리네. 석양을 등에 지고 해진 옷 기우고 달을 마주하여 옛 시를 읊네 도의 길을 가는 그대에게 이르노니 뜻한 바를 이루는덴 많은 것이 필요 없네.'- 양관 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