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의식 구조라는 책을 읽다보면 씁쓸해 질 때도 있고 자랑스러워 질 때가 있다. 한 나라의 국민성을 이리저리 단정 짓고 그리고 그 속에 속하는 사람들을 다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물런 그건 책을 쓴 이규태씨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의 문제인 것 같다. 조금은 성숙된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의식을 내 속에서 발견했을 때 새삼 놀라기도 하였고, 그 관점으로 다른 사람을 봤을 때 색다르게 느낄 때, 아하! 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위험한 책인 것도 같다. 하지만, 넓은 마음으로 읽으면, 타인을 더욱 잘 이해하고, 아니 내 자신을 아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소크라테스도 그러지 않았는가? Know yourself. |
|
모든 철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향해 달리는 치열한 걸음이 아닐까? 물론 다양한 관심들이 부침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진정으로 오래 남을 수 있는 것, 아니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으로서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고른 책, 한국인의 의식구조(1)은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
먼저 이책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길지않다. 또 제목에 비해서 무거운 글이 결코 아니다. 누구나 쉽게 또 흥미를 유지한 상태에서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저자 이규태씨의 글은 언제나 짧으면서도 간결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부각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 책도 방대하고 체계적인 저술은 아니지만 작은 단편을 통해서 한국인이 누구인가 더 나아가 내가 사고하는 기본의 바탕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내 주었다.
산업화와 정보화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요원하게 느껴지는 시민사회의 형성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한국의 현실을 이해해 보고자 손에 쥔 책이 왜 우리 사회에 아직도 가족, 혈연, 지연등에 얽매여 신뢰고 구축된 사회가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은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한 것이다. 이 책이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고 또 넘어서기 위한 좋은 기초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인상깊은구절] 그러나 한국인의 집단적 능력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 가가자의 능력의 총화보다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집단 작업에서 열 사람이 각기의 힘을 내면 열 사람이 도합 100이라는 능력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120도 되고 150도 될 수 있다. 반대로 100이 못되는 90도 되고, 50도 될 수 있어 능력의 진폭이 커진다. 이 진폭의 상한을 이루게 하고 하한을 이루게 하는 요인이 바로 한국인에게 잠재된 집단의식을 유발했느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다. 또 한국인은 집단 속에서 자기가 맡은 직무 이외의 고민이나 걱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집단이 개인에게 플러스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서양 사람은 직장에서 맡은 자신의 직무나 직책 이외의 일에는 무관심하다. 어떤 서양인도 직장에서 자신의 가족적, 인간적, 사회적 고민을 해소시키거나, 그런 인생 문제를 집단에 의존하여 해소하려는 법이 없다. |
| 의식(구조)은 언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각자의 독특한 습관이나 방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정한 지역의 사람들이 어떠한 공통된 규칙이나 양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째로,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그것들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셋째로, 그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사용된 그것들에 의해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등등. 이 밖에 의식(구조)과 언어는 유사점을 많이 공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의식(구조)의 어떠함에 따라 언어의 어떠함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의식(구조)의 표현 방식 중의 하나가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어는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므로, 기본적으로 의식(구조)보다 더 엄격한 묵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양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의식(구조)의 변화는 언어의 변화보다 더 자유롭고 다채롭게 변한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의식(구조)는 언어와 비슷하게 어떤 집단에 있어서 공유되는 양상이 있고,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시나브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규태의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의식구조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수필 형식으로 쓴 책이다. 비록 학문적인 체계성은 결여되어 있지만, 자신의 다양하고 풍부한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일관성 있게 적어내려갔기에,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밝혀냄에 있어 적절하고 충분한 사례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해내고 있다. 비록 본 책이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밝혀낸 결정판도 아니고, 학문적인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일단 본 책이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이루는 대부분의 내용을 실었다고 가정하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국인다움이 몇 퍼센트 정도 되는가 세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책이 씌어진 당시와 현재와 비교해 보며, 한국인의 의식구조 중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딱딱한 내용도 전혀 없고 별다른 사전 지식도 필요 없기 때문에 읽기 쉬우면서,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한 번 쯤 읽어봄직한 책이다. |